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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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사 수소사업 본격화 ② 화학社, 수소시장 진출 러시

롯데케미칼, SK가스‧에어리퀴드 손잡고 수소사업 진출 선언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유화업계 산업 대전환 시작
중소 화학사, 기술이전 통한 선택과 집중…수소시장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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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롯데케미칼이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탄소 포집·활용)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했다. 국내 석유화학사로는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나프타분해 설비에 달린 굴뚝에 배관을 달아 원료 생산 중에 나오는 배가스에서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수분 등을 없앤 다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게 된다. 


전처리 공정과 기체분리에 필요한 설비를 컨테이너 4기로 묶어 플랜트 하단에 붙였고, 그 앞에 제어실 한 기를 놓았다. 고분자 기체분리막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어레인의 실증설비로 시간당 300N㎥의 배가스를 처리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이 설비를 대산공장과 울산공장으로 확대 적용해 연간 2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방침이다.


포집한 CO2는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생산 원료로 쓰거나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만들어 인근의 중소 화학사에 판매하게 된다. 국내 화학회사들이 원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 구매하는 탄소배출권 비용만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만큼 이 같은 CCU 설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롯데 화학BU의 수소사업

CCU뿐만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들어 수소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먼저 SK가스와 손을 잡고 수소충전소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에 나선다. 또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와 함께 부생수소 생산과 유통, 액화수소 플랜트 시장에도 뛰어든다. 


롯데케미칼이 SK가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이렇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에 반해 SK가스는 LPG충전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수소충전소 사업에 강점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부생수소를 정제해 수익을 얻고, SK가스는 이를 유통해 수소시장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올해 안에 울산에 합작사를 세우고 수소충전소 건설과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울산에는 SK가스가 지난 2014년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SK어드밴스드의 사업장이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 생산 공정에서 연간 3만 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울산공장에서 연간 2,000톤의 부생수소가 나온다. 여기에 대산공장(1만1,000톤)과 여수공장(5만5,000톤)을 더하면 연간 총 6만8,000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적고 경제성이 높다. SK가스가 두산건설·한국중부발전과 광주광역시에 12.3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만큼 연료전지 발전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로 국내 암모니아 유통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해외 그린 암모니아 도입에 관심이 많다. 호주나 중동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서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5월에 포스코,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 HMM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포스코가 해외 생산에 참여한 그린 암모니아를 롯데정밀화학이 운송해서 저장하고, 벙커링(선박 연료로 주입)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에서 암모니아 추진선과 벙커링선을 개발하고, 한국선급에서 선박 검사와 인증을 수행한다.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선박 운영을 맡게 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소사업’의 경쟁 구도 안에 롯데란 이름을 찾기가 어려웠다.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두산, 효성 등 많은 기업들이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와중에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그 중심에 롯데그룹의 화학 사업부문(BU)이 있다. 


롯데 화학BU는 지난 2월 초에 ‘Every Step for GREE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그린 프로미스 2030’ 선언을 내놨다. 2030년까지 친환경사업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을 이끌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이 선언에는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4개 화학 계열사가 참여했다.


롯데 화학BU는 친환경사업의 매출 규모를 지난해 대비 10배가량 성장시켜 2030년까지 6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사업 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5조2천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향후 10년간 탄소배출량 증가 없는 탄소중립 성장을 추진한다. 2030년에도 2019년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유지하고, RE100에 준하는 자체 계획을 세워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제품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폐기물과 대기오염물질 등 환경영향 물질을 50% 저감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등 그린에너지 소재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한 만큼 수소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탄소중립 향한 유화업계의 노력

석유화학 부문은 탄소 다배출 업종에 든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경영을 도입해 사업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석유화학 업계가 지난 2월 9일 ‘2050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를 출범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민간의 이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탄소중립 산업전환 거버넌스 운영,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전략 수립,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 특별법 제정, 대규모 R&D 사업 추진, 세제·금융·규제특례 등 탄소중립 5대 핵심과제를 적극 추진한다. 


대응 여하에 따라 ‘탄소중립’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수소, 탄소,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폐플라스틱 등을 원료나 연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제조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경우 주도권을 잡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국내 1위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업체인 한화종합화학을 보자. PTA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나 페트병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 기업들이 PTA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만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5월 28일 회사 경영에 10개의 사업 목적을 새롭게 추가했고, 여기에는 수소·암모니아 관련 사업도 들어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세계적인 가스터빈 업체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수소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 김동관 대표가 ‘2021 PG4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서 수소혼소 발전, 즉 가스터빈에서 수소를 LNG와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H2GT(Hydrogen to Gas Turbine) 기술을 언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LNG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30% 이상 줄이고 산화질소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 인수를 통해 수소를 최대 65%까지 혼합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향후 수소 비율을 100%까지 늘려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가스터빈 개발을 겸한 수소혼소 연소기 개발은 두산중공업이 주력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수화학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이수화학은 국내 화학공정 산업 최초로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환경부에 제안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해 연간 2만6,000톤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얻었다. 

