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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의 확장 ② 韓·中·日 연료전지 주도권, 수소상용차에 달렸다

2023.04.28 18:21:18

도요타‧혼다‧BMW…중대형 SUV에 연료전지 적용
현대차, 수소트럭‧고상버스 출시…상용차에 집중
중국 ‘전기차 성공’ 자신감, 수소상용차서 ‘재연’ 노려
중소업체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수소버스 개발 활발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도요타는 전기차 개발에 한 발 늦었다. 이는 14년 만에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지난 4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사토 고지 사장이 내놓은 로드맵은 ‘전기차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토 고지 신임사장은 4월 7일에 열린 신경영전략 발표회 자리에서 ‘탄소중립성’과 ‘이동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도요타 모빌리티 콘셉트’를 제안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역시 전동화에 있다.


바로 이날 나카지마 히로키 상품담당 부사장이 도요타의 신차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2026년까지 10종의 배터리 전기차 신차를 출시, 현 라인업을 확대해 연간 15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배터리 효율을 높여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기모드 주행거리를  200km 이상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수소전기차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양산을 추진하겠다. 수소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는 에너지원인 수소가 가벼워 장거리를 주행에도 배터리 전기차만큼 무겁지 않고 공간을 작게 차지하고, 충전도 훨씬 빠르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중대형 트럭 등 상용차를 시작으로 사업자와 협력해 수소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겠다. 또 지난해 대형 상용차용 수소엔진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상용차’다. 도요타는 탄소중립 연료 차량의 개발에 나서고 있고, 전동화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도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요타, 기존 모델에 연료전지 기술 적용
도요타는 올가을에 신형 수소승용차를 출시한다. 이 발표는 조금 뜻밖이었다. 현대차 그랜저에 해당하는 도요타 ‘크라운 세단’ FCEV 버전으로 2세대 미라이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게 된다. 


차량의 세부 스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도요타가 제시한 연료전지 개발 로드맵을 통해 예상해볼 순 있다. 도요타는 기존 60kW, 80kW 연료전지의 출력을 5kW씩 높인 차세대 TFCM2 연료전지 모듈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듈은 기존보다 66%의 내구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65kW(정격) 박스형 스택이 크라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라이2가 있음에도 크라운 수소전기차를 내놓는 이유는 상품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현지에서 미라이2를 실물로 접하고 조금 실망했다. 차량 성능, 긴 주행거리의 장점을 떠나 내부 공간이 너무 좁았다. 뒷자리 가운데 바닥에 들어간 수소탱크 자리가 불룩 솟아 있어 더 답답했다. 


크라운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큰 차량이다. 전장이 미라이보다 길고, 차량 내부도 더 넓다. 여기에 성능을 높인 신형 스택을 넣어 미라이2와 비슷한 가격대에 내놓을 경우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BMW가 도요타의 연료전지 모듈을 적용해 개발한 수소전기차 iX5가 준대형 SUV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연료전지, 배터리, 수소탱크를 모두 담아내려면 기본적으로 차체가 커야 한다. 혼다가 새롭게 개발 중인 최고출력 80kW급 차세대 연료전지를 장착하게 될 신형 차량도 준중형 SUV인 CR-V다.  


혼다의 CR-V 수소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 전기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스택 출력을 낮추고 내구를 크게 늘리면 차량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국이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안정성을 앞세워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객은 최고의 성능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안락한 실내,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충전의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혼다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주효할 수 있다. 


도요타를 대표하는 픽업트럭으로 하이럭스(Hilux)가 있다. 1968년부터 양산된 베스트셀링카로 북미, 호주,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큰 인기가 있다. Toyota Motor Manufacturing(UK)은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하이럭스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차량은 올해부터 2년간 더비셔 번애스턴에 있는 도요타 시설에서 제작되며 미라이2의 연료전지 모듈을 공유하게 된다.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프레임의 공간을 적절히 활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도요타는 프로토타입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정수량 양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모듈을 적용한 SUV를 개발 중인 회사도 있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라는 영국 회사다. ‘그레나디어(Grenadier)’란 이름을 단 이 차량은 랜드로버 디펜더의 마니아인 이네오스의 짐 래트클리프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오프로드 차량이다. 


그레나디어 수소전기차 버전이 최근 오스트리아 쇠클의 테스트트랙에서 주행시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네오스는 지난 2020년 11월 현대차와 협약을 맺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전문회사 중 하나인 AVL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 이베코 수소버스에 연료전지 공급
도요타 하이럭스나 이네오스의 그레나디어는 차체가 큰 SUV에 든다. 내연기관 엔진과 주변장치(BOP)를 덜어낸 공간에 수소탱크를 포함한 연료전지 모듈을 장착하게 된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이베코는 현대차와 협업해서 개발한 7톤급 ‘수소전기 밴’을 지난해 9월 ‘IAA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9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140kW급 전기모터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3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베코그룹은 이미 현대차와 수소버스 개발을 진행해왔다. 수소버스 공장 설립을 위해 4,000만 유로(약 585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약 9개월 만에 이탈리아 남부 포자(Foggia)에 수소버스 공장을 열고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이베코에 자사의 HTWO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게 된다.


