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수준의 시험설비를 갖춘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 등 초고압·초저온 가스제품의 실증시험과 인증을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험설비를 갖춘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센터장 류영조)가 수소안전 첨병 역할에 본격 나섰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청정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등 미래 에너지 사용 확대를 예측하고, 관련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개발과 시험・인증이 가능한 에안센터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지난 2016년 10월 개소했다. 

에안센터는 사업비 305억 원이 투입돼 연소시험동 등 10개 동(부지면적 6만6,200㎡, 건물 연면적 4,340㎡) 규모로 건립됐다. 현재까지 총 86종 165점의 장비와 설비가 구축됐다.  

에안센터는 △가스 화재·폭발 재현을 통한 가스 자동차・충전소 등 사고원인 규명 △초고압 용기·부품 등의 시험인증으로 중소기업의 제품개발 지원 △안전거리・내진 등 가스안전 규제 합리화를 위한 실증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에안센터를 통해 수소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초고압 제품의 국내 시험인증이 가능해 해외인증시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해외에 제품시험 의뢰 시 발생할 수 있는 신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수소전기차용 수소저장용기의 경우 1세트 시험·인증 비용과 시간이 해외에서는 약 2억 원, 6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국내 에안센터에서는 약 8,000만 원, 4개월 이내로 가능하다. 

특히 초고압 분야로는 세계에서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4번째로 설립된 에안센터는 압축천연가스(CNG), 수소 등 초고압 제품의 연구개발과 신뢰성 평가, 시험인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 다양한 가스 누출 실험이나 화재 실험을 할 수 있는 야외종합실험장.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개최된 ‘제32차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서울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에안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초고압 제품 실증시험・인증 수행   

에안센터에는 세계 최대 규모(발열량 20MW)의 화재 재현과 실증시험이 가능한 연소시험동, 축구장 1/3 크기의 가스플랜트 및 충전소의 누출・화재사고 재현과 원인 분석시험이 가능한 야외종합실험장, 재료 물성시험이 가능한 기초물성시험동, 실제 가스를 이용해 가스제품의 실증시험이 가능한 가스부품시험동, 세계 두 번째로 120MPa급 수소충전소 압축시스템이 구축된 초고압 시험동, 극한온도 반복시험 등이 가능한 초저온 시험동과 세계적 수준의 방호시설 시험인증 인프라를 갖춘 방호실증시험동 등 8개 시험동이 있다.     

에안센터는 크게 화재폭발 실증시험, 가연성가스 실증시험, 초고압・초저온 실증시험, 방호시설 시험인증을 수행한다. 수소 제품은 방호시설 시험인증을 제외한 실증시험 대상에 해당된다.   

화재폭발 실증시험

먼저 연소시험동과 야외종합시험장에서는 화재폭발 실증시험을 수행한다. 이를 위한 장비로 실내연소시험설비, 고압용기 화염시험장치, 수소분출화재 시험설비 및 수소 폭압 시험설비가 구축되어 있다.

실내 연소시험설비는 자동차 또는 대형구조물의 화재 피해 실증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이다. 고압용기 화염시험장치는 차량 화재 발생 시 용기에 의한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밸브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

수소 분출화재 시험설비는 수소충전소 화재 실증시험을 통해 과학적 안전거리 및 예방대책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설비로, 최대 875bar(87.5MPa) 초고압 수소를 노즐을 통해 누출, 점화시켜 제트 화염을 발생시키며, 이때 발생하는 화염 길이, Heat Flux 등을 원격으로 측정・제어할 수 있는 설비이다. 

▲ 화재폭발 실증시험 장면.(사진=가스안전공사)

수소 폭압 시험설비는 가스공급설비에서 공급받은 수소를 밀폐공간에 노출시켜 폭발 하한계 이상 농도를 형성한 후 점화원을 공급해 폭발시키는 시험설비로, 거리별 폭압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이다.  

실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투싼’과 ‘넥쏘’가 실내 연소시험설비 등을 통해 화재폭발 실증시험을 거친 바 있다. 

