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식 범한퓨얼셀 대표.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대표적인 압축기 전문업체인 범한산업은 GS칼텍스와 현대제철에서 각각 잠수함용, 건물용 연료전지 기술을 이전받은 후 군수용과 건물용에 이어 선박·버스 등의 모빌리티용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SPC)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참여해 수소충전소 구축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국산 기술로 수소압축기를 개발해 수소충전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범한산업은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물적 분할을 통해 범한퓨얼셀을 설립했다.   

지난해 액화수소탱크 기술을 보유한 두산메카텍을 인수해 액체수소충전소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범한퓨얼셀은 지난해 6월 코스닥에 상장되어 수소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연료전지 제품 라인업 확대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잠수함 연료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물용에 이어 선박·버스 등 수소모빌리티용으로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온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정영식 범한퓨얼셀 대표는 지난 4월 17일 창원 본사에서 진행된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수소사업 방향을 밝혔다.   

범한퓨얼셀의 모기업인 범한산업은 압축기 전문업체로, GS칼텍스가 10여 년간 연구개발 중이던 군수용(잠수함용) 연료전지 사업을 지난 2015년 양수받아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해 자체 기술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2018년에 진수한 장보고-Ⅲ급 잠수함의 1번함 ‘도산안창호함’에 납품했다. 

정 대표는 “‘도산안창호함’에 대한 첫 공급은 독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로, 현재까지 2, 3번함에 이어 순차적으로 납품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납품을 위해 대기 중인 범한퓨얼셀의 건물용 연료전지.

또 범한산업은 지난 2018년 현대제철로부터 건물용 연료전지(PEMFC) 사업을 양수받아 2019년부터 양산 판매를 시작해 현재까지 5kW, 6kW 제품으로 200여 대를 국내에 보급했다. 현재 창원 본사 공장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10kW 제품도 추가해 PEMFC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정 대표는 “최근 10kW 제품이 국내 최고 발전효율(40.1%)로 KS 인증을 획득해 의무화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범한퓨얼셀은 국책과제를 통해 캐스케이드형 고효율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3년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올해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향후 PEMFC보다 효율이 높은 SOFC를 통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이다. 

다만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원료인 LNG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연료전지 운영 경제성이 낮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모빌리티 연료전지 시장 진출 준비
“전세계 CO2 배출량의 상당량이 선박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IMO(국제해사기구)는 해양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2030년은 40%, 2050년엔 50%를 감축하는 강력한 규제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자체적으로 IMO보다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 예정입니다. CO2가 발생하지 않는 무탄소 선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현재 디젤 선박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LNG추진선으로 전환되었다가 2030년부터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무탄소 선박으로 이동해 2045~2050년부터는 신규로 건조되는 선박의 80% 정도가 무탄소 선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잠수함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 버스 등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범한퓨얼셀은 친환경 선박과 관련한 정부 과제 및 실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자체 기술을 축적해 향후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 범한퓨얼셀 창원 본사 전경.

범한퓨얼셀은 삼성중공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시스템’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AIP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AIP 인증은 크루즈선을 비롯한 다양한 상선의 주요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는 5MW급 이상의 액화수소 연료전지(PEMFC)로 국내 최초이다.  

또 국책과제를 통해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실증, 액화수소 기반 레저어선 개발, 해양 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LNG-수소) 선박 개발 및 실증사업 등을 수행 중이다. 

