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세계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수소’가 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화석 연료가 환경문제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석유 패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계기로 그 기세를 잃었다. 수소는 이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존 에너지의 대안인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딜의 핵심으로 그 위상이 올랐다.

국내로 보면, 지난 7월 1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원회가 출범했다. 산업부, 국토부 등 8개 부처의 장관과 산학연관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들어선 셈이다. 여기에 수소경제 전담기관으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진흥), 한국가스공사(유통), 한국가스안전공사(안전)가 지정되면서 ‘수소경제 활성화’는 탄력을 받게 됐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가 지난 7월 8일(현지 시간) ‘유럽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산업·교통·건물·전력 등 여러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그린수소’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30년짜리 중장기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750억 유로(약 10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월간수소경제>는 바로 이 시점에 ‘포스트 코로나, 수소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지난 7월 10일 수소산업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실 박순찬 상무, 두산 수소경제추진실 이해원 부사장, 울산테크노파크 우항수 에너지기술지원단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희 수소연구단장을 여의도 디오피스 비즈니스센터로 초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진행은 수소지식그룹 컨설팅 랩의 임희천 소장이 맡았다. 

▲ 왼쪽부터 임희천 소장, 이해원 부사장, 박순찬 상무, 우항수 단장, 김창희 단장.
 

올해 수소법이 제정되고 나서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 수소경제 시장이 기대에 맞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박순찬 상무   |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점이 외국에서도 아주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소경제 로드맵이 법대로 차근차근 추진되리라 본다. 2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점이 해소되면서 수소전기차 판매가 1만 대를 돌파했고, 이런 수치들이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기술 등에 이슈가 있고, 그중 충전소 이슈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수소전기차 구매자들이 이제 더는 못 참겠다는 임계점에 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법제화에 이어 이런 문제들이 빨리 풀렸으면 한다.

이해원 부사장   |  같은 생각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이어 수소법이 제정되면서 진짜 수소경제를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제 수소경제위원회도 출범했고,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수소법 통과가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면, 이제는 컨트롤타워가 생겨 부처 간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추진력이 좀 더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두산은 PAFC라는 연료전지로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두산이 개발 중인 전기와 열, 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ERATION)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크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앞에서 끌어주기도 하지만, 그 정책이 잘 돌아가도록 기업이 뒷받침하는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우항수 단장   |  지방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지방정부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울산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 공모사업에서 4관왕을 했다. 수소 규제자유특구(중소벤처기업부), 수소 시범도시(국토교통부), 수소 융복합 모빌리티 클러스터(산업통상자원부) 구축사업을 비롯해 올해 6월 경제자유구역(산업통상자원부)에도 지정됐다. 울산이 풍부한 인프라뿐만 아니라 수소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에 이어 최근 충남, 강원도가 수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수소산업이 지자체의 특화산업으로 가는 건 말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이 잘 맞아떨어진다. 지역에 맞는 사업을 어떻게 끌어갈지를 정하는 세부 정책은 지방정부가, 큰 틀의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하는 게 맞다.

