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하늘정원 바로 옆에 위치한 인천공항 T1 수소충전소.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올해 1월 4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인근에 T1 수소충전소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보다는 공항화물청사역에서 더 가깝다. 역에서 차를 몰고 스카이72 골프장의 하늘코스 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나온다. 인천공항 하늘정원 바로 옆이라 랜딩기어를 내리고 활주로로 날아드는 항공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오후 3시가 되자 무료순환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수소충전소 안으로 들어온다.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다. 수소전기버스라 확실히 조용하다. 버스기사가 차창을 열고 충전함 덮개의 열쇠를 건넨다. 버스 안은 텅 비어 있다. 24인치 캐리어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직 정식 운행에 들어가기 전인 시범운행 기간에 찾았다. 

▲ 오후 3시에 맞춰 인천공항 순환버스 한 대가 충전을 위해 들어온다.


일반 충전소로 개장, 하루 3회 수소버스 충전

인천공항 T1 수소충전소는 수소버스 전용이 아니라 일반 수소충전소로 지어졌다. 1시간에 넥쏘 5대, 그러니까 시간당 25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충전소 운영은 하이넷(Hynet,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서 맡고 있다. 하이넷의 임진성 매니저가 충전건을 체결하고 700bar로 수소 충전을 시작한다.

“평일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합니다. T2(제2터미널)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인천공항 셔틀버스도 여기서 충전을 하게 되죠. 일반 넥쏘 차주 분들도 여기서 충전을 할 수 있어요. 다만, 셔틀버스 충전 시간을 피해서 오시길 추천 드리죠.”

일반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순환버스 충전 시간을 공지하고 있다. 그 시간은 오전 10~11시, 오후 3~4시, 오후 7~10시 세 타임이다. 버스충전 시간대라도 충전 차량이 없으면 대기 순으로 바로 충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충전건을 체결하고 수소를 충전하는 중이다.

“버스의 경우 30kg 남짓 풀 충전을 하면 30분 정도 걸리고, 그 절반인 15kg이면 15분가량 걸려요. 충전 시간이 그렇고, 충전 후에 압축기로 가압하는 시간을 더하면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겠죠. 수소버스 전용으로 짓는 T2 수소충전소가 상반기에 개장하면 대기 문제는 바로 해소될 겁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넥쏘 차주들은 인천 고잔동의 H인천수소충전소를 주로 이용한다. 인천대로 방면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아직은 그 수가 크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이곳 충전소를 찾는 차량의 절반은 공항공사 차량이고, 절반은 외부 차량이다. 서울의 수소택시 기사가 공항 손님을 내려놓고 충전을 위해 방문한 적도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에너지관리팀의 양성옥 차장(오른쪽)이 하이넷의 임진성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친환경 차량을 도입하면서 넥쏘 차량이 크게 늘었어요. 모두 여기서 충전을 하고 있죠. 충전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버스가 확실히 좋습니다. 버스 한 대에 들어가는 수소량이 승용차 5대와 맞먹으니까요. 일반 승용차는 고객 방문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버스 같은 경우에는 충전 시간이 일정해서 대응하기가 쉬워요.”

16.4kg의 수소를 충전하는 데 딱 15분이 걸린다. 김태훈 기사가 버스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른다. 디젤이나 CNG(압축천연가스) 버스와 달리 시동 전후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디지털 계기판을 보니 92% 충전에 주행가능거리 452km라고 떠 있다. 차량 내부는 기존의 저상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새 버스라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다.  

김태훈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충전 시설을 둘러본다. T1 수소충전소는 제이엔케이히터에서 충전 설비를 공급했다. 디스펜서는 눈에 익은 일본의 다쓰노사 제품이다. 또 압축기는 서울 상암 수소충전소에서 본 적이 있는 미국 PDC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쓰고 있다. 

버스 전용 T2 수소충전소 6월 개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에너지환경처 에너지관리팀의 양성옥 차장도 올해부터 회사 차량으로 넥쏘를 몰고 있다. 양 차장은 “공사가 3년마다 업무용 차량을 새로 계약하는데, 올 1월 1일부로 전 차량을 친환경차로 계약했다”고 말한다. 과거에 일반 승용으로 공사에서 구매한 차량을 빼면 올해부터 100% 친환경차량을 운행하는 셈이다.

“이번에 수소차(넥쏘) 84대, 전기차 40대가 들어왔어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두 배가 많죠. 충전을 해보니 일반 휘발유 차량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요. 물론 여기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선 덕분에 마음 놓고 80대가 넘는 수소차를 운영할 수 있게 됐죠.”

▲ 인천공항공사 에너지관리팀의 양성옥 차장은 올해부터 새로 들어온 넥쏘 차량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충전 인프라만 잘 갖춘다면 수소전기차 운행에는 무리가 없다. 넥쏘 한 대당 보통 4~5kg의 수소를 충전하는 데 5분 정도가 걸린다. 충전 시간이 짧다는 건 큰 이점이다. 전기차도 급속충전시설을 갖추면 20분 안쪽으로 충전 시간을 당길 수 있지만, 이 설비를 갖추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

양성옥 차장은 “단순 계산으로 전기차 100대의 급속충전기 30기를 설치하는 데만 3MW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메가와트 단위의 변압기 설비가 필요하고, 설치 공간 확보나 시설관리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저탄소 친환경 국제공항 구현이라는 목적에 맞게 에너지의 효율성을 따져 차량을 배분을 한 셈이다.

