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의 핵심은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 현재의 그레이수소(부생수소, 추출수소)에서 청정수소 공급체계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서 청정수소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탄소를 포집・처리한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를 말한다.
정부는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 기술력 제고 및 대규모 실증, 경제성 확보 및 수요 창출 관련 제도 도입, 수소생산클러스터 구축,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 국내 자본과 기술을 활용한 해외 재생에너지 개발, 해외 청정수소 도입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해 전체 수소 수요량(2030년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 중 청정수소 비중을 2030년 75%, 2050년엔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SK, 포스코, 한화, 롯데 등의 기업들이 블루・그린수소 생산과 해외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청정수소 생산・도입을 원활하게 하려면 청정수소 생산의 경제성 확보와 청정수소 수요 창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청정수소 수요 창출 추진
우선 대량의 수소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수소승용차, 수소버스 등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만으로는 대량의 수소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현재의 발전용・건물용 연료전지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순 수소연료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수소 수요 확대를 견인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연료전지에 투입된 천연가스에서 수소 추출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모든 일상에서 수소를 활용토록 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먼저 연료전지 외에도 수소・암모니아 발전(혼소・전소)으로 수소 사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이 최대 수소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다. 국내 전체 수소 수요량(2030년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 중 발전 부문은 2030년 353만 톤, 2050년 1,350만 톤으로 전망된다.
수소발전 외에 산업 부문으로도 수소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규·노후 산단의 수소연료 사용을 유도하고,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분야의 원료・연료를 수소로 대체해 2050년 1,060만 톤의 수소 수요를 창출, 발전 부문 다음으로 대량의 수소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발전과 철강・석유화학・시멘트산업은 국내 최대 탄소배출 근원이기에 수소 수요의 일정 부분에 대해 의무적으로 청정수소를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는 청정수소 생산의 경제성 확보와 수요 창출을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발전 분야부터 일정 부분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는 청정수소발전제도(CHPS)와 청정수소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수소법 개정안이 마련되었고,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여 만인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수소법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가 이원욱・송갑석・정태호 의원 등이 발의한 4개의 개정안을 통합・조정해 마련한 위원회 대안이다.

수소법 개정안 주요 내용과 의미
수소법 개정안(대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청정수소, 수소발전, 수소발전사업자 및 수소가스터빈의 정의 규정이 신설됐다. 특히 청정수소 정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당초 이원욱・송갑석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청정수소’의 개념을 ‘수소의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로 인증받은 수소’로 정의했는데, 대안에서는 △무탄소수소(수소의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아니하는 수소) △저탄소수소(수소의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 △저탄소수소화합물(수소의 운송 등을 위해 생산된 수소화합물로서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화합물)로 세분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통해 청정수소 정의가 무탄소수소, 저탄소수소, 저탄소수소화합물로 세분화되어 규정됐다”라며 “기존 발의안은 청정수소를 별도 구분 없이 통합된 문구로 정의했으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수소(무탄소수소)와 적은 수소(저탄소수소)로 분리하고,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 수입의 주된 방식인 암모니아(저탄소수소화합물)를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청정수소의 정의가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와 CCUS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킨 ‘블루수소’, 원전을 이용한 ‘핑크수소’가 청정수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나 인증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하위법령과 청정수소인증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소발전’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전기 또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 ‘수소가스터빈’은 ‘수소 또는 수소를 포함하는 연료를 연소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동기’로 각각 정의됐다. 이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발전 개념을 연료전지와 함께 수소가스터빈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이 수소법 대안에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소가스터빈 등 수소발전에 공급하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천연가스에 대해 별도의 요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요금제가 시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금제와 관련해 “이번 개정안에서 수소발전 개념을 도입해 기존 연료전지에 한정된 것을 수소발전으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수소경제 초기에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해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요금제가 시행 중인데, 이는 천연가스를 개질한 수소인 그레이수소 기반”이라며 “향후 시장 내 청정수소가 활성화되는 여건을 고려해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등급별 청정수소 인증 및 인증취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청정수소를 생산·수입 또는 판매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생산량·수입량·판매량과 구매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청정수소인증 등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수소사업 관련 기관·단체 또는 법인을 청정수소인증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수소연료공급시설(연료전지, 수소가스터빈 등을 설치해 전기 또는 열을 사용하는 시설)의 운영자 등에게 수소판매·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수소로 판매하거나 사용하도록 했다. 또 전기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 하여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설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하게 하거나 공급하게 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수소사업 또는 전력거래 관련 기관·단체 또는 법인을 입찰시장 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청정수소 판매·사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부족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징수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수소경제는 그레이수소 중심으로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청정수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수소법 개정안은 생산-유통-활용 전주기에 걸쳐 청정수소가 중심이 되는 제도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산-유통 단계에서는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 활용단계에서는 충전소·산업 부문의 청정수소 판매·사용 목표제, 발전 부문의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 청정수소 시장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정수소 관련 제도의 법제화로 대규모 청정수소 시장이 조기에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그간 계획단계에 머물러 있던 민간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대규모 투자가 실현되고 수소생산·발전·수송·산업 등에서 다양한 신산업과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청정수소 제도도입 계획
정부는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하위법령 개정 작업과 청정수소발전제도(CHPS), 청정수소인증제 등의 제도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안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경과 시점이나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 등 청정수소 관련 제도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5년 내 범위에서 별도의 시행일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계획이다. 수소발전(CHPS) 입찰 시장은 2023년 초 개설, 청정수소인증제는 2024년 운영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현재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고, 전문가·관계기관 및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제도 운영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 15일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처음으로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 도입계획을 밝힌 바 있다. HPS는 현행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에서 연료전지를 분리해 발전용 연료전지 의무공급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수소연료전지의 안정적 보급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HPS는 정부가 지난해 3월 2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수소경제 민간투자 계획 및 정부 지원방안’에서 청정수소인증제 도입이 추가된 동시에 청정수소 활용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로 수정됐다.
