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홍 주함부르크 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월간수소경제 편집부] 1876년 독일인 니콜라우스 오토가 가솔린 엔진의 시초인 내연기관을 발명함으로써 인류는 본격적인 가솔린 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 1892년 디젤 엔진을 발명한 사람도 독일인 루돌프 디젤이다.

인류의 삶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독일인들이 이제 다음 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혁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독일 수소 혁명의 메카는 함부르크, 브레멘, 니더작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및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등 ‘북부독일’ 5개 연방주이다.

일찍부터 북해와 발트해를 통한 해상무역으로 부를 쌓아온 북부 독일은 해상의 강한 풍속을 활용한 풍력발전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독일 연방풍력에너지협회는 2020년 기준 독일 전체 풍력에너지 용량의 41%(2만2,376MW)가 북부독일 5개 주에서 생산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부 독일의 성공적인 풍력에너지 시스템 정착은 지난 20년간 독일 정부와 기업이 꾸준히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 온 결실이다.

최근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가 화석 연료 이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북부독일의 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0년 6월에 ‘국가수소전략’을 채택해 탈 탄소화 수단으로서의 수소의 역할을 강조하며, 수소의 생산·운송·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민간투자와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린수소’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그린수소를 통해서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 5G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늦어도 2040년까지는 이를 10GW로 증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방정부의 ‘국가수소전략’이 채택되고 6개월 이후 북부독일 5개주는 지역 내의 풍부한 풍력 자원을 활용해 그린수소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HY-5(Hydrogen Initiative)’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부독일 지역은 2025년까지 500MW, 2030년까지 5G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완비하게 되는데, 이는 독일 연방정부 생산목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풍부한 풍력자원과 인프라를 지난 20년간 착실히 확충해온 북부독일이 바야흐로 독일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그린수소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독일 제2의 도시이자 북부독일의 리더격인 함부르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함부르크는 올해 3월 기존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 그린수소 부문을 통합해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섹터 커플링 활성화 △그린수소경제 개발이라는 3대 과제 추진과 잠재적 수소 소비자인 철강·화학·항공 등 산업 클러스터 및 200개에 이르는 기업 간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함부르크 항 근처인 모어부르크(Moorburg) 지역에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이를 그린수소 단지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북해 풍력시설과 함부르크 도심으로의 송전망 인프라, 유럽 제2항인 함부르크 항과의 인접성, 함부르크 소재 철강·화학·에너지·모빌리티 산업 분야의 그린수소 수요 등 유리한 조건을 고루 갖추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북부독일 중에서도 최북단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위치한 하이데(Heide) 시는 북해 해상의 풍력 자원과 지하 소금동굴, 주변 산업체 수요 등을 활용해 ‘베스트퀴스테 100’, ‘HySCALE 100’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린수소 가치사슬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북해의 풍력 자원을 투입해 그린수소를 생산한 후 기존 석유·가스 인프라를 그린수소 저장·운송에 적극 활용하고, 수전해 중 배출된 산소와 잔여 열은 주변 정유공장과 시멘트공장에서 활용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이렇듯 야심찬 북부독일의 수소 프로젝트들이 우리에게는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을까.

첫째, 독일의 수소경제는 그린수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회색수소와 블루수소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친환경 기술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둘째, 독일의 그린수소 경쟁력의 배경은 지난 2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갈고 닦아온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약 45%에 달하기 때문에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전략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을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독일은 수소의 생산 및 철강·화학·시멘트 등 중화학 공업 활용에 강점이 있는 반면 수소 모빌리티 분야는 아직 취약하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독일과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주함부르크 총영사관은 북부독일 산업체들과 지방정부의 그린수소 가치사슬 구축 경험이 아직 실증단계에 있는 한국의 그린수소 산업에도 유익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오는 10월 20일(수) 북부독일과 한국의 그린수소 프로젝트 담당 산업체들과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디지털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 

이 온라인 워크숍에서는 앞서 소개한 북부독일의 그린수소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직접 참석해 그간의 사업 성과와 자신들이 희망하는 한국과의 협력 분야를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새만금개발청과 강원테크노파크가 참여해 지역 그린수소 프로젝트 현황을 소개할 것이고, 현대자동차그룹은 독일에서 특히 큰 관심을 보이는 한국의 수소전기트럭에 대해 발표한다.

이번 디지털 워크숍은 양국의 그린수소 산업 비전을 공유하고 산업체 간 가능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도록 지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 북부독일 간 수소 협력이 양국을 더욱 가까운 미래의 동반자로 이어주게 되기를 기대한다.

※ 오는 10월 20일에 개최되는 디지털 워크숍은 영어로 진행되며, 북부독일과 한국 간 그린수소 협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관 및 업체 참여자들에게 개방될 예정입니다. 워크숍 참여를 위해서는 아래 <사전등록 바로가기>에서 등록을 완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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