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프씨아이가 ‘1만 톤급 이하 선박용 SOFC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 실증을 위해 개발한 SOFC 연료전지 설비.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에프씨아이(FCI, Fuel Cell Innovations)는 2018년 3월에 설립된 회사다. 에쓰오일은 지난 2021년 3월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 신생 회사에 82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연관된 회사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 실체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회사는 제품으로 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FCI는 지난해 10월 1.5kW급 SOFC 시스템인 RevGEN1.5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설계검사를 통과하면서 KGS 수소연료전지 인증을 받았다. 이 제품은 55.2%의 발전효율로 국내 최고 효율을 기록했고, 열 회수 효율과 합산한 종합 시스템 효율은 95% 이상이었다.

FCI는 지난해 10월 27일 ‘1만 톤급 이하 선박용 SOFC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 개발 과제’의 기술검증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RevGEN1.5 연료전지 12개가 들어 있는 컨테이너 두 동을 선박용 디젤엔진(900kW), 배터리 기반 ESS(50kW)와 연결해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의 핵심 성능을 검증했다. 

SOFC를 선박에 탑재하는 연료전지 추진선박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테이프를 FCI가 끊은 셈이다. 

▲ 대전테크노파크 인근에 있는 FCI 본사로 왼쪽에 실험동이 붙어 있다.

FCI는 지난해 11월 대전에 본사 신축을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행보에 나섰다. 비록 가정·건물용 수요에 맞춘 1.5kW급 제품이지만, 3세대 연료전지로 통하는 SOFC 기술을 이렇게 빨리 체화해서 상업화한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우 드물다. 그만큼 준비가 잘된 회사라는 뜻이다.

FCI는 올해 말까지 45kW급 SOFC 시스템인 RevGEN45에 대한 KGS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에는 발전효율을 61%로 높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면서 CO2 포집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 ‘기술’에 사우디 ‘자본’ 더한 합작회사
FCI는 고온연료전지인 SOFC와 고온수전해(SOE) 기술을 기반으로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연료전지 핵심 기술과 첨단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하이브리드 플랜트 설계와 건설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FCI는 한국의 기술에 사우디의 자본이 더해진 합작회사입니다. 한국의 ‘수소경제’, 사우디아라비아의 ‘탄소순환경제(Circular Carbon Economy)’라는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 할 수 있죠.”

FCI 이태원 대표는 사우디왕립과학기술원(KACST)의 부원장으로 있던 유세프 박사(Dr. Yousef M. Alyousef)와의 인연을 떠올린다. 그는 현재 알파이잘대학 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상업용 제품을 조기에 개발하고, 양국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데 동의하면서 합작회사 설립이 성사됐어요. 사우디에서 에너지 부문 기술투자를 맡고 있는 타크니아에너지(Taqnia Energy)로부터 투자를 받아낸 게 결정적이었죠. 이를 기반으로 중동에서 에너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에쓰오일, 삼성물산(상사부문)의 투자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타크니아에너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Public Investment Fund) 산하의 에너지 관련 기술투자회사다. FCI는 타크니아에너지와 150MW 조건부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요처 확보에 성공했다. 또 국내에도 에쓰오일, 서산과 옥천의 연료전지발전소 등을 합쳐 200MW가 넘는 구매 의향서를 확보했다.

“사우디에 2027년까지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에 공장을 세운다는 포괄적인 산업 활성화 계획을 제안했어요. 현지에 합작사를 세우고 인력양성, 기술이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향후에 생산시설 구축, 제품 개발·연구 인프라까지 조성할 계획이죠. 모든 기술을 열어서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사우디가 다른 국가에 이 기술을 이전할 권리도 열어줄 생각입니다.”

이태원 대표는 눈앞의 작은 파이를 두고 다툴 생각이 없다. 연료전지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돼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SK와 블룸에너지의 합작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 중심의 투자 모델에는 부정적이다. 

