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인스텍이 수소충전소용으로 출시한 코리올리 질량유량계 SCF-3000.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숀 펜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21그램’은 영혼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영혼의 무게까지는 아니어도 수소의 무게는 어떻게 재는 걸까? 

수소는 주기율표 1족 1주기에 속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에 든다. 원자량은 1.00794g/mol, 밀도는 0.08988g/L에 불과하다. 수소 원자 2개가 결합된 분자(H2)로 존재하는 수소기체의 무게를 재는 데는 특별한 계측기가 필요하다. 

“코리올리 질량유량계로 잽니다. 국내 수소충전소에선 레오닉(Rheonik)이나 코볼드(Kobold) 같은 독일 회사 제품을 주로 쓰고 있죠. 충남 규제자유특구에서 수소충전 실증을 진행했고 신기술(NET) 인증도 받았지만, 제품을 시장에 유통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분자량이 작은 수소는 영하 40℃에 이르는 저온에서 700기압에 이르는 고압으로 충전이 된다. 바로 이 수소기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코리올리 유량계(모델명 SCF-3000)를 개발한 서진인스텍을 찾았다.
 
역삼각형 센서 튜브로 ‘동일성’ 구현
코리올리(Coriolis)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름이다. 물리학 시간에 ‘코리올리 효과’란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의 자전운동 덕분에 직선으로 던진 공은 원심력을 받아 한쪽으로 휘게 된다. 코리올리 유량계는 이 현상을 유체의 질량 측정에 활용한 계측기를 이른다.

“역삼각형으로 생긴 이 장비가 유량을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수소 질량을 재는 하드웨어 장비라 할 수 있죠. 왼쪽에 있는 건 디스펜서(충전기)에 들어가는 700bar용 센서, 오른쪽에 있는 건 튜브트레일러에서 수소가 들어오는 양을 측정하는 200bar용 센서입니다. 크기는 700bar용이 더 크죠.”

▲ SCF-3000 제품의 센서 내부로 역삼각형 관로가 들어 있다.

서진인스텍 조승빈 연구소장이 테스트 중인 제품을 가리킨다. 역삼각형으로 꽂힌 두 개의 관로(금속 튜브) 안으로 수소기체가 이동하게 된다. 가까이서 보니 쌍둥이 모양의 튜브가 바르르 떨며 진동을 하고 있다. 상단 중앙에 있는 드라이브 코일이 떨림을 만들어낸다. 

“관로의 동일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두 개의 금속관이 똑같은 파장을 내면서 떨어야 한다는 뜻이죠.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바로 정상으로 회복해서 동일한 주파수를 내야 해요. 튜브에 손을 한번 대보세요.”

시키는 대로 한다. 손가락을 떼자 동작을 멈췄던 관로가 바르르 떨며 다시 살아난다. 심박동 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가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나면서 심박 모니터에 물결 모양의 파형이 요동치는 것 같다. 

▲ 700bar용 코리올리 유량계의 센서 튜브에 손가락을 대자 진동이 멈춘다.

“튜브가 꺾이는 양쪽 끝단에 자석과 코일로 이뤄진 픽업코일이 하나씩 달려 있죠. 관로의 흔들림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 역할을 해요. 한쪽은 기체가 들어가는 유입구, 한쪽은 기체가 빠져나가는 유출구에 속하죠. 수소기체가 관의 곡선 구간을 흐를 때 발생하는 ‘코리올리 힘’에 따라 관로가 좌우로 비틀리게 되는데, 바로 이 위상차를 전기신호로 받아서 수소의 양을 정밀하게 계산하게 됩니다.”

관로가 진동하면서 양쪽 픽업코일에 생성되는 전압이 사인곡선을 그리게 된다. 유량이 흐르면 코리올리 힘으로 유입부와 유출부의 사인곡선 간에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 미세한 시간차를 감지해서 증폭한 다음 프로그램으로 분석해서 관로를 지나는 유체의 질량을 측정하게 된다.

