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수소충전소 신규 100기 구축과 기존 충전소 증설을 통해 올해 총 154기의 수소충전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수소충전소용 밸브 수급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이런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3종 밸브에 대해서만 인증제도가 시행된다. 수소충전소 구축 시 KS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법의 경과조치에 따른 기존 밸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제품은 모두 외산이다.

그런데 현재 기존 제품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이다. 기존 제품 대신 KS 인증품을 쓰면 되지만 인증품도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 이제야 밸브 업체들이 가스안전공사에 인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밸브 업체들은 시급하게 KS 인증을 받을 만한 시장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단기간에 수소충전소 구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부 측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주었는데 밸브 업체들이 이제야 KS 인증을 신청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인증 시행 체계와 인증시험 설비를 구축했으니 업체들이 신속하게 인증신청에 나설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제도 시행일 이후 가스안전공사가 한시적으로 인증비용을 50%나 인하해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인증을 신청한 기업은 없었다. 황당할 일이다. 정부 측과 밸브 업체가 인증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드러난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만큼 하루 빨리 제도 시행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밸브 업체 입장에서 인증제도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수소충전소에 밸브를 납품하고 싶으면 KS 인증을 받으면 되고 아니다 싶으면 안 받으면 그만이다. KS 인증을 받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밸브 구매자인 수소충전소 발주업체와 구축업체만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우선 KS 인증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밸브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토록 유예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발등의 불은 꺼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의욕과 규정만 내세우기보다는 시장의 시급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