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평택 수소생산기지.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천연가스, LPG 등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추출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그레이수소’라고 불린다. 현재 국내 구축 중인 수소생산기지는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수소 1톤을 생산하는 데 10톤 정도의 CO2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별도 처리 과정이 없으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수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처리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됐다. 블루수소가 부상한 배경이다. 블루수소는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로, CO2-free(무탄소) 수소인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양산이 가능할 때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블루수소 정책 방향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청정수소 공급체계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 연간 2,790만 톤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로 공급하고, 국내 생산은 물론 우리 기술·자본으로 생산한 해외 청정수소 도입으로 청정수소 자급률을 6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전해 실증을 통해 대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기반을 구축해 2030년 25만 톤(3,500원/kg)에서 2050년 300만 톤(2,500원/kg)으로 그린수소 생산을 확대한다. 블루수소는 2030년 75만 톤, 2050년까지 200만 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가스공사 LNG 인수기지 전경.

정부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을 위해 LNG 인수기지 인근에 블루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국내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LNG 인수기지는 평택, 인천, 통영, 삼척, 제주 등 5곳에 있으며, 추가로 당진에 인수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포스코, SK 등의 민간기업들도 자가용으로 LNG를 수입하는 LNG터미널을 건설・운영 중이다. 

정부는 블루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생산 실증을 위해 오는 2025년 신규 수소클러스터를 추가하고, 블루수소 생산 기반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새만금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등 5개의 수소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 중인데, 블루수소 클러스터를 신규로 추가해 선도기술 보유 해외기업 투자 유치, 기술 협력 등을 통해 블루수소 생산-유통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LNG 개질+CCS 기술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인근 수요처 발굴·공급, 발생 온실가스 국내외 저장·처리 등 블루수소 전주기 실증을 진행한다. 

CCUS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먼저 동해 고갈가스전(저장 규모 총 1,200만 톤)을 활용한 연간 40만 톤급 통합 실증을 통해 CCS 상용화를 추진한다. 울산지역 산업단지 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동해 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CCS 전주기(포집·수송·저장) 연계 통합 실증사업으로 국내 최초의 상용 규모 CCS 프로젝트이다. 

2025년부터 연간 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 기간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 구축 후 30년간(총 1,200만 톤 저장) 운영하게 된다. 

또 온실가스 다량 배출 업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증을 통해 CCU 제품을 상용화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소·중규모 기술을 실증한 후 상용기술을 확보해 민간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기술을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국제공동 CCS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기술 선도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선진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 SK E&S의 해외 이산화탄소 저장소인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

국내 저장소 확대 및 해외 저장소 발굴에도 나선다. 먼저 국내 대륙붕 탐사 결과를 반영한 국내 탄소저장 가능 규모 평가결과에 따라 2023년 1억 톤급, 2030년 9억 톤 이상의 저장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유망저장소에 포집·저장 클러스터를 구축해 경제성을 향상해 CCS 비용($/t-CO2)을 2020년 95~102달러에서 2025년 81~88달러, 2030년 64~71달러로 낮춘다는 목표다.   

또 한중 중간수역, 호주·동남아·EU 등과 국제공동활용 저장소 확보 등 해외 저장소 발굴을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한다. 국제 탄소포집・저장 연구소(GCCS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지중저장 용량은 8조~55조 톤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런던의정서, 바젤협약 등 국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 이행 및 대상국 간 협약·협정 체결을 통해 해외저장 협력을 추진한다. 블루수소에 대한 기업 수요를 반영해 생산개시 시점 이전에 관련국 협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9일 개최한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서도 국내 블루수소 생산기반 확충계획을 밝혔다.

블루수소 대량생산을 위한 탄소포집 기술을 포함한 시스템 통합형 기술개발(2톤/일 규모)을 지원하고, 민간주도 공급망 구축 전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포집된 CO2를 해외 저장소로 이송하기 위한 국가 간 협정 체결을 본격 추진한다. 이미 지난해 4월 한국에서 호주로 CO2 이송을 위한 IMO(국제해사기구) 기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
이러한 계획 중 소규모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산업부는 지난 2019년부터 수소차 등 모빌리티에 필요한 수소를 적기에 도심 수요처 인근에서 공급하기 위해 천연가스 개질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국비 지원)을 추진해왔다. 

수소생산기지 구축 지원사업을 주관하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창원, 삼척, 평택 등 3곳의 수소생산기지가 운영 중이다. 또 대전 동구, 부산 기장, 광주 광산,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 10곳에서 소규모 및 중・대규모 생산기지(7곳)와 출하센터(3곳)를 구축 중이다.

