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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용차 경쟁 “수소트럭 시장을 잡아라”

올해 글로벌 승용차 시장 ‘전기차’ 주도권 경쟁
“승용은 전기, 상용은 수소”…중국의 투트랙 전략 주효
다임러, GM 등 완성차업체 수소트럭 개발 경쟁 치열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 배터리 셀 부족으로 출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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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바람이 거세다. 현대차만 해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를 최근 공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수소차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해 전 세계에 팔린 전기차 대수가 312만 대다. 수소차 판매량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순위를 보면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중국의 비야디(BYD)와 SGMW(상하이·GM·우링 합작사)가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볼보가 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 부재로 2019년보다 하락한 11위와 12위를 기록했다. 도요타, 닛산 같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승용차 부문에선 전기차가 대세다. 이 점에서 중국의 전략은 주효했다. 작년 1분기에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유럽에 순위가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비야디나 지리자동차 등은 전기차에 강점이 있고, 테슬라의 전략을 그대로 따른 니오, 샤오펑, 리오토 같은 신생업체들은 나스닥에 입성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사인 즈지자동차를 세우고 연내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도 올해는 전기차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블루웨이브’가 현실이 됐다. 민주당은 전기차 보급 정책을 줄곧 주장해왔고, GM과 포드 같은 전통의 내연기관 제조사들도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포드는 2026년까지 모든 차량의 포트폴리오를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로 채우고, 2030년에는 전기차만 내놓겠다는 혁신안을 내놨다.  

 

중국의 투트랙 전략: 승용은 전기, 상용은 수소

승용은 전기차가 대세다.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버스나 트럭 같은 상용차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차의 주도권을 잡은 중국은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에 주력해왔다. 그리고 그 핵심은 ‘수소’에 있다. 우리는 수소차가 ‘수소전기차(FCEV)’란 사실을 깜박할 때가 있다. 수소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더했을 뿐,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에는 별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를 알아야 수소차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특성상,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빠른 충전이 가능한 수소차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애초에 승용 부문은 전기차, 상용 부문은 수소차로 나눠 간섭을 피하면서 기술의 성숙도를 높여왔다(투트랙 전략으로, 상용차 기술을 확보하면 승용차 기술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출력이 비교적 낮은 밴이나 버스는 주행거리나 충전 인프라에 따라 전기나 수소를 병행할 수 있다. 




수소차 기술만큼은 현대차나 도요타가 크게 앞서지만, 중국이 늦었다고 조바심을 낼 처지는 아니다. 중국은 전기차란 숙제를 통해 수소차에 대한 선행학습을 마쳤기 때문이다. 또 캐나다 발라드사의 연료전지 기술을 오래전부터 현장에 적용해왔고, 도요타의 연료전지 스택을 도입해 자체 기술력을 높여왔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수소 분자는 작고 가볍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충전 인프라가 확보되고 연료전지의 성능이나 내구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말에야 처음으로 양산형 수소버스를 시장에 내놨다. 트럭은 버스보다 더 큰 출력과 내구성을 요한다. 지난해 스위스로 수출한 50대의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판매가 아닌 임대 형태로 운용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쿠팡이 물류회사로 참여하는 가운데 5대의 수소화물차를 현장에 투입하는 시범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양산형 차량 개발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중국 1위의 철강회사인 바오산철강(Baosteel)은 지난해 연말 60대의 수소 대형트럭을 인도받아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이들 트럭에는 도요타의 130kW짜리 연료전지 스택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요타는 중국의 시스템 통합업체에 스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포톤자동차, 디이자동차(FAW), 쑤저우 진롱 등에 자사의 연료전지를 공급해왔다. 베이징 시노하이텍, 상하이 리파이어 같은 시스템 통합업체들은 이런 실증을 통해 고출력 수소연료시스템의 핵심기술을 확보해가고 있다. 


도요타보다 한 발 늦긴 했지만, 현대차도 중국의 연료전지 시장에 곧 진출한다. 지난 1월 1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광저우개발구 정부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계약을 맺고 첫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는 ‘수소 굴기’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수소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광저우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 연간 6,500기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게 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포스코그룹과 손을 잡고 수소트럭의 도입, 수소의 생산과 이용 등에 관한 사업에 협력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차는 자사의 수소전기차나 연료전지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요처를 확보하고, 포스코는 ‘탈탄소’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면서 친환경차 소재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양사는 해외에서 추진 중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도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임러, 도요타, GM: 수소트럭 개발 경쟁 치열 

다임러트럭은 작년 9월 액체수소 연료를 채택해 1회 충전으로 최장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트럭 콘셉트카 GenH2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40kg의 수소저장 용량을 가진 2개의 스테인리스스틸 탱크가 탑재될 계획이다. GenH2의 파워트레인은 150kW 연료전지 2개와 70kWh 용량의 배터리팩 조합으로, 최대 400kW의 출력을 내게 된다. 


다임러트럭은 볼보트럭과 수소연료전지 개발 동맹을 맺고 수소트럭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양사가 손을 잡은 건 기술개발 속도에서 밀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GenH2의 양산 일정 계획은 2025년 이후로 잡혀 있다. 실증은 2023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실제로 다임러트럭, 이베코, OMV, 쉘, 볼보그룹은 H2Accelerate라는 협의체를 결성해 유럽에서 수소트럭의 대량 출시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2025년까지 20개 이상의 대용량 충전소를 중심으로 수백 대의 수소트럭을 운행해 검증을 완료하고, 2025년 이후에는 본격 양산에 들어가 1만 대 이상의 수소트럭을 빠르게 출시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있다. OMV와 쉘은 수소 생산과 충전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게 된다.