가연성가스 실증시험

가연성가스 실증시험은 초고압 제품에 수소, CNG 등과 같은 실제 사용되는 가연성가스를 이용해 실제 사용환경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 제품의 내구연한 등을 시험해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설비로 수소 반복 가압시스템, 천연가스 반복 가압시스템, 재료물성시험설비, 소형가스투과성시험설비가 구축되어 있다.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용기・부품은 사용 기간에 다양한 기후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충전과 방전이 이뤄짐에 따라 용기・부품에 반복적인 압력 변화가 가해진다. 이에 따른 용기・부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장비가 수소 반복 가압시스템이다. 

▲ 가연성가스 실증시험 장면.(사진=가스안전공사)

재료물성 시험설비는 고압 부품에 사용되는 수소와 천연가스가 고압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료(소재) 취성의 영향 등을 분석하는 장비다. 

Type 4 용기는 플라스틱 재료의 라이너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소와 같은 작은 분자의 경우 용기 외부로 극소량이 누출되는데, 일정량 이상의 가스 누출 시 밀폐공간에서 폭발이 우려됨에 따라 누출된 가스량을 측정해 용기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장비가 소형가스투과성 시험설비다. 

초고압・초저온 실증시험

에안센터는 초고압・초저온 제품의 실증시험을 위해 일본자동차연구소(JARI)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200bar(120MPa)급 수소충전소용 압축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수소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했다.  

수압 반복시험설비(55MPa, 110MPa)는 수소 및 천연가스 자동차, 충전소, 산업용 용기 등을 비압축성 유체(물 또는 글리콜)를 이용해 최대 110MPa의 압력으로 반복 가압・감압 시험을 통해 용기의 사용수명을 검증할 수 있다.

▲ 반복적인 압력 변화에 따른 수소용기・부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수소 반복 가혹 시스템’.

극한온도(-40℃~85℃) 반복시험설비는 수소나 천연가스 자동차 및 충전소 용기의 사용환경이 다양해 사용 가스의 온도 변화에 따른 용기의 극한온도 내구성을 검증하는 장비다. 

용기부품 파열시험설비는 수소 및 천연가스 자동차와 충전소, 산업용 용기와 부품 등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비압축성 유체를 이용해 용기 또는 부품을 파열시키고, 파열 현상 규명을 통해 내압에 취약한 부분을 확인해 선행개발 단계나 설계변경 단계의 고압용기・부품 취약부를 검증하는 장비다.  

이 밖에 재료나 설비의 시료에 규칙적 또는 불규칙적 진동을 가해 성능 변화를 측정하는 진동시험설비, 초고압 부품의 내구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최대 87.5MPa까지 가압이 가능한 고압 질소 반복시험설비, 고압가스 부품의 누설 유무와 정량적인 누설량을 측정하기 위해 고압 부품의 상온(20℃)과 극한온도(-40℃~85℃) 조건에서 헬륨을 이용한 기밀시험설비가 구축돼 있다. 

방호시설 시험인증    

전쟁・테러 발생 시 주요시설 및 대피시설을 방호시설이라고 한다. 에안센터는 방호시설의 시험인증을 통해 국가 비상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대국민 안전서비스도 제공한다. 

에안센터는 지난 2018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방호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지정받아 군 주요시설, 정부 기관 충무시설, 민간 대피시설에 설치되는 방폭문, 방폭밸브, 가스입자여과기, 가스차단밸브 등의 방호제품 안전성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 방호시설 시험동에 있는 폭발압력저항 시험장비.

이를 위한 설비로 폭발 시 발생한 폭풍파의 영향으로 인한 방폭문과 가스차단문의 변형에 대한 내구성능을 측정하는 폭발압력저항시험장비, 방호제품의 폭압에 대한 내구성능을 측정하는 충격관시험장비,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 충격에 대한 방호제품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내충격시험장비, 방폭・가스차단・역류방지 밸브류 등의 유량 값을 측정해 폭발 전후의 유량 성능을 확인하는 유량시험장비가 구축돼 있다.    

수소 제품 시험설비 확대 

현재 에안센터에서는 수소 제품으로는 수소전기차에 장착되는 수소저장탱크, 수소저장용기(Type 1), 수소충전소용 복합재 용기(Type 3) 등의 용기류와 압축기류는 물론 수소 부품류로는 KS 인증 대상인 수소충전소용 3종 밸브(KS B ISO 19880-3: 수동밸브, 유량조절밸브, 체크밸브)와 이 외의 4종(과류방지밸브, 압력안전밸브, 차단밸브, 호스분리장치)에 대한 시험이 가능하다.  

