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즈마를 활용한 탄소자원화 설비의 핵심인  PCCU 컨테이너가 보인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한국동서발전에서 운영하는 당진화력발전소를 찾은 길이다. 높다란 굴뚝에서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당진화력 5호기 인근에 실증 부지가 있다. 지난 2017년 10월에 실증을 위해 준공된 ‘1MW CO2 분리막’ 바로 앞에 효진오토테크의 ‘플라즈마 탄소자원화 설비’가 들어서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배연가스에서 CO2를 포집한 후 메탄과 함께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에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PCCU(Plasma Carbon Conversion Unit)가 설치돼 있다. 이산화탄소를 메탄과 같이 플라즈마에 반응시키면 수소(H2)와 일산화탄소(CO)로 구성된 합성가스가 만들어진다.  

합성가스로 에탄올이나 메탄올을 만들 수 있다. PSA(압력스윙흡착) 설비로 정제해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CO 자체도 화학원료로 쓰임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테스트베드’다. 플라즈마 반응기를 통해 나온 기체는 PSA를 거쳐 뒤쪽에 따로 설치된 플레어 스택에서 바로 연소시킨다.

▲ 당진화력 5호기 인근 ‘1MW CO2 분리막’ 앞에 실증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PCCU 컨테이너로 하루 800kg 수소생산

효진오토테크에서 환경에너지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봉재 사장이 현장 안내를 맡았다. PSA 설비 앞에 마련된 미끄럼틀 높이의 철제 계단이 전망대 구실을 한다. 가로 67m, 세로 32m 정도 되는 2,200㎡(약 670평) 부지에 각종 설비가 들어서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구축한 키어솔(KIERSOL) 습식설비로 하루 2.5톤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액화탄산 형태로 2개의 용기에 보관하고 있다. 메탄, 즉 천연가스를 액화한 LNG 탱크는 반대편에 있다. LNG를 기화한 천연가스를 이산화탄소와 약 6대 4 비율로 섞어 PCCU 장비에 넣게 된다.

녹색 페인트칠이 된 45피트 PCCU 컨테이너가 이곳의 핵심 설비다. 미국 리카본(ReCarbon) 사가 개발한 플라즈마 탄소전환장치로 이미션블레이드(Emission Blade) 72개가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옆에 붙은 작은 크기의 녹색 컨테이너 2개는 퀜처(Quencher) 설비로 PCCU에서 나온 합성가스의 온도를 내리는 냉각기 역할을 한다.

▲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장치인 이미션블레이드 72개가 PCCU 설비 안에 들어 있다.

“PCCU에서 나오는 합성가스가 1,000℃ 정도 되는데, 이걸 냉각하게 됩니다. 열교환기를 적용해서 스팀을 만들어 쓰는 열회수 설비를 붙이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지겠죠. PCCU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증 설비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셨으면 해요. 실제로 바이오가스를 쓰는 현장에 적용할 땐 앞단에 액화탄산 설비를 들일 필요가 없죠. 바이오메탄과 CO2를 바로 넣어서 합성가스를 만들면 됩니다.”

LNG 탱크를 놓은 것도 이유가 있다. 이곳 당진화력발전소 안에 도시가스 배관 공급이 어려워 LNG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리카본의 PCCU 기술이 적용된 플라즈마 온실가스 전환장치는 쓰레기매립지, 하수종말처리장, 축산분뇨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B2H2(Biogas to Hydrogen) 사업에 유용하다.

실제로 리카본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시 상리동 음식물쓰레기처리장에서 PCCU 파일럿 플랜트 실증(규모 223tCO2/y, 총사업비 50억 원)을 완료했다. 이곳 당진화력에서 진행된 실증은 그 후속 과제라 할 수 있다.

“대구에 적용한 파일럿 장비에 들어간 이미션블레이드가 1kW급이었다면 이곳에는 3kW 제품을 적용했죠. 효진오토테크가 리카본과 기술제휴로 이미션블레이드(EB)를 생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PCCU 후단에 WGS(수성가스전환) 설비와 연계할 경우 EB 하나당 하루에 11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죠. 45피트 컨테이너에 72개를 넣었어요. 하루에 약 800kg의 수소생산이 가능하죠.”

리카본의 이미션블레이드는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를 활용한다. 파워소스 3kW급의 마이크로웨이브 마그네트론, 웨이브가이드, 플라즈마 반응기로 구성되며, 반응기에 기체(CO2, CH4)를 투입해 플라즈마 반응으로 합성가스(H2, CO)를 생산한다.

