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시범도시에서 ‘시범’이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 ‘수소도시’로 간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내기나 게임을 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는 연습이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시범사업도 마찬가지다. 처음 일을 벌일 땐 ‘시범’으로 가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땐 이 말을 버리게 된다. 

정부는 울산, 전주·완주, 안산, 삼척(수소 R&D특화도시) 등 4개 수소시범도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평택, 남양주, 보령, 당진, 광양, 포항 등 6개 도시에서 신규 수소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수소시범도시에서 ‘시범’을 빼버리고 ‘수소도시’로 묶어서 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소도시 6곳 신규 지정
국토교통부는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 비즈니스위크 2022’ 기간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주도로 ‘수소도시 컨퍼런스’를 열었다. 수소도시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장은 전국에서 모인 수소사업 지자체 담당자와 업계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소도시 사업은 수소공급 거점(생산, 이송)을 기반으로 한 활용(주거, 교통, 수소 인프라 관리)을 ‘기본요소’로 한다. 여기에 각 지역별 ‘특화요소’를 가미하게 된다. 큰 틀의 계획은 수소시범도시 사업 때와 동일하다. 
지역의 거점에서 나는 수소(부생·개질수소, 블루·그린수소)를 배관 또는 튜브트레일러로 이송(운송)해 인근 수소도시 주거지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고 수소모빌리티의 연료로도 활용하게 된다. 또 수소추출기, 수소충전소, 수소배관 구축과 더불어 통합운영센터를 마련하는 안이 기본요소에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지역별 특화요소는 수소 신기술 실증, 지역 산업과 연계한 수소활용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재생 발전설비와 연계한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수소버스 전용 충전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스마트팜 운영, 물류단지 내 수소지게차 운영, 수소차·부품생산 등과 연계한 연구단지 조성사업 등이 여기에 든다. 각 지자체별 특성을 고려한 수소경제 확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9월 신규 수소도시에 선정된 6개 지자체도 이 두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게 된다. 박래상 KAIA 플랜트실장은 “수소도시 구상안을 두고 이제 막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단계”라며 “내년 2월은 돼야 명확한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수소도시 컨퍼런스’에서 각 지자체의 수소사업 담당자가 나와 ‘수소도시 조성 계획’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수소경제를 체감하려면 결국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도심 인프라로 구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지자체의 수소도시 추진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충남 당진시, 전남 광양시, 경북 포항시처럼 제철소의 부생수소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배관으로 이송해 활용하는 곳도 있고, 경기도 남양주시처럼 신도시 개발 단계에 바이오매스에 기반한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접목하겠다는 곳도 있다. 

각 지자체의 추진안을 보면 수소의 전주기 산업이 어떤 형태로 도심에 녹아들어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지 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올해 선정된 수소도시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해 2026년 12월까지 4년간 추진된다. 

01
평택시

▲ 평택 수소도시는 수소항만, 수소특화단지, 경기경제자유구역 등과 연계해서 추진된다.

경기도는 인구가 전국 대비 25.3%로 가장 많고 자동차 등록대수 비중도 25%로 1위다. 제조업 기반 산업단지가 집중되어 미세먼지도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그동안 평택시는 평택항을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로 조성하기 위해 힘써왔다. 평택 LNG인수기지와 연계한 수소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탄소포집, 액화수소 생산, 블루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평택시는 내년 1월부터 4년간 총 470억 원을 투입해 포승읍 일원에 수소도시를 조성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서부발전, 평택도시공사 등이 참여해 주거, 교통, 인프라에 수소에너지를 도입하게 된다.

정구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과학기술지원팀장은 “주거 관련해서 2026년까지 포승지구 경제자유구역 공동주택, 상업시설에 수소에너지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는 안중역세권, 자동차 클러스터, 현덕지구로 수소도시를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평택시는 수소 교통 실현을 위해 수소교통복합기지, 항만충전시설 등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평택항 카캐리어, 항만 모빌리티, 수소버스 운행 등 수소모빌리티 전환을 추진한다.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를 오는 12월에 준공하고, 내년 1월부터는 카캐리어 실증사업에 나선다. 기아 화성공장에서 출고되는 수출용 차량을 카캐리어(수소트럭)로 평택항까지 실어 나르게 된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수소생산 시설부터 교통복합기지, 항만, 수소도시로 이어지는 15km 수소배관을 구축하고, GIS 연동 수소도시 모니터링 및 대응 시스템을 개발한다. 

