▲ 2년 전에 비해 건물도 늘고 직원도 늘었다. 청주의 기체분리막 전문기업 에어레인을 찾았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안에 있는 에어레인(Airrane)을 근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에어레인은 중공사(中空絲) 기술을 보유한 기체분리막 전문 회사다. 중공사는 빨대처럼 속이 비어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가느다란 합성섬유로, 중공사 다발에 혼합기체를 불어넣어 기체를 분리해낼 수 있다.

“이달(5월) 안에 공장 증설이 완료됩니다. 바로 옆에 2공장을 확장했어요. 기존의 1공장은 중공사 생산만 진행하고, 2공장은 분리막 모듈 생산에 활용하고 있어요. 이번 증설이 수출 물량 확보에 큰 힘이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에어레인의 하성용 대표가 말한다. 공장 증설은 수요 확대에 따른 투자의 일환이다. 국내외에서 에어레인의 분리막 모듈을 찾는 곳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 에어레인에서 생산 중인 다양한 크기의 기체분리막 모듈 제품.

SK이노베이션과 탄소포집용 막 개발 나서
에어레인은 지난 5월 8일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 바로 그날 강동수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은 “에어레인과의 협업으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에 꼭 필요한 CCUS 분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IET는 이차전지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생산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중 한 곳이다. LiBS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소재의 막으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수십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의 작은 기공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킨다. 

“이번 투자는 공동 기술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당사의 중공사막 기술에 SKIET의 분리막 기술을 접목해서 전에 없던 혁신 제품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죠. 탄소포집(Carbon Capture, CC)을 위한 세계 최고 성능의 분리막 개발이 1차 목표입니다.”

기업의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되는 등 탄소감축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기체분리막 기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분리막 기술은 아민 계열의 흡수제를 활용하는 기존의 습식, 건식 방식과 비교해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액상 흡수제를 쓰는 습식 방식의 경우 포집 규모를 키워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고 흡수제 재생에 많은 에너지가 든다. 또 흡수제가 분해되면서 환경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건식 또한 흡착제의 마모와 뭉침 현상이 있다. 

“CO2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막을 써서 포집하기 때문에 다른 화학물질이나 공업용수를 쓸 일이 없죠. 폐기물이나 폐수 발생이 없고, 분리막을 모듈 형태로 제작해 작은 부지에 설치할 수 있어요. 설비나 배관 등이 비교적 복잡한 공장에도 시스템을 넣을 수 있죠.”

▲ 모듈 생산을 앞두고 중공사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다.

에어레인은 대덕에 있는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의 연구 조직과 협력해 막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번 투자와 공동개발 배경에는 분리막, 모듈, 시스템 사업화에 대한 양사의 협약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에어레인에 대한 지분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HL디앤아이한라, 롯데케미칼,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20년부터 해마다 지분 투자가 이어졌고, 올해는 SK이노베이션이 이름을 올린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의 탄소포집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수요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카본 투 그린’ 전략, 롯데케미칼의 ‘에브리 스텝 포 그린(Every Step for GREEN)’ 같은 비전이 달라진 변화를 잘 대변하고 있죠. 탄소배출을 줄이고, 버려지는 화학물질을 리사이클링하고,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어요. 국내 대기업이 기체분리막 공정을 탄소배출 저감에 꼭 필요한 요소기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하성용 대표는 지난 1992년부터 30년간 중공사 개발과 양산, 이를 이용한 분리막 모듈과 기체분리 시스템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는 2001년 3월 한양대 국가지정 분리막 연구실에서 에어레인을 창업해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국내 수요는 전무했다. 아사히글라스, 에어프로덕츠 같은 해외 선진사에 OEM 제품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쌓아왔다.

