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이 1월 발표된 이후 10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수소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후속 정책도 빠르게 제시되고 있다. 수소 산업 전주기별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위한 기술로드맵이 준비되고 있고 부처별 다양한 프로젝트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부산하다. 특히 수소경제 양대 축의 하나로 꼽힌 수소전기차 시장이 요동친다. 로드맵 발표 이후 최근까지 3,500여대의 수소전기차가 보급됐고 연말까지 6,000대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인프라 역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늘면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말이면 전국 100여개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될 것으로 보여 차량의 충전 불편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축인 연료전지 시장은 어떨까. 정부는 2040년까지 발전용 15GW(내수 8GW), 가정·건물용 2.1GW(약 94만 가구) 보급을 계획했다. 발전용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당장 2022년까지 1GW(누적)가 보급된다. 지난 2006년 남동발전 분당발전본부에 300㎾급 연료전지 설치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12년간 약 350MW 가량의 연료전지가 보급됐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향후 3년 내 지난 12년간 보급규모의 약 2배가 집중적으로 보급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연료전지 시장인들 조용할 리 없다. 기존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공급자,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모두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나서고 있는 이른바 연료전지 ‘빅3’ 기업의 행보가 심상찮다. 하나씩 들여다보자.

연료전지 시장의 맏형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이끌어 온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최근 4~5년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스스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실제 연구 및 제조인력을 크게 줄였고 이 기간 동안 수주활동도 사실상 멈췄다. 시장 참여 의지는 고사하고 ‘사업 철수를 위한 수순’이라는 시장의 의심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9월 이사회에서 연료전지 전문회사 설립안을 가결했다. 연료전지 사업부문만을 따로 떼어 자회사를 설립키로 한 것인데 발표된 내용으로 보면 ‘연료전지 사업의 내실화와 경쟁력 강화’를 목적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드물다. 신규법인은 이달 중 설립된다고 하니 좀 더 두고 봐야겠으나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몇 가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존 설치된 발전사업장의 유지보수(LTSA) 수용 여부,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퓨얼셀에너지(FCE)와의 계약, 마지막으로 신규 수주활동 여부가 드러나야 할 것으로 본다. 진정 ‘내실화와 경쟁력 강화’가 분할의 목적이라면, 그래서 시장의 ‘의심’을 ‘신뢰’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답해야 할 사안이다.

포스코에너지 이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은 두산이다. 이 회사는 지난 달 ‘연료전지BG’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연료전지 전문회사인 ‘두산퓨얼셀’을 설립한 후 분할상장했다. 시장은 두산퓨얼셀에 우려 대신 기대를 보냈다. 상장 직후 연속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럼에도 두산퓨얼셀 역시 과제가 남아 있다. 주가로 보여준 시장의 기대를 현실로 바꿔야 한다. 두산 내 사업조직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섰으니 수주와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시장이 선호하는 기술과 시스템이라는 확신을 심어야만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SK건설 역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주목할 기업이다. 최근 시장 분위기로만 판단하면 주목성이 단연 최고다. 신규 발전사업자가 계획하고 있는 연료전지 프로젝트의 대다수가 블룸에너지가 확보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블룸에너지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첫 국내진출이 이뤄졌다. 이후 SK건설과 독점 공급권 계약을 체결하더니 최근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포함한 합작법인 설립까지 일사천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순항하는 듯 했지만 리듬이 깨진 것은 미국발 리포트다. 지난 9월 미국의 시장분석 기업인 힌덴버그리서치( Hindenberg Research)는 블룸에너지 기술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블룸에너지 연료전지시스템을 조사했더니 5년을 자랑하는 블룸에너지 시스템 내구성이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발전효율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이에 따라 향후 기기교체에 따른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 리포트는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SK건설과 신규 발전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국내 한 기업은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 추이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블룸에너지는 리포트 내용을 즉각 반박했다. 설치된 제품의 평균수명은 4.8~5.2년으로 내구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블룸에너지 주장에 대한 진위를 당장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 현지 투자자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리포트 발표 당일 26% 급락한 블룸에너지 주가가 회복은커녕 최근까지도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확장에 나서야 하는 SK건설로서는 뒷목을 잡을 일이다. 제품 홍보에 나설 시기에 꼬리표마냥 붙어 버린 ‘의구심’을 떼 내는 것이 우선 과제가 돼 버렸으니 말이다.

연료전지 시장은 새로운 판을 맞이했다. 시장 확장도, 경쟁도 이제야 본격적인 서막이 오른 것이다. 정책이 제시됐고 앞 다퉈 시장 참여자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포스코에너지, 두산, SK건설은 자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국내 연료전지 ‘빅3’ 기업이다. 시장은 이들 기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작금의 우려를 속히 떨쳐내야 한다. 털고 일어나 시장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바뀐 간판만이 아닌 실질적인 ‘연료전지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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