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전력연구원(대전) 전경.(사진=전력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와 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대표 전희권)이 전남대학교, 강원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건물용 5kW급 연료전지(PEMFC)-배터리 일체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력 및 온수 공급 실증에 성공했다.

향후 가정 및 건물(호텔·병원·수영장·데이터센터 등), 도서 지역 등은 물론 대형 드론, 전기 지게차 등 수송용으로도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PEMFC-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료전지(주전원)와 배터리(보조전원)를 일체형 시스템으로 구성한 독립형 발전장치이며,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한다.

이 시스템은 수용가의 부하 변동 초기에 순간적으로 연료전지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전력과 부하 변동 중 연료전지 최대 출력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전력에 상응하는 전력을 배터리가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연료전지에서 가장 비싸고 핵심 부품인 스택의 용량을 줄이고 배터리의 출력을 높여 연료전지 정격 출력보다 더 큰 부하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세계 최초 5kW급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한전 전력연구원(원장 김숙철)과 에스퓨얼셀은 지난 4월 5kW급 PEMFC-배터리 하이브리드시스템을 개발·제작해 한전 군산지사 신축사옥에 설치하고, 지난 6월부터 사옥(영업창구, 봉사실)에 실계통 전력 및 온수를 공급하는 실증 운전에 성공함으로써 개발된 시스템의 운전 신뢰성을 확보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최적 제어기술과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막-전극 접합체(MEA)를 개발해 1kW급 PEMFC-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적용, 지난해 대전 전력연구원 내에서 실증을 완료했다. 하이브리드 최적 제어기술은 배터리의 방전율 및 충전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배터리 수명감소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저장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한전 군산지사 사옥에 설치된 5kW급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사진=전력연구원)

PEMFC-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부하 운전 시 연료전지에서 발전한 잉여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연료전지와 배터리에서 동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단독 연료전지 시스템에 비해 적은 연료전지 용량으로도 수요에 맞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비싼 연료전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발된 시스템은 연료전지 출력, 배터리 충전율, 요구 부하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여 이를 퍼지 제어 기반으로 연료전지와 배터리 간의 부하 분담률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함으로써 급격한 부하 변동에 대해 적절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출력과 배터리 충전율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PEMFC의 핵심 부품인 대면적 막-전극 접합체(MEA)를 개발 및 자체 제작하고 1kW급 일체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탑재해 운전함으로써 상용 연료전지 시스템에서의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에 개발한 MEA는 자동 스프레이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서도 스택 규모의 MEA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 7월 국내 중소기업 CNL에너지에 MEA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현재는 연속운전 2,000시간 이상을 달성하고 계속 운전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 내구성에 대한 성능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미화 전력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연료전지-배터리 일체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료전지 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연료전지 수명을 향상시키고, 동일한 용량의 단독 연료전지 시스템에 비해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 대상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에스퓨얼셀 연구소장은 “지금까지의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순수 수소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번에 공동으로 개발 및 실증이 완료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시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공정(수소추출기)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순수 수소를 사용하는 시스템보다 공정제어 등 개발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달리 일반 건물에 적용될 수 있는 특징을 살려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열(약 60℃)을 축열해 저장한 뒤 급탕 보일러에 연계해주는 방법으로 생성된 열을 손실 없이 이용하도록 해 군산지사 사옥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전원용 등으로 쓰임새 다양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오는 2022년까지 지난해(7MW) 대비 7배인 50MW가 설치될 계획이다.

개발된 연료전지-배터리 일체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부하 요구에 즉시 대응이 가능하므로 병원,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디젤·가솔린용 비상전원을 ‘건물용 연료전지+ESS 시스템’으로 대체한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는 게 전력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 전력연구원이 스프레이장치를 이용해 개발·제작한 MEA.(사진=전력연구원)

또 연료전지 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은 온수로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계절 온수 수요가 많은 호텔과 병원, 수영장 등에 적용할 수 있고, 전력그리드로부터 전력공급이 어려운 소규모 도서 지역의 마이크로그리드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기준이 강화(2020년 30%)되고 있음에 따라 PEMFC는 에너지 생산량과 보정계수가 높아(고정식 태양광의 11배, 지열의 45배) 태양광과 지열에 비해 적은 용량으로 설치 의무량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부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수도권 도심지의 경우 설치면적을 태양광 대비 40배 이상 감소시킬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설비로 활용하는 데 장점이 있다.

▲ 전력연구원이 자체 제작한 MEA가 탑재된 1kW급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사진=전력연구원)

전력연구원은 개발된 시스템을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증을 받아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연료전지-배터리 일체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력 그리드와 연계가 필요 없는 독립형 발전장치로써 비상전원용 “‘ESS 연계 연료전지’에 적합하다”라며 “비상전원용은 물론 온수 수요가 많은 호텔과 병원, 수영장, 도서 지역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설비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번에 개발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추후 대형 드론, 전기 지게차 등 수송용뿐만 아니라 가정 및 건물 등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며 “국내 도서 지역이나 해외 내륙지방 등 계통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적용할 수 있어 향후 기술 활용 전망이 매우 밝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과제는 한전 자체과제로 2016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43개월 동안 총 37억 원의 연구비 예산으로 진행됐다. 전력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소가 이번 연구를 수행(연구책임자 최미화 책임연구원)했으며, 위탁기관의 연구책임자는 전희권 에스퓨얼셀 대표, 김영배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조용훈 강원대 에너지공학부 교수, 이재영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 공학부 교수이다. 

한편 에스퓨얼셀은 태양광 전문기업인 에스에너지가 지난 2014년 GS칼텍스의 연료전지 연구팀을 중심으로 설립한 연료전지 전문기업으로 주택, 건물 및 발전용 등 소용량에서 대용량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연료전지 전문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