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일티엔아이의 이정빈 대표를 김포 본사에서 만났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천연가스 생산·공급 설비 제조기업 원일티엔아이가 최근 수소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소저장합금 기술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연구기관 등에서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자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1990년 설립된 원일티엔아이(대표 이정빈)는 SCV(연소식 기화기), 리콘덴서(재액화기), 가스히터·필터, FGSS(연료가스 공급 시스템), 압력용기 등 천연가스의 생산·공급에 필요한 각종 장비뿐만 아니라 발전·원자력, 정유·석유화학, 조선·해양 등의 주요 기자재를 국산화해 국내외에 공급하며, 연간 매출액 300억 원 이상을 거두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5년 ‘100만불 수출의 탑’에 이어 2007년 ‘1,000만불 수출의 탑’, 2013년 ‘5,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석유회사와 공동으로 ‘대기식 기화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식 기화기’도 연구 중이다.   

원일티엔아이는 수소 분야에 눈을 돌려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와 특허출원을 통해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를 개발, 지난 2017년부터 국산 장보고급 잠수함에 납품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1,363.6m²(4,500평) 규모의 공장의 한 자리에 수소저장합금 및 수소실린더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원일티엔아이는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소 전문기업 ‘HNS’를 설립해 이정빈 대표의 장남인 이승준 이사를 주축으로 수소 전주기 분야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수소저장합금 기술과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와 수소추출기 사업 진출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정빈 원일티엔아이 대표를 만났다.  

 

▲ 이정빈 원일티엔아이 대표가 수소저장합금 연구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천연가스 생산·공급설비 사업 외에도 최근 수소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은.

수소경제를 실현화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수소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친환경적인 수소생산, 수소저장 방식의 다양화, 전국적인 수소충전소와 수소 파이프라인 설치 등의 수소 인프라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사회 전반적으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운송을 거쳐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각의 과정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가능하게 할 여러 인프라 시설들이 구축되어야 한다. 

당사는 30년간 천연가스 생산·공급 설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생산·저장 분야에서도 이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기에너지로의 전환과정까지도 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소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와 특허출원을 통해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 개발을 완료했다. 수소저장합금 기술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수소저장방식은 크게 기체·액체·고체저장 방식이 있다. 

기체수소저장방식은 수소를 700~800bar의 고압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저압의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폭발의 위험도 있다. 

액체(액화)수소저장방식은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들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소모되며 특수한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고체수소저장방식은 상온과 저압에서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수소를 장기간 보관해도 누설이 거의 없다.

▲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저장합금 생산설비.

고체수소저장방식은 동일 체적 대비 고압수소저장방식(700bar)의 약 3배, 액체수소저장방식 대비 약 1.5배 높은 저장량을 가진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고체수소저장방식인 수소저장합금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수소저장합금은 말 그대로 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합성 금속체다. 수소저장 용기인 실린더에 수소저장합금을 담은 뒤 여기에 기체수소를 주입하고 일정 압력 이상으로 압축시키거나 온도를 내리면 수소 원자가 수소저장합금에 저장되는 원리다. 내부 압력을 낮추거나 온도를 올리면 고체수소에서 기체수소가 방출된다. 

특히 사용 목적에 따라 고체수소가 방출하는 압력을 조절하는 기술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생산하는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는 방출되는 수소의 양을 사용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당사의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수소저장합금·수소실린더 공급 현황과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지난 2017년부터 국산 장보고급 잠수함에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를 납품 중이다. 수소저장합금의 경우 2번함, 3번함에 납품했으며, 수소실린더는 1, 2, 3번함에 전량 납품했다. 현재 4번함 계약을 추진 중이며, 수소저장합금 및 수소실린더 전량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 국산 장보고급 잠수함에 처음으로 수소저장합금 실린더를 납품했다.

잠수함은 잠항을 통해 여러 작전을 펼치는 특수선으로, 일정 이상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공격을 받는 순간 폭발 등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무게가 무겁고 폭발하지 않는 고체수소가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다. 

현재 잠수함용으로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를 납품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 원일티엔아이와 독일 업체 2곳뿐이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군수 분야에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성능과 품질을 보증받은 셈이다.  

현재 인도 잠수함 전력증강 사업(6대)에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가 탑재될 수 있도록 조선사와 함께 노력 중이다. 이로 인해 잠수함 분야 고체수소 시장을 선점하고 회사 인지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무인잠수정용 연료전지시스템이 개발 중인데 당사가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맡고 있다. 향후에는 잠수함과 무인잠수정 외에도 수중 드론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소저장합금은 수소 가스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수소 정제와 온도에 따른 충전·방출 특성을 이용해 수소압축기, 히트펌프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고체수소저장 기술과 관련해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울산 수소 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사업에 참여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에 적용이 가능한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해 지게차에 탑재 실증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연구소와도 이와 같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원일티엔아이 임직원들이 생산된 수소저장합금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향후에는 물류 로봇에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과제인 수소 시범도시 인프라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당사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등 여러 기관과 업체가 참여해 고체수소저장시스템과 연료전지를 사용해 강원도 삼척에 에너지 자립 주택을 건설,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수소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HNS’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사업계획을 말해달라.

HNS는 수소저장합금뿐만 아니라 수소 제조, 저장·운송, 이용 등 수소 전주기와 관련된 모든 사업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당사는 천연가스, 액화질소 등의 저장용기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체·액체수소와 관련한 사업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 액화수소 저장 용기와 관련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수소생산 분야에서 수소추출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윤왕래 박사팀이 개발한 수소추출기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다. 현재 기술이전 수준, 범위 등 전반적인 협의는 거의 마무리가 된 상태로 최종 결정만 남았고, 5월 중으로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 원일티엔아이 김포 본사·공장 전경.


끝으로 수소 사업과 관련해 정부나 관계기관, 수요처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저장·운반을 거쳐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각의 과정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여러 인프라 시설들이 구축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수소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성숙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실현하려면 먼저 국가가 큰 그림을 제시하며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 홍보해야 하고, 산업계도 이에 맞추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동반성장 협력 정책 기조에 맞추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 수소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회적 토대와 제도도 다양하게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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