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김필종 객원기자]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UN의 파리협정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세부계획으로 지난 2017년에 정부 부처 합동의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친환경에너지 전환 방안을 제시했다. 수소 분야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소, 수소전기차 1만5,000대 보급 목표를 수립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소, 수소전기차 8만1,000대 보급 목표를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해 2018년 8월 기준 5개소에 불과하던 상용 수소충전소는 1년 만인 2019년 8월 기준 26개소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까지 충전소 310개 구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를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충전소 구축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신규충전소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구축비용 및 기간의 단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융복합 수소충전소,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도입을 검토하고 특례기준의 제정·개정을 공포했다. 

▲ 일본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별도 저장설비가 있고, 고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융복합 수소충전소는 기존 연료공급시설의 유휴(잔여) 부지를 활용함으로써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으며,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는 공장에서 설비를 이미 구축한 채로 현장에 설치하기 때문에 구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공장생산 방식인 패키지형 충전소의 장점과 더불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1대의 설비로 인근 2~3개 지역에 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공간과 저장용량 등의 제약으로 인해 수소전기차 초기수요에 대한 시장 확보와 기존충전소 고장 시 대체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정의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산업부 특례(산업부 고시 제2018-179호, 2018년 10월 1일, ‘융·복합, 패키지형 및 이동식 자동차충전소 시설기준 등에 관한 특례기준’)를 통해 국내 도입이 가능해졌다. 

산업부 특례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하는데 필요한 설비(필요 시 충전설비는 제외 가능)가 차량에 장착되어 있어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서 처리능력이 30㎥ 이상인 것(가압장치 없이 자압에 의해 충전하는 설비는 제외)으로 정의되어 있다. 구동이 가능한 차량 적재함에 수소충전과 관련된 설비인 압축기, 냉각기(chiller), 압력용기, 충전기 등을 설치한 형태로 사이트 간 이동이 가능하다.

▲ 일본 도쿄 치요다구 소재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내부 설비.(사진=가스안전공사)

▲ 일본 도쿄 치요다구 소재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내부 설비.(사진=가스안전공사)


이동식 수소충전소 해외 기술 동향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국내에서 사용되거나 제작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일본·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고정식 수소충전소와 더불어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상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데모시연용이나 수소전기차 실증용으로 사용된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일본으로 현재 전체 약 100여 개소의 수소충전소 중 39개소를 이동식 수소충전소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국내의 컨셉과 같이 트럭의 적재함에 수소충전설비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으며, 압축기와 압축가스설비 등 저장설비를 제외한 충전소의 기본적인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대부분 2개 이상의 충전소에서 특정 요일을 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동 없이 고정식 수소충전소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고정식으로 사용하는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압축·냉각을 위해 유압을 사용하며, 별도의 저장설비를 갖추고 있다. 수소전기차가 극히 적은(1~4대) 지역에서는 저장설비 없이 수소충전차량 단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경우 수소충전차량에 외부전원과 압축공기 등의 유틸리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설비만 현장에 설치되어 있다.

▲ 일본 도쿄 오타구에 있는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별도 저장설비가 없고, 2개 사이트에서 순환 운영되고 있다.(사진=가스안전공사)

일본은 수소전기차가 많지 않은 보급 초기에 시장 확보를 위해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공급 지역의 수소전기차가 일정 규모 이상 증가하게 되면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비해 처리용량이나 효율성이 높은 고정식 수소충전소로 전환해 사용하는 형태로 탄력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특화된 시설 안전기준은 상용충전소로 운영 중인 일본의 ‘일반고압가스보안규칙’에서만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위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표준으로 제정 예정인 ISO/FDIS 19880-1(수소충전소 일반)에도 이동식과 관련된 내용의 언급이 없다. 국내에서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도입과 더불어 상용으로 운영하기 위해 일본의 기준을 참고해 특례로 시설 안전기준을 도입했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국내 개발 동향

국내에서도 수소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인 충전소 구축 기간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보급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해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도입의 타당성을 분석하고자 이동식 수소충전소 안전성 분석을 선행연구로 추진했다. 선행연구에서는 해외 참고 기준인 일본의 ‘일반고압가스보안규칙’의 내용과 국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KGS Code 등을 활용해 표준모델을 검토하고, 국내 환경조건을 감안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통해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기준상 보완사항을 검토했다.

외부 저장설비를 통해 수소를 공급받아 이의 압축·저장·냉각 절차를 통해 차량에 디스펜서로 공급하는 형태로 공정도를 작성했으며, LPG 충전소의 유휴부지에 복합으로 설치하는 것에 대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다.

기후, 점화원, 인구 조건을 종합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수행한 결과 피해 범위와 사회적 위험도 등 특례(안)가 적용된 표준모델의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를 기존 융복합, 패키지 충전소 시설기준 특례에 이동식 수소충전소 관련 내용을 추가해 개정·공포했다.

▲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동식 수소충전소 도입의 타당성 분석을 위한 선행연구에서 적용한 표준모델.(사진=가스안전공사)

선행연구에서는 표준모델의 설비에 대한 영향을 기준에 따른 경계조건과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한 것으로, 실제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이나 3차원적 누출모델 등의 정밀 시뮬레이션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산업부는 2019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3년에 걸쳐 이동식 수소충전소 설계·제작·실증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실증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개발하는 것이 이번 실증연구의 목표다.  

실증연구의 주요 내용은 이동식 수소충전소 위험분석(HAZOP) 및 설계 최적화, 정량적 위험성 평가(QRA) 및 3차원 화재폭발 시뮬레이션, 특례기준에 부합하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제작 및 실증·운영, 충전프로토콜(SAE J2601) 검증 등을 통한 한국형 제도화와 운영상 안전확보를 위한 가상현실 기반 안전훈련 프로그램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선행연구 시 고려되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의 설비 간의 영향과 안전확보를 위한 설비 간 격벽 설치, 환기 적정성 검토, 이동 및 주행 안전성 확보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수소충전차량의 한정된 적재공간에 설치하기 위한 소형 수소압축기를 국산화해 장착하는 내용도 함께 추진된다. 국산화 예정인 압축기는 시간당 2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며, 일본과 유럽에서 운영 중인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성능을 상회하도록 개발한 후 다양한 소형 충전소(패키지 등)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에서 제트화염에 의한 피해 범위.(사진=가스안전공사)

▲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에서 사회적 위험도 분포.(사진=가스안전공사)

현재 실증연구에서는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공정도면(P&ID)이 완성되어 1차 위험분석(HAZOP)이 완료된 상태이며, 이를 토대로 상세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실증을 위해 충청북도 충주시 인근에 부지를 확보해 토목설계 및 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국형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오는 2021년 완성 및 실증·운영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올해에는 상세설계에 기반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QRA)와 3차원 화재폭발 시뮬레이션을 통한 안전성 분석, 기본 차량 섀시 선정 및 완성 부품의 장착과 부지조성 공사 등이 일부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자 안전훈련 프로그램도 개발해 2021년 완공과 동시에 적용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기대효과 및 제언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수소전기차의 저변 확대를 위한 필수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전기차 미보급 지역에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충전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수요를 형성하는 역할과 함께 수요확보 후 이미 확보한 부지의 고정식 충전소 구축과 또 다른 지역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한국형 이동식 수소충전소 개발을 목표로 진행 중인 실증연구의 이동식 수소충전소 배치도(안).(사진=가스안전공사)

또한 기존 고정식 충전소의 고장·사고 등에 의해 수소연료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 편의를 위한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동이 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고정식 충전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도로 및 환경여건 등이 안전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안전성 실증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안전기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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