이 밖에 인증제도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호스, 센서, 조정기, 이음관 등의 시험도 가능하다. 

수소용기 및 저장탱크에 대한 세부 시험 항목(ISO 15500)은 실온 압력반복시험, 환경시험, 극한온도 압력반복시험, 파열시험, 복합재료 결함 내구성 시험, 낙하시험 등 총 14종이다.  

수소 부품에 대한 세부 시험 항목(ISO 12619)은 과토크저항시험, 벤딩모멘트시험, 내부식성 시험(염수, 암모니아), 산소노화시험, 과전압시험, 수소가스 침적시험, 오일 침적시험, 진동시험 등 총 26종이다. 

▲ 실가스시험동 앞에 놓여 있는 수소저장용기.

에안센터는 지난해 10월 수소충전소용 3종 밸브(수동밸브, 유량조절밸브, 체크밸브) KS 인증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현재 수소충전소용 밸브 시험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용 밸브의 대표적인 시험 항목은 수소가스 압력반복시험이다. 수중 10m 깊이 압력의 약 970배에 달하는 압력을 10만2,000회 반복해 시료에 가하는 시험으로, 3개월 이상 걸리는 최장 시험 항목이다.

밸브 종류에 따라 해당하는 시험 항목(9~12종)에 대해 4~7종류의 시험절차를 거쳐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다.

파카코리아가 업계 최초로 수동밸브와 체크밸브에 대해 KOLAS 공인시험을 완료하고 시장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현재 대정밸브의 유량조절밸브에 대한 KS 인증이 진행 중이다. 

에안센터는 향후 단계적으로 수소충전소용 저장용기・압축기・충전기와 수소 부품류인 호스, 센서, 조정기, 이음관 KS 인증 시험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인 시험설비는 수소전기버스 부품 성능평가 시스템, 수소전기버스용 대용량 내압용기 화염시험 시스템, 수소전기차 연료시스템 복합성능평가 시스템이 있다.

수소전기버스 부품성능평가 시스템은 냉각 수소 성능평가 장치, 고압 부품 수소 반복시험장치 및 PRD 성능평가장치, 수소전기버스용 대용량 내압용기 화염시험 시스템은 면적 가변형 균질 가열 버너와 대용량 시험용 제연설비로 각각 구성된다. 

또 수소전기차 연료시스템 복합성능평가 시스템은 가압시스템과 비금속 부품 가속 수명 시험장치로 구성된다.

에안센터의 한 관계자는 “수소충전소용 저장용기・압축기・충전기 등의 주요설비에 대한 인증・시험설비 구축은 관련법의 제・개정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정부의 충분한 예산 지원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소안전 R&D 본격화

에안센터는 수소 관련 설비・제품 실증시험 업무 외에도 국토부 및 산업부의 대형 R&D를 통해 수소안전을 선도하고, 액화 수소저장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용화해 수소저장・이송량 증대를 통한 상용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핵심기술 개발사업 7억3,000만 원, 수소전기버스 안전성 평가기술 및 장비개발사업 102억 원, 화재진압기법 개선 표준절차 및 실증시스템 개발사업 30억 원, ESS 실증기반의 안전성 평가지표 및 시설기준 사업 6억9,000만 원, 수소시범도시 인프라 기술개발사업 4억 원, 수소전기차 고압 연료시스템 부품평가 기술개발사업 16억 원 등 수소안전 확보를 위한 연구비 약 20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글로벌 Top 수준 달성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 류영조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발맞춰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제정됨에 따라 액화수소저장용기, 수소충전소, 수소 모빌리티, 수소산업, 수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수소안전을 위해 수소용기와 부품에 대한 인증 및 실증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수소 관련 기업의 고충을 24시간 헤아려 우리나라의 수소 관련 기술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액화수소기술, 수소발전기술 및 수소산업 전주기 기술 개발 등 전 분야를 지원할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과 더불어 수소산업의 활성화가 극대화되고, 세계 최고의 수소안전 국가 모델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류영조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이 밝힌 각오와 의지다. 

수소경제 추진 성공의 관건은 수소안전을 확보하는 것인 만큼 에안센터의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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