▲ 울산테크노파크 우항수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지난주에 현대차에 압력탱크를 납품하고 있는 동희산업이란 업체를 찾았다. 하루 3개의 수소탱크 모듈을 납품하던 업체가 이번에 갔더니 근 1년 만에 하루 30개로 늘었다. 연산 1만 대 규모로 늘어난 걸 보고, 이렇게 해서 산업화가 이뤄지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1만 대에서 4, 5만 대로 순식간에 늘겠다 싶었다. 이제 수소산업이 주류에 진입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수소경제는 울산만 다 할 수 없는 규모로 커졌다. 다른 지자체도 같이 끌고 가는 것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 파이가 수소산업에서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김창희 단장   |  기술개발 쪽에 몸담고 있으니 R&D 관점에서 말하겠다. 그동안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2003년에 수소프론티어사업단이 생기면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했고, 10년 정도 지나서 연구가 많이 줄어든 암흑기를 좀 거쳤다. 현시점으로 보면 R&D 쪽은 예산이 크게 늘었다. 예산이 부족하기보다는 연구자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연구를 했던 대학이나 기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바빠졌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제조·저장·전환하는 기술인 P2G(Power to Gas) 사이트만 해도 유럽에 100기 이상이 운영될 때 우리나라엔 하나도 없었다. 이젠 아니다. 2022년에는 동해에 하나가 들어서고, 올해만 해도 2개 사이트가 생겼다. 하나도 없던 P2G 프로젝트가 4개까지 확충될 예정이다. 수전해나 연계 실증 쪽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지만, 불과 몇 년 안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희천 소장   |  작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기 전까지 민간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이끌어왔다. 이제 전환점이 왔고, 민간이나 지방정부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반영됐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00여 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모여 수소경제 로드맵을 만들었지만, 연료전지만 해도 실제로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를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그 정책의 옳고 그름을 다시 들여다보고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조율을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성과가 있었지만,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R&D가 활용 면에서 쫓아가지 못하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수소전기차만 해도 충전소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독일에 이어 EU에서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수소경제 동향에 관해 느낀 점이나 견해를 말해달라. 

김창희 단장   |  작년 1월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개정하면서 수전해 목표 수치가 도전적으로 바뀌었고, 해외 수소 도입 부분의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됐다. 독일은 작년 말에 국가 로드맵을 구성하고 나서 올해 3월쯤 공표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기술 로드맵은 독일이다. 그 내용을 보면 1번이 수전해, 2번이 산업, 3번이 빌딩과 모빌리티…. 이런 순서다. 

우리나라는 수소생산 부분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 수전해를 어떻게 연결할 건지, 재생에너지와 어떻게 연계할 건지 구체적이지가 않다. R&D 측면에서 전략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 효율을 높여야 하는지, 가격에 집중해야 하는지, P2G 사이트만 해도 전력 계통 연계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구성이 되고 있다. 수전해의 경우 함께 방향성을 잡고 좀 더 구체화해서 그 방향으로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5인의 전문가가 모여 2시간 동안 열띤 논의를 벌였다.


우항수 단장   |  울산은 한국전력과 함께 마이크로그리드 P2G 사업을 진행 중이다. 태양광, 수전해, ESS, 수소연료전지, 수소공급 같은 분야가 여기에 포함된다. 6~7년 전에 그렸던 그림이 이제 진행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걸 더 키우면 지역 단위, 국가 단위로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실현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본다.

일본은 작년 5월에 수소・연료전지 로드맵 개정판을 내놓았는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더 잘돼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열심히 도전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 쪽으로 보면 울산은 두산퓨얼셀,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용 분산발전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MW 기저발전, 변동발전 연료전지로 늦어도 11월부터 실증운영에 들어가는데 두산의 PAFC(인산염 연료전지), 현대차의 PEMFC(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의 장점을 결합해 수요를 보면서 시간대별로 발전하는 모델로 간다. 이는 산업화 관점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차만 해도 수소전기차 부품의 99%를 국산화했다고 하지만, 소재 쪽으로 넘어가면 그렇지 않다. 수소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소재나 부품 개발에 뛰어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기업만 따로 가서는 안 되고, 중소기업이 참여하면서 대기업과 동반하는 R&D와 실증, 산업화가 같이 가는 게 맞다. 이런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고 판을 펼치는 일을 테크노파크 같은 기관이 해야 한다. R&D도 좀 알아야 하고, 산업 쪽도 보면서 다각적으로 살피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해원 부사장   |  수소경제는 사실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 수소경제 동향을 잠깐 보면, 작년에 서울에서 IPHE(국제수소연료전지경제파트너십) 총회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전기차도 연료전지도 아니고, 수소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점이다. 수소를 대량 생산하고 대량 소비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유럽 전문가들이 P2X(Power to X), Power to Everything이라고 한다. 

