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목포항에서 가까운 구도심의 오래된 여관에 여장을 풀고 유달산을 오른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노래비를 지나 유선각의 처마에 들자 저 멀리 전남 영암의 대불산단이 눈에 든다.

두어 시간 전에 다녀온 곳이다. 수소전기선박을 만드는 ‘빈센’의 본사와 공장이 대불산단에 있다. 

빈센은 작년에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선언하고 개발팀을 꾸렸다. 현대차 연료전지시스템개발팀 수석연구원을 지낸 임찬 연료전지 기술고문이 이 팀의 수장을 맡고 있다.

목포의 오래된 여관에서 하루를 묵고 전남 영광으로 향한다. 시외버스에 올라 겨울비를 뚫고 달려간 곳은 영광의 대마산단이다.  

ePTFE 강화복합막을 생산하는 ‘코멤텍’이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다. 막을 하는 회사가 MEA와 스택까지 한다고?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현대차 MEA 개발팀에서 일한 김영택 박사가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들어와 양산을 위한 테스트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영암의 대불산단이든, 영광의 대마산단이든 상관없다. 

국내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회사라면 현대차에서 월급을 받은 박사급 직원을 임원으로 모셔야 한다. 이들만큼 연료전지에 해박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일정을 연기한 뒤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걸로 알고 있다. 

최고의 기술이 대중에 전파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기술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일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발주자가 기존 기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발 빠르게 찾아내기도 한다. 

영암의 대불산단이나 영광의 대마산단에서 현대차 기술에 필적하는 연료전지시스템이 툭, 하고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현대차에서 오래 밥 먹은 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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