“관 속을 흐르는 기체의 양이 많을수록 비틀림이 심해지면서 시간차가 더 커지게 되죠. 신호처리 회로 쪽에 알고리즘을 짜서 이런 미세한 시간차를 정밀하게 측정해요. 물 같은 액체류는 측정되는 데이터가 많지만 기체는 질량이 적기 때문에 그렇지가 않죠. 그래서 이를 교정하고 보정하는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해요. 센서가 감지한 데이터를 케이블로 받아서 처리하는 전송기(Transmitter)가 세트로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송기는 센서에서 나온 신호를 받아 정보를 처리해서 내보낸다. 바로 옆에서 PCB 보드로 이뤄진 전송기의 에이징 테스트가 한창이다. 에이징 테스트(Aging Test)는 시스템 장치의 한계 상황을 인위적으로 부여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검사법이다. 이 테스트를 이겨내야 제품화가 가능하다.

▲ 설계팀 김동현 책임연구원이 전송기에 들어가는 PBC 보드의 에이징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전송기에 들어가는 PCB 보드로 에이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서진인스텍은 수위, 유량 분야의 현장 계측기기를 만드는 기술 전문 회사다. 1979년에 창업해서 올해로 벌써 44주년을 맞았다. 유량계의 경우 액체보다 기체 측정이 확실히 어렵다. 센서에 잡히는 유체의 데이터량이 적기 때문에 더 높은 해석력과 정밀성이 요구된다.

“유랑계 쪽으로는 끝단의 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기체 중에서도 수소가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요. 분자량이 작은 저유량 유체에 드는 데다 700기압이 넘는 고압충전 상황에서 온도와 압력이 급변하니까요. 순간순간 기체의 질량이 변하고 센서 튜브의 탄성도 달라지죠. 금속 튜브를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센서 튜브만 서른 개 가까이 만들어서 테스트를 진행했죠.”

조승빈 소장이 그동안 만든 시제품 몇 개를 보여준다. U자도 있고 T자 모양도 있다. 레오닉은 오메가(Ω) 모양으로 관로를 제작한다. 이론상 원형에 가까울수록 데이터를 얻기가 좋지만, 원하는 형상대로 금속관을 매끈하게 구부리는 기술이 매우 어렵다. 

▲ 서진인스텍 조승빈 연구소장이 그동안 개발한 센서 튜브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직 국내 기술로는 정밀한 벤딩이나 용접 기술에 한계가 있다. 또 드라이브 모터나 센서 위치 등에 특허가 걸려 있어 함부로 따라할 수도 없다. 서진인스텍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역삼각형으로 동일성을 구현했다.

“센서 튜브 설계를 아무리 잘해도 이를 그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워요. 금속을 원하는 형상으로 구부리고 용접하는 과정에서 열변형이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특성이 변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동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특수공정 기술을 찾아내는 게 관건입니다. 또 저온에 따른 튜브의 특성 변화, 온도와 압력에 따른 유체의 특성 변화를 감안해서 회로부의 안정적인 유량데이터를 구현해야 하죠. 이런 차이를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여기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내압, 본질안전 방폭 인증
서진인스텍은 25년 전에 코리올리 유량계(액체용) 개발에 도전한 적이 있다. 정부 과제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코리올리 유량계 개발에 나서 시제품을 만든 경험이 있다. 당시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양산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수소기체용 코리올리 유량계 개발은 5년 전에 시작했어요. 2018년부터 에기평(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로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죠. 우리가 주관기관으로 들어가서 유량계를 만들고, 가스공사가 테스트베드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기술이전을 받아서라도 제품 개발에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의욕적으로 도전했습니다.”

김상수 대표가 지난 일을 회고한다. 그는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찾아 독일 업체와 접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곧장 중국으로 날아가 독일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베이징 업체와 논의했지만, 너무 큰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자체 개발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개발 과제는 2021년에 완료됐다. 서진인스텍은 그해 4월에 2건의 특허등록을 마쳤다. 하나는 ‘코리올리 질량유량계, 이에 포함된 유로관 및 이를 이용한 유량 측정 방법’, 또 하나는 ‘코리올리 질량유량계 유량 측정 시스템 및 방법’이다. 전자가 하드웨어 쪽 기술이라면, 후자는 소프트웨어 쪽 기술이다.

제품 개발은 물을 유체로 해서 진행했다. 서진인스텍은 본사 공장에 교정센터를 갖추고 있다. KOLAS 인정기관으로 전자 유량계나 초음파 유량계에 대한 검증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수소는 예외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관련 부품이나 장비에 대한 인증 기준을 이제 막 갖춰가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널리 쓰는 독일 레오닉, 코볼드 사 유량계를 기준계로 달아서 우리가 개발한 시제품을 비교 측정하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었어요. 무게가 가벼운 수소는 저유량에 속해서 규모가 작아도 충분합니다. 배관을 따로 해서 하나는 코볼드 제품, 하나는 레오닉 제품을 연결했어요. 끝단에 정밀저울을 놓고 유량을 재서 정확도를 확인하게 되죠.”