수소는 에너지원이나 에너지 캐리어도 되지만, 모든 것들을 ‘재생에너지화’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수소생산이나 공급 측면에 투자가 너무 적었다고 본다. 과거에 수소프론티어사업을 중단한 적이 있고, 그 뒤에 예산도 30억 원으로 줄었다. 

연료전지 발전에 한정해서 보면 모호한 점이 많다. 에너지 관점, 산업 육성의 관점, 이렇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본의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인 에네팜(Ene-farm)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태계 전체가 움직이도록 고안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가 몇 백만 대 보급이라는 시장의 규모를 딱 설정해주면, 기업들은 거기에 맞춰 투자를 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불확실성이 줄어드니 투자를 해서 가정용이든, 건물용이든 연료전지를 보급하게 되는 것이다. 

▲ 두산 수소경제추진실 이해원 부사장.

우리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의 패널티로 움직인 게 크다.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이 주민 수용성이 안 되다 보니 보급이 늦어졌다. 포스코에너지의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만 해도 발전사들이 패널티를 면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도입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RPS로 어느 정도 끌고 왔다. 규제가 있는 시장, 보조금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둘 다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 보조금 시장이 조금 미미하다. 

기업에서 보면 운영비용(OPEX)이 크다. 운영비용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 아마 현대차도 마찬가지일 거다. (박순찬 상무는 “현대차만 해도 이제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 운영비 문제가 아니라 생산라인 투자만 해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고 답했다.)

수소차도 정부가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충전소를 포함한 인프라 보틀넥(병목 현상, 성장 저해 요인)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책적으로 올인해서 설계를 잘해야 하는 곳이 수소공급 분야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IPHE 비엔나 총회에서 소개했는데, 일본 친구가 바로 이렇게 물었다. “인프라 구축 목표만 있다. 플레이어는 누구인지, 제도적 장치는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을 받고 아차 싶었다. 당시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작년 하반기에 인프라에 관한 내용이 추가됐을 거다.

투자에 더해서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독일 로드맵만 해도 제도적으로 어떤 장치를 하려고 하는지 잘 안 보인다. ‘마련해가겠다’ 정도만 있다.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제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나라가 수소경제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정책상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제안을 하고 의견을 모아서 가는 게 중요하다. 

임희천 소장   |  연료전지의 경우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 한 기업이 사라지고, 새롭게 일어나고, 외부 기업이 들어오고…. 정책의 미스매치(mismatch, 부조화)도 있고 미스테이크(mistake, 오판)도 있었다. 연료전지가 기존 발전전력과 경쟁하는 건 사실상 힘들다. RPS 제도의 개선, 연료비 보조금 지급 등 새로운 정책 대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해원 부사장   |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2017년 12월)했을 때 ‘4030’도 좋고 ‘5040’도 좋다고 한 적이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야 연료전지도 산다. 재생에너지에 관한 강력한 정책은 연료전지 기업에 위협이 아니다. 연료전지는 전환기에 힘을 발휘한다. 최종 목표는 클린 수소를 쓰는 데 있다. 연료전지 업계도 이 방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박순찬 상무   |  15년 전 마북연구소에 정몽구 회장님이 와서 “연료전지차는 아프리카에도 팔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수소는 세계 어디서나 생산할 수 있으니 수소차든 연료전지든 어디나 수출할 수 있다는 비전을 담은 말이다. 그 말이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다. 

독일과 유럽이 수소전략으로 앞서 나가니까 경쟁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수소 로드맵을 두고 바빠졌다. 독일도 우리처럼 수소경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수소생산에서는 수전해, 산업 측면에서는 화학이나 철강에도 수소를 쓰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최근에 나온 전략을 보면 우리도 이쪽으로 가고 있다. 