평택시만의 특화요소도 구현한다. 수소도시 확장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수소도시 기술지원센터’를 세운다. 또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스마트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안중역세권, 자동차 클러스터, 현덕지구 등과 연계한 신규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02
남양주시

▲ 남양주시는 신도시 조성에 수소 인프라를 접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남양주시는 3기 신도시인 왕숙2지구를 수소도시로 조성해 여타 신도시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남양주시는 4년간 국비 200억 원, 도비 60억 원, 시비 140억 원을 포함한 4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남양주에 최적화된 수소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효석 남양주시 환경국장은 “남양주와 다른 수소도시의 차이점은 수소의 생산에 있다”라며 “다른 도시들은 산업단지, 항만 등에 위치해 대기업으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지만 우리는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메탄을 고질화해서 수소를 생산하면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수소생산 원가도 천연가스 대비 40% 이상 저렴하다. 국내에 이 같은 사례가 있다. 충주바이오 그린수소충전소의 경우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 나오는 바이오메탄을 배관으로 받아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충전에 활용한다.  

남양주시의 수소도시 계획안은 자원순환종합단지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공급하므로 예산 절감의 효과가 크고,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때 나오는 바이오가스(CH₄)를 수소로 전환해 하루 평균 온실가스(CO₂) 배출량을 38톤가량 줄일 수 있다.

또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수소배관을 통해 인근의 공공임대주택 1,200세대와 남양주체육문화센터, 공공청사 등에 공급하고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기와 열을 냉난방 등에 활용하고 왕숙2지구 안에 설치되는 수소충전소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효석 환경국장은 “바이오가스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할 경우 수소 1kg당 3,451원의 원가가 들어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비용(7,314원/kg)의 절반 정도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며 “이는 수소버스와 수소청소차 보급 등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03
당진시

▲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의 수소공장은 코크스가스를 정제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충남 당진은 이번에 보령시와 함께 수소도시 사업에 함께 선정이 됐다. 지난 10월 6일 충남도문예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탄소중립 경제 특별도 선포식’에 당진시와 보령시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충남에 기반을 둔 한국중부발전, SK E&S,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과 수소도시 조성 관련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이들 기업 중 당진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은 현대제철과 현대엔지니어링이다.

 
구자건 당진시 투자유치과장은 “2026년까지 국비 200억 원, 도비 60억 원 등 총사업비 400억 원을 투자해 당진시 송산면 일대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설비와 수소배관, 주거용 연료전지, 운영·안전관리센터 등을 건설하게 된다”라며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SPG수소 등 산업 관련 시설이 밀집해 클린 수소도시 당진으로 거듭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생산은 현대제철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는다. 현대제철은 부생수소를 활용한 수소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재활용 플라스틱을 원료로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을 마치고, 내년에 당진 송산2 일반산업단지에 9만6,167㎡ 규모의 수소생산플랜트를 착공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할 계획으로, 2025년부터 연간 10만 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약 2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7.5km에 이르는 수소배관을 새로 설치하고, 수소버스(8대)와 수소청소차(2대), 수소트럭(2대) 운행 실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04
보령시

▲ 충남 보령시의 수소도시 산업생태계 육성안.

보령시는 석탄화력 집적지역을 수소, 그린에너지 선도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총 490억 원을 들여 오천면, 주포면 일대에 수소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용희 보령시청 에너지과장은 “2030년까지 수소를 연간 30만 톤 생산하고 4개의 수소충전소와 7km 수소배관, 50여개 기업이 속한 산단 등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부문에는 수소를 활용하는 실버종합복지타운(440kW 연료전지), 아주자동차대학교 기숙사(100kW 연료전지)를 세우고, 수소와 냉열을 활용하는 특화산업단지(연료전지 1MW), 수소모빌리티와 충전 인프라 확충, 수소 기반 RE100 연구단지 등을 조성한다.