“테슬라만 해도 특허를 무료로 공개해서 전기차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죠. 셀이나 스택에 대한 원천기술은 특허권을 통해 IP(지적재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기술을 넘기더라도 우리가 더 앞선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내놓으면 되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에프씨아이의 이태원 대표이사.

이 대표가 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연구 협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FCI는 시장 창출, 기술 협력, 재무적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 성공에 필요한 주요 요소에 개방형 혁신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참여 주체와 이익을 나누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FCI는 포스코와 해외 투자사에서 이전한 20여 건의 특허에 자사가 보유한 20여 건의 특허를 합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특허를 출원해 총 53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연료전지 소재 가공, 셀·스택 생산, 시스템 설계, 운전과 제어를 위한 AI 소프트웨어 등 전주기 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을 위한 다수의 공정특허가 포함돼 있다.

“연료전지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입니다. 열과 전기, 물을 써야 하는 플랜트 기술이 꼭 필요하죠. 그래서 융복합으로 가야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지속성이란 게 생겨나요. 중동시장을 타깃으로 해서 애초에 이렇게 잡고 차별화 전략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공정특허만 해도 블루수소나 그린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 고온연료전지와 가수분해(수전해)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중대형 플랜트에 초점을 두고 있죠.”

FCI가 먼저 주목한 것은 ‘시장’이다. 중동은 탄소중립이라는 에너지 전환 메가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수출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우디의 ‘네옴’,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같은 대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FCI는 중동을 포함한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보조금 없이는 사업화가 불가능하고, 연료비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연료전지나 수전해 제품이 자생력을 얻으려면 해외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가능해진다.  

사우디만 해도 아크와 파워(ACWA Power)는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 사업, 아람코는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린수소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사업성을 갖출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수요를 충족하기도 어렵다. 탄소순환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중동은 오히려 블루수소, 이퓨얼(e-fuel) 시장에 관심이 많다.

에쓰오일만 해도 아람코와 손을 잡고 사우디에서 생산한 블루암모니아를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파트너십을 맺은 삼성물산과 함께 청정수소, 암모니아 혼소 연료를 국내 발전회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FCI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장 맞춤형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생산·탄소포집 가능한 SOFC 개발 중
장인갑 최고운영책임자(COO), 류보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따라 본사 안에 있는 통합제어센터를 둘러본다. 통합제어센터는 FCI의 연료전지시스템을 한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곳이다. 

“회사 직원이 현재 60명이 넘어요. 연료전지 일을 오래한 연구 인력이 대부분이죠. 포스코와 두산에서 발전용 연료전지 플랜트를 개발해서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어요.”

장인갑 전무의 말이다. 

▲ 두 직원이 통합제어센터에서 FCI의 연료전지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의 퓨얼셀에너지와 MCFC(용융탄산염연료전지) 사업을 전개한 적이 있고, 두산은 미국 클리어엣지파워의 PAFC(인산형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건물용·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SK가 블룸에너지와 손을 잡고 SOFC 사업을 시작한 건 그 후의 일이다. 

FCI의 SOFC 기술은 포스코와 깊은 연관이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전신인 포스코파워 시절부터 SOFC 원천기술 확보에 힘써왔다. 지난 2007년 5월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SOFC 기술개발을 지원해왔고 포항공과대(POSTECH), 한국과학기술원 등 국내 대학, 연구소와 협력 연구를 이어왔다. RIST는 1,000㎠급 셀 양산 기술을 확보했고, 이 기술은 IP 특허를 통해 FCI로 넘어와 있다. 

“포스코의 SOFC 특허를 통해 제조기술에 대한 노하우까지 전수받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100MW가 넘는 대형 연료전지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해서 서비스한 경험을 토대로 해외의 많은 전문가, 컨설턴트와 소통하면서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죠.”