바로 이곳 오창과학산단으로 사업장을 이전한 것은 2014년 6월의 일이다. 2010년 이후로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같은 공기업들이 탄소포집, 가스 정제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국내 수요처가 생겨났다. 국책과제를 통한 사업 수행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2017년부터 하노버 산업박람회 등에 참가하면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를 25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어요. 회사의 매출은 크게 ‘모듈 판매’와 ‘시스템 매출’로 나눌 수 있죠. 상반기 모듈 판매액만 80억 원 가까이 됩니다. 공장 증설이 완료되고 증설 물량이 나오면 모듈 판매로만 150억 원 정도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지난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였다. 대부분 모듈 판매였고, 질소발생기용 분리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 시운전을 앞두고 1공장에 새로 들어온 원료 교반기를 점검하고 있다.

질소는 여러 분야에 쓰임이 많다. 가스기술공사가 수소충전기에 노즐결빙 방지용으로 개발한 질소발생기에도 에어레인의 분리막이 들어간다. 또 냉장컨테이너에 든 과채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용도, 광산 개발에도 질소발생기가 필요하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한 첫 국산 헬기인 수리온에도 에어레인의 기체분리막이 들어갔어요. 오빅스(OBIGGS)라 부르는 ‘불활성가스 자가생산장치’에 고성능 분리막이 들어가 있죠. 이 막이 아주 고가입니다.”

OBIGGS는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소모된 연료만큼 불활성기체인 질소를 탱크 안에 채워서 유증기나 산소로 인한 폭발이나 화재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에는 중공사 원료로 ‘폴리술폰’이 아닌 고가의 ‘폴리이미드’를 쓴다. 4인치 폴리술폰 분리막이 2,000달러라면 항공기용 폴리이미드 분리막은 2만5,000달러로 10배 이상 비싸다.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1차 테스트 결과가 아주 고무적입니다. 미국 시장이 열리면 캐나다, 남미 시장도 저절로 열리게 되죠. 질소용 기체분리막이 에어레인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어요.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 분리막 모듈 매출을 확보하고 있고 바이오가스, 수소, 탄소포집 분야에서 분리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죠. 시장이 막 열리는 단계라 미래를 밝게 보고 있습니다.”

질소발생기, 바이오가스 고질화에 분리막 적용
새 공장을 둘러본다. 신축은 아니지만 같은 해에 지은 쌍둥이 건물이라 외관은 1공장과 동일하다. 분리막 모듈 생산에 맞춰 내부 리모델링을 마쳤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자동화 설비도 많이 늘었다. 

지름 15cm 남짓한 6인치 분리막 모듈에 들어가는 중공사는 16만 가닥이다. 실타래 같은 중공사의 양쪽 끝을 에폭시로 포팅한 다음 절단기로 매끈하게 잘라내게 된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든 분리막 모듈은 1.5인치부터 2, 3, 4, 6인치까지 다양하다. 현재 8인치 모듈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조만간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 에폭시가 포팅된 중공사 단면을 절단기로 잘라낸다.
▲ 절단 작업을 마친 모듈을 트레이로 옮기는 중이다.

본사 사무실이 있는 1공장은 중공사 생산라인으로 채워졌다. 교반기에 든 원료를 사출해 10가닥의 중공사를 동시에 생산하는 자동화라인이 구축돼 있다. 에어레인의 핵심 시설로 눈으로만 볼 수 있다. 물속에 잠긴 물레가 돌면서 0.3m의 가느다란 실을 감아낸다. 이번에 새로 구축한 라인은 5월 안에 시운전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다.

기체분리막은 중공사 내부 분리막의 흡수-확산 메커니즘에 따른 선택 투과 현상으로 기체를 분리한다. 공기, 바이오가스, 합성가스 같은 혼합기체를 중공사 안쪽으로 통과시키게 되는데, 이때 각 기체별 투과율이 달라 중공사 외벽을 통과하는 투과기체(Permeate), 투과하지 못하고 중공사 내부에 남아서 그대로 지나가는 잔류기체(Retentate)로 구분된다. 