미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요타는 상용차 자회사인 히노를 통해 미국 상용차 업체인 켄워스와 협력해 수소트럭을 개발해왔다. 2018년부터 LA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일명 ‘쇼어 투 스토어(Shore to Store)’ 프로젝트는 LA항과 인근 내륙의 주요 창고단지를 연결하는 물류에 수소트럭을 투입,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는 클래스8 수소트럭 10대 운행 외에도 대용량 수소충전소 2기 구축, 무공해 화물 취급 장비 4대 운영이 포함되어 있다. 쉘은 이 프로젝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GM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사기 의혹이 불거진 니콜라와 과감히 ‘손절’했던 GM은 올해 1월 26일 미국의 트럭제조사인 내비스타(Navistar)와 손을 잡고 2024년까지 수소트럭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흥미로운 것은 내비스타가 폭스바겐그룹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의 만(MAN)과 스웨덴의 스카니아를 인수하면서 대형트럭 및 버스사업부 자회사인 트라톤(Traton)을 설립한 바 있다. 트라톤은 올해 37억 달러(한화 약 4조1,000억 원)를 들여 내비스타를 인수할 예정이다. 트라톤은 이미 내비스타의 지분 17%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이를 통해 트럭업계 최대 수익원인 북미지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 다임러의 프레이트라이너(Freightliner)와 볼보의 맥(Mack) 트럭 사업부가 이 지역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소트럭의 판매나 운영을 위해서는 수소충전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GM과 내비스타의 협약서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인 OneH2가 연료 공급을 위한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안전 업무를 맡는다. 또 미국의 물류·운송회사인 J.B. 헌트가 2022년 말 수소트럭과 연료공급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최대 수소연료전지 업체 중 하나인 플러그파워가 최근 수소차 생산을 위해 르노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운 소식도 관심을 끈다. 다만 플러그파워는 중소형 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에 강점이 있다. 르노는 플러그파워와 함께 픽업트럭이나 밴,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해 유럽에서 3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하는 연료전지 벤처기업인 호라이즌 퓨얼셀 테크놀로지스가 미국에 세운 자회사인 하이존(Hyzone) 모터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이존은 기존 상용차 회사에 연료전지시스템을 팔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플러그파워를 닮았다. 수소 상용차 시장의 커민스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사를 중심으로 수소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술개발 협약을 맺고 공동 대응하거나, 조인트 벤처를 세워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거나,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도요타가 작년 12월에 포르투갈의 버스 제조업체인 카에타노버스의 지분을 인수한 것도 유럽 수소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전기트럭 vs 수소트럭: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싸움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는 언제쯤 시장에 나와 수소트럭과 경쟁하게 될까?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세미트럭의 생산 계획을 공개했지만 이후 모델3와 모델Y 생산에 집중하면서 전기트럭 출시를 미뤄왔다. 


당시 공개된 세미트럭의 사양은 주행거리 482km인 가격 15만 달러 모델, 주행거리 804km인 18만 달러 모델 두 종이다. 2년 안에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앤하이저부시, DHL그룹, 월마트 등에서 선주문을 받았지만, 올해 연말에도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미트럭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때도 세미를 언급하면서 비슷한 말을 했다. 


“생산 증가는 아주 어렵다. 우리가 신제품, 예를 들어 테슬라 세미의 생산을 가속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배터리 셀이 없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9월에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파일럿 배터리 공장에서 개발하고 있는 4680 배터리 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클래스8 세미의 양산이 어렵다고 했다. 결국 배터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세미트럭에는 일반 승용차보다 5배나 많은 배터리 셀이 들어간다. 수소차 부품 값의 40%를 연료전지시스템이 차지한다면, 전기차 부품 값의 40%는 배터리가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입했고, 트럭에 넣을 만한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확보하려면 자체 생산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련 배터리 기술 확보는 별개로 하더라도, 과연 18만 달러(약 2억 원)라는 차량 가격을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5배나 많은 배터리 셀을 위한 충전 인프라, 충전 시간도 큰 걸림돌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업무용 차량을 모두 친환경차량으로 바꾸면서 수소차(넥쏘) 84대, 전기차 40대를 들였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고민은 전기차, 수소차를 가리지 않는다. 인천공항공사 에너지관리팀의 담당자는 전기차를 적게 들인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 전기차 100대용 급속충전기 30기를 설치하는 데만 3MW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메가와트 단위의 변압기 설비가 필요한데, 설치 공간 확보도 마땅치 않고, 시설관리 문제도 있다. 그에 반해 수소충전소는 운영사가 따로 있어서 일반 주유소를 이용하듯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충전시간도 훨씬 짧다.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보고 간 셈이다.”


테슬라의 수퍼차저처럼 현대차도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350kW급 초고속 충전설비인 하이차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800V 충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18분 안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란히 연결된 충전구에서 전기차 2대가 동시에 충전할 경우에는 각각 절반인 175kW의 출력을 지원하게 된다. 전기차 보급 속도를 인프라가 못 따라가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다임러트럭도 전기트럭인 e악트로스를 개발해 실증해왔고, 올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악트로스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200km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기아의 봉고3 특장차 전기모델 같은 경우는 주행거리가 177km에 불과하다. 짐을 싣고 달리는 물류트럭의 특성상 주행거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 도요타뿐 아니라 다임러,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 다퉈 수소 상용차 개발에 나선 이유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상용차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수소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수소충전소도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 설비 고장으로 자주 문을 닫기도 하고, 충전 후 압을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차량 가격도 낮춰야 하고, 연료전지의 내구성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어떤 기술이든 시장에 처음 진입해 안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수소는 고압을 다루는 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모험에 나선 최초의 사람, 그 발자취가 결국 길이 된다. 현대차나 도요타가 낸 길을 따라 기회를 찾아 나선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향후 2, 3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용차 시장의 판도는 확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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