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손톱만 한 전기화학식 센서가 수소 누출을 잡아낸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충전소나 수전해 설비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수소 안전’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폭발과 화재의 위험성 때문이다. 어떤 가스든 예상치 못한 누출 사고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체 누출 여부를 사전에 인지한다면 위험에 대처할 시간도 그만큼 빨라진다. 

센코(SENKO)는 전력 소모가 없는 전기화학식 수소센서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배터리의 전기를 쓰지 않아 향후 수소전기차 등에 활용도가 높다. 2004년까지만 해도 전기화학식 가스센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센코가 ‘센서 독립’을 선언하고 15년간 소재와 측정기기 분야에 실력을 쌓아온 덕에 전기화학식 가스센서의 대중화 길이 열렸다. 센코는 지난 10월 코스닥에 당당히 입성했다. 

▲ 경기도 오산에 있는 센코 본사.


전력 소모 없는, 전기화학식 가스센서

“전 세계에 상용화된 가스센서 기술은 크게 접촉연소식, 전기화학식, 반도체식, 광학식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접촉연소식은 LNG, LPG 같은 가연성 가스를 감지하는 데 쓰고, 반도체식은 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감지하는 데 쓰죠. 광학식은 이산화탄소 같은 분자구조가 안정적인 가스를 감지하는 데 사용해요. 반면에 전기화학식 가스센서는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는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염소 같은 독성가스 감지에 쓰임이 많죠.”

경기도 오산의 센코 본사에서 만난 환경센서연구소 정병길 소장의 말이다. 센코는 80여 가지 기체에 대한 정량적 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안전, 환경측정, 악취 모니터링, 헬스케어용 호흡측정기 등 여러 분야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 세계 시장에서 요구되는 방폭 인증인 미국의 UL, 북미의 CSA, 유럽의 ATEX 등을 확보해 전 세계 35개국에 제품을 수출한다. 

정병길 소장이 센코에서 개발한 전기화학식 가스센서 제품을 보여준다. 칸막이로 된 장신구 보관함 같은 곳에 각기 다른 모양의 센서가 들어 있다. 이날은 ‘전기화학식 수소센서’에 집중하기로 한다. 

▲ 센코에서 개발한 다양한 전기화학식 가스센서 제품들.

센코는 지난 2009년 수소센서 개발에 착수했다. 수소란 기체의 특성상 폭발보다는 누설 여부를 감지하는 저농도 수소센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000ppm의 수소를 감지하는 수소누설감지기를 2년 만에 개발했다. 센코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전기화학식 수소센서로 2012년 신기술 제품 인증(NEP)을 받기도 했다.

정 소장이 엄지손톱만 한 수소센서 제품을 가리킨다. LED조명이 유행하면서 지금은 보기가 힘들어진, 형광등의 스타트 전구를 꼭 닮았다. 물론 크기는 절반 정도로 작다. 

전기화학식 수소센서의 내부 작동 원리를 담은 그림을 보자 한결 이해가 쉽다. 외부에서 수소기체가 확산유입구로 들어오면 작용전극(Working Electrode)의 촉매와 반응을 일으켜 수소이온(H+)이 생성되고, 이 양이온이 대응전극(Counter Electrode)으로 이동해 전류를 생성하게 된다. PEM 연료전지스택의 화학 반응을 연상하면 된다. 

“대상 가스가 촉매에 반응해 일으키는 전류의 양을 측정해서 가스 농도를 파악하게 되죠. 전류량이 수소의 양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전기화학식 가스센서는 낮은 농도(ppm)의 기체를 정량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센서 자체의 전력 소모도 없고요.”

▲ 전기화학식 수소센서에 들어가는 내부 소재와 부품들.

그러나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작용전극에서 촉매 반응으로 생성된 이온을 대응전극으로 전달하는 매개물로 산이나 염기 수용액을 전해질로 쓰게 되는데, 이 전해질이 고온에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60℃ 이상의 고온에서 증발할 우려가 있다. 

“중동에 납품한 전기화학식 황화수소 센서가 6개월 만에 고장이 난 적이 있어요. 고온의 건조한 환경에서 센서 안에 있던 전해질이 증발한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입한 게 이온성 액체(Ionic Liquid)예요. 이온전도도를 유지하면서 증기압이 매우 낮은 새로운 형태의 전해질로, 고온에서도 매우 안정적이죠. 이온성 액체를 전해질로 쓰면서 90℃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기화학식 가스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소전기차에 활용 가능한 수소센서 개발

도시가스 보일러를 쓰는 집엔 도시가스 누설경보기가 달려 있다. 보통 이런 곳엔 ‘접촉연소식’ 가스센서를 단 경보기를 쓴다. 공기 중으로 누설된 기체 농도가 일정 수준이 되면 폭발 위험이 있는 폭발하한농도(Lower Explosive Lime)를 센서가 감지해 경보음을 울리는 방식이다. 수소는 이 폭발하한농도가 4%(프로판가스는 2%)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점화에너지가 20μJ(마이크로줄)에 불과해(프로판가스는 180μJ) 쉽게 불이 붙는다. 그래서 큰 주의가 필요하다. 

“수소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큰 장점이 있지만, 폭발 위험성이 매우 높아요. 처음부터 수소 누출 여부를 관리할 건지, 아니면 폭발 가능성이 있는 시점부터 관리할 건지 하는 두 가지 방향성을 두고 결정을 하게 되죠. 보통은 후자인 ‘폭발’에 맞춰서 관리가 돼요. 그래서 대부분의 수소 관련 설비에는 가연성 가스를 감지하기 위한 접촉연소식 가스센서를 쓰고 있죠. 시중의 수소전기차도 그렇고요.”