공기를 넣어 산소와 질소를 분리해내는 질소분리막을 예로 들면, 중공사막 투과도가 높은 산소는 투과기체, 투과도가 낮은 질소는 잔류기체에 든다. 기체의 활용처에 따라 쓰임이 다를 뿐, 질소발생기나 산소발생기는 작동 원리가 동일하다. 공기 내 산소 농도를 높여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이거나 헬스케어 분야에 산소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 하수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고질화에도 분리막의 활용도가 높다. 바이오가스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약 6대 4 비율로 들어 있다. 투과성능이 높은 이산화탄소는 분리막을 통과하는 투과기체가 되고, 메탄(CH4)은 잔류기체로 남아 분리가 된다. 

“산소와 질소처럼 상대적으로 투과 속도가 빠른 기체와 느린 기체가 섞여 있으면 분리가 쉬워요. 투과 속도가 빠른 기체로는 수증기, 수소, 헬륨,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산소가 있고 느린 기체로는 아르곤, 일산화탄소, 질소, 메탄이 있죠.”

에어레인 시스템사업본부 이충섭 본부장의 말이다. 분리막은 분리 공정이 간단하고 설치 면적이 작다. 제품의 내구성이 좋고 운전비용도 적게 든다. 또 다른 화학약품을 쓰지 않아 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수소 쪽은 정부과제로 진행되는 수소생산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평택 수소생산기지, 대전 낭월의 수소생산기지에서 나오는 CO2 포집 사업이 여기에 들죠. 또 충주에서 규제자유특구 사업으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과제도 진행하고 있어요. 현대차 자체 공동개발 과제로 참여하고 있죠.”

평택에는 하루 최대 7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1단계 수소생산기지가 들어서 있다. 바로 이곳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로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식 CO2 포집 액화 공정의 최적화 및 실증’ 과제가 진행 중이다.

▲ 이충섭 시스템사업본부장이 평택 수소생산기지 배가스 CO2 포집 공정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에어레인은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고 기체분리막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한 SMR(스팀메탄개질) 반응기에서 나오는 배가스에서 바로 CO2를 포집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액상 흡수제 키어솔(KIERSOL)을 이용한 습식 설비를 같이 붙이게 된다. 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VSA(진공변동흡착)를 적용한 건식 공정으로 수성가스전이반응에서 나오는 테일가스의 CO2를 포집한다.

“현대건설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막바지 설계 단계에 있어요. 올해부터 본 사업에 착수하게 되죠. 반응기의 배가스에서 나오는 CO2 농도가 16% 정도 됩니다. 90~95%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액화한 뒤 활용하게 되죠.”

분리막은 기체의 농도가 높을수록 포집에 유리하다. 습식, 분리막, 건식 방식을 합쳐 하루 1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실증사업이다.

대전 낭월 수소충전소 옆에 들어서는 수소생산기지에도 분리막 포집설비가 들어갈 예정이다. 현장에는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 2대, 파나시아의 수소추출기 1대가 들어와 있다. 분리막 설비는 올 11월까지 현장 설치가 완료된다.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는 에어레인의 분리막을 바이오가스 고질화 공정에 이미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지하 배관을 통해 인근에 있는 충주 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로 보내진다. 이곳에 있는 수소추출기로 수소를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를 포집하는 과제를 현대차와 추진하고 있다.

“분리막 기술을 접목한 해외 수소실증 사업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린데가 독일에서 에보닉(Evonik, 화학회사)의 분리막 기술을 적용한 파일럿 설비를 설치한 적이 있죠. LNG 배관에 수소를 혼합해서 특정 장소로 보내게 됩니다. 기존 천연가스 배관에 수소를 30%까지 혼합해서 이송하게 되죠. 가스공사가 이 실증에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압소 같은 곳에 파일럿 시설을 세워 메탄과 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다. 수소 판매가에서 튜브트레일러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기존 배관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성이 있어 보인다.
 
