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해 연구원 내에서 시험 운전 중인 200kg/day급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수소추출기).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추출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수소경제 준비 물량으로 활용하고, 추출수소를 초기 수소경제 이행의 핵심 공급원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추출수소가 수소 대량공급 기반이 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그린 수소) 생산은 상당 기간 저비용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으로 천연가스 추출수소가 주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 정압관리소(142개소) 등 천연가스 공급망에 300~1,000N㎥/h 이상급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거점형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물론 수요처 인근 도심지 LPG·CNG 충전소 또는 CNG 버스 차고지 등에 300N㎥/h급(1일 수소 생산량 500kg)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 추출수소를 생산하고 권역별로 충전소에 공급하는 ‘Mother station’으로 운영하는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수소추출기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상용 수소추출기를 출시한 제이엔케이히터에 이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제작한 수소추출기가 실증 운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임으로써 또 하나의 국산 수소추출기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200kg/day급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의 주요 구성품.(사진=에너지연)


시장 보급형 수소추출기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은 과기부 국책연구과제로 ‘가압형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 설계 기술개발’(2017년 1월~2022년 12월)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연은 수소추출기 운영 사업자 관점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기술개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시장 진입이 가능토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수소추출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하루 500kg급 시장 보급형(가압형)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의 100% 국산화 설계’를 핵심목표로 설정했다. 원료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며, 핵심기술은 수증기 개질과 VPSA 정제기술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소 제조 용량: 500kg/day △수소생산 효율: 80% 이상 △수소 순도: 99.999%, CO 농도 1ppm 이하 △누적 운전: 1,000시간 이상 △스키드 유닛 생산 가격: 10억 원 이하 △소요 공간: 7.5m(L)×3.0m(D)×3.3m(H) △생산 수소 압력: 8기압(8atm) △고효율·컴팩트 반응기(탈황, 리포밍, WGS) 및 흡착탑(PSA) 모듈 원천 설계 △전처리(탈황), 개질(리포밍, WGS), 정제(PSA)용 촉매 및 흡착제 원천 소재 국산화 설계 △열 및 시스템 통합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 최적 구성 및 엔지니어링 설계 패키지 개발이 최종 목표다.

에너지연은 장시간 운전을 통한 신뢰성 있는 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해외 선도기술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시장 진입을 위해 미국 에너지부(DOE)와 일본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제안하는 수소추출 기술 수준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추출기의 시장 진입을 위해선 초기투자비용과 효율성, 리포밍 및 WGS 촉매 비용, 유지관리 비용, 소요 공간 및 제어 안정성, 안전성 등이 주요 조건이지만 결국 최대 관건은 초기투자비용과 효율성이라는 설명이다.

DOE는 시장 진입 조건으로 추출수소 생산 단가는 kg당 2.0달러, 수소생산 효율은 74%를 제시하고 있다. NEDO는 추출수소 생산 단가를 kg당 448~896엔, 수소생산 효율을 75~80%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개발의 책임자인 윤왕래 에너지연 수소연구실 박사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그리고 수소 관련 핵심 인프라(생산·저장·운송)를 비용 경제적으로 조기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운영 사업자 관점에서 볼 때 초기 시설투자비의 최소화를 통해 수소제조비용이 낮아져야 하는 동시에 가동률이 높아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자발적 투자가 가능하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초기 시설투자비 과다(수소생산유닛의 경우 30억 원), 낮은 수소생산 시스템 효율(80% 이하), 그리고 수소전기차 보급이 아직 미미함에 따른 현저히 낮은 가동률(30% 이하) 등이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하는 데 있어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200kg/day급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 내부 모습.

200kg/day급 운전 결과 ‘성공적’ 
에너지연은 1차 연구연도(2017년)에 DFMA(design for manufacturing & assembly) 원칙인 단순화 및 모듈화에 기반한 ‘열 및 시스템 통합 엔지니어링’ 설계의 타당성을 정립했다.

이를 위한 핵심반응기(리포머, 수성가스 전이 반응기, 흡착탑) 및 유틸리티(수증기 발생기, 슈퍼히터, 예열기) 통합설계와 기본설계의 핵심인 PFD(Packaging File Data)를 확정함과 동시에 100kg/day급의 성능평가설비를 통해 주요 평형 파라미터(온도, 압력 등)에 대한 응답특성(전환율, 효율 등)과 관련된 실험 연구를 수행해 여러 개선요소를 도출했다. 

▲ 200kg/day급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 내부 모습.

주요 개선 내용은 내부 열교환 일체형 리포머 모듈 및 발열반응 자동제어 WGS 모듈 설계기술, 안정적인 스팀 발생을 위한 엔지니어링 설계, 리포머 모듈-PSA 모듈의 연계 운전 및 안정적 제어 기술 등이다

2~3차 연도(2018~2019년)에는 1차 연도에서 습득한 주요 개선요소를 반영해 스케일-업(100kg/day → 200kg/day) 및 시스템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프로토타입의 ‘열 및 시스템 통합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컴팩트 3D-설계를 통해 스키드 유닛까지 제작했다. 올해 4월 10일 에너지연 내에 200kg/day급 스키드 유닛 설치를 완료한 이후 운전 자동화 및 장기 운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KIER HyPU-100’이라는 모델명으로 구축된 200kg/day급 수소생산 유닛(수소추출기)의 총누적 운전시간은 지난 8월 21일 기준 약 600시간으로, 운전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 순도는 99.999%, 수소 내 CO 농도는 1ppm 이하, 수소생산시스템 효율은 80%