▲ 이미션블레이드의 실제 운전 모습. 핸드폰 촬영본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PCCU 기술은 바이오사이트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메탄을 유용한 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에 CO2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SMR(스팀메탄개질) 공정과는 큰 차별점이 있죠.”

45피트 컨테이너 모듈 하나당 연간 1,200톤의 CO2를 처리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메탄은 1,400톤으로 연간 3,800톤의 합성가스를 얻을 수 있다. 이 합성가스로 에탄올이나 메탄올을 생산해 유통할 수 있다. 리카본의 경우 지속가능한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처리량과 수소 생산량을 더 늘리려면 컨테이너 모듈을 더 추가하면 됩니다. 컨테이너 4개를 놓으면 3.2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죠. 바이오사이트뿐 아니라 시멘트, 화학, 제철, 화력발전 등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는 CCU(탄소 포집·활용) 모델이라 할 수 있죠.”

플로팅 플라즈마 핵심 장비 ‘이미션블레이드’

1977년에 설립된 효진오토테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1차 협력사로 자동차 생산설비인 차체조립 지그, 검사용 치구, 큐빙(Cubing) 등을 생산하고 있다. 김기영 대표 주도로 이미 2013년에 리카본과 이미션블레이드 제조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현재 개발을 완료한 이미션블레이드 1세대 제품(Gen1)의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을 염두에 두고 공정설계를 진행 중에 있다.

효진오토테크 김기영 대표는 “당진화력발전에서 진행한 이번 실증은 2019년 6월에 처음 시작됐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탄소자원화 기술고도화 사업의 일환인 ‘플라즈마를 활용한 탄소자원화 기술개발 사업’으로 총 132억 원(정부 지원 10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효진오토테크가 이 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이다.

“효진오토테크는 자동차설비에 대한 정밀가공 부문에 큰 강점이 있죠. 이미션블레이드만 해도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내부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갑니다. 우리가 EB를 제작해서 기체 테스트까지 완료한 다음 에코하이테크에 보내면, 거기서 가스 배관과 전기장치 등을 설치해서 컨테이너 타입의 PCCU 제작을 완료하게 되죠.”

▲ 에코하이테크가 효진오토테크에서 제작한 이미션블레이드를 받아 컨테이너 타입의 PCCU를 제작하게 된다.

에코하이테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삼성SDI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금속가공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1년 4월에 설립됐다. 에스코넥 또한 지난 2015년부터 리카본 사와 오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리카본이 테네시 주에 있는 매립지가스·수소 프로젝트 개발업체인 H2Renewables와 수소공급 계약을 맺고 현장 실증을 진행했어요. 이미션블레이드 10개가 든 컨테이너를 바이오사이트에 설치해서 90일 동안 2,000시간 연속운전에 성공했죠. 여기서 나온 합성가스의 경우 미국은 수소생산을 보고 있고, 호주 같은 경우에는 에탄올을 보고 있어요. PCCU에서 나온 합성가스의 조성비를 보면 에탄올 생산이 가장 경제적입니다.”

당진의 실증 현장은 크게 탄소포집기(2.5tCO2/d), CO2액화기(1tCO2/d), PCCU(3kW급), PSA 가스분리기(447N㎥/h급)로 구성된다. 키어솔 기술을 적용해서 포집·액화한 CO2의 순도는 99.95% 이상이다.

플라즈마 반응기는 수전해 설비의 ‘스택’에 해당된다. 플라즈마의 중심에 1만℃가 넘는 고온이 발생하는 만큼 플로팅 플라즈마를 통해 주변장치의 열화 없이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것이 리카본의 핵심기술이다.

▲ 리카본의 플라즈마 반응기인 이미션블레이드.

CO2+CH4=2H2+2CO. 플라즈마 반응기 안에서 일어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분해 과정을 담은 화학식이다. 이는 증기를 활용한 SMR 방식의 습식개질(CH4+2H2O=CO2+4H2)과 달리 물을 투입하지 않아 ‘건식개질(DMR)’로도 불린다.

이미션블레이드가 설치된 PCCU 컨테이너를 살펴본다. 리카본 직원과 에코하이테크 직원이 내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상단에 넣은 기체가 이미션블레이드에서 반응한 후 합성가스로 전환되어 하단의 배관을 타고 바로 옆 냉각 설비로 이동하게 된다.