RevGEN1.5 연료전지의 조립라인은 본관동 2층에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조립을 마친 제품은 완제품 검수작업에 해당하는 ‘공장 수락시험(Final Acceptance Test)’을 진행하게 된다.

▲ 본관동 2층의 RevGEN1.5 조립라인.
▲ RevGEN1.5의 완제품 검수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동과 셀 생산동은 본관동 2층의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실험동에는 연료전지 모듈 성능평가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평판형 셀과 스택을 볼 수 있다. 셀이 크면 열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크기를 키우지 않고 작은 셀을 바둑판 형태로 쌓아 스택을 만들기도 한다. 

실험동을 나와 복도 하나를 지나면 셀 생산동이 나온다. 

SOFC 셀 생산시설을 돌아볼 기회는 흔치 않다. 연료극에 해당하는 애노드를 테이프 캐스팅(Tape Casting) 방식으로 뽑아내면 장판 같은 그린시트가 나온다. 이 시트에 스크린 프린팅으로 전해질을 코팅한 후 퍼니스에서 고온으로 굽게 된다. 여기에 캐소드 전극을 코팅한 후 다시 구우면 하나의 셀이 완성된다. 

▲ 셀 생산동에서 그린시트 생산을 위한 테이프 캐스팅 공정이 진행 중이다.

RevGEN1.5에 들어가는 셀은 가로세로 7cm에 불과하다. 초콜릿 두께의 얇은 도자기라고 보면 된다. 도자기를 빚고 유약을 발라서 굽는 도공의 숙련된 손길이 SOFC 셀 제작에도 필요하다. 

SOFC 평판형 셀은 연료극지지형 셀(ASC)과 전해질지지형 셀(ESC)로 크게 나눌 수 있다. ASC는 중·저온 영역(650~750℃)에서도 높은 출력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SC는 높은 출력밀도를 얻기 위해 고온 영역(800~900℃)에서 구동하는 단점이 있지만 연료 효율이 높은 편이다. 블룸에너지는 ESC, FCI는 ASC를 겹겹이 쌓아 스택을 만든다. 

“정확히 700℃에서 운전이 됩니다. 효율은 연료와 공기를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어요. FCI는 발전용보다는 수소생산을 위한 수전해 융복합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습니다. 중동은 발전보다 수소생산 쪽에 더 관심이 많죠.” 

최고기술책임자인 류보현 이사는 “SOFC로 전기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연료전지 자체를 개질기처럼 활용해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천연가스를 더 많이 넣어서 수소를 생산하는 식이다. 연료비가 저렴하면 경제성을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중동은 청정수소 수출국이 되길 원해요. CO2를 포집해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형태의 블루수소 생산기술에 대한 수요가 분명합니다. 연료전지로 발전을 하면 CO2가 산소, 스팀 등과 섞여서 0.44%가량 낮은 농도로 나와요. 이걸 정제하려면 PSA(압력순환흡착) 설비를 붙여서 돌려야 하는데, 공정이 복잡하고 경제성도 떨어지죠.”

FCI는 이를 보완해서 공정상에 CO2 순도를 100% 가깝게 높여서 효율적으로 탄소를 잡아내는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CO2를 압축해서 액화탄산으로 바로 유통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검증은 이미 마쳤고, 파일럿 설비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한다. 

SOFC와 SOE는 기술의 뿌리가 같다. FCI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SOE 수전해 기술이 꼭 필요하다. 류보현 이사는 “하루에 1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SOE 제품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에 ‘수소·연료전지 산업단지’ 건설 예정
셀 생산동 1층에 파란 컨테이너박스 2개가 놓여 있다. 문을 열자 RevGEN1.5가 보인다. 지난해 ‘1만 톤급 이하 선박용 SOFC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 개발 과제’를 위해 만든 실증용 설비라 할 수 있다. 

