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멤텍 3공장에서 테스트 중인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로 KC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5kW가 주력이다. 에스퓨얼셀만 해도 5kW로 지난 2016년에 KS 인증을 받았고, 작년 9월에는 5kW급으로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코멤텍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현재 10kW 시제품을 개발하고 KC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작년에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나서 인증 기준이 많이 바뀌었어요. KC(Korea Certification, 국가인증통합)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세부 기준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죠. 작년 여름에 신청을 했는데, 올 상반기에는 인증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어요. 수소법 개정 후 건물용 연료전지로는 첫 KC 인증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죠.”

코멤텍의 김성철 대표가 자신감을 드러낸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1월에 이동형 연료전지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KC 인증을 받았다. 지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파워팩이라 건물용 연료전지와는 거리가 있다. 
 
자체 기술로 MEA 생산
전남 영광에 있는 코멤텍은 ePTFE 강화복합막 제조사다. 연료전지 분리막의 핵심 소재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멤브레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2021년 12월에 홍콩에 본사를 둔 H기술유한회사와 200만 달러 규모의 강화복합막 공급계약을 맺었어요. 그 물량을 다 소화하고 나서 작년 12월에 200만 달러 공급계약을 다시 체결했죠. 중국에서 버스나 트럭 같은 수소상용차 쪽에 연료전지 수요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코멤텍은 2공장에서 ‘트라니아(Trania)’라는 브랜드의 ePTFE 강화복합막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전해질막 업체가 해외에 강화복합막을 수출한 최초의 사례에 든다. 그런 코멤텍이 지난해 48억 원을 들여 3공장을 짓고 막전극접합체(MEA) 개발에 뛰어들었다. 

▲ 코멤텍 3공장에 설치된 MEA 슬롯다이 코팅장비.
▲ 패턴 코팅을 적용해 양산성을 높였다.

“국산 강화복합막의 품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MEA를 소비하려면 스택이 소비되어야 하고, 스택을 소비하려면 시스템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죠. 현재 수송용 연료전지시스템 외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는 시장은 건물용 연료전지가 유일해요. 기존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제조업체는 각자 MEA 파트너사가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직접 시스템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는 수밖에 없죠. 자사의 강화복합막을 적용한 MEA로 기술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강화복합막 제조사가 MEA를 생산하고, 또 시스템까지 개발한 동기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봐도 무방하다.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연료전지 스택은 MEA를 쌓아서 만든다. MEA에는 강화복합막 외에도 촉매로 이루어진 전극이 필요하다. 전극은 코멤텍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김성철 대표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PEMFC(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MEA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바로 현대차 출신인 김영택 박사다. 김 박사는 2009년 마북에 있는 현대차 연료전지 MEA 개발팀에 입사해서 10년 넘게 R&D와 설계 일을 진행한 전문가로 통한다. 현대모비스 MEA 양산공장 구축에 참여했고, 여기서 만든 MEA를 2018년 세계 최초로 출시된 연료전지 양산 차량인 넥쏘에 탑재하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했다.  

▲ 전사장비를 통해 트라니아 강화복합막에 코팅한 MEA 전극으로, 패턴 코팅이 적용돼 있다.

KBO 리그가 끝나면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찾아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 이때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보증수표와도 같다. 큰 무대에서 뛴 경험과 기록, 대중의 인지도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멤텍은 김영택 소장을 영입하면서 천군만마를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내놓겠다”는 김성철 대표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성능과 내구, 가격 경쟁력을 충족하는 MEA를 만들기 위해서 PTFE 강화복합막과 전극의 상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코멤텍은 전극 코팅에 기존의 데칼(Decal) 방식과 직접코팅 방식을 모두 적용했고, 안정화 공정에 진공 열처리를 적용해 생산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김영택 소장이 트라니아 막에 최적화된 추출수소용 전극 개발을 주도했어요. 3공장에 연 100만장 수준의 MEA 양산설비를 갖추고 양산 테스트도 완료했죠. 강화복합막을 비롯해 MEA까지 만드는 회사는 코멤텍이 유일할 겁니다. 막과 전극을 함께 개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증명할 기회를 얻은 셈이죠.”
 
10kW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코멤텍은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추출기, 인버터 전문업체의 장비와 부품을 따로 적용해 10kW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11월 코멤텍에 정식으로 합류한 김영택 소장이 10kW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의 개발과 양산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기술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지만, 수송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 개발 초기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현대차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국내 연료전지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바람이 컸지만, 개인 회사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국내 연료전지 산업을 함께 키워보자는 지향점이 같고, 시장의 파이를 나누는 동반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코멤텍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 코멤텍의 김영택 연구개발본부장.

수송용 연료전지시스템과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은 기술적인 베이스가 같다고 볼 수 있다. 김 소장은 “ePTFE 강화복합막과 전극을 잘 아는 시스템 전문가가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장이 원하는 성능과 내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MEA 제작과 스태킹 기술이 필요해요. 연료전지시스템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죠. 물론 가장 힘든 작업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제작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죠. 코멤텍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이 부분의 강점을 살린다면 경쟁사보다 뛰어난 건물용 연료전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김영택 소장이 구동 중인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제품을 보여준다. 케이스를 떼어내자 속이 훤히 드러난다. 곳곳에 빈 공간이 있다. 양산형 제품은 이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질 예정이다. 