수전해나 수소액화로 서둘러 가야 한다. 다행인 건 선진국도 이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집중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연료전지를 쓸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기술 장비를 만들어서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수출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팔아야 한다. 인프라 쪽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충전설비 국산화는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다. 각 분야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 현대자동차 박순찬 상무.

우항수 단장   |  사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여기에 대한 고민을 우리도 하고 있다. 충전소를 발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석유공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전국에 알뜰주유소가 400개 정도 되는데, 이 알뜰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더해서 복합충전소로 갈 수 있다. 전국 400개 주유소를 확 바꿀 수 있다. LPG 충전소에 수소충전소를 융복합하는 방식도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 빠르게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다. 

박순찬 상무   |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하는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쪽 일을 하는 후배들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민원 해소가 정말 어렵다. 찾아가서 설명회를 하고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설명회 녹음파일을 듣고 나서 정말 놀랐다. 이해보다는 오해가 앞선다. 그 벽이 의외로 높고 두텁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국회 수소충전소 방식이 더 빠르다고 본다. 시청이나 도청 옆에다 수소충전소를 지으면 전국 수소충전소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주민 수용성 문제는 있다 더 논하기로 하고, 우리가 세계적으로 수소경제를 리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이해원 부사장   |  수소경제 전체를 두고 말한다면 내 답은 확실히 “아니다”다. 다른 한편으로 수소차만 보면 현대차가 잘하고 있으니 리딩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게 관점에 따라 다르다. 수소 서플라이 체인이 어떻게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면서 영역을 넓혀 가느냐에 따라 수소전기차의 형태도 좀 달라질 거다. 미래를 보면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전 부문이 협업을 해서 수소경제의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게 맞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수소전략을 세우고 위원회도 꾸리고 하는 점은 밖에서 보기에도 인상적이다. 작년 10월에 IPHE 서울회의를 개최하면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관계 인사들이 수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IPHE 회원들이 수소경제 포럼을 마치고 나서 영월에 있는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감탄을 많이 했다. 협력 과제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수소 쪽으로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건 사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동력이 되는 ‘한국형 그린뉴딜’로 수소경제가 거론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우항수 단장   |  ‘그린뉴딜’이란 명칭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뉴딜이 20세기 초 미국 대공황 때 나온 정책인데, 그걸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우리는 정책에서 왜 창의적인 이름이 안 나올까? 왜 하필 그린뉴딜일까?’ 이런 고민이 있다. 울산이 에너지 전환을 통한 산업전환 모델을 고민하면서 ‘뉴델타’라는 이름을 지었다. 자동차, 조선, 화학의 3대 주력산업이 태화강을 중심으로 삼각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이름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에너지를 전환하면 다 바꿀 수 있다. 차량, 선박, 화학 산업이 싹 바뀐다. ‘기술 독립’만큼 ‘정책 독립’이 필요하다. 따라 하지 말고 우리만의 이름을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박순찬 상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셧 다운된 경제를 살리려고 세계 각국이 투입하기로 한 돈이 1경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 결정이 늦어지는 나라까지 더하면 2경에 이를 거라는 말도 있다. 하나의 이벤트에 맞춰서 인류 역사상 이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적이 없다.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도 그렇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가 에너지 섹터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 섹터를 수소가 주도하고 있다.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갈까? 에너지 쪽으로 보면 수소가 대안이다.  

이해원 부사장   |  방향을 잘 잡았다. 어느 특정 산업이 아니고, 국가 인프라로 접근했다. IT가 됐든 에너지가 됐든, EU 수소전략도 보면 나중에 쓸 돈을 미리 당겨서 쓰는 거다. 우리도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관점에서 긴 시간을 두고 해야 할 것들을 조금 당겨쓰면서 전 섹터에 영향이 가도록 했으면 한다. 그린뉴딜에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더했으면 한다. 범위의 폭을 넓히면 수소경제 로드맵의 여파가 훨씬 커진다.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창희 단장   |  처음엔 코로나가 기후변화 때문이란 말이 선뜻 이해가 안 갔다. 기후변화로 동물의 서식지인 생태계가 파괴되고, 동물들이 사람들 가까이 오게 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빙하가 녹으면 더 심각한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희 수소연구단장.

