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기 우석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IEC TC105/WG10 의장).
[월간수소경제 이홍기 객원기자] 전 세계적으로 파리 신기후체제에 적극 대응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수소경제 논의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표준화 전략 로드맵에서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건설기계 등 연료전지 활용 분야를 중심으로 국제표준 5건 이상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제표준은 한 번 제정되면 모든 국가가 해당 표준을 자국의 표준 및 인증으로 부합화해야 해 그 파급력이 매우 크다. 특히 수소경제는 현재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이므로 우리나라의 강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하면 글로벌시장 선점이 한층 수월해진다.

반대로 국제표준화에서 뒤처질 경우 국제표준에 등재된 해외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제품 출시 시점이 지연되고 후속 기술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처럼 수소경제 성공의 관건이 국제표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수소경제 제1호 국제표준 탄생
일단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추진 움직임이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지난 5월 수소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표준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제안한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표준안이 IEC 국제표준(IEC 62282-6-400)으로 등록된 것이다.

▲ 대한민국 수소경제 제1호 국제표준인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은 노트북, 휴대폰 등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할 때 필요한 전력에 대한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국제표준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노트북, 휴대폰 등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할 때 필요한 전력에 대한 요구사항과 함께 이 전력을 안전하고 호환성 있게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기준도 규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응용 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전망돼 수소경제 확산의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국제표준은 IEC 국제연료전지기술위원회 작업반(IEC/TC105 WG10) 내부에서 미국·일본·독일 등의 연료전지기술 전문가들과의 논의와 검증을 거쳐 제안한 지 약 3년 만에 국제표준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국제표준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본격적인 검증을 위해 5개국 전문가의 작업반 참여가 필수적이나 경쟁 관계에 있기도 한 5개 국가 중 한 국가에서 참여를 번복해 작업 진행이 무산될 위기가 있었다. 진행과정에서도 경쟁국들이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여러 난관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대한민국 수소경제 제1호 국제표준이 탄생할 수 있었다.     

  

수소경제 제2호 국제표준 논의 착수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국제표준에 이어 우리나라가 개발한 수소경제 제2호 국제표준안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산하 작업반에서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일 서울 쉐라톤 팔래스호텔에서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국제표준화 작업반’ 착수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4개국 국제표준 전문가가 참석해 우리나라가 제안한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평가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한 첫 번째 논의를 진행했다.

▲ 우리나라가 제안한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성능평가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착수됐다. 사진은 범한산업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팩이 탑재된 2톤급 굴삭기.

지난해 11월 밀라노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승인된 이 국제표준안은 굴삭기, 불도저 등 건설기계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와 이차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평가를 규정하는 표준으로, 건설현장의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진동·먼지 등의 영향에 대한 연료전지시스템 성능평가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국가기술표준원의 ‘표준기술력향상사업’지원을 통해 개발했으며, 지난 4월 발표한 ‘수소경제 표준화전략 로드맵’에 따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제출한 신규 표준안(NP)이 승인되어 국제표준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국제표준안은 전 세계적으로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기존의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기계 특유의 높은 출력을 위해 수소연료전지와 이차전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기술개발 기조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표준안이다.


건설기계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수송 전체부문(자동차·철도·항공·해운)의 22%에 해당하는 약 23.2MtCO2로 연간 약 4,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지난 2015년 ‘파리 신기후협약’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BAU) 대비 37% 감축이 합의되어 건설산업용 기계의 기후변화 대응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건설기계 전체의 연간 유류 사용량도 약 11조 7,000억 원 규모로 국내 에너지 자립도 증대 차원에서도 건설기계에 대한 수소연료전지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장 선점 기대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평가 기술’ 국제표준안은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제안된 것이며, 트랙터, 컨테이너 리프트 트럭 등 농기계와 물류 및 광산기계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장비 분야 전반의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계용 파워트레인 기기 분야의 경우는 작업 환경마다 건설장비와 시스템 출력범위에 따라 요구되는 출력이 상이해 카트리지 형태의 파워팩을 용도에 따라 장착할 수 있게 해 시장 적용 범위의 확대가 가능하다.

▲ 가온셀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팩이 장착된 지게차.

또한 건설기계용 kW급 연료전지·이차전지 하이브리드 파워팩 국제표준 개발에 의한 건설용 기계의 전동방식 사업화 추진을 위한 국내외 인증 체계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 안전, 호환 및 평가방법 등에 대한 시험, 통계, 자료 등을 보완하고 자국 특허와 관련한 표준안을 작성해 이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했다. 

특히 이 표준안이 국제표준으로 등록될 경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건설기계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인 만큼 우리 중장비 기업의 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건설기계용 파워트레인 기기 분야에 사용되는 연료전지의 경우 기술적으로 볼 때 기존 내연기관과 동등한 출력성능을 구현해야 하며, 사용자의 이용시간을 극대화하는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개념의 현장적용 분야에서 기존 내연기관 대비 저소음, 경량화 및 가볍고 부피가 작은 고에너지밀도의 이동 전원개발이 필요하다. 

연료전지는 기존 배터리와의 하이브리드 전력제어를 통해 실시간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여 연료의 충전만으로 연속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장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는 파워트레인을 통해 작업별 다기능화 되어 있는 기존의 건설장비들에 요구되는 용량에 따라 카트리지 방식으로 ‘Power Limit’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 미래 건설장비 산업발전의 중요한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일 서울 쉐라톤 팔래스호텔에서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국제표준화 작업반’ 착수 회의와 함께 ‘2019 수소·연료전지 국제표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고출력으로 장시간(8시간 이상/일) 사용해야 하는 작업환경에서 기존 내연기관의 소음 및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로 응용될 수 있다.

실내 물류운반용 지게차의 경우 배터리 대비 3배의 에너지밀도를 나타내 3일 연속사용 기준으로 기존 배터리 무게의 10~20% 수준으로 전원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화 험로 극복해야
국제표준은 선진국들에 의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로 국제총회에서 제안서를 발표하고 승인투표를 거쳐 제출허가를 획득해도 3개월의 회람 후 각국 정부의 2/3 이상의 찬성과 5개국 이상의 전문가들이 표준 논의 과정에 필수적으로 참석한다고 동의해야 시작할 수 있는 등 엄격한 심사와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선진국의 우수한 기술 수준 요구 및 안전에 대한 확실한 성능평가 결과를 제출하고, 단계별로 투표와 추가요구사항이 계속 반영되어 최소 3년의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국제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5월 2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이행 협력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산업부)

‘건설기계용 연료전지시스템 성능평가 기술’ 국제표준안의 승인 과정에서 협조하기로 했던 선진국 중 한 국가가 전문가 파견에 불참해 투표에서는 확정되었지만 거의 탈락할 위기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3일간 100여 통 이상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해당국 정부 당국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 작업으로 승인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제표준화 논의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2번째로 제안한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평가 기술’ 국제표준안의 논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 주도로 국제표준화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고 국내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계의 관심과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향후 수소경제 분야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국가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평가 기술’도 성공적으로 국제표준으로 제정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수소경제 분야에서 우리가 강점을 가진 기술들을 국제표준으로 적극 반영해 세계 수소경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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