‘메탄 슬립’ 잡는 2세대 막 개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졌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청정수소인증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청정수소 인증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4kgCO2eq/kgH2로 제시했다. 청정수소에 들기 위해서는 수소 1kg 생산당 CO2 배출을 4kg 이하로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CCS(탄소 포집・저장)를 적용한 블루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CC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다만 아직은 블루수소에 대한 인센티브가 정해지지 않았고, 서해와 동해의 대규모 수소저장소 확보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기체분리막의 장점은 명확하다. 습식이나 건식 포집방식에 비해 6분의 1 면적이면 충분하고 주민 수용성이나 법적인 규제에도 유리하다. 다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나온다. LNG 가스발전처럼 CO2 농도가 낮고 큰 규모를 요구하는 곳은 습식이 더 유리하다.

▲ 6인치 분리막 모듈 케이스.

현재로서는 CCU(탄소 포집・활용)가 현실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3월에 에어레인의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 파일럿 설비를 여수1공장에 설치하고 9개월간 실증을 진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이후 실증과정에서 수집・분석한 데이터와 운전기술을 바탕으로 설비 상업화를 위한 설계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대상으로 작년에 상세설계를  마쳤어요. 다만 대산공장에는 전체적으로 여유 부지가 많지 않고 전기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부담이 되고 있죠. 지금은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 에어레인 분리막이 적용된 롯데케미칼 여수1공장 CCU 파일럿 설비.

기업들은 CC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사업화에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큰돈이 드는 데다 포집한 탄소의 대규모 활용처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레인은 신선식품의 수요가 높은 일본으로 액화탄산을 수출하거나, 바이오프랜즈와 손을 잡고 e메탄올을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에어레인은 모듈 제품 판매를 통한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질소발생기, 바이오가스 고질화 설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사업장의 폐가스 처리, 오일과 천연가스 생산, 헬스케어 분야 등에 분리막 제품과 기술을 적용하고 있죠. 여기에 더해서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CCUS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성용 대표는 천연가스 생산이 많은 중동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또 유럽에서 부쩍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가스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새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BIO 360 엑스포’에서 에어레인은 두 가지 분리막 모듈을 선보였다. 

폴리술폰을 원료로 한 기존 1세대 제품에 이어, 폴리이미드를 적용해 기체 선택도를 높인 2세대 제품을 새롭게 추가했다. 2세대 막은 유럽의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춰 ‘메탄 슬립’을 막는 데 중점을 둔 제품이다. 

“메탄의 온난화지수는 21로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높은 온실가스 효과를 미칩니다.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메탄의 온난화지수를 28로 높게 보고 있죠. 2세대 막이 가격은 두 배로 높지만 그만큼 메탄을 잘 잡아냅니다. 이렇게 두 가지 모듈로 차별화했죠.” 

▲ 에어레인의 하성용 대표이사.

바이오가스 시장은 유럽이 가장 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주도권을 쥔 유럽에서 검증을 받으면 북미와 남미, 호주, 중국 등 세계 시장 진출이 한결 쉬워진다. 

국내로 보면 민간 투자사인 현대건설 등이 설립한 에이치에너지가 20년간 운영할 예정인 ‘시흥시 클린에너지센터’의 바이오가스 생산설비(1,250Nm3/h)에도 에어레인의 분리막 설비가 들어간다. 하수찌꺼기 240톤, 음식물쓰레기 145톤, 분뇨 60톤 등 하루에 445톤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연간 23억 원 상당의 바이오가스 45만m3를 생산하게 된다. 이 시설은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다. 

한 회사가 단계를 밟아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2년 전에 비해 건물도 늘고 설비도 늘고 직원도 늘었다. 2공장 앞 너른 잔디에 새 건물을 올릴 계획도 품고 있다. 

에어레인은 ‘중공사 기술을 활용한 기체분리막 전문기업’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이 있다. 이 주춧돌을 기반으로 사업화에 나서 분리막 모듈, 분리막 시스템 분야에서 완전한 자생력을 확보했다. 

“내년에 기술상장을 목표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 컨설팅을 받아서 서류 작업을 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죠. 연구 인력에 한계가 있고, 기존 시장에 대응도 해야 되기 때문에 혼자서 신제품 개발에 나서기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협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에어레인은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고 탄소포집을 위한 혁신 제품의 공동개발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며 활로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2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북적북적한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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