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사이언스는 태백시 장성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차를 타고 영동선 철길을 지나 언덕을 오른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의 철암선탄장이 눈에 든다. 철암역 바로 뒤편이다. 탄가루가 묻어 까맣게 변한 비포장도로를 타고 길을 내려가자 두 개 동으로 이뤄진 플랜트 설비가 나온다. 260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짓는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기술을 가스화복합발전(IGCC)에 접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이오매스, LNG, LPG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연료로 해서 전기발전을 하거나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죠. 3,000℃에 이르는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고, 연소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거의 없습니다.”

그린사이언스의 이봉주 대표가 한 말이다. 철암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는 3MW급이다. 2MW의 전기를 생산해 한전 태백변전소로 보내고, 1MW의 발전량에 필요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게 된다. 그 양이 하루 600kg으로 모두 그린수소에 든다. 

플라즈마 토치 기술 접목해 그린수소 생산

그린사이언스는 이봉주 대표가 플라즈마 응용기술의 산업화를 목표로 지난 2011년에 창업한 플라즈마 기술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13년 강원도 태백시의 장성농공단지에 입주해 1MW급 파일럿 플랜트를 완공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 그린사이언스의 이봉주 대표.

이듬해 철암 발전소의 착공식을 열었지만, 부지 허가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5년간 속앓이를 해야 했다. 강원도, 태백시의 협조로 발전소 부지의 용도변경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투자를 받아 지난해 5월 공사가 재개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올해 초에는 주력 사업을 화장품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꾼 코스닥 상장사 글로본의 자회사로 편입되기도 했다.

“물질의 상태는 보통 고체, 액체, 기체로 나뉘죠. 플라즈마는 기체 다음 단계로, 초고온 상태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되는 ‘제4의 물질’로 통해요. 번개를 떠올리면 됩니다. 번개가 치는 것처럼 고체에 3,000℃ 이상의 빠르고 높은 열을 전달해 가연성 가스를 추출한 다음 이 가스로 엔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되죠. 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대신 수소를 추출해서 정제하면 수소차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가 되는 겁니다.”

스팀메탄개질(SMR) 방식을 통한 수소추출 과정에서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 1kg당 10kg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경제성 때문에 과도기의 사용을 용인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즈마 토치 가스화기를 적용한 PSMR 방식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그린사이언스의 플라즈마 기술이 수소경제에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럽에서는 부생수소나 추출수소를 그레이수소로 보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요. 탄소를 포집해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CCUS 설비를 달아서 블루수소나 청색수소를 유통하는 방안도 주목을 받고 있죠. 수소 로드맵에서도 이 방향으로 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린수소 생산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비용이 그나마 많이 떨어져서 kg당 생산비가 12,000원 정도인 걸로 알아요. 여기에 운송비를 더하면 15,000원이 넘는다고 봐야겠죠. 우리나라는 아직 그린수소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을 정도로 유럽에 비해 시장이 척박합니다.”

철암 발전소는 나무를 가공할 때 버려지는 수피(바이오매스)를 갈아서 연료로 투입한다. 수입 원목을 가공할 때 나오는 나무껍질이나, 간벌할 때 나오는 미이용목재를 받아서 쓸 예정이다. 이런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발전은 REC(재생에너지증명)를 적용받고, 이를 원료로 생산한 수소는 ‘그린수소’로 인정받는다. 

▲ 철암역 바로 뒤에 있는 3MW 철암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7월부터 철암 발전소에서 생산할 예정인 하루 600kg의 수소는 그린수소에 해당한다. 제주도에서 풍력발전과 연계한 3MW급 P2G(Power to Gas) 사업을 올해부터 진행한다. 2022년 후반기는 돼야 수전해 설비를 돌려 수소 생산에 들어갈 전망으로, 제주에서 목표로 하는 그린수소 생산량은 1일 평균 200kg이다. 철암 발전소의 하루 생산량이 세 배나 많다. 