컨테이너 하나당 12개의 연료전지가 들어 있다. 총 36kW급 설비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전북본부가 있는 군산에 설치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SOFC 시스템 단독운전을 비롯해 내연기관 엔진, ESS와 물려 선박의 운항모드별 운전실증을 진행해 당초 계획한 정량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 장인갑 전무, 류보현 이사가 ‘선박용 SOFC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 실증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향후 SOFC는 EC 60068-2 국제표준 시험규격에 따른 고온, 저온, 온습도, 염수분무, 진동, 경사 시험 등 해상환경 적용성 검증을 거쳐 선박에 활용될 수 있다. SOFC는 LNG,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연료전지 추진선박에 유용하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마이크로그리드, 통신장비 전원 등 고정식 연료전지로도 활용도가 높다. FCI는 가로 6m 길이의 20피트 컨테이너에 45kW급 연료전지를 넣은 RevGEN45의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KGS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240kW SOFC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FCI가 개발 중인 45kW급 RevGEN45.

“연료전지 기술자 출신이라 늘 경계하는 점이 있어요. 기술에서 출발하면 보이는 게 별로 없어요. 사업가의 눈으로 에너지 정책이나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주시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에 집중해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합니다. 대기업이 안 하는 일, 들어가기 힘든 시장을 발굴해서 차별화된 모델로 승부를 해야죠.”

이태원 대표는 “사우디에 새로운 합작법인을 세우기 위한 현지 투자 유치에 나섰다”며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FCI가 사우디와의 합작회사인 만큼 사우디 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다. 이퓨얼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의 네옴시티 실증 과제를 준비하고 있고, 사우디산업투자공사(Dussur) 등과 협력해서 현지 부품생산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생산 거점은 경북 포항으로 정했다. 지난해 10월 포항시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4만8,548m2(약 1.5만 평)에 2027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및 수소생산설비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연료전지 조립동을 완공하고, 2024년에는 연료전지 셀·스택 생산동을, 2025년에는 고온수전해장치(SOE) 조립동을 세우는 일정이다. 포항에 들어서는 FCI의 ‘수소·연료전지 산업단지(Hydrogen & Fuel Cell Industrial Park)’는 연료전지·수전해 제품 양산, 글로벌 EPC와 유지보수 서비스, 해외 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해외 기술이전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연료전지 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의 협업이 요구됩니다. 해외 수출을 위해 국내에서 공식적인 실증 결과를 확보해야 하고, 부품회사 육성을 통해 대량생산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하죠.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은 안전기준이나 인증조건, 수소산업 육성정책이 달라요. 나라별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모듈식 부품 조립이 필요하고, 이를 구현할 소재·부품 회사를 지자체와 함께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포항시는 블루밸리 산단을 중심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적극적이다. 또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어 설립한 한국퓨얼셀의 포항공장이 자리하고 있어 연료전지 산업 협력이나 부품회사 확보에 유리하다. 

핵심 부품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FCI는 자사의 스택에 유럽이나 중국의 경쟁사 주요 부품을 쓸 수 있도록 설계를 반영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부품업체를 다변화하고 자동화 설비를 통해 양산 가격을 낮춰가겠다는 전략이다.

▲ 류보현 이사가 내구 테스트를 위해 운전 중인 1.5kW급 연료전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태원 대표의 말을 곱씹어보니 체계가 잘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가 있다고 해서 뛰어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리란 보장은 없다. 또 투자를 받아도 그 돈을 어떻게 굴릴지 모르면 눈먼 돈에 불과하다. 

PAFC와 MCFC라는 2세대 연료전지 플랜트 사업을 속속들이 경험한 직원들이 FCI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라는 큰 기업이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SOFC 기술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사우디의 자본이 더해져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메나(MENA) 지역의 초기시장 확보에도 성공했다. 

국내 기술에 해외 자본을 더한 FCI는 출발점이 남다르다. RevGEN1.5로 첫 테이프를 끊기 무섭게 질주를 시작했다. FCI의 글로벌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SOFC·SOE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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