에너지 문제도 그렇고 방역도 그렇고, 우연은 아니겠지만 ‘재생에너지 3020’ 발표 후에 수소 로드맵이 발표됐다. 그린수소가 처음 나올 때는 경제성 문제로 반발이 심했고, 세부적인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 그린수소의 기본은 재생에너지다. 그린수소 관점에서 보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정부가 만드는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은 클린 에너지에 있고, 그 중심은 수소라 할 수 있다. 

우항수 단장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전에는 “공유의 시대가 온다”고 했지만, 이 예측이 이번에 완전히 빗나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 프라이버시를 더 중시하게 되고, 공유차가 아닌 개인 차량의 소비가 더 늘고 있다. 자율주행차,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용 비행체)만 해도 그렇다. 공유경제가 이번 코로나 때문에 빗나갔다. 1인당 에너지 소비는 훨씬 많아졌다. 클린 에너지로 수소가 대안이 되면, 수송 수단을 통한 에너지 소비 예측을 달리해야 한다. 

박순찬 상무   |  우리가 수전해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 우리나라가 전기화학에 강점이 있다. 반도체, 배터리처럼 이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 EU 수소전략을 보면 2024년까지 최소 6GW 수전해 설비를 갖추고 최대 100만 톤의 수전해 수소생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수전해만 보면 2030년까지 유럽 역내에서 40GW, 역외에서 40GW를 할 생각이다. 역외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수전해로 생산한 수소를 수입해서 쓰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잠잠해 보이지만, 중국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해원 부사장   |  수전해만 놓고 보면 현재 유럽 전체를 다 합쳐도 1GW가 안 된다. 그러니 수전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거다. 여기도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2050년까지 시기별로 단계를 나눠 그린수소 생산과 사용을 늘려가겠다는 게 EU의 전략이다.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 방안에 대한 질문이다. 충전소 이야기가 앞서 나오긴 했다.

박순찬 상무   |  서울 탄천 수소충전소의 경우 일원동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공청회를 거쳐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늘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김창희 단장   |  수소와 관련해서 리빙랩(Living Lab)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직접 살아보면서 수소에너지와 연관된 기술을 체험하도록 하는 거다. 이런 프로젝트가 많아져야 한다.

우항수 단장   |  주민 수용성 문제는 지역마다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울산은 수소타운을 6년 정도 운영했다. 주민들 반대가 크지 않다. 140가구가 수소 배관을 연결해서 쓰고 있다. 도시가스처럼 관리만 잘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한 지역에서 산업으로 성공한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강릉처럼 어느 한쪽에서 사고가 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 각 지역이 동일한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맞는 수소산업을 개발하는 게 좋다. 요즘은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임희천 소장   |  홍보와 함께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홍보는 홍보대로 열심히 하고, 교육은 미래를 보고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야 한다. 과학의 한 영역으로서 수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수소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줘야 한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 수소지식그룹 컨설팅 랩 임희천 소장.

이해원 부사장   |  미국은 수소 원자량인 1.008에 착안해서 10월 8일을 ‘수소·연료전지의 날(H₂ National Hydrogen & Fuel Cell Day)’로 지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국민들이 수소에너지를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모르니까 무서운 거다. 교육과 홍보에 예산을 더 투입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지금이 수소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 시점을 어떻게 보고 있나.

박순찬 상무   |  현 상황에서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 IT처럼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수소다. 