물로 질량 시험을 하면서 시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가스공사의 인천 송도 테스트베드에서 질소를 활용해 수소충전을 모사하는 평가 테스트도 완료했다. 서진인스텍의 코리올리 유량계는 ±0.1% 이내 정밀도를 유지했다. 

▲ 서진인스텍 김상수 대표이사.

“실제로 수소기체를 넣어서 유량을 재는 테스트는 진행하지 못했어요. 법적으로 수소전기차가 아니면 수소를 충전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로 규제자유특구 실증사업에 이름을 올리고 수소충전소 실증을 진행했습니다. 충남에 있는 내포 수소충전소에 코리올리 유량계 두 개를 설치했죠. 정밀저울이 달린 중량식 검사장치를 동원해서 유량계의 정확도에 대한 평가를 받았어요.”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충남에서 진행한 ‘수소충전소 부품·설비·검사 장치 실증사업’을 말한다. 계측기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수소전기차 운전자와 수소충전소 운영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수소 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수소량 측정 방식(체적 측정)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수소량 측정 방식(중량 측정)과 어긋나면 안 그래도 적자인 수소충전소의 운영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소충전소에 중량식 검사장치를 설치하고 수소 입고량과 출고량을 비교 분석하는 실증 평가가 내포 충전소에서 진행됐다. 서진인스텍 외에도 피디케이, 발맥스기술,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실증에 참여했다. 

“일정량의 수소를 검사장치 용기에 충전해서 중량을 재고, 수소유량 검증과 유량계 정확도를 보정하는 실증이 현장에서 이뤄졌어요. 실증 후에 펴낸 보고서에도 나오지만, 우리 제품이 표준과학연구원과 산업기술연구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해외 제품과 비교해서 정확도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죠.”

수소의 무게를 재는 코리올리 유량계의 경우 화재나 폭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방폭 인증을 필히 받아야 한다. 서진인스텍은 지난해 초 자사의 코리올리 유량계로 국내 최초 내압, 본질안전 방폭 인증을 받았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SCR-3000 제품에 대한 사업화에 나섰고, 작년 연말에는 NET 인증도 확보했다.

▲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수소충전소 현장에 설치가 된 건 아직 없어요. 상업용 충전소에 납품하는 일이 중요한데, 수소시장 진입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현장에 들어가서 제품이 돌아야 외국 제품과 비교해서 피드백이라도 받을 텐데, 아직 그 기회를 못 잡고 있죠. 디스펜서 업체 쪽에 납품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업체 측에서 납품 실적이나 수명시험 성적서를 요구할 때면 난감하다. 수명시험만 해도 따로 스위치가 달린 게 아니어서 이를 증명하기가 어렵다. 또 내포 충전소에서 진행한 질량 검사를 매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산이라고 그냥 받아주는 곳은 없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비스 대응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제품 성능이 외국산에 뒤지지 않으면서 시스템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첫 허들을 넘기가 정말 어렵다. 신제품 개발에 쏟는 노력과는 별개로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수소기체용 코리올리 유량계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정부가 부품·장비 국산화에 신경을 쓰는 것도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낮추기 위함이다. 국산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기존 업체들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가격을 낮추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소재 산업이 발달한 독일이 이 분야에 가장 앞서 있죠. 화학, 플랜트, 발전 등 산업의 여러 부문에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도 수소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라 우리가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수소충전소 시장이 살아 있고, 하루에도 수십 대의 차량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코리올리 유량계 기술은 액화수소 쪽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죠. 시장이 열리는 단계라 도전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독일 제품과 성능 비교 위한 테스트베드 갖춰
공장 지하에 있는 교정센터로 향한다. 전자 유랑계나 초음파 유량계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배관 설비를 잘 갖추고 있다. 코리올리 유량계 개발을 위해 설치한 테스트베드는 맨 안쪽에 있다. 코볼드, 레오닉 제품을 비교기로 달아놓고 자체 개발한 제품을 중량식으로 측정·교정하는 설비다. 

“상온, 상압에서 액체인 물을 흘려서 유량을 측정하게 되죠. 앞단에 있는 코볼드, 레오닉 사 제품으로 측정한 유량과 우리 제품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할 수 있어요. 마지막 단에 있는 정밀저울로 중량을 재서 질량유량의 정확도를 검증하게 되죠.”

