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업계의 숙원이었던 수소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년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셈이다. 그동안 경기 참가를 확정 지었지만, 세부 규칙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선수단 구성이나 세부 운영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었던 기업들은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
개정된 수소법은 청정수소를 중심으로 수소의 생산과 유통, 활용 등 전주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정수소 정의, 인증을 기반으로 하는 청정수소의 판매·사용 의무,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등 관련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증을 받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의미하는 청정수소는 크게 무탄소수소, 저탄소수소, 저탄소수소화합물로 나뉜다. 청정수소인증제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게 되는데, 여기에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뿐 아니라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블루수소’,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핑크수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법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이 내년 초 개설되고, 청정수소인증제가 이르면 2024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맞춰 수소산업 ‘새 판 짜기’에 골몰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수소법 개정으로 크게 달라지게 될 청정수소 산업의 새 지형도를 그려본다.
블루수소 vs 그린수소
지난 4월 1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회 수소마켓 인사이트’ 특별 세션에서 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NEF 아태지역 리서치 총괄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당시 그가 한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해조 가격은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등 화석연료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를 중심으로 블루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블루수소의 경쟁력은 화석연료 가격에 달려 있어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향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자디 총괄은 “한국 역시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블루수소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존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연료로 활용하는 복합발전을 점차 확대하는 일본처럼 수소혼소 발전 같은 대규모 그린수소 수요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블루수소 vs 그린수소’의 구도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향후 그린수소가 가장 저렴한 수소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에 좋은 환경이 아니고, 주민 수용성도 큰 문제다.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LNG(천연가스) 유통에 최적화된 국내 에너지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부터 수소 사업화에 나섰던 한국가스공사와 SK E&S의 사업모델만 봐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실상 ‘수소 플랫폼 사업자’를 지향한다. 작년 9월에 선포한 ‘비전 2030’에 이를 적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국에 15개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을 통해 직영 2곳을 포함해 총 152개의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인천, 평택, 당진, 통영, 삼척 등 5개 지역의 LNG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총 500MW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외 그린수소 도입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2025년 10만 톤을 시작으로 2030년 20만 톤, 2040년 121만 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수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국내외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7GW 이상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청정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SK E&S는 기존의 LNG사업과 연계한 블루수소 사업에 좀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천연가스를 수소로 개질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저장하는 CCS를 통한 블루수소 생산에 적극적이다. SK E&S는 지난 5월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과 ‘탄소저감 분야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고, 앞서 지난 3월에는 호주 제1의 가스개발 기업인 산토스와 동티모르 해상의 바유운단 가스전을 CCS 저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SK E&S는 CCS를 통해 기존 천연가스 사업을 지속하면서 그린수소 사업을 병행하는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수소기업인 플러그파워와 SK플러그하이버스(SK Plug Hyverse)를 세우고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 첨단산업단지에 수전해 설비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도 건설한다. 여기에 R&D센터를 함께 들여 발전,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 생산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호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상 폐가스전 등에 대규모 CO2 저장 사업을 추진해온 CCS 선도국이다. 산토스만 해도 남호주 뭄바에서 진행한 CCS 프로젝트를 통해 CO2 주입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CCS를 통한 탄소저감 비용이 톤당 25~30호주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CCS를 적용한 대규모 블루수소 생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와 경제성을 비교하는 일은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자디 총괄은 환경이나 경제성 면에서 블루수소보다는 그린수소 쪽에 후한 점수를 줬다. 블루수소의 경우 탄소 포집설비를 따로 갖춰야 하고, 이를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정유·화학사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테두리 안에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탄소 배출이 없는 ‘무탄소수소’와 탄소 배출이 적은 ‘저탄소수소’를 모두 청정수소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인 기준은 올 연말에나 나올 시행령에 담기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연료전지발전용 수소는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레이수소에 든다. 저탄소수소에 들기 위해서는 CCUS 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탄소를 포집하는 별도의 기술이 추가되고, 포집한 CO2 를 처리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CCS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지진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2025년 이후에 동해 가스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해외 현지로 액화탄산을 보내 지중에 저장하는 비용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 시점에서는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CCU가 ‘저탄소수소’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저탄소수소를 위한 CCU 기술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 RE100, ESG 경영…. CCU는 이런 키워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화학사를 중심으로 적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롯데케미칼이다. 지난 3월에 ‘수소에너지사업단’을 신설하고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를 단장에 앉힌 바 있다. 황진구 단장은 지난 6월호 ‘피플’ 인터뷰에서 “그린수소 시대를 위한 수소 소비망의 선제 구축 관점에서 그레이수소(부생수소)와 블루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블루수소의 성공 관건은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수 1공장 내에서 탄소포집 파일럿 설비의 실증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설비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중공사를 활용한 기체분리막 모듈이 적용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대산에 건설될 예정인 배터리 전해질 유기용매 원료 공장에 투입해 전해질 유기용매의 생산에 활용하고, 일부는 가스전문업체를 통해 탄산화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LG화학의 최근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LG화학은 1년 전만 해도 수소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모든 제품의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일에 집중했다.