이해원 부사장   |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놓고 그동안 독일이 참 열심히 했다. 목표 달성률을 보게 되면 20% 미달일 거다. 예측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수송 부문이다. 탄소를 줄이기 아주 어려운 섹터가 있는데, 수송 부문에는 대안이 없다. 수소전략에 따라 2050년을 보고 간다면, 그린딜을 하는 나라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탄소배출권도 같이 가고 하면 이제 될 

것 같다.

우항수 단장   |  지구가 생성됐을 때 첫 번째 원소가 수소고, 이후 원자가 융합되면서 원자량이 큰 쪽으로 변해왔다면, 이젠 거꾸로 간다고 본다. 탈탄소와 관련된 에너지는 원자력을 하지 않는 이상 수소밖에 없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마지막 단계에 수소가 있다. 지구가 기억하는 가장 쾌적한 환경, 그 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이제 우리가 그 길을 수소 로드맵으로 한발 빠르게 간다고 생각한다. 

김창희 단장   |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화석 연료 쪽으로는 아무리 해도 우리는 2인자밖에 안 된다. 수소 쪽은 처음으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수전해는 유럽에서 150년 전부터 했지만,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부하변동 수전해의 역사는 10년 정도로 본다. 수소프론티어사업단으로 2015년부터 집중해서 했던 게 부하변동 수전해 장치였다. 유럽과 비교하면 그 격차를 5년 정도로 본다. 현재 엄청난 물량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라, 전기 배터리처럼 수전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점에서 기회라고 본다.

마지막 질문이다. 정책적인 제안도 좋고, 수소경제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듣고 싶다.

김창희 단장   |  일본과의 소재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에 코로나 방역 시스템을 보면서 더더욱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예전에는 유럽이나 일본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맞춰가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방향을 세워서 가고 있다. R&D 목표들이 해외를 벤치마킹하지 않고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긴 하지만, 이걸 외국 친구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우리 스스로 기술적인 변혁을 이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고, 이는 R&D 분야에서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항수 단장   |  우리가 꿈을 가지고 있는 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 얼마나 상세하게 그리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우리 스스로 그려야 하는 상황이고, 충분히 그릴 수 있다. 수소는 IT, 화학,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이 많다. 정말 그릴 게 무궁무진하다. 한국형 HESS(수소에너지저장장치)도 있고, P2G에 수소충전소를 연결하거나, 외국의 수소를 들여오는 운송·저장기술, 배관과의 연계 같은 사업들이 많다. 에너지 안보, 에너지 독립을 위해 지역에서라도 하나씩 시작했으면 한다. 

 

이해원 부사장   |  여전히 내가 살았을 때 결승점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살아 있을 때 판이라도 제대로 깔았으면 싶다. 수소의 방향성이 ‘Power to Everything’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투자를 많이 해왔고, 이 분야도 이제 그 성과가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단계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 일을 오래 하다 두산에 들어온 이유가 기술개발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그 성과를 통해 수소경제에 기여하고 싶고, 죽 하다 보면 수전해까지 갈 것 같다. 

수소법이 통과되고 수소경제위원회가 돌아가면서 전 부처가 하나의 구심점을 두고 좀 더 다양한 분야에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야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꿈을 더 크게 가져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 현대차 박순찬 상무가 두산 이해원 부사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박순찬 상무   |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에 수백 명이 일하고 있는데, 비전을 크게 가지고 있다. 우리끼리는 ‘연료전지로 모든 내연기관을 대체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게 명확하기 때문에 그대로 가면 된다고 본다. 

임희천 소장   |  역사를 보면 에너지혁명이 항상 산업혁명을 이끌어왔다. 석탄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그 바통을 석유가 이어받았다면, 탈탄소 시대에는 수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수소혁명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나 항공기를 비롯해 산업의 전 부문을 수소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이해원 부사장   |  하나가 빠졌다. 수소경제는 세계 평화를 이끈다. 에너지・자원을 두고 다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항수 단장   |  과거에는 자원이 있는 나라가 부자였다면, 지금은 기술이 있는 나라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기술과 물만 있으면 된다.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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