앞단에 산소탱크를 둔 건 메탄 연소를 돕기 위함이다. 메탄의 화학에너지를 함께 쓰기 때문에 발열반응으로 합성가스의 온도가 1,000℃ 정도로 높아진 셈이다. 메탄 연소는 플라즈마 반응에 필요한 전기료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이오가스 활용한 CCU 기술로 ‘주목’

45피트 PCCU 컨테이너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시간당 215N㎥, 즉 19kg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 11월 말부터 본격적인 시운전에 들어간 터라 취재 시점(12월 8일)에 정확한 데이터가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효진오토테크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를 보면 1,189톤의 이산화탄소와 1,389톤의 메탄을 처리해서 연간 162톤의 수소와 2,940톤의 일산화탄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실증에 녹색기술센터가 참여해서 CO2 감축량 산정, LCA(Life Cycle Assessment)를 진행하고 있어요. 리카본의 PCCU 기술이 CCU 기술로 인정을 받으려면 LCA 평가나 경제성 분석이 필요하죠. 사실상 CCU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탄소배출권 관련 보조금이라든가 CCUS 규제특구 등을 아우르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장봉재 총괄사장은 “녹색기술센터와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산업촉진법(가칭)’을 만들어 과기부에 제출해둔 상태”라며 “정부 부처 발의를 목표로 일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효진오토테크 장봉재 환경에너지사업 총괄사장은 “바이오메탄을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 CO2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애초에 이 사업은 2022년 2월에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바이오가스 수소화(B2H2) 사업의 상용화를 위해 설계변경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사양이 바뀌었고, 그로 인해 국내 인허가 등이 지연되면서 실증 기간이 10개월가량 늘어났다.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해 합성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설계변경을 진행했다”는 것이 장봉재 사장의 설명이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리카본의 ‘플라즈마 탄소전환 장치와 대용량 모듈’에 있다. PCCU의 성능과 효율 검증이 기술개발 과제의 가장 큰 목표다.

리카본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중수 대표가 만든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이다. 그는 플라즈마 관련 의료기기 기업인 아마란테(Amarante)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1년에 리카본을 설립하고 플라즈마 탄소전환장치의 상용화에 힘써왔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고주파 장치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PCCU 장비 제작에 드는 원가가 적은 편이다. 이미션블레이드 생산에 자동화 공정을 적용할 경우 그 비용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리카본의 이런 기술력에 주목해 두산, GS, 포스코, E1 등이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효진오토테크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총 14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6대 4로 잡은 건 현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의 조성비가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죠.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오가스 연계형 수소생산기지 사업에 PCCU 기술을 제안했어요. 수소도시에 새롭게 지정된 남양주시 같은 경우가 여기에 들죠. 3기 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자원순환종합단지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한 다음, 이를 인근의 수소충전소에 싸게 공급하거나 연료전지 발전에 적용할 수 있어요.”

바이오가스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할 경우 수소 1kg당 3,500원 정도의 원가가 들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기존 SMR과 달리 PCCU 공정으로 CO2를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이미션블레이드의 경우 파워서플라이가 개별로 달려 있어 문제가 생긴 제품만 전원을 끄고 교체하면 됩니다. 나무나 플라스틱 같은 고형물을 플라즈마로 처리할 경우 입자가 쌓여 관을 막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우리는 투입물 자체가 기체라 그런 문제가 없어요. 메탄에서 탄소(C)가 떨어져 나와 조금 쌓일 순 있는데, 미량이라 불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유지보수나 운영관리 면에도 장점이 있죠.”

▲ ‘PCCU 탄소자원화 설비’ 실증 현장의 전경.

통상 개별 장비나 시스템을 실증 현장에 통합해서 운전할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거나, 사전에 제시한 수치보다 운영효율이 떨어질 때가 많다. 이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어 현장에서 이미션블레이드가 작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진 못했다. 핸드폰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플라즈마가 작동하면서 컨테이너 내부가 파란 불빛으로 물든 걸 볼 수 있다.

이번 실증을 통해 PCCU 장비에 있을지 모를 문제를 바로잡고 운영 전반의 효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PMR(플라즈마메탄개질) 공정으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다량의 일산화탄소는 수성가스반응기를 거쳐 수소로 전환하게 된다. 이 과정은 기존 SMR 공정과 동일하며, 수소 회수를 위해 CO를 스팀(H2O)과 반응시키는 WGS(Water Gas Shift)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실증이 과제의 연속성을 살려 석탄화력발전소가 아닌 바이오사이트에서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플라즈마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매우 어렵다. 시장은 플라즈마의 잠재력에 주목해왔고, 한계를 넘어선 기술이 현실에서 구현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CO2를 활용하는 PCCU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리카본의 기술을 기반으로 효진오토테크가 추진한 ‘플라즈마 탄소자원화 설비’가 국내를 넘어 ‘K-CCU’ 사업의 대표 모델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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