접촉연소식 가스센서는 코일에 산화물을 코팅한 구조로, 코일을 300℃ 이상 가열해 가연성 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저항 변화를 감지하는 형태로 고농도 가연성 가스를 감지한다. 접촉연소식 센서는 코일 가열에 전력이 필요해 상시전원을 공급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수소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쓰는 제품에는 전력 소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시다시피 전기화학식 수소센서는 전력 소모가 없어요. 우리가 최근에 개발한 제품은 수소가 폭발할 수 있는 최소 농도인 4%까지 수소 농도 범위를 측정하면서 90℃ 고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하죠. 최소 농도 4%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수소 1만ppm)일 때 처음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했어요. 확산유입구 구조 같은 걸 최적화해서 수소 측정 범위를 4%까지 늘렸죠.”

이 제품은 현재 가혹 조건에서 센서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소전기차에 장착될 경우 배터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폭발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경보 기능을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관련 정부 기술과제 수행

젊은 직원이 핀셋을 들고 전극을 쌓는 적층 작업을 하고 있다. 흰색 분리막에 까만 전극이 발라져 있다. 마지막 단계에 전해질을 주입하고 뚜껑을 덮는 하우징 작업을 마치면 수소센서 하나가 완성된다. 완제품은 검수 장비에 넣고 실제 수소를 주입해 정상 작동 유무를 검사하게 된다. 모니터에 뜬 그래프로 정상 작동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 실제 수소기체를 주입해 센서의 적상 작동 유무를 검수 중이다.

센코는 한국화학연구원, 서울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력해 초소형 전기화학식 일산화탄소 가스센서 개발에도 성공했다. 기존 전기화학식 가스센서에 쓰던 액체 전해질을 고체 필름 형태로 만든 게 핵심이다. 실제로 보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유심 같다. 정병길 소장이 고체 필름 형태의 센서를 모듈화해서 장착한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자체가 일산화탄소 측정기인 셈이죠. 일산화탄소에 맞는 촉매나 전해질을 써서 원천기술을 확보해둔 상태예요. 기술적으로 보면 수소 쪽으로도 응용이 가능해요. 일산화탄소와 반응해서 작용전극에 생성된 수소이온이 고체 전해질을 타고 상대전극으로 이동하는 구조거든요. 촉매물질의 조성을 바꿔 전극 소재를 변경하면 초소형 전기화학식 수소센서를 개발할 수 있어요. 가능성은 열려 있죠.”

▲ 마이크로 유심 크기의 ‘초소형 전기화학식 일산화탄소 가스센서’를 스마트폰에 장착했다.
▲ 스마트폰을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활용할 수 있다.

센코는 그동안 수소 관련 정부 과제를 꾸준히 수행해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울산수소타운에서 진행한 ‘저압수소 사용시설 안전관리 기술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울산수소타운은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하고 있다. 온산국가산업단지의 부생수소를 연료로 LS-니꼬 동제련 사택에서 가정용 1kW급 연료전지 140대, 온산읍사무소에서 5kW급 연료전지 2대를 운전한 바 있다. 

6년 전만 해도 국내 발전용 저압수소에 관한 법률 근거가 미약했고,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발전 등에 수소를 이용하려면 법률 제·개정을 위한 안전기술 개발이 필요한 때였다. 센코는 국민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협업해 울산수소타운의 사용 시설에 맞는 전기화학식 수소센서와 수소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주관사로 선정된 덕에 수소 품질 표준화, 배관이나 사용 재질의 수명평가 기술개발, 저압수소 사용시설 위험성 평가, 안전관리 규정 개발 등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내년에는 한국전력연구원과 손을 잡고 ‘수소설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실시간 가스농도 측정 시스템 개발’이라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말이 길어 그렇지, 수전해 설비 관련한 수소와 산소 측정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그린수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수전해 방식의 수소생산 시설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향후 제주에 3MW급 수전해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 사고에서 보듯, 수전해 과정에서 수소와 산소가 혼합되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낮은 전류밀도로 수전해 설비가 운전될 경우 수소와 산소가 섞일 확률이 높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안전

센코는 소재, 센서 등을 이용한 측정기기,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LG화학, GS건설, LG하우시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안정적인 거래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매년 약 30%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센코의 하승철 대표는 ‘수소’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는다.

“당장은 수소 생산시설에서 시작하겠지만 수소가 일반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 수소센서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소는 폭발성이 매우 강해서 어떤 제품에 어떤 식으로 활용되든 반드시 기체 누설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가 필요하죠. 수소차나 수소충전소, 수소연료전지가 널리 보급되게 되면 수소센서가 함께 따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센서에 기반을 둔 환경측정기 시장은 의외로 폭이 넓다. 센코는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악취 측정기, 미세먼지 측정기, 대기질 측정기를 개발해 현장에 구축해왔고, 실시간 환경 측정 데이터를 통한 사용자 중심의 모니터링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실내 공기질 측정기인 브리즈(Breeze), 휴대용 음주측정기인 블로우(Blow) 같은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실내 공기질 측정기인 브리즈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

“센서를 활용한 센서기기 개발을 위해 별도의 센서솔루션 연구소를 판교에 운영하고 있어요. 센서기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판교 연구소에서 주도하고 있죠. 요즘은 국내 지자체나 대기업 공장, 환경 기초시설에서 대기질뿐 아니라 수질, 기상, CCTV 등 환경 데이터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추세예요. 우리도 이런 쪽 대응을 강화하고 있죠.”

센코는 전기화학식 가스센서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고압의 수소기체는 폭발과 화재의 위험에 항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기체 누설을 잡아내는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센코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전기화학식 수소센서로 시장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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