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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용 연료전지의 운영 실태와 과제

공공기관, 도심 빌딩 중심으로 연료전지 수요 늘어
일반 전기보다 비싼 가스 요금으로 가동률은 낮아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제도’ 기반으로 수출 노력 병행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을지로3가역을 나서 길을 걷는다. 조명, 벽지, 철물점 간판이 어수선하지만 눈에 익다. 카페라테로 유명한 ‘호랑이’ 카페가 여기서 가깝고, 을지로 순대 맛집으로 통하는 ‘산수갑산’도 큰길 하나만 건너면 된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세운대림상가를 지나자 쌍둥이 빌딩이 눈에 든다. 이름 하여 ‘을지트윈타워’다. 


대우건설의 신사옥인 이 오피스 빌딩은 지하철 2개 노선이 지나는 을지로4가역에 바짝 붙어 있다. 번들거리는 커튼월 외관과는 무관하게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받은 어엿한 ‘녹색건축물’이다. 빌딩을 반 바퀴 돌아 남쪽으로 향한다. 사무실 창에 L자로 다닥다닥 붙은 태양광 패널이 그제야 눈에 든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 중이다.




햇빛을 받아야 하는 태양광 설비는 어떻게든 눈에 띈다. 빌라 옥상이나 아파트 난간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나 지열은 건물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을지트윈타워에는 6kW급 연료전지 8대가 들어가 있다. 도합 48kW로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를 연료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도심에 이런 건물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을지로입구에 있는 하나은행 본점에도 85kW의 수소연료전지가 들어가 있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제도’란 게 있다. 국가나 지자체의 공공기관(학교 포함)이 신축, 증축 또는 개축에 들어갈 때 건축 연면적이 1,000㎡를 넘으면 예상 에너지 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민간건축물의 경우에도 주거, 비주거형에 따라 의무 설치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의무 설치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설치 비율은 30%까지 올랐고, 민간건축물의 경우 주거는 7%, 비주거는 11%를 적용받는다. 또 서울시도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이란 걸 마련해서 나름의 환경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을지트윈타워나 하나은행 본점도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설계 단계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반영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하면 태양광, 지열, 수소연료전지가 딱 떠오른다. 건물의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이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모자란 용량은 지열이나 연료전지로 채우게 된다. 보통 이런 식으로 계산해서 일을 진행한다.


태양광 설비는 에너지 발전효율은 낮지만, 설치가 쉽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다만 도심에서는 설치 공간에 제약이 많다. 지열은 유지 보수비가 적게 드는 대신, 땅속 깊이 뚫어야 해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시공 시간도 길다. 마지막으로 연료전지는 설치가 쉽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대신 설치비가 비싸다. 각기 장단이 있다. 을지트윈타워는 이 세 가지 설비를 모두 갖춰 1등급을 받았다.




이젠 건물도 에너지를 받아쓰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건물 안에 에너지를 손실 없이 꽁꽁 가둬두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 이어,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 개념이 더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이 둘을 합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한 바 있고, 에너지 자립률로 건물 등급을 나눠 용적률 완화나 취득세 감면 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우리도 그 추세를 따르는 셈이다.

 

건물용 연료전지의 낮은 가동률 

다시 연료전지로 돌아가보자. 발전용이 아닌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PEMFC의 경우 100℃ 이하의 낮은 작동 온도로 손쉽게 끄고 켤 수 있어 주택이나 소규모 건물에 적합하다. 발전효율은 30~40%에 이르고, 난방이나 온수를 활용하면 80% 이상 효율이 나온다. 또 도시가스나 LPG를 연료로 해서 어디서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환경에도 좋다. 연료전지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이나 황화물(SOx)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소음이 작고 설치 면적도 적어 공간효율을 높여야 하는 도심 빌딩에는 맞춤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를 보면 연료전지의 설치 면적은 1㎿당 179㎡로, 태양광 1만9,800㎡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설치비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작년 정부지원금을 보면 1kW당 주택용은 1,875만 원, 건물용은 1,864만 원을 지원했다. 2018년(2,339만 원)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전체 보조금 지급액은 주택용 150억 원, 건물용 50억 원으로 각각 111억 원, 21억 원이 늘었다.


건물용은 그나마 의무화제도의 틀 안에서 움직이지만, 1kW 가정용은 개인 의사를 따른다. “지구 온난화를 마냥 지켜볼 수 없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신기술을 우리 집에 적용하겠다”는 가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유는 역시 돈이다. 천연가스(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로 연료전지를 돌리는데, 그 비용이 일반 전기를 쓰는 것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다. 




작년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낸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및 가동현황’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6년(2013~2018년)간 주택·건물지원사업 1,236건 중 104건의 표본조사 통계를 보면 가동률은 35.6% 불과했고,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66.3%가 불만이라고 답했다. 열 대 중 네 대가 ‘스톱’인 셈이다. 미가동 원인으로는 미사용이 50%로 가장 높았고, 고장 10.5%, 철거 3.8%였다.


만족도 조사 결과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매우 불만’ 42.3%, ‘불만’ 24%, ‘보통’ 21.2%, ‘만족’ 10.6%, ‘매우 만족’ 1.9%로 나왔다. 불만족이 66.3%로 높게 나왔지만, 30% 이상은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고, 12% 남짓은 만족도가 높았다.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스요금

국내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의 답변도 같았다. 연료전지 시스템 제작사로서는 아픈 부분이긴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그 문제가 불거진 걸로 알아요. 자체 모니터링 결과도 비슷합니다. 절반은 운전을 안 한다고 봐야죠. 우리도 힘이 빠져요. 개인적으로도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만족해하면서 쓰는 모습을 볼 때 기쁘죠. 그렇다고 우리가 자주 돌려주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감수하란 소리니까요.”