LG화학은 친환경 통합브랜드 ‘렛제로(LETZero)’를 지난해 론칭하면서 재활용, 친환경 소재 분야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최근 충남 대산 사업장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수소공장을 짓겠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공장에서 생산한 수소는 메탄을 대신해 NCC(나프타크래킹센터) 공정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소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따로 포집해서 태경케미칼에 공급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태경케미칼은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식음료용 액체 탄산가스, 보냉용 드라이아이스 등을 제조하고 있다. CCU를 적용한 블루수소인 셈이다.
실제로 CCU 사업에 나서는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CCU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CO2 재활용을 통해 부가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SGC에너지는 올해 전북 군산에 있는 친환경발전소 SGC그린파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SGC그린파워는 100% 순수 목재 펠릿을 연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인정받은 열병합발전소다.
SGC에너지는 한전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군산 사업장에 적용, 연간 1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액화하는 CCU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금만 570억 원에 이른다. 2024년부터 10년간 액화탄산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점도 돋보인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6월 3일 한국남부발전, 삼성물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청정수소 연료전지 개발·전환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너지연과 연료전지용 CCU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이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 연료전지를 남부발전과 협력해 실증하게 된다. 또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 청정수소를 암모니아로 형태로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CCU 분야 국책과제인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식 CO2 포집 액화공정 최적화 및 실증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루 100톤 이상의 CO2 를 포집해 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염려가 되는 점도 있다. CCU는 이산화탄소의 재활용 개념일 뿐, 결국 대기로 방출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를 온전히 없앤 것은 아니다. 또 CCU 사업 초기에는 이산화탄소 활용 업체를 통한 처리가 가능하지만, 발전용 연료전지 등에서 탄소 포집이 대규모로 이뤄지면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그 양이 불어난다.
이렇게 되면 지중에 저장하는 수밖에 없다. CCUS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나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연료전지발전에 유효한 기술이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제주의 P2G 그린수소
수전해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불문한다. 향후 시행될 청정수소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에서 ‘무탄소수소’인 그린수소가 청정수소 등급별 인증제의 상단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도전이 꾸준히 진행돼왔다. 2017년 제주 상명풍력단지의 500kW급 수전해 기술개발·실증 사업을 시작으로 1MW급(울산), 2MW급(강원도 동해), 3MW급(제주 행원) 소규모 수전해 실증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 들어서는 3MW급의 경우 알칼라인 수전해 2MW와 PEM 수전해 1MW가 들어온다. 알칼라인의 경우 국내 업체인 수소에너젠의 제품이 들어오고, PEM은 SK플러그하이버스의 제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올해 안에 완공되어 시험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행원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수소전기차의 연료로 사용된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수소버스 9대, 관용차(넥쏘) 10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함덕에 들어설 예정으로 내년 초 준공을 예상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사업은 제주시 동복·북촌풍력단지에 들어서는 12.5MW급 P2G(Power to Gas) 그린수소 실증이다. 올해부터 2026년 3월까지 5년간 총 622억5,400만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알칼라인, PEM(양이온교환막)을 비롯해 AEM(음이온교환막), SOEC(고체산화물) 등 네 가지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현장에 설치해 연간 1,200톤에 이르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는 수소청소차에 충전하거나 한국남부발전에서 운영하는 LNG 가스터빈의 혼소발전에 활용된다. 국내외 그린수소 사업을 확대·전개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동복·북촌풍력단지에 들어오는 수전해 설비의 면면은 이렇다. SK플러그하이버스(플러그파워의 PEM 5MW), 지필로스(수소에너젠의 알칼라인 2MW), 선보유니텍(엘켐텍의 PEM 2MW), 예스티(인앱터의 AEM 2MW), SK에코플랜트(블룸에너지의 SOEC 1.5MW)가 참여해 총 12.5MW의 설비를 구축한다.