▲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전북 부안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조감도.

지난해부터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3개소)에도 국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22년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자’ 공모를 통해 전북 부안과 강원 평창 등 2개소가 선정되어 구축 중이다. 특히 평창이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머지 1개소 공모가 진행 중으로 오는 3월 말까지 모집을 완료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올해 신규로 재생에너지+수전해 수소생산기지 2개소, 블루수소 생산기지(탄소포집형 수소생산기지) 1개소 구축을 지원한다. 개소당 각각 56억 원, 70억 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올해는 기존 그레이수소 생산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청정수소 체계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청정수소 생산체계로의 전환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차원은 아니다. 블루수소 생산기지는 민간 주도 대규모 공급망 구축 전 소규모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 SK E&S의 ‘보령 블루수소 생산기지’ 예상 조감도.

민간 주도 대표 사례로는 SK E&S가 오는 2025년 국내 최초로 보령에서 연산 25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등에 따르면 일단 올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천연가스 추출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의 수요가 적어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로 지원대상을 변경해 지난해 처음으로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중대 규모도 인기가 시들어졌다. 2022년 사업에서 2개소가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수소생산원가 상승,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지역주민 반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간 공모를 통해 선정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예산 지원도 일몰됨에 따라 새롭게 수소생산기지(그레이수소)를 지원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대신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 지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탄소중립 등의 차원에서 탄소포집형(블루수소) 및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공모에서 1차 때 1개소만 선정됐지만 수요가 많아 2차 공모에서 1개소(평창)를 선정했고, 3차 공모(1개소)가 진행 중이다. 올해 처음 지원하는 탄소포집형 수소생산기지 공모에도 관심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부터 인천과 울산에서 대규모 액체수소가 생산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부지에 연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으로, 올해 말부터 생산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효성과 린데의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는 울산시 용연동에 있는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공장을 건설 중으로, 올해 3분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한 관계자는 “2030년 이후 해외생산 수소 도입, 수소상용차 등장으로 인한 액체수소 보급 등에 차질이 생겨 국내 수소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시 기체수소 생산이 활성화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기체 방식의 그레이수소 생산기지 구축 수요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또 정부가 청정수소 공급체계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지속 지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 움직임 활발
국내 블루수소 생산에는 SK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 E&S와 한국중부발전은 약 5조 원을 투자해 보령LNG터미널 인근 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유휴부지에 추출수소 생산설비, 액화플랜트, 탄소포집 설비, 수소연료전지 등의 생산·유통·활용 설비를 포함하는 세계 최대(연간 25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해 오는 2025년부터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 SK E&S는 보령LNG터미널 인근 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유휴부지에 ‘보령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된 수소 25만 톤 중 기체수소 20만 톤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근 지역에 연료전지 등 수소 발전용으로, 5만 톤은 액체수소 형태로 전국 수소충전소에 수소차 등 모빌리티용으로 공급한다.

SK E&S는 지난해 12월 20일 개최된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냉열 활용 청정수소 생산 및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운영’ 건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블루수소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졌다. 

SK E&S는 해외 이산화탄소 저장소도 확보했다. 지난해 3월 동티모르 해상에 있는 폐가스전인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설비를 CCS(탄소 포집・저장) 플랜트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FEED)에 착수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뿐만 아니라 국내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매립할 계획이다. 

▲ 포스코그룹과 어프로티움은 지난 2022년 9월 28일 수도권에서 CCU 기반의 블루수소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내용의 ‘청정수소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수소 생산·판매 전문기업인 어프로티움(구 덕양)과 ‘청정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도권에서 CCU 기반의 블루수소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2026년까지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천연가스 개질 및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설치한 뒤 연간 4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량 회수해 반도체 공정가스, 드라이아이스 등 산업용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수소를 만드는 원료인 천연가스를 조달하고, 청정수소의 생산·판매를 담당한다. 또 국내 발전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혼소 발전 기술을 도입해 연간 950GWh 이상의 청정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청정수소 생산설비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어프로티움은 수소생산설비 운영·관리 기술 지원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판매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포스코그룹과 어프로티움은 올해 설비투자를 위한 부지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생산 500만 톤 체계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를 50만 톤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삼성물산, 동서발전, 남해화학, 린데코리아, GS에너지, GS건설 등 총 9개사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성동구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CCUS 사업을 위한 기업 컨소시엄 협약’을 맺었다.

GS칼텍스와 동서발전이 블루수소를 공급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GS에너지와 린데코리아가 개발한 해외 이산화탄소 저장소에서 처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021년 3월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LPG를 수입해 수소생산 설비를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사우디 아람코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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