보령시만의 특화요소도 제안했다.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본부와 원산도 일원에 CCUS 허브, H2-Island를 구축하고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그린수소 실증사업도 전개할 방침이다.

보령시는 그동안 수소도시 조성을 위한 기반 다지기를 해왔다. 올 1월에 조례를 개정해 수소도시 구축을 위한 각종 인허가와 행정지원 사항을 추가했고, 2월에는 수소워킹그룹을 꾸렸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한 연료전지, 액화수소드론 등 수소 응용제품 실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령시는 충남도, 한국중부발전, SK그룹과 4조 원을 투자해 오천면의 보령LNG터미널과 연계한 글로벌 최대 블루수소 밸류체인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령발전본부 유휴부지 약 59만4,000㎡(18만 평)에 연 25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추출 설비, 액화플랜트, 탄소포집 설비, 수소연료전지 등을 갖춘 종합 청정수소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05
광양시

▲ 수소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수소배관망에 있다.

광양시는 지난해 8월 수소경제 선도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전라남도, 포스코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소경제 전환에 힘써왔다.

신오희 광양시 에너지관리팀장은 “광양시는 산업용 에너지 사용량이 높고 산업단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수소도시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양시는 앞으로 4년간 431억 원을 투입해 항만형 수소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남테크노파크, 포스코, 여수광양항만공사, 코하이젠, 광양항서부컨테이너터미널, 에스모빌리티솔루션 등이 참여한다. 광양항을 중심으로 수소의 생산과 이송, 주거, 교통, 인프라에 수소에너지를 도입한다.

주거부문은 광양읍에 들어서는 청년 행복주택과 성황동 다목적 스포츠센터(수영장)에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와 온수를 공급하고, 교통부문은 시내버스, 통근버스, 청소차 등을 순차적으로 수소전기차로 전환해 시범 운영한다.

수소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수소배관망에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나는 부생수소로 생산한 수소를 인근의 충전소와 연료전지발전소, 광양항에 공급하기 위해 19km 배관을 매설할 계획이며, 수소도시 조성사업 내 수소의 생산·저장·이송·활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통합운영센터를 설치한다. 또 수소에너지를 체험하고 안전성을 알리기 위한 시민 홍보센터를 구축한다.

지역 특화사업도 항만과 관련이 있다. 광양항 내에 야드트랙터를 도입하고 항만 감시용 수소드론을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06
포항시

▲ 포항시 수소에너지 산업도시 기반 조성 계획안.

포항시는 경북 최초로 수소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포항시는 포스코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로 생산한 수소를 도심의 주거와 교통 부문에 적용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200억 원, 지방비 200억 원에 민자 16억 원을 더한 416억 원이다.

포항의 수소도시 사업을 보면 포항제철소 부생수소를 블루밸리산단까지 운반하는 15.4km 수소배관 설치, 수소충전소 3곳 구축, 수소버스 4대 운영안이 들어 있다. 또 LH 행복주택 408가구, 포항테크노파크 테크노빌 60가구, 다원복합센터 등에 주거용 연료전지 940kW 보급 등을 추진한다.

정규덕 포항시 신재생에너지팀장은 “수소에너지 사업 육성, 수소 생산·운송·공급 등 인프라 구축, 안전 인증을 위한 인력양성,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4대 전략으로 한 친환경 수소경제 허브도시 전환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5.4km에 이르는 수소배관망을 구축해 인근의 수소충전소, 수소출하센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연료전지클러스터에 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900번 노선에 4대의 수소버스를 실증 운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수소버스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한 수소로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가정에 전력과 온수를 공급하는 등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수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목표다. 

경북도는 이와 별개로 수소연료전지 산업을 포항에 집적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부터 블루밸리산단 안에 1,890억 원 규모의 기반 구축사업을 벌이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220억 원을 들여 포항테크노파크 내 수소연료전지 인증센터에 연료전지 테스트베드를 만들었고, 이를 활용한 핵심부품의 국산화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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