“3년 뒤에 또 친환경차량으로 계약을 해서 이 흐름을 죽 이어갈 겁니다. 공항공사라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빠른 도입이 가능했지만, 단지 안에 입주한 항공사나 면세점 등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바꿔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천시와 협의해서 영종도로 들어오는 버스만이라도 수소버스로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는 6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T2 수소충전소의 위치는 버스차고지에서 가깝다. 2여객터미널 1km 근방에 있는 GS칼텍스 주유소 옆에 붙여서 가기로 했다. T2 수소충전소는 버스 전용으로 지어진다. 하루 평균 1,000kg의 수소를 공급해 수소버스 40대를 충전할 수 있다. 에어리퀴드가 충전 설비를 공급하고, 충전소 운영은 하이넷이 맡게 된다. 

▲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84대의 넥쏘 차량을 도입했다.

“시간당 80kg까지 수소버스와 수소승용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죠. 디스펜서든 압축기든 모두 두 대씩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이곳 영종도는 바다를 매립한 섬이라 지반이 낮고 땅이 물러요. 작년 봄부터 연말까지 땅을 올리는 지반 조성공사를 진행했죠. 인허가만 떨어지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민원은 없다. 인허가의 문턱만 넘으면 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이다. 터미널 간 이동뿐 아니라 인근 호텔이나 장기주차장을 오가는 국내외 이용객에게 순환버스는 공항의 발과도 같다. 수소버스는 이들에게 탄소배출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의 수소 기술이나 정책을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가 있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인천 영종도에 수소버스 전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경우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서울에는 370번 수소버스가 운행 중이지만, 전용 충전소가 없어 4대만 투입된 실정이다. 이들 버스는 상일동에 있는 H강동 수소충전소에서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수소를 충전해 운행한다.

강동 수소충전소도 T1 수소충전소처럼 버스 전용이 아니다. 서울시는 수소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2025년까지 수소버스 운행 대수를 1,000대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버스공영차고지를 활용해 올해 강서·진관을 시작으로 2026년 은평까지 모두 11곳의 수소버스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재 수소충전소 재개장을 위한 증설 공사 과정에서도 겪었듯이, 민원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 있는 CNG 충전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수소충전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7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하루 200kg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짓겠다는 방침이다. 어쨌든 노력은 하고 있다.

일본 도쿄, 수소버스 전용 충전소만 3곳

공항 인근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수소버스를 운영하는 사례로는 이웃나라 일본을 들 수 있다. 간사이국제공항 T2 인근에 있는 수소충전소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1월에 개장한 수소충전소로 이와타니산업의 액화수소를 공급받아 기화해서 쓰고 있다. 

▲ 이와타니가 구축한 도쿄 카사이 수소충전소.

이와타니산업은 지난해 2월 도쿄 카사이 수소충전소를 비롯해, 10월에는 도쿄 하네다공항 수소충전소를 개설했다. 이 두 곳은 탱크로리로 액화수소를 공급받아 시간당 80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 T2 수소충전소와 비슷한 규모라 할 수 있다. 도쿄만 해도 수소버스 충전이 가능한 수소충전소를 3곳이나 확보하고 있고, 80대가량의 수소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수소버스는 현재 7대가 들어와 있어요. 수소충전이 중요한 만큼 준비가 되는 대로 버스 투입 대수를 조금씩 늘려갈 예정입니다. 3년 내로 차를 바꿔야 하는 대차물량이 10대 정도 되는데, 이 버스들을 단계적으로 수소버스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내부 방침입니다.” 양성옥 차장의 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도입한 버스는 지난해에 첫 양산형으로 나온 ‘일렉시티 FCEV’ 모델이다. 현대차가 개발한 180kW 연료전지 시스템과 동급 최대 875리터의 수소탱크, 78.4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약 474km(서울 시내 주행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2개가 들어가지만, 수소트럭과 달리 출력을 기존보다 10kW 낮추면서 내구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정화 능력은 탁월하다. 일렉시티 FCEV 1대가 연간 8만6,000km를 주행할 경우 41만8,218kg(1km당 4.863㎏)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이는 몸무게 64kg인 성인 85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공기에 해당한다. CNG 버스와 비교해도 환경의 이점은 명확하다. CNG 버스는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대신 주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 968.55g과 질소산화물 0.797g이 발생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수소버스 외에도 분산전원으로 수소연료전지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2024년까지 확장 공사가 잡혀 있는 제2여객터미널에 전원공급을 위한 연료전지를 들일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수소 연료나 전기로 구동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 9월 KT, 현대차 등과 K-UAM 사업 협약을 맺기도 했죠. 공사는 이 사업에서 UAM 인프라 구축과 운영, 공항셔틀 연구 등을 진행하게 됩니다.”

▲ 인천공항 T1 수소충전소에 두 대의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와 있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 등 지방공항 14곳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도 UAM 사업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7월 한화시스템과 에어택시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고, UAM 이착륙장 건설과 운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 도심에서 드론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이 실증사업을 통해 5년 뒤에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마침 ‘현장 점검’ 팻말을 단 수소버스가 충전소로 들어온다. 수소버스를 직접 시승하고, 수소충전소를 둘러보는 과정을 통해 수소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 수소버스가 자주 많이 다닐수록 좋다. 그러자면 수소충전소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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