이탈리아 이베코 수소버스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최대 1,000대다. 2026년까지 수소버스 총 3,000대를 생산하고, 2027년 이후부터 해마다 1,000대에 달하는 수소버스를 유럽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수소연료전지가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상용차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 이 부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출시에 나서며 소비자의 선택폭이 훨씬 넓어진 데다,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출고가를 뚝뚝 떨어뜨리며 ‘치킨게임’에 나선 바 있다. 


충전 인프라 문제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수소충전소 없이는 수소차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쉘이 영국에 구축한 3곳의 수소충전소를 조용히 폐쇄했다. 개트윅공항, 카범, 비콘스필드에 있는 3개 시설로 유럽연합(EU) 산하 수소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민관 파트너십인 FCH JU의 보조금을 받아서 추진된 사업이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구축한 충전소로 그리 오래된 시설은 아니다. 


쉘의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1세대 프로토타입 사이트로 기술이 수명이 다했기 때문에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명이 다할 정도로 차량 충전이 자주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압축기나 냉각기 같은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매우 높다. 2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설비를 교체하더라도 적자 영업은 불가피하다. 


SK에너지가 최근 울산 남구 상개동에 있는 SK 울산 트럭하우스에 ‘울산상개 SK수소충전소’를 열었다. 국내 첫 대형화물차 수소충전소로 땅에 매설한 배관으로 수소를 받아서 운영한다. 충전소를 짓는 데 들어간 돈만 57억 원으로 약 1.5km에 이르는 수소배관 매설비용(13억 원)은 SK에너지가 부담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시에 이어 최근 고속형(고상)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시장에 출시했다. 때마침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4월 초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구매지원 시범사업’을 수행할 6개 지자체로 서울, 인천, 부산, 세종, 전북, 경남을 선정했다. 


수소버스 400대(저상 300대, 고상 100대)의 연료전지 시스템 교체비용을 지원해 시내버스 내구연한(차령)에 해당하는 9년 90만km까지 수소버스의 보증기한을 연장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에 운송사업자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순도 수소를 쓰는 PEM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잡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고출력을 요하는 덩치 큰 상용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료전지 기술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용량 수소충전소 확보가 꼭 필요하다. 


수소상용차 시장 주도권 노리는 중국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테슬라는 1위 자리를 비야디(BYD)에 내줬다.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상하이모터쇼에 공개된 즈지자동차(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의 합작사)의 ‘L7’, 지리자동차의 ‘지커 X’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격과 성능,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전기차 시장의 성공을 수소전기차 시장이 이어받게 될까? 


섣불리 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블랙리지(BlackRidge) 리서치 앤 컨설팅’에서 최근에 발표한 ‘세계 10대 수소전기트럭 기업’ 중 7곳이 중국 자동차업체로 채워져 있다. 포톤, 대운그룹, 둥펑자동차, 제일자동차그룹(FAW), 만리장성자동차(GWM), 상하이자동차(SAIC), 시노트럭이 여기에 든다. 중국 외 기업으로는 현대차, 하이존모터스, 니콜라가 포함됐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것은 제조업의 강점을 살려 세계 최대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차량의 소재와 부품, 디지털 기술 등 밸류체인 전반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중국이 무서운 점이 먼저 물건을 만들어서 팔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고쳐나간다는 점이다. 완성된 기술이 아니어도 일단 시장에 내서 실제로 돌려보면서 실력을 빠르게 쌓아간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기술력이 궤도에 오르고, 제조능력이 좋아 가성비도 높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각종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 데다, 시장이 한정돼 있고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 사업이 돌아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EV) 기술은 수소전기차(FCEV) 기술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중국 최대 자동차그룹인 제일자동차그룹(FAW)의 ‘지팡’ 차량에는 리파이어(Refire)의 연료전지가 들어간다. FAW는 지난해 8월 상하이의 사물인터넷 기업에 연료전지 중형트럭 100대를 인도했고, 2025년까지 납품 예정인 차량만 1,000대에 이른다. 또 비슷한 시기에 포톤이 리파이어 연료전지를 적용한 42톤급 중형트럭 60대를 이케아의 물류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후난성 창사에 본사를 둔 세계 3위의 중장비 제조업체인 삼일중공업(Sany)은 지난해 2월 연료전지가 장착된 믹서트럭, 일명 ‘레미콘트럭’ 5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이 차량에도 리파이어의 110kW급 프리즈마 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제철소를 중심으로 디젤트럭을 수소트럭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산시성 취워에 있는 진난철강그룹은 지난해 8월 300대의 수소트럭을 현장에 투입했다. 진난철강그룹은 2025년까지 수소전기 중형트럭 1만 대를 배치할 계획으로 올해 1,000대, 2024년 2,000대, 2025년 7,000대 도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놨다.