특히 수소법 개정안에 수소발전의 개념이 정의됨으로써 당초 연료전지에 한정되었던 CHPS는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수소가스터빈 등으로 확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안에서 수소발전을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전기(또는 전기+열)를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함에 따라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대상에는 연료전지 외에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LNG-수소 혼소 발전 등 다양한 수소발전기술이 포함된다”라며 “연료전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발전기술을 포함해 기술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경쟁입찰을 통해 발전단가 인하를 유도하되 사업들의 투자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밝힌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방안을 보면 발전사업자, 전기판매사업자 등을 의무대상으로 하고 연료전지 발전, 석탄발전기 암모니아 혼소 발전, 수소 혼소·전소 발전 등의 발전형태와 우선 구매제도(급전 순위 최우선), 입찰을 통한 급전 순위 경쟁 등의 전력시장 참여형태 등을 고려해 정산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제세부담금 개편도 추진한다. 탄소연료의 제세부담금은 상향조정하고, 청정수소의 제세부담금은 하향조정 또는 환급을 통한 환경급전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제세부담금 환급의 경우 LNG에서 추출 및 탄소포집을 통해 생산하는 블루수소 활용시 탄소포집 비율 등 청정수소인증 비율에 따라 LNG에 부과된 제세부담금을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암모니아를 기존 비료용·산업용에서 발전용까지 확대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발전용뿐만 아니라 수송용, 산업용 등으로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청정수소의 판매·사용 의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안정적인 청정수소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무부과 대상자는 수소충전소와 수소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산업(철강, 석유화학 등)으로, 이를 통해 우리 산업구조를 에너지 다소비에서 환경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청정수소의 경제성, 해당 산업의 대체기술 성숙도,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라며 “단계적인 의무비율 상향 등 시장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정수소 시장 초기에는 생산 단가가 그레이수소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정수소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청정수소 생산단계는 청정수소인증제, 활용단계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청정수소 시장이 형성되는 상황을 감안해 제도 설계를 추진하고 수전해 등 수소생산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낮은 가격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인센티브 마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선 수전해 설비 설치 투자 확대를 위해 수전해 수소 공급 인프라(수소생산기지)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고, 주요국 사례조사 등을 통해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해외사례로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예산조정 패키지(Budget Reconciliation Package)인 ‘Build Back Better Act(BBBA)’의 일환으로 수소생산 세액공제를 시행해 청정수소 생산 1kg당 최대 3달러까지 공제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수전해에 사용되는 전기에 대한 소비자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밖에 RE100 참여(녹색프리미엄 요금제), 플러스 DR 참여(제주, 수요증대 정산금), 전력계약 허용, 계시별 요금제 개편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올해 수소생산·도입 방식별 CO2 배출현황을 조사하고, 2023년엔 CO2 배출량 실증과 인증기관 선정을 진행해 2024년 청정수소인증제도 운영을 고시할 계획이다.