그린사이언스가 보유한 핵심기술은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토치에 있다. 철암 발전소의 3MW 가스화로에는 6기의 플라즈마 토치가 설치된다. 현재 공장 내부의 각 부품 공사와 외관 토목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조만간 플라즈마 토치 설치를 완료하고 2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 철암 발전소 내에 설치된 플라즈마 토치 가스화로의 웅장한 모습이다.

“이제 막 준공검사 허가 신청서를 내기 시작했어요. 3월 초에는 준공검사를 받고, 회사 창립기념일인 3월 31일에 맞춰 준공식을 할 계획입니다. 플라즈마 발전소는 3MW를 기본 단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최대 20MW까지 확장이 가능한데, 이때도 5MW 단위로 4개를 나눠서 짓는 편이 효율적이죠.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에서도 분산발전의 수요가 많아요. 가스엔진 자체로 1MW, 2MW 소규모 단위에서도 40% 이상의 발전효율을 내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겁니다.”

탄소 배출 없는 PSMR 수소추출기 

이봉주 대표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환교수로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설계에 참여하는 등 핵융합·플라즈마 연구에서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지금도 한동대 대학원 첨단융합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플라즈마 기술은 이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에 빠질 수 없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회로의 패턴 형성에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물체 표면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공정에 플라즈마 기술이 적용된다. 마이크로웨이브 또한 전자레인지 등에 사용되는 친숙한 기술이다. 2.45GHz의 전자파를 이용하는데, 이는 5G의 주파수대에 해당한다. 

“플라즈마 기술을 상업용 발전 부문에 접목하기 위한 고민에서 철암 발전소가 시작됐죠. 기존에 ‘플라즈마 아크 토치’ 방식이란 게 있지만, 온도를 수천 도로 높이는 과정에 과도한 전력이 필요해서 경제성이 낮아요. 또 아크를 일으키는 금속 전극의 수명이 짧아 고가의 전극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 1일 1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플라즈마 토치 수소발생장치(PSMR)를 생산 중이다.

그린사이언스는 전자파로 플라즈마를 만들어 전기가 적게 들고 금속 전극도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발전소의 의무보수 기간 1개월을 빼고 330일간 지속 운전이 가능하다. 특히 2,000℃를 넘는 불꽃 부피가 아크 플라즈마의 50배에 달할 정도로 효율이 높고, 연소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2,000℃ 이상 고온에서 완전 분해가 되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없다. 

“효율이 높아서 저급탄이나 폐기물, 하수 찌꺼기 등을 연료로 한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런 물질을 태울 때 나오는 독가스도 제거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기술이죠. 현재 강원도 지원 사업으로 하루 1톤 규모의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연소해서 10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 설비는 올해 9월 태백시환경자원센터에 완공될 예정이다. 처리 과정은 이렇다. 먼저 회전가마로 불리는 로터리 킬른 안에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넣고 열분해를 하면 타르, 다이옥신과 함께 CO, H2, CO2 같은 가스가 나온다. 여기에 열분해 시 찌꺼기로 남는 숯을 더해 플라즈마 토치 가스화기에 넣어 합성가스를 만든다. 이 가스를 플라즈마 토치가 장착된 WGSR(수성가스전환반응기)로 보내 수소로 만든 다음 PSA 설비로 깨끗이 정제한다. 

이봉주 대표가 기존 SMR 방식과 비교한 자료를 보여준다. LNG를 연료로 수소를 개질하는 PSMR의 경우 기존의 스팀메탄개질 방식과 비교해 설치비가 저렴하고 가스화 효율이 높아 연료인 메탄을 3분의 2 정도만 사용하고도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발생장치의 내부.

“SMR은 반응기 온도를 800℃ 이상 높게 유지해야 해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촉매도 갈아줘야 합니다. 유지보수 비용이 그만큼 더 들죠. PSMR은 개질반응기와 수성가스전환반응기가 하나로 이뤄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즈마 토치를 단 가스화기 안에서 CO(일산화탄소)를 H2(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죠. 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넣어서 수소를 만드는 데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 문제가 없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PSMR은 SMR의 경제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의 약점을 극복하는 셈이 된다. 그린사이언스는 플라즈마 가스화기술을 적용해 기존 LP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는 사업화 모델을 추진 중이다. 현재 속초에 있는 개인택시가스충전소에 하루 25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가 하루 150kg의 SMR 설비를, 그린사이언스가 나머지 10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PSMR 설비를 구축하게 된다.

