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픽업트럭에 전동화 기술을 우선 도입하고 있다면, 유럽은 총중량 3.5톤까지를 아우르는 경상용차(LCV; Light Commercial Vehicle)를 중심으로 전동화를 진행 중이다. 


전동화의 핵심에 ‘수소’가 있다. 배터리만으로는 충전시간이 길고 주행거리도 짧기 때문이다. 올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가 대표적이다. 수소충전 인프라를 갖춘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수소 경상용차’ 출시 붐이 일고 있다.


오펠의 비바로-e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스텔란티스는 올해 말까지 수소전기 밴 3종의 출시를 완료할 계획이다. 오펠의 비바로-e, 푸조의 e-엑스퍼트, 시트로엥의 e-점피 순으로 출시 일정이 잡혀 있다. 기존에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소연료전기 파워팩을 적용하게 된다. 

지난 5월에 공개된 오펠의 비바로-e 수소전기차만 해도 심비오(Symbio)에서 제작한 45kW 연료전지를 장착해 주행거리를 400km 정도로 늘렸다. 차량 하단의 배터리 칸에 700bar 수소탱크 3개를 장착했고, 앞좌석 밑에 넣은 10.5kWh 리튬이온 배터리에 다이렉트 전기충전도 가능하다. 

비바로-e 수소전기차는 모기업인 스텔란티스의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역량센터’가 있는 독일 뤼셀스하임의 OSV(Opel Special Vehicles)에서 생산된다. 오펠은 올가을에 첫 번째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르노가 플러그파워와 

손을 잡은 이유

2014년부터 수소전기차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르노는 2019년에 수소전기 소형 밴인 캉구를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마스터 수소상용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차량에는 포레시아와 미쉐린의 연료전지 합작사인 심비오에서 제작한 스택팩(StackPack)을 장착했다.

르노는 올해 초 플러그파워와 맺은 합의를 바탕으로 합작사인 하이비아(HYVIA)를 지난 6월 3일에 출범시켰다. 르노가 플러그파워와 손을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플러그파워는 연료전지 파워팩뿐 아니라 그린수소 생산, 액화수소 플랜트, 수소충전소 구축 등 수소생태계 전반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그룹은 올해 안에 하이비아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수소 경상용차를 출시하고 그린수소 충전소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플러그파워의 

모듈형 ProGen 엔진

플러그파워는 유통·물류 부문에 쓰임이 많은 소형 지게차용 연료전지와 충전시스템을 아마존과 월마트, DHL에 납품하면서 성장해왔다. 또 이를 기반으로 버스나 트럭 등 모빌리티 차량의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모듈형 ProGen 엔진을 개발해왔다. 

페덱스나 DHL의 배송트럭에 연료전지 기술이 들어간 ProGen 엔진을 적용한 바 있고, 약 4만 대의 연료전지에 매일 20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르노그룹과 합작사를 세우고 유럽시장 진출에 나섰으며, 9.9%의 지분을 확보한 SK그룹과 함께 아시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형 수소트럭 개발을 위한 

과도기

다임러트럭이 개발 중인 수소트럭 ‘메르세데스 벤츠 GenH2’ 프로토타입이 지난 4월 말부터 독일 뵐트공장에서 시험주행에 들어갔다. GenH2는 3년 안에 고객 테스트를 시작하고, 2025년 이후에나 본격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형 수소트럭을 위한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상대적으로 경상용차나 버스는 수소기술 접목이 쉬운 편이다. 

세계 4위 자동차 그룹인 스텔란티스는 연구개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펠, 푸조, 시트로엥 등 계열사 브랜드에 거의 동일한 플랫폼과 연료전지 파워팩을 적용하고 있다. 또 르노그룹은 플러그파워와 손을 잡고 수소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를 늘려가는 형태로 경상용차 출시에 나선다.

유럽은 올해 소형 전기차 출시에 주력하면서 대형 수소트럭 개발로 넘어가는 과도기 전략으로 수소 경상용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시장이 넥쏘를 중심으로 수소 기반 인프라를 늘려온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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