EU・중국・일본 등에서도 각국의 상황에 맞게 등급별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2단계 등급으로, 그린수소(재생에너지 활용)와 저탄소 수소(CO2 60% 이상 감축)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은 3단계 등급으로 재생수소(재생에너지 활용), 청정수소, 저탄소수소로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구분 없이 기준 배출량 대비 감축률에 따라 등급(4단계)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내 수소생산량만으로 발전·수송·산업 등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로 도입하는 수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미국, EU, 일본 등의 국가와 다르게 해외 운송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해 인증제를 설계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여간의 논의 끝에 통과된 만큼 법률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시행령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며 “그간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기업들도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를 실현해 수소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orea H2 Business Summit’의 한 관계자는 “CHPS 제도는 기존 연료전지 발전사업 중심으로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수소법 개정안에 수소가스터빈도 수소발전에 포함됨으로써 CHPS 제도 내에서 다양한 수소발전원 간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 구분을 통해 균형 있는 보급을 유도하고, 수소발전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들이 CHPS 제도도입 이후 빠르게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에서 운용되는 계약방식 등에 대한 세부사항과 가이드라인을 사전 안내해 수소경제 전환을 위해 준비하는 다양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소・암모니아 발전의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발전사의 관계자는 “현재 동일 발열량 기준으로 석탄・LNG 가격보다 암모니아・수소 가격이 비교적 높은 편이므로 발전 연료를 암모니아・수소로 전환 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정수소 활성화 방안
전문가들도 청정수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수소 PD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청정수소 인증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이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에서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유럽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되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청정수소인증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수전해 원천기술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기에 이제는 수전해 산업을 본격 육성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청정수소인증제 도입방안을 자세히 제안한 연구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1년 11월에 발행한 ‘시장주도형 수소경제 조기 정착을 위한 전략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도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먼저 김 연구위원은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 마련을 위해서는 가장 기초가 되는 청정수소의 구체적인 조작적 정의 단계부터 관련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 플랫폼을 통해 중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시간 동안 논의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청정수소인증제 해외사례를 보면 구체적인 조작적 청정수소 정의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되어야 할 주요 사항은 청정수소 대상 수소생산기술, 판단 기준, 기능 단위, 전 과정 평가 시스템 경계 등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특히 청정수소 대상 수소생산기술을 단지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 등으로 한정하기보다는 청정수소 생산 신기술이 지속해서 등장할 가능성을 고려해 가능한 모든 기술(가령 원전 연계 수소생산기술, 융복합 기술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량적 기준을 마련해 이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정수소의 조작적 정의를 위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수소생산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설정해 이를 기준으로 등급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국과 일본이 EU의 프리미엄 수소의 기본적인 등급체계를 준용하고 있는 것처럼 EU 프리미엄 수소 등급체계 설정의 기본논리가 향후 국제적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의 등급체계 기본논리도 EU 프리미엄 수소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한국형 청정수소 등급체계를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청정수소 인정의 최대 범위는 2021년 10월 확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고려해 설정된 벤치마크 기준 배출량에서 40% 감축된 배출량(벤치마크 기준 배출량 대비 60%)인 7.01kgCO2/kgH2로 설정해 해당 배출량 미만인 수소를 청정수소로 정의했다.
현재 중앙집중식(off-site) 천연가스 추출 수소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11.68 kgCO2/kgH2 정도로, 이를 벤치마크 기준 배출량으로 설정했다.

다만 청정수소는 EU 프리미엄 수소 인정 기준을 준용해 벤치마크 기준 배출량에서 60% 감축된 배출량(벤치마크 기준 배출량 대비 40%)인 4.67kgCO2/kgH2를 기준으로, 배출량이 4.67 kgCO2/kgH2 이상 7.01kgCO2/kgH2 미만인 수소는 2등급 청정수소, 배출량이 4.67 kgCO2/kgH2 미만인 수소는 1등급 청정수소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와 원전 연계 수전해 수소 모두 1등급 청정수소로 분류됐다.
김 연구위원은 청정수소 공급인증서(CHC) 거래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실 EU, 중국, 일본 등의 청정수소인증제는 친환경 또는 저탄소 상품에 붙어 있는 인증마크나 라벨 정도에 불과하다. 청정수소인증제 자체만으로는 청정수소 기반의 수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특히 사업자가 청정수소인증제에 따라 인증된 청정수소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사용하게 하는 소위 ‘청정수소의무사용제’가 청정수소 시장 형성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청정수소 비즈니스 활성화에 반드시 요구되는 청정수소 비즈니스의 수익성 증진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U의 프리미엄 수소 인증제를 구성하고 있는 CertifHy 수소 원재료 보증서(GO) 거래제도 등을 참조해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와 연계한 가칭 ‘청정수소 공급인증서(Clean Hydrogen Certificate, CHC)’ 거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우선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에 따라 인증된 청정수소에 대해 생산·공급 실적에 상응해 가령 청정수소 1톤당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1건을 발행하고, 물리적 의미에서의 청정수소와는 별도로 해당 공급인증서를 일정한 시장가격에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거래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와 충분한 과징금 부과, 청정수소 공급인증서를 통한 사용의무 충족,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거래플랫폼 구축과 참여자 개방, 청정수소 등급에 따른 인증서 발행 가중치 차등화 등의 사항을 완비해야 한다”라며 “수소법 개정안에는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와 과징금 부과가 반영되어 있어 나머지 사항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은 무탄소수소와 수소가스터빈의 정의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유 센터장은 “수소법 개정안에서 청정수소 중 ‘무탄소수소’는 ‘수소의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아니하는 수소’로 정의됐는데,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 BOP(주변 기계 장치)는 안전을 위해 계통 전기를 사용함에 따라 ‘무탄소 수소’ 정의에 맞는 수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특별한 사례는 BOP 전기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저장한 배터리(ESS)로부터 공급받는 경우인데, BOP를 포함한 전체 수전해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센터장은 또 “수소가스터빈은 ‘수소 또는 수소를 포함하는 연료를 연소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동기’로 정의됐는데, 태안 화력발전소 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의 가스터빈에 유입되는 합성가스는 일산화탄소(CO) 60%, 수소(H2) 30% 정도로 구성되어 IGCC용 가스터빈을 수소가스터빈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만약 IGCC용 가스터빈이 수소가스터빈으로 인정된다면 IGCC용 가스터빈도 수소산업의 연관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