플라즈마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의 중심

태백 장성농공단지에 있는 공장 내부를 둘러본다. 하루 100kg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토치 가스화기 생산이 한창이다. 맨 왼쪽에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에서 만든 전자파가 아이솔레이터와 3개의 스터브 튜너를 지나 가스화기 상단의 플라즈마 토치로 들어가게 된다. 

원통형 가스화기로 메탄(CH4)을 불어넣어 3,000℃에 이르는 초고온으로 기체를 분해하는데, 1차 반응 기준 발생가스의 조성비를 보면 H2 74%, CO 24%, CO2 1%, H2O 1% 순이다. 

▲ 두 직원이 플라즈마 발생장치의 스터브 튜너를 손보고 있다.

74%로 수소 수율이 높게 나오고, 이산화탄소 발생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이 또한 플라즈마 토치 공정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값비싼 CCUS 설비를 붙이지 않고도 기존 수소추출 방식으로 그레이수소의 약점을 극복한 ‘그린수소 충전소’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올해 상용화를 통해 제품의 성능을 제대로 검증한다면, 수소추출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확률이 높다.

제이엔케이히터의 자료를 토대로 수소 1kg의 제조원가를 비교한 자료를 살펴본다. 하루 250kg 수소생산량 기준으로 원료비, 상수도비, 전기료, 유지관리비 등을 적용했을 때 SMR이 수소 1kg에 6,434원, PSMR은 6,243원이 나왔다. 제조원가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PSMR이 200원가량 싸다. 플라즈마를 만드는 데 드는 전기료 상승분을 낮은 연료비로 상쇄한 셈이다. 

“PSMR은 이제 막 개발된 제품이라 개선의 여지가 많아요. 향후 수소 제조원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수소차가 전국에 1만 대 이상 보급되면서 LP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바꾸려는 수요가 있는 걸로 알아요. 정부 정책도 그렇게 가고 있고요. 현재 하루 500kg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온사이트형 PSMR 패키지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기술의 적용 영역은 가스화발전소, 수소뿐만이 아니다. 이봉주 대표는 한동대 벤처기업으로 기술투자를 받아 이노파우더란 별도 법인을 세웠다. 이노파우더는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3D 프린터용 금속 분말과 세라믹 분말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차세대 음극재인 실리콘산화물(SiOx), 전고체전지용 금속리튬(리본), 니켈이나 티타늄 나노파우더 등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100억 원의 자금을 투자받아 대전 대덕단지 안에 공장을 세우고 SiOx 양산화 플랜트를 구축 중이다. 금속 분말 제조에 수소가 꼭 필요한 만큼, 그린사이언스의 PSMR 설비를 공장에 들일 예정이다.

“크게 보면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 수소 관련 사업, 플라즈마를 사용한 금속 분말 제작 이렇게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강원도가 수소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삼척, 동해, 강릉, 평창을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 포함시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죠. 여기에 더해 태백을 ‘플라즈마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린사이언스의 플라즈마 기술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태백에서만 3개의 수소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철암 플라즈마 발전소, 태백시환경자원센터에 들어서는 소형 폐수지·폐비닐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 외에도, 450KW급 석탄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철암 발전소 현장에서 그린사이언스 시설운영팀의 정병하 팀장이 경영지원팀 장용재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플라즈마 가스화발전소의 경우 개발도상국에 더 쓰임이 많아요. 우리보다 전기 소비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더 많은 가정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죠. 오염물질 배출이 없어 환경에도 이점이 있고요. 좋은 기술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플라즈마가 선보이는 마법 같은 기술을 눈으로 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오는 4월부터 철암 발전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가고, PSMR 그린수소 설비들이 속속 들어서면 그린사이언스의 기술이 한층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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