리파이어는 그동안 위퉁, 진룽, 포톤, 도요타, 미쓰비시 후소 등 국내외 자동차 회사와 긴밀히 협력해 약 140대에 이르는 수소전기차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 차량은 버스, 경트럭, 대형트럭 등 상용차가 대부분이다. 리파이어는 독일의 클린로지스틱스(Clean Logistics), 섀플러(Schaffler)와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FC 엑스포’ 리파이어의 부스에 공개된 프라즈마12 연료전지 모듈의 경우 220kW(정격)로 크기가 상당했다. 리파이어의 프리즈마 연료전지에는 캐나다 유닐리아(Unilia) 사의 스택 기술이 들어가 있으며, 보증은 3만 시간이다. 발라드 사처럼 유닐리아의 스택에는 금속분리판보다 두꺼운 탄소분리판 기술이 적용돼 있다. 


리파이어는 홍콩 최초의 연료전지 발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32kW급 연료전지를 적용해 도심의 전기차 충전에 활용하는 실증사업으로 그린에너지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도요타와 현대차에 비해 연료전지 기술은 아직 뒤처지지만, 큰 시장을 보유한 데다 제조업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소업체 중심으로 수소시내버스 개발 활발
서울버스의 조준서 대표가 지난 3월 중순에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독일의 수소충전소 두 곳을 돌아본 후 체코로 넘어가 슬로바키아의 M&I(Mobility & Innovation)이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수소시내버스를 시승했다. 


“30kW급(정격) 연료전지에 70kWh 배터리를 단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버스라 할 수 있죠. 8m급 중형 저상버스로 4개의 수소탱크에 10kg 정도 수소를 충전해서 쓰더군요. 350bar 충전으로 400km를 간다고 해요. 하루 주행 거리로는 차고 넘치죠.”


이 버스에 들어간 연료전지는 캐나다 루프에너지(Loop Energy) 제품이다. 루프에너지는 지난 2021년에 중국 난징의 전기버스 제조사인 스카이웰(Skywell)에 연료전지를 공급해 11대의 하이브리드 전기버스를 출시했고, 2022년 1분기에 이미 40만km가 넘는 운행거리를 달성한 바 있다. 


“M&I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수소버스를 만들어서 운행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시내버스 운송사업자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훨씬 좋습니다. 배터리를 좀 더 키우고, 연료전지 출력을 낮춰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죠. 350bar 충전은 700bar보다 설비 부하도 덜하고, 충전시간도 5분이면 충분합니다. 또 저렴한 심야전기를 쓸 수 있죠.”

 


중국은 발라드, 유닐리아, 루프에너지 등 캐나다 연료전지 업체와 손잡고 수소상용차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이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서고 있고, 내몽골에서 수전해로 생산한 수소를 동부 지역으로 이송하기 위한 장거리 배관망 구축사업도 시작된다. 


현대차가 중국에 들어가 HTWO라는 브랜드로 연료전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과 대만을 둘러싼 정치 이슈로 양국 관계가 틀어질 경우 새 판을 짜야 할 수도 있다.


국내 PEM 연료전지 개발사도 고민이 크다. 모빌리티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면서 제품 개발이나 투자 시점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중국 시장에 대응하려면 100kW급 대용량 스택 개발이 필요하지만, 여기엔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살아 있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 집중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곳이 많다.


자사의 연료전지를 범한자동차의 전기버스에 적용하겠다는 범한퓨얼셀 정도를 빼면 전기버스 업계에 큰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저가공세에 치여 후속 투자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자일대우버스만 해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 수순을 밟아왔다. 이는 해당 지역 부품협력사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수소시내버스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국내 수소상용차 시장에서 공급 다변화를 꾀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충분한 경제성을 낼 수 있고, 버스차고지를 거점으로 수소충전 인프라를 넓혀가면서 수소전기차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울산테크노파크 주관으로 루프에너지의 T600(60kW) 연료전지 모듈을 적용한 수소시내버스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고, 두산퓨얼셀의 미국 법인인 하이엑시엄도 발라드와 손을 잡고 수소버스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코렌스그룹의 계열사로 출발한 케이퓨얼셀, PHC그룹의 계열사로 출발한 블루에프씨도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분리판과 분리막, 촉매, 주변장치 등 연관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의 노력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했지만 기대만큼 시장이 살아나지 않았고, 기술 격차로 독점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단일 차종이 보조금을 독식하고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2, 3년 전과 비교해서 수소 전주기 사업에 대한 기업의 참여가 크게 늘었고, 탄소중립 시대에 수소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관련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연료전지만 볼 게 아니라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등 전주기 산업이 함께 살아나야 한다. 수소상용차는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 2025년 이후의 시장을 보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 와중에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동향을 체크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재경 기자 h2.inno@h2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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