정 대표는 “범한퓨얼셀은 내충격성·고출력·고밀도·방수·방폭·방진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잠수함 연료전지를 국산 기술로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해 현재까지 잠수함 연료전지가 성공적으로 운전 중이다. 잠수함 환경에서 연료전지가 검증됐다는 것은 고객사에 엄청난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선박용 연료전지 분야는 범한퓨얼셀이 선두주자”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범한퓨얼셀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무인 잠수정 코어기술 개발’ 사업에서 무인잠수정용 수중장기체류 에너지원을 개발해 2022년 시제품을 납품했고, 2025년까지 연료전지·이차전지 하이브리드, 수소·산소 저장·공급장치, 전력변환장치 등의 에너지원 토탈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범한퓨얼셀은 선박용 외에도 수소 드론·버스 등의 모빌리티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관계사인 범한자동차와 협력해 2~3년 내로 국내 시장에 자사의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버스 보급을 시작해 향후 국내 보급실적을 바탕으로 버스·트럭 등의 수소상용차 분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범한퓨얼셀은 에프씨엠티와 모빌리티용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MEA(막전극접합체) 개발 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현재 범한퓨얼셀의 연료전지 생산능력은 매출기준으로 약 1,000억 원 규모다. 향후 연료전지 사업 확장에 대비해 지난해 6월 코스닥에 상장된 후 확보한 자금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생산능력이 가능한 공장 부지와 생산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사업 진출 예정
범한퓨얼셀은 2019년엔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SPC)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출자 참여를 통해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도 진출, 현재까지 수소충전소 30기를 수주해 17기 구축을 완료하고, 나머지는 현재 구축 중이다. 

범한퓨얼셀은 모기업인 범한산업이 국내 두 번째로 개발한 수소압축기의 기술·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 납품을 위해 대기 중인 범한퓨얼셀의 수소압축기.

정 대표는 “수소압축기는 수소충전소 구축 시 가장 중요한 구성품으로써 재료비의 50%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갖는다”라며 “모기업 범한산업의 우수한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압축기를 개발하고 상용화함으로써 가격·품질 경쟁력 모두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소 사용량이 많은 버스, 트럭 등의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 정책을 중점 추진함에 따라 액체수소충전소 등 대용량 수소충전소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용량 수소충전소 시장을 선점한 점도 범한퓨얼셀의 경쟁력이다.  

범한퓨얼셀은 국내 최초로 창원시 가포에 버스용 대형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지난 2022년 4월 준공한 바 있다. 이 충전소에 국산 대용량 수소압축기를 처음으로 공급해 현재까지 단 한 번의 충전 중단 없이 가동 중이다. 이러한 입증된 신뢰성을 바탕으로 지난 4월 7일에는 국내 최초의 수소트럭 충전소인 울산 상개 수소충전소를 준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국내에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하는 업체가 10개가 넘는데 대부분 설비를 구매해 설치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범한퓨얼셀은 압축기 등 핵심설비를 개발·제조하고 구축까지 하는 회사이다. 수소충전소의 대표적인 설비인 압축기의 경우 저압·중압·고압 등 전 범위의 압축기를 제조·설치하고 있다”라며 “수소압축기, 디스펜서, 냉동기 등 수소충전소의 핵심설비 기술을 확보한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압축(기체)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관계사인 범한메카텍, 미국 차트인더스트리와 협력해 연내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마곡지구에 있는 범한기술원 전경.

범한퓨얼셀의 모기업 범한산업은 지난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메카텍을 인수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두산메카텍은 지난 1964년 창립해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의 고정식 제품인 압력용기, 반응기, 타워, 열교환기 등의 화공기기 일체를 공급하고 있는 명실공히 글로벌 1위의 CPE(Chemical Process Equipment) 기업으로, 범한산업의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올해 4월 사명을 ‘범한메카텍’으로 변경했다.  

정 대표는 “범한메카텍은 그동안 축적해온 압력용기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액화수소 수송에 필요한 액화수소탱크를 제작해 향후 액체수소충전소에 적용하고 액화수소 산업 활성화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한퓨얼셀은 지난 2021년 9월 롯데케미칼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소연료전지 연관 사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20만 톤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과 암모니아 광분해 연구, 청정 암모니아 개발에 투자하기로 그룹 내에서 결정한 바 있다”라며 “범한퓨얼셀이 추진하고 있는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과 액체수소충전소 사업 등과 연계해 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한퓨얼셀은 해외 수소충전소 구축시장 진출도 추진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축적한 다수의 수소충전소 구축 경험을 토대로 현재 중국의 관련 업체와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협상이 성사되면 수소충전소 구축 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수소압축기를 자체 기술로 동시에 공급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끝으로 “올해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 추가 납품 계약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중대형 무인잠수정 시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10kW 인증을 획득한 건물용 연료전지도 의무화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국산 기술로 개발한 수소압축기를 활용해 대형 상용차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 더해 범한메카텍과 협력해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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