건물용 연료전지는 도시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추출하는 추출기,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연료전지,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직류(DC) 전기를 교류(AC)로 변환하는 인버터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 핵심 장치 외에도 시스템 주변장치(BOP), 시스템 운영을 위한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모든 장치나 부품을 한 회사가 맡아서 개발할 순 없어요. 애초에 전문업체를 모아서 컨소시엄 형태로 팀을 꾸려서 갔죠.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추출시스템, 인버터 등 각각의 모듈을 업체에서 독립적으로 개발한 다음 붙여서 하나의 건물용 연료전지 제품을 완성했어요. 각 모듈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단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죠. 또 연결된 모듈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제어하게 됩니다. 이렇게 모듈형으로 가야 문제 발생 시 고장 부품의 원인을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요. 또 하나의 부품 고장이 연쇄적으로 다른 부품에 영향을 주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죠.”

김 소장이 한 가지 사례를 든다.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사용하는 데 있다. 도시가스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도시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에 포함된 ppm 단위의 일산화탄소(CO)가 스택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앞단의 수소추출기 성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CO가 섞여 들어가서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전극의 백금이 피독되면서 연료전지시스템이 멈춰 설 수 있어요. 수소추출기나 연료전지시스템에서 CO 농도의 이상 거동을 미리 진단하고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면 고가의 연료전지시스템을 교체할 일이 없어지죠.” 

▲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수소추출기.

코멤텍의 10kW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화’에 있다. 수소추출기, 연료전지, 인버터 등 각 모듈이 전체 시스템의 부품인 동시에 모듈 자체가 하나의 완성품으로 기능한다. 수소추출기에서 넘어오는 CO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연료전지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식이다. 

“코멤텍의 10kW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에서 개발한 모듈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나 다른 업체의 연료전지시스템에도 탑재될 수 있어요. 꼭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추출기시스템, 인버터가 세트로 움직일 필요는 없는 거죠.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크지 않아요. 작은 시장을 두고 서로 다툴 게 아니라 업체별로 공동 표준화해서 양산하는 형태로 가야 부품도 공유하면서 생산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 같이 상생하면서 시장을 키워갈 수 있어요.” 

▲ 안쪽에 10kW 스택이 설치되어 있다.

코멤텍은 컨소시엄 업체들이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추출기시스템, 인버터, MEA를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데 제약을 두지 않는다. ‘따로 또 같이’ 가는 독립 행보를 허용하고 지원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제품을 시중에 유통하기 위한 전략이다. 

“건물용 연료전지만 해도 도시가스나 LPG를 개질해서 쓸 수도 있고, 순수소를 그대로 쓸 수도 있어요. 순수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소추출기를 빼게 되고,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는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시장이 활성화되면 CO2 포집이 가능한 수소추출기를 붙이게 될 수도 있죠. 모듈형으로 가면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가 좋습니다. 또 시스템별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기술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죠. 국내 연료전지 시장이 성장하려면 이렇게 가야 합니다.”

 
모빌리티용 ‘통합 MEA’ 개발로 확장
코멤텍의 10kW 건물용 연료전지의 전기효율은 41% 이상, 열효율을 포함한 총 효율은 93% 이상이다. 김영택 소장은 “10kW 제품을 기반으로 50kW급으로 출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분산형 발전시장에서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가 50%가 넘는 전기효율을 앞세우고 있지만, 700℃가 넘는 고온에서 작동해요. 이렇게 높은 온도를 오래 견디는 소재가 별로 없죠. 80℃ 정도의 저온에서 작동하는 PEM 시스템의 안전성,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부하운전의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PEMFC 기술은 수송용에 강점이 있다. 규제가 풀리고 충전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드론·지게차 같은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김영택 소장만 해도 이 분야의 전문가다. 

▲ 두 직원이 MEA 전사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전사장비 내부의 롤투롤 설비.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는 차량, 선박, 항공, 건설기계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각 분야별 작동환경, 요구성능, 필요 내구성능이 달라 사양별 맞춤 MEA가 요구된다. 

“맞춤형 MEA는 양산성을 저감시켜 원가 경쟁력이 낮고 품질관리가 어려워요. 향후 코멤텍은 모빌리티 전 분야에서 쓸 수 있는 ‘통합 MEA’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죠. 모빌리티 전 분야의 정격출력과 내구성능, 운전환경, 냉각성능을 고려한 통합 MEA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표준화된 성능과 크기의 MEA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관련 업체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죠.”

필요하다면 관련 업체와 공동으로 투자해서 표준화된 스택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도 가능하다. 아직은 계획에 불과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연료전지 산업의 육성과 확장에 기여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이 바로 가려면 각 분야의 기술력 있는 회사가 서로 협업해서 노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그런 기회를 열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수송용 외에는 건물용, 발전용이 주를 이룬다. 규모로 보면 건물용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수소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PEMFC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시장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최고의 기술이 대중에 전파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기술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일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발주자가 기존 기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발 빠르게 찾아내기도 한다. 

KC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코멤텍의 10kW 건물용 연료전지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은 새로운 도전을 반긴다. 적절한 위협과 자극을 자양분 삼아 시장은 성장해왔다. 기존의 승자들은 타이틀 방어를 위해 기꺼이 링에 올라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쟁자를 상대하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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