수소에너젠, 엘켐텍을 빼면 모두 해외 기술이다. SK플러그하이버스는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의 합작사고, SK에코플랜트는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블룸SK퓨얼셀을 세우고 발전용 SOFC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SK라는 대기업이 미국의 기술기업과 손을 잡고 수소사업을 벌이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나머지는 중소·중견 기업에 든다. 전력변환장치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지필로스는 P2G 수소 솔루션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예스티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쪽 열처리 장비 전문기업으로, 독일의 AEM 제조사인 인앱터와 손을 잡고 그린수소 사업에 본격 진출한 사례에 든다.
선보유니텍은 부산에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다. 회사 내부의 신사업기획팀을 통해 기업 투자와 협업을 병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PEM 수전해 장비 제작사인 엘켐텍과 손을 잡았다. 선보유니텍은 조선, 플랜트 분야에서 축적한 엔지니어링,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핵심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는 국내 그린수소 사업의 핵심 지역에 든다. 동복·북촌풍력단지만 해도 네 가지 수전해 장비를 한곳에서 돌려보면서 전기 효율, 시스템 내구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한 대처능력 등을 평가하게 된다.
산업부 수소산업 전주기 분야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진행되는 만큼 새만금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에 적용될 수 있고,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해외 수소생산기지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청정수소 품은 암모니아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 사라왁에서 청정수소를 공동 개발하는 ‘H2biscus 프로젝트’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라왁 주에서 수소 부문을 관장하는 SEDC 에너지와 협력해 연산 그린암모니아 63만 톤, 블루암모니아 60만 톤, 그린메탄올 46만 톤, 그린수소 7천 톤급 플랜트를 건설하게 된다.
사라왁 현지에서 사용하게 될 그린수소 7천 톤을 뺀 나머지 청정 암모니아와 메탄올 전량을 한국에 들여와 유통하게 된다.
이를 개정된 수소법에 대입해보면 그린암모니아는 무탄소수소(화합물), 블루암모니아는 저탄소수소, 그린메탄올은 저탄소수소화합물에 든다.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청정수소의 많은 양이 해외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크고, 운송 형태로 보면 암모니아가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 수소에너지사업단 황진구 단장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수소 수요는 2030년 기준 약 580만 톤 규모로 보고 있다. 이 중 연료전지, 암모니아 혼소 발전용으로 약 350만 톤의 수요가 형성될 것이고, 모빌리티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 규모로 인해 전체 시장의 10% 미만으로 본다. 공급 측면에서 2030년 국내 수소생산(그레이·블루수소) 능력은 약 390만 톤 규모로 예상된다. 국내 수소 수요에 대응하려면 부족분인 약 200만 톤의 추가 공급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해외 국가로부터 수소 도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200만 톤을 질소와 합성해 암모니아 형태로 도입할 경우 2030년 기준 암모니아 수입량을 약 1,100만 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암모니아에서 다시 수소를 분해하고 정제하는 데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암모니아 형태 그대로 연료전지에 활용하거나, 석탄발전에 혼소하는 형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만 해도 최근 한국전력기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손을 잡고 그린암모니아 혼소 발전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메탄올·암모니아·수소 순으로 친환경 선박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선박에 들어가는 이중연료엔진은 발전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분산형 청정수소 발전시장’을 놓고 연료전지와 직접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선박엔진의 에너지 변환효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 연료전지와의 효율 경쟁에도 자신이 있다. 고온 연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연기관은 친환경 연료를 쓰더라도 질소산화물(NOx)이 발생되지만, NOx 저감을 위한 SCR(선택적환원촉매) 후처리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터라 동일한 시스템을 암모니아 엔진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말이다.
청정수소인증제나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은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그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3년 뒤에 이뤄질 진짜 경쟁의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