지난해 매출을 보면, 에스퓨얼셀의 제품은 대부분 건물용 연료전지(87%)에 집중되어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비율은 11%, 나머지 2% 정도가 가정용 연료전지인 셈이다.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인 에네팜으로 700W 연료전지를 지난해까지 30만 대 넘게 보급했다. 


“일본은 작년에 4만 대 수준, 올해는 5만 대 이상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우리는 고작 몇백 대 수준이죠. 4인 가족 월평균 전력 사용량을 놓고 보면 일본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전기요금이 비싸요. 연료전지가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로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가스요금이 전기요금보다 훨씬 높게 잡혀요.” 


온수 활용이 많아 열 회수율이 높은 사우나나 목욕탕, 호텔, 병원 정도를 빼면 일반 전기를 쓰는 편이 낫다. 만족도를 보인 30%는 이런 업종으로 보면 된다. 도시가스 요금이 더 나와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다.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차를 세운 트레일러 기사한테 어서 운전대를 잡으라고 다그칠 순 없는 노릇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그래서 작년 5월에 ‘연료전지용 가스요금’을 신설했다. 연료전지에 쓰는 천연가스(도시가스)가 이전에는 열병합용 요금을 적용받았지만, 연료전지 전용요금이 신설되면서 6.5%가 인하됐다. 도매가 중 가장 싼 수송용 요금 수준으로 떨어졌다고는 하나, 운영자가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 논리로만 가면 힘들어요. 환경에 대한 고려나 분산전원의 유용성에서 접근해야죠. 발전소에서 송전을 받아서 쓰는 기존 방식은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요. 그에 반해 연료전지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도 높죠. 드론이나 지게차, 골프카트 같은 곳에도 쓰임이 많고. 특히 소방법이나 건축법에 따른 ‘비상전원 설치의무 대상’ 건물에 연료전지만큼 잘 맞는 게 없어요. 이동통신 중계기 같은 경우에도 비상전원이 필요하고. 이런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죠.”

 

SOFC에 대한 시장의 기대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PEMFC가 이끌고 있다.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고, 오랜 기간 내구성과 안정성 검증을 거쳤다. 최근 개발사업자들 중심으로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SOFC의 장점은 뭐니 해도 최대 60%에 이르는 발전 효율이다. 건물 관리를 위해 야간에도 항상 전력이 필요한 도심의 중대형 건물에 적합하다는 평이 많다. 


일본만 해도 700W짜리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파나소닉의 PEMFC 못지않게 아이신의 SOFC 제품이 잘 나간다. 제품 가격은 조금 비싸도 전기효율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분당발전본부에 SOFC가 처음 도입되어 발전용으로 운영 중이다. 또 SK건설이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손을 잡고 SOFC를 들여오는 등 그 추세는 한창 지속될 전망이다.


“800℃가 넘는 고온으로 운전되는 만큼 내구성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그런 약점은 기술력으로 극복해야죠. 에스퓨얼셀도 조만간 SOFC 사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김천에서 ‘SOFC 산업화포럼’이 열렸어요. 저도 다녀왔지만,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제작사가 이번에 모두 SOFC 포럼에 가입했어요. 연료전지라는 큰 틀에서 함께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죠.”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 나쁠 게 없다. 현재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정부 보급사업에는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을 받은 PEMFC만 참여할 수 있다. 조만간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에 SOFC가 새롭게 도입되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PEMFC vs SOFC’의 대결 구도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PEMFC가 전원을 껐다 켰다 한다면, SOFC는 24시간 가동하는 기저발전이에요. 둘 중 하나로 가도 되지만, 이 둘을 함께 설치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장점이 있어요. SOFC를 24시간 돌리고, 전력을 많이 쓰는 시간대에 PEM을 같이 운전하는 거죠. 앞으로는 이렇게 가지 않을까 해요.”

 



‘의무’가 ‘상식’이 되는 시대

5kW PEMFC는 외양만 놓고 보면 스타일러나 에어드레서를 떠올리게 한다. 디자인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다. 발전 용량을 늘리고 싶으면 대수를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제품 가격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2010년에 5,000만 원 이상이던 1kW 연료전지 가격은 지난해 2,600만 원, 올해는 2,2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더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조금씩 갖춰가는 모양새다.


에스퓨얼셀은 2018년부터 ‘수출목적형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현지 적용 기술개발’이라는 정부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의 가스제조설비 전문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데 이어, 조만간 유럽의 체코로 5kW 연료전지 제품을 보내 현지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은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가 바로 공급돼서 우리보다 가격이 저렴해요. 전기요금은 비싸면서 열 수요가 높은 편이라 연료전지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만한 고효율 기기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고. CE 인증을 받아서 진출하면 5kW, 10kW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승산이 있습니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목표는 2040년 누적 2.1GW로 잡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1차 목표로 2022년까지 누적 보급량을 50MW 규모로 설정했다. 작년에 3MW를 보급하면서 그동안 10MW(누적)를 보급했고, 막상 올해부터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40여MW를 보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신기술은 정부 정책과 제도의 지원을 받아 일상에 스며든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신사옥을 중심으로 연료전지를 단 건물들이 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연료전지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RPS.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의 'S(Standard)’에 주목할 때가 됐다. 스탠다드는 ‘최대’가 아닌 ‘최소’의 양심에 호소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킵시다”라는 점잖은 제안이 녹아 있다. 


그 ‘기준’이 시장의 상식이 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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