기술연구소 최수호 책임연구원이 테스트베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 코리올리 질량유량계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설비.

앞쪽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유량계 교정시스템(Flowmeter Calibration System)’의 배관도가 잘 나와 있다. 수조에서 보낸 물의 양을 각 유량계가 측정하고 이 값을 정밀저울의 중량값과 비교하게 된다. 정밀저울은 유량에 따라 2개를 쓰고 있다. 

회사별로 센서 튜브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방폭 케이스 외관만 보면 코볼드 제품은 원형, 레오닉 사는 직사각형이다. 크기는 레오닉 제품이 확실히 작다. 

▲ 비교 측정을 위해 설치한 독일 코볼드 사의 센서(원형)와 레오닉 사의 센서(오른쪽 직사각형).

“수소충전소용으로 나온 SCF-3000은 ICEx, ATEX, KCs 본질안전 방폭 인증을 받은 안전한 제품이죠. 센서 튜브의 동일성을 구현하는 일 못지않게 여기서 생길 수 있는 미세한 차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하는 해석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에 회사의 기술력이 녹아 있죠.”

최수호 책임연구원은 통상 충전소 한 곳당 3개 정도의 코리올리 유량계가 들어간다고 한다. 하나는 튜브트레일러에서 들어오는 입고량 측정용, 하나는 디스펜서 쪽에 다는 과금용이다. 나머지 하나는 중간 공정상 유량 측정이 필요한 곳에 들어간다. 디스펜서 수가 늘면 그만큼 유량계 수도 추가된다.

정확한 질량 측정은 수소시장의 신뢰와 직결된다. 디스펜서 화면을 보면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중량 단위(kg)로 충전량이 표시된다. 이 무게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만큼 유량계가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한다. 

1979년 창업 당시 서진인스텍의 사명은 ‘서진레벨’이었다. 레벨 제품을 주력으로 성장했고, 이후 정밀계측 기술을 요하는 계측기(Instrument) 시장이 커지자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에 사명을 ‘서진인스텍’으로 바꿨다.

서진인스텍은 레벨계, 유량계를 중심으로 온도계, 압력계 등 현장 계측·제어 기기를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빌딩의 자동제어, 발전·석유화학 플랜트 분야를 기반으로 수처리 산업(상·하수, 담수, 공업용수), 신재생에너지(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 수소) 분야로 확장을 모색해왔다.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뜨고 있죠. 신재생 쪽으로는 ‘수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정부가 수소 로드맵을 만들고 법제화해서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코리올리 유량계 개발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된 사업입니다.”

김상수 대표는 “현장 계측기가 점점 고도화되고 스마트화되는 쪽으로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센서, 무선통신, 자가진단기술 등을 탑재한 다기능 제품을 원한다. 공정 자동화를 위한 계측기기 제조 기업인 지멘스, 엔드레스하우저, 에머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 최수호 책임연구원이 테스트베드에 체결된 센서를 살펴보고 있다.

서진인스텍의 오랜 비전을 담은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기업의 높이보다 기술의 깊이를 생각합니다.” 

레벨계나 유량계 전문업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서진인스텍만 하더라도 주요 품목 50여 가지를 중심으로 여기서 파생되는 제품을 주문받아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시간과 공력이 쌓여야 나오는 기술로, 한 우물을 파는 장인정신이 요구된다. 

수소충전소 수십 곳을 다녔지만 코리올리 유량계를 본 기억이 없다. 이번에 서진인스텍을 통해 그 역할을 배우고, 구조와 작동법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작고 소중한 보물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알고도 지나칠 때가 많다. 지구는 지금도 자전하면서 바람을 일으켜 구름을 밀어내고 나뭇잎을 흔들어댄다. 그리고 수소가 통과하는 지름 3mm의 가는 관을 흔들어 위상차를 만들어낸다. 

코리올리 유량계를 보면서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기준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방향이 다를 뿐이다. ‘높이’로 가든 ‘깊이’로 가든, 옆으로 뉘여서 보면 길고 짧음이 단박에 드러난다. 

그러니 깊다고 해서 그 낮음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기술기업은 한눈팔지 말고 기술의 깊이로 승부해야 한다. 계측의 세계에서만큼은 트렌드가 ‘기준’과 ‘정확성’을 앞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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