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의 발안 천연가스 공급관리소(경기도 화성시)에 구축된 복합에너지 허브.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관련 사회적 갈등(동해안-수도권 간 HVDC, 당진화력-신송산 345kV 송전선 건설 등)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분산에너지와 섹터커플링이다. 

분산에너지는 소규모 발전소 중심의 분산형 발전으로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사업법에는 전력수요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의 모든 발전 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용 발전 설비로 정의되어 있다. 

분산에너지가 활성화되면 대규모 송전·발전소가 필요하지 않고, 발전원의 분산화에 따라 중앙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독립적인 에너지의 생산·소비가 가능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 ‘전력-비 전력 부문 간 결합’을 뜻하는 ‘섹터커플링(Sector-Coupling)’은 분산에너지의 한 요소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발전 부문의 잉여전력을 열(P2H), 가스(P2G), 운송(V2G) 부문의 에너지와 결합해 필요할 경우 상호 전환・활용하는 기술이다. 

P2H(Power to Heat)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전기보일러·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열에너지로 전환, 난방사용자에게 공급하거나 축열조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P2G(Power to Gas)는 잉여전력을 활용, 물을 분해해 수소(H2) 형태로 전환하거나 수소를 이산화탄소(CO2)와 반응시켜 메탄(CH4) 등의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V2G(Vehicle to Grid)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계통과 연계해 충·방전할 수 있도록 활용해 전기차가 이동 발전소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
미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분산에너지 체계에 적합한 계통 관리 방안, 잉여전력 해소 대책 등을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국내는 지난 2019년 6월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통해 분산에너지 확대 목표(2040년 발전량 30%)를 제시했다. 이후 지난 2021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그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전력 다소비 사업자에 대해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부과 △중소규모 재생에너지를 모아 시장에 입찰하는 통합발전소(VPP) 제도 도입 △분산에너지에 대해 급전·제어를 수행하는 배전망운영자(DSO) 제도 도입 △자급자족형 시스템 실증을 위한 마을 단위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섹터커플링은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의 13대 분야에 포함됐다.   
 
화성에 복합에너지 허브 구축
국내에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 한국가스공사의 복합에너지 허브 실증사업이 주목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9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약 220억 원 규모의 ‘지능형 통합에너지플랫폼 기반 복합에너지 허브 시범구축 및 기술 실증’ 사업에 착수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9년 5일 경기도 화성시 및 이번 과제의 참여기관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성시에 있는 발안 천연가스 공급관리소에서 이번 과제를 실증하기로 합의했다. 수소도시 조성을 계획한 화성시가 복합에너지 허브를 수소도시 모델로 활용하려는 의지도 반영됐다.  

▲ 복합에너지 허브 사업모델.

이번 사업은 천연가스 공급관리소를 기반으로 지역 거점형 전기·천연가스·열·수소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를 구축하고, 마이크로그리드와 연계하는 기술을 실증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전력 중심 마이크로그리드와 달리 천연가스, 수소 연계 복합발전을 통해 에너지 수요처에 필요한 최적의 에너지원(전력, 냉·온열, 수소, 천연가스)을 선택해서 공급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복합에너지 허브의 생산 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내의 다양한 발전원 및 열원 기기들을 최적화하고 통합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사업은 △1.5MW급 TEG-연료전지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 구축 및 운영 △수소-전기차 융복합충전소 설치 및 운영 △440kW급 수소생산형 연료전지(PAFC) 개발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성 및 통합관리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CO2 저감효과 20%, 수소생산형 연료전지시스템(TRI-GEN) 종합효율 72.7%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터보팽창형 정압설비(TEG), 연료전지(발전용, 수소생산용), 가스엔진 발전(CHP), 패키지형 수소 압축・저장설비, 수소전기차 충전소, 전기차충전소, 태양광발전, V2G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통제설비 등이 구축되어 성능・안전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발전원이 한곳에…수소까지 생산
먼저 터보팽창형 정압설비(TEG: Turbo Expander Generator)는 압력 차이를 이용하는 발전인 ‘감압발전용’으로 활용된다. 천연가스 공급의 고압부에서 저압부로 전환되는 지점의 에너지 차이를 포집하는 발전원으로 기존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액화 형태로 국내 수입된 천연가스는 인천, 평택, 통영 등 5개의 LNG 인수기지에서 기화되어 주 배관망을 통해 전국 151개의 공급관리소로 고압(65bar) 송출되고, 공급관리소에서 감압(25bar 또는 8.5bar)해 도시가스사나 발전소로 공급된다. 이때 감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에너지는 활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 1.5MW급 터보팽창형 정압설비(TEG).

한국가스공사와 한화파워시스템은 이렇게 버려지는 압력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1,500kW급 감압발전 설비(TEG)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이는 일반가정 약 400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김형태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수소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폐압 발전을 국산화 하는 것”이라며 “폐압이 아직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인데, 향후 신재생에너지에 들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사업성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감압발전과 연계한 연료전지시스템(PAFC 440kW급, 두산퓨얼셀) 2기가 설치됐다. PAFC는 기본적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발전 설비다.  

천연가스를 송출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낮아지면 가스 온도가 내려가기에 가스 온도를 높여주기 위한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스를 공급할 때는 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예열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러나 연료전지에서 생산되는 열을 활용하면 예열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연료전지 기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제 1.5MW 규모의 TEG에 충분히 열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4~5기가 필요한데, 실증용이라서 2기만 설치한 것”이라며 “연료전지 2기가 감압발전 예열의 30%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기・열・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트라이젠 연료전지(좌)와 전기뿐 아니라 터보팽창형 정압설비에 열을 공급하는 연료전지(우).

