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FCEV 비전 2030’을 공개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을 개최했다.(사진=현대차)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수소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전략인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다. 

수소전기차에는 차량의 엔진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된다. 현대차는 승용차를 비롯해 버스·트럭·열차·선박·건설기계 등 다양한 모빌리티는 물론 발전 분야에도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함으로써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연료전지가 대량으로 생산·공급되면 연료전지의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이와 비례해 차량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수소전기차가 저렴해지면 소비자의 구매가 증가해 수소전기차 대중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 속에는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만 있는 게 아니다. 수소전기차에 필요한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수소 전주기 인프라도 포함한다. 이러한 수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전기차의 가격저감 및 내구성 향상을 위한 혁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여는 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차가 그리는 수소에너지의 큰 그림의 골격이다. 이를 위해 과감하게 연구개발 및 설비 확대, 수소충전인프라 구축, 수소 기술 혁신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전방위로 국내외 수소에너지사업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수소경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FCEV 비전 2030’ 공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2030년 수소전기차(승용·상용) 연간 50만대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 국내 생산을 목표로 한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30년 수소전기차 연간 50만대 생산을 위해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연 3,000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은 오는 2022년 약 13배 수준인 연 4만 대 규모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2030년까지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해 이 중 20만기를 외부에 공급할 계획이다. 다른 완성차를 포함해 선박·철도·지게차 등의 운송 수단 및 발전 분야가 공급 대상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오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가 550만 개에서 최대 650만 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수소전기차 대중화 ‘박차’    
현대차는 이러한 중장기 전략을 갖고 국내에서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인프라, 수소연료전지 보급에 힘쓰고 있다. 

우선 수소 승용차(넥쏘)에 이어 수소전기버스(시내버스, 경찰버스)와 수소전기택시(서울)가 지난해부터 시범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수출용에 이어 내수용 수소전기트럭도 개발 중이다. 정부 연구과제로 개발한 중형 수소전기청소트럭은 올해부터 실증사업이 예정돼 있다.

▲ 수소전기차 ‘넥쏘’.(사진=현대차)

현대로템과는 수소전기열차를 개발 중으로, 올해 시제품(수소전기트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열차는 최고 속도 70km/h로 수소 1회 충전에 최대 200km까지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출범한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의 2대 출자사로 참여해 회원사들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총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자체적으로도 투자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도심 3개소(부산, 국회, 인천 / 강동 설치 예정) 및 고속도로 휴게소 4개소(여주, 안성, 함안, 하남)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개질, 수전해 등 온사이트 수소생산지(통합 스테이션)에서 수소를 생산,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설비에 수소연료를 공급하는 사업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 현대차는 울산테크노파크 내 수소연료전지 실증화 센터에서 500kW급 발전용 연료전지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사진=현대차)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테크노파크 내 수소연료전지 실증화 센터에서 올해 12월까지 500kW급 발전용 연료전지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동서발전, 덕양과 손잡고 울산 화력발전소 내에 1M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구축해 시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퓨얼셀과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와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타입의 마이크로그리드용 수소연료전지 분산발전시스템 실증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 연료전지 기술을 타 산업으로 확대함에 따라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국내 중소·중견 버스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우진산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와 버스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들 버스 제작사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사업협력 네트워크 구축 ‘활발’

해외 기업과의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 및 사업개발 제휴도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대차는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관련 특허 및 주요 부품 등을 공유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양사 간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리퀴드, 수소 충전 설비회사 ‘넬’, 수소전기트럭 생산업체 ‘니콜라’, 에너지·석유화학 그룹 ‘쉘’, 그리고 완성차 회사 ‘도요타’와 상용 수소전기차의 대용량 고압 충전 표준 부품 개발을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상용 수소전기차 충전 부품 개발에 나섰다.

현재 수소전기상용차는 승용차 부품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1회 충전에 20~40분이 소요된다. 어느 충전소에서나 빠르고 안전하게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충전 부품의 개발 및 표준화가 필요하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수소전기상용차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빠른 충전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글로벌 수소기업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라며 “수소전기상용차는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와 친환경 정책을 효과적으로 만족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대량의 수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시장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소충전소의 경제성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Energy’와 함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Energy’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통해 스위스의 다양한 대형 상용차 수요처에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공급하고,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스위스에 총 1,600대의 수소전기트럭 수출이 예정돼 있다. 스위스를 넘어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 상용차 박람회인 ‘솔루트랜스(Solutrans)’에서 현대차 수소전기 대형트럭 프로젝트가 ‘2020 올해의 트럭’의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8년 10월 중국의 칭화대학 베이징칭화공업개발연구원과 ‘수소에너지 전략 협업 MOU’를 체결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중국의 칭화대학 베이징칭화공업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소에너지 펀드’를 설립해 수소산업 밸류체인 내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키로 하는 등 중국 내 수소전기차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양회를 통해 수소에너지설비·수소충전소 구축을 공식 정책으로 내건 데 이어 주요 성급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및 차량 보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전기차와 충전소를 2025년까지 각각 10만대, 300기, 2030년까지 100만대, 1,000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점차 축소되는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과 비교하면 중국의 친환경차 정책의 초점이 배터리 전기차에서 수소전기차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소비시장과 정부의 수소에너지 정책 드라이브가 시너지를 내면서 중국이 단일국 최대 규모의 수소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중국의 수소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진출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상용차 법인 ‘쓰촨현대’를 통한 수소전기트럭 생산을 검토 중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좌)과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H. 나세르 대표이사 사장(우)이 ‘수소에너지 확산 MOU’에 서명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세계적인 종합 에너지 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강화를 주요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에서 수소 공급 및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실증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해외 공급을 위한 협력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현지 기업인 커민스사와 북미 상용차 시장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스웨덴의 연료전지 분리판 코팅기술 전문업체 ‘임팩트 코팅스(Impact Coatings AB)’, 이스라엘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 기술업체 ‘H2프로(H2 Pro)’, 스위스 수소저장·압축 기술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GRZ Technologies)’와 전략투자와 공동기술개발 등의 협력강화에 나섰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이번 협력사업의 핵심은 연료전지 개발에서부터 수소생산 및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수소전기차 관련 혁신기술을 상용화시켜 수소전기차의 제조원가와 수소생산 비용을 대폭 낮추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자동차가 스웨덴의 정밀 코팅 분야 특화 기업 ‘임팩트 코팅스(Impact Coatings)’와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을 공동개발한다.(사진=현대차)

임팩트 코팅스와는 현대차 수소전기차에 적합한 ‘맞춤형 연료전지 분리판’을 공동 개발해 연료전지 제조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H2 프로’의 수전해 기술을 이용해 수소 생산 원가를 낮춰 경제성 확보에 나선다.

또 ‘GRZ 테크놀로지스’의 저압 수소저장 기술과 독자 수소압축·충전 기술을 고도화시켜 실제 수소충전소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밖에 현대차는 천연가스 등의 수소추출 기술 및 수소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수소저장·운송 부분에서는 기체가스(수소 튜브트레일러) 외에도 액체수소, 암모니아 및 고체 수소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현대차가 어떤 사업 모델로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힘쓸지,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현대차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가스 업체인 에어리퀴드와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사를 맡으며 글로벌 수소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에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전 세계적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 수소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구성된 최초의 글로벌 CEO 협의체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BMW, 에어리퀴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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