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수소충전소에 수소버스와 넥쏘 차량이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이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창원대로를 타고 김해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불모산 고가다리가 한 바퀴 감아 도는 언덕 밑에 수소충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으레 성주수소충전소로 부르지만, 이는 1단계 사업에 불과하다. 현재 2단계 사업으로 국내 1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제이엔케이히터의 하루 500kg짜리 수소추출기 한 대가 1월 말에 추가로 들어왔어요. 전에 있던 것까지 합쳐 하루 1톤의 수소를 생산하게 되죠.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느라 현장이 좀 어수선하네요. 바로 앞에 짓고 있는 건물은 수소를 판매하게 될 수소출하시설이죠.”

이곳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는 창원산업진흥원에서 관리한다.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기획팀의 이상현 선임연구원을 따라 현장을 둘러본다.

수소생산시설, 수소출하장 막바지 공사 중

정식 명칭은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단지라, 다른 지자체나 언론에서 본보기 삼아 즐겨 찾는 곳이다. 지난 2018년에 1단계 사업으로 성주수소충전소가 개장했고, 2단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어서 3단계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설비 공사가 올여름에 시작될 예정이다.

▲ 창원산업진흥원 이상현 선임연구원을 따라 수소추출기 현장을 둘러보는 중이다.

“4단계 사업으로 수소액화 설비를 들일 예정이었는데, 이 사업은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 하루 5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하면서 취소가 됐어요. 대신 5단계로 기획했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예정하고 있죠. 수소출하장 뒤편 부지를 활용해서 2.4MW의 연료전지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전기는 서부발전에 팔고 열은 인근의 한국전기연구원 같은 곳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죠.”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향후 10MW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곳 성주동에 몰아서 짓기보다는 창원시 곳곳에 수요 부지를 확보해서 분산형으로 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기와 난방 수요, 분산발전의 특성을 고려하면 후자 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

1톤 규모의 수소추출기는 제이엔케이히터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500kg급 수소추출기 2개가 컨테이너박스 형태로 안쪽에 놓여 있다. 그 앞에 냉각탑, 액화질소 기화기가 볼록 솟아 있다. 질소는 개질기 내부의 기체를 빼내는 퍼징 작업 외에도, 시스템 초기운전 시 온도를 올리는 용도로 쓰인다. 양쪽에 세로로 놓인 작은 크기의 컨테이너박스에는 데미워터(Demineralized water) 제조 등에 필요한 각종 유틸리티가 들어 있다. 

▲ 하루 1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로,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 도시가스 압력 유지용으로 설치한 광신기계공업의 압축기. 뒤쪽에 CNG 불모산충전소가 있다.

“담 너머로 보이는 게 경남에너지에서 운영하는 CNG충전소(불모산충전소)예요.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라 도로 쪽을 지나는 도시가스 배관을 연결해서 쓰고 있죠. 앞에 보이는 건 도시가스 압력 유지용으로 설치한 압축기입니다. 저녁에는 도시가스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요. 실증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새롭게 설치했죠.”

광신기계공업의 압축기는 4~8bar로 작동한다.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 한 대는 이미 현장에서 700시간 이상 운전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수소 순도 확인도 거쳤다. 이번에 들어온 500kg급 수소추출기를 연결해 3월 중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는 일단 배관을 통해 바로 앞 성주충전소에 공급된다. 그리고 나머지 수소는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외부에 팔게 된다. 

수소출하장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부 공간은 둘로 나뉜다. 한쪽에 튜브트레일러가 들어가고, 한쪽에는 버퍼 탱크와 압축기 2대가 설치된다. 

“견인트럭 1대, 튜브트레일러 4대를 갖추고 수소 공급에 나서게 됩니다. 도시가스 원료비, 인건비, 운송비 등을 포함해서 kg당 6,000원에서 6,500원 정도에 수소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죠. CCU 설비로 이산화탄소를 판매하는 것도 그렇고, 수소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계속 고민 중에 있어요.”

창원시는 타 지역보다 800원 정도 저렴한 kg당 8,000원의 수소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수익성보다는 수소생태계가 지향하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어느 지자체보다 앞서서 벌인 사업이다. 3단계 CCU 설비는 수소출하장 앞에 들어선다. 올해 7월 정도에 설계 작업에 들어가 내년 초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창원 ‘2040 수소비전’의 출발점

수소버스 한 대가 들어와 충전을 시작한다. 성주수소충전소는 하루 325kg 규모의 충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엠솔루션이 구축했고, 린데의 아이오닉 5단 압축기를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는 전국 최초로 2019년 6월에 수소버스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했다. 초기에는 5대 정도를 운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가 28대로 늘었다.