설치된 연료전지시스템 2기 중 하나는 두산퓨얼셀이 정부·공기업 협력사업으로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개발한 수소생산형 연료전지시스템(TRI-GEN, 삼중발전시스템)이다. 전기와 열뿐만 아니라 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존 연료전지는 천연가스-스팀 개질을 통해 생산된 수소가 스택에 투입되어 전기를 생산하고, 이후 스택에서 버려지는 합성가스(수소, 이산화탄소, 메탄 등)를 다시 개질기로 보내서 천연가스와 혼합하면 개질기 내부 온도를 높여 열효율을 높이는 구조”라며 “트라이젠(TRI-GEN)은 이러한 기존 연료전지 구조 외에도 앞단의 개질기로 다시 보내는 합성가스 일부를 정제기(PSA)로 보내 정제과정을 거쳐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기존 연료전지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 수소생산형 연료전지(트라이젠)에서 나오는 합성가스를 받아 정제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PSA 설비.  
▲ 정제설비를 거쳐 생산된 고순도 수소를 820bar로 압축・저장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한화파워시스템이 개발한 패키지형 수소 압축・저장설비(820bar)를 통해 수소충전소에 공급되어 수소전기차 충전에 활용된다.

특히 트라이젠은 수요에 따라 모드를 조정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E-only 모드, 전기・수소・열을 공급하는 Tri-gen 모드 등으로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연료전지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존 수소충전소는 수소차 충전 수요와 상관없이 설비 가동으로 인한 운영비 측면의 부담이 있다”라며 “그러나 트라이젠을 연계한 수소충전소는 수소차가 충전하러 올 때는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차 충전 수요가 없을 때는 발전만 하도록 하는 등 수요에 반응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두산퓨얼셀의 트라이젠 소개 자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결과 수소생산량을 최대(230kg/day) 모드로 할 때는 350kW, 중간(150kg/day)은 400kW, 최소(70kg/day)와 제로(0kg/day)는  440kW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생산 제로 모드는 최소 모드보다 열 생산에 집중해 수소생산이 제로다.

응답성도 빠르다. E-only 모드에서 Tri-gen 모드 간 빠른 전환으로 목표 출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생산 모드에서 발전 모드로 전환 시 2분 이내에 최대 전기 출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퓨얼셀은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트라이젠의 기술검증을 완료할 예정이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도시가스 배관망을 통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주요 거점에 트라이젠을 설치하면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고, 바로 전기와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수소차 복합충전소 운영이 가능하다”라며 “트라이젠은 반응 속도가 빨라 수소와 전기를 수요에 맞게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퓨얼셀은 이미 트라이젠 사업화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실증을 마무리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상업용 온사이트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설치할 계획이다. 

▲ 복합에너지 허브 내 구축된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가 충전 중이다.

복합에너지 허브에는 태양광발전 등 계통에서 전력이 중단되는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가동하는 150kW급 가스엔진 발전기(CHP)도 설치되어 있다. 

복합에너지 허브에 구축된 TEG, 연료전지 등 여러 발전원에서 생산되는 총 전력은 약 2.6MW로, 일반가정 700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사업에는 감압발전 등 새롭게 시도하는 기술개발이 포함되어 있어 현행 제도에서는 실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로 해결했다. 

우선 감압발전과 에너지관리 플랫폼 등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현행 제도에서는 감압발전으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인근 수요처에 직접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전력시장의 직접거래가 허용됐지만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너지로 한정되어 있다. 실증특례를 통해 복합에너지 허브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허브 내 관리건물 및 융복합충전소(전기+수소)와 인근 상가 건물에 공급하고 있다.

▲ 복합에너지 허브 안에 구축된 전기차충전소.

한편 전기차충전소(충전기 3대)의 경우 ‘스마트차징’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사업소에서 전기차 충전기(급속) 3대를 놓으면 총 150kW(대당 50kW)이다.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150kW에 해당하는 기본요금을 내야 하므로 비용부담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차징 방식을 도입했다. 충전기 3대(150kW 용량)의 전력을 총 100kW로 제한한 것이다. 차 1대가 오면 50kW, 2대가 오면 45kW씩, 3대가 오면 30kW씩 충전하도록 해서 총 100kW가 넘지 않게 전력을 공급한다. 실제 수요에 따라 반응해서 실시간으로 충전하는 시스템으로 전기요금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V2G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의 배터리를 방전해 전기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또 이번 실증사업에 포함된 양방향 전기차충전(V2G)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확보되어 있었지만 양방향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기준이 없어 실증특례를 통해 국내 최초로 실증을 추진 중이다.

V2G는 전기자동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기차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로, V2G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의 배터리를 방전해 전기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발안 공급관리소에 구축된 복합에너지 허브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발전원과 신기술이 집약된 곳”이라며 “실제 복합에너지 허브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전력수요 피크(최대 부하)에 대응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는 4~5월 정도에 사업성(경제성)을 분석하고, 향후 보급 사업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형태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수소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복합에너지 허브 상황실에서 실증 운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트라이젠 연계 융복합충전소, 연료전지 연계 TEG 사업 모델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TEG는 발전용량이 커질수록 경제성 확보가 용이해 향후 전국 천연가스 공급관리소로 확대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실증 규모(1.5MW)보다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과제를 통해 종합적으로 확인해서 사업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성 복합에너지 허브는 기존 전력・열・가스・수소의 개별적 중앙집중 방식에서 통합・분산 공급방식으로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국가스공사와 두산퓨얼셀은 지난 2021년 9월 ‘2021 수소 모빌리티쇼’의 ‘H2 Innovation Award’에서 트라이젠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수상을 받았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2’의 ‘CES INNOVATION AWARDS’에서도 수상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은 지난 2021년 10월 복합에너지 허브 구축으로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