이수화학은 온실가스 전문 컨설팅 업체인 이너젠컨설팅과 협력해 환경부에 ‘부생수소 활용을 통한 수소제조공정 대체사업 방법론’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공인하는 온실가스 감축 평가방법으로 계산법과 모니터링 기준을 기술한 후 이를 현장에 적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감축한 온실가스 양이 2만6,000톤에 이른다. 한국표준협회의 엄격한 현장 검증과 심사를 거쳐 환경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됐다.


이수화학은 울산광역시와 한국화학연구원이 주관하는 정밀화학 기술협력 과제 참여기관에 선정되면서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는 단위부피당 에너지밀도가 낮아 운송 시 높은 액화비용이 발생한다. 부피와 무게 대비 수소저장 용량이 뛰어난 액상유기화합물을 개발해 수소 운송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LOHC는 반복적인 수소 저장과 방출이 가능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 화학사, 기술이전 통한 상업화 추진

중소 화학업체들도 수소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건축물이나 냉장고, LNG선에 들어가는 단열재용 폴리우레탄을 비롯해 냉매가스, 식각제, 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수경화학은 ‘그린 케미컬 사업부’를 신설하고 수전해 시스템 개발과 관련 고분자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경화학의 김문언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적이 있고, 2005년을 전후로 수소가 반짝 주목을 받다 흐지부지된 기억이 있다”며 “수소경제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랄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수경화학은 지난 2019년 10월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창희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수전해 평가장비’ 기술을 이전받으며 수소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는 알칼라인·PEM·AEM 대응이 가능한 다채널 평가장비로 수소와 산소의 유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수전해 셀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로 ‘알칼라인 수전해용 다공성 하이브리드 분리막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발포제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부산의 정밀화학소재기업인 금양도 수소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한, 초미세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촉매 제조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자회사(금양이노베이션)도 설립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KIST의 ‘링킹랩’ 프로그램을 통해 KIST 안에 공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나노와이어와 백금이온(전구체)을 섞는 단순 교반작업으로 2nm의 연료전지 백금촉매를 만드는 기술의 상업화에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막전극접합체(MEA)나 스택 개발에도 나선다.




금양은 부산 감전동의 본사 부지에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수소첨단산업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200억 원을 들여 연면적 9,900㎡에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다. 연내에 착공에 들어가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양은 부산시 등과 협력해 센터에 수소 전문 중소벤처기업과 연구소를 입주시켜 공동과제 수행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원료나 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는 정밀화학회사로 켐트로스가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막 공정 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 설비 구축에 나선 곳이다. 켐트로스는 흔히 이오노머라 부르는 ‘PFSA(과불화술폰산) 이오노머 전해질’의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듀폰 사가 개발한 ‘나피온’이라는 불소계 분리막 생산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오노머는 PEM(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의 전해질막, 백금촉매를 바르는 바인더의 소재로 널리 쓰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산설비가 없다.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오노머의 국산화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다.


이오노머나 분리막 제작기술은 미국의 듀폰과 고어, 벨기에의 솔베이, 일본의 아사히글라스 같은 극소수 업체만이 보유한 까다로운 기술이다. 켐트로스는 2019년부터 충북 진천의 3공장에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160억 원을 투자해 이오노머 파일럿 플랜트를 세웠다. 연간 100톤 규모의 상업용 설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켐트로스 곽주호 융합소재연구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올해 말까지 이오노머 양산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시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죠. 일례로 에스퓨얼셀에서 쓰는 건물용 연료전지와 두산퓨얼셀에서 쓰는 발전용 연료전지에서 요구하는 이오노머의 물성에는 차이가 있어요. 커스터마이징, 즉 주문제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고객사의 요청에 일일이 대응할 수 있는 소재업체가 국내에 있다는 건 국가 경쟁력에도 큰 보탬이 됩니다.”


핵심 소재를 어떻게 쓰느냐,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연료전지의 효율이나 내구성에 큰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해외 업체보다는 국내 업체의 대응이 신속하고 비용 면에도 이점이 있다. 정부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초소재 개발을 지원하고 소부장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규모 플랜트를 운영하는 석유화학사는 공정 중에 나오는 부생수소 생산을 통해 수소사업에 입문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사업, 발전용 연료전지 등 수소 밸류체인으로 발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또 탄소 포집 설비를 붙인 CCU 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 화학업체는 기술이전을 받거나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형태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규제는 이미 예고된 사안이다. 앞선 준비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미래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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