▲ 수소 충전을 위해 들어온 시내버스 왼쪽으로 수소출하장이 보인다.

▲ 공사가 진행 중인 수소출하장 내부로, 버퍼 탱크와 압축기가 들어올 예정이다.

성주충전소 강석원 소장의 말에 따르면, 창원시 수소버스의 절반이 넘는 15대가 이곳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에 몰아서 충전을 해도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낮에도 이렇게 버스를 받고 있죠. 나머지 13대는 덕동충전소를 이용해요. 최근 진해 쪽에 죽곡충전소가 개장하면서 덕동 물량이 3대 정도 빠질 걸로 보고 있죠. 죽곡은 버스 충전을 감안해서 용량을 크게 갔어요. 2대 동시충전이 가능하죠.”

성주충전소의 디스펜서에는 버스용, 승용차용 충전건이 따로 달려 있다. 하지만 압축기를 한 대만 운영하기 때문에 동시충전이 안 된다. 그래서 버스 뒤에 차례를 배정받은 넥쏘 차주는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창원시나 창원산업진흥원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상현 선임연구원이 말을 받는다.

“올해 수소충전소를 하나 더 짓게 됩니다. 지역 업체인 지티씨에서 버스 전용으로 개발한 50kg급 압축기가 처음 들어와서 실증을 하게 되죠. 올해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대기시간에 대한 불편은 크게 줄 겁니다.”

▲ 수소저장용기 안쪽에 린데의 아이오닉 5단 압축기가 놓여 있다.

창원시는 ‘2040 수소중심 새로운 창원’ 비전을 수립해 수소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에 채 100대가 안 되는 수소버스 중 28대가 창원에서 운행 중이다. 시는 연말까지 그 수를 50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729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했고, 수소충전소도 5개소(성주, 팔룡, 중앙, 덕동, 죽곡)를 구축해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확보했다.

창원시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2025년까지 하루 20톤의 수소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에서 연간 3,910톤(하루 5톤)에 이르는 중규모 수소생산기지 사업을 추진 중이고, 덕동물재생센터에 바이오가스 수소화시설을 설치해 하루 3.5톤의 수소를 생산할 방침이다. 여기에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수소교통 복합기지도 예정되어 있다. 

“두산중공업의 수소액화 플랜트가 완공되는 2년 후에는 이런 움직임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 겁니다. 2023년에는 창원에서 생산한 수소를 전국으로 유통하는 일이 가능해지죠. 액화수소만 해도 수소충전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수요가 많으니까요.”

창원 도심에선 수소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수소모빌리티를 자주 접하다 보면 수소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수소 정책을 시행하고 관련 시설을 홍보한 덕에 주민 수용성도 좋은 편이다. 그 점에서는 이곳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소에너지의 순환을 담은 모델하우스

천연가스(메탄)를 개질하는 과정에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추출기를 통해 하루 1톤의 수소를 생산할 경우 8.6톤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3단계 사업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CCU 설비를 넣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루에 나오는 8.6톤 중에서 7톤 정도는 포집이 가능해요. 수요처는 넘쳐납니다. 하루 20톤 이상을 요청한 곳도 있죠. 탄산음료, 에탄올이나 메탄올 제조, 드라이아이스 제조에도 이산화탄소가 필요해요. 보통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정제해서 쓰는데, 그에 비하면 메탄을 개질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불순물이 적어 정제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하더군요.”

▲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는 총 4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현재 2단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산화탄소 정제 설비는 사용처에서 잘 갖추고 있다. 이곳에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넘기기만 된다. 이산화탄소 판매로 하루에 150~2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는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수소생태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견본 모델이 한 곳에 몰려 있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활용에 이르는 관련 산업의 순환 사이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창원시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적 흐름을 빨리 읽고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맞는 동기 부여를 주도적으로 해왔다고 할 수 있죠. 아직은 수익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 관점에서 수소 생태계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누구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며 내가 들어가 살 집의 구조를 살피고 가족이 쓸 방이나 가구 놓을 자리를 머리에 그린다. 여기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수소를 생산해서 충전하거나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어 인근 회사나 가정에 공급하는 일이 이곳 단지 안에서 모두 이뤄진다. 수소에너지가 어떻게 순환하며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는 이제 2단계 사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공들여 잘 지어야 한다. 말 그대로 시장의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는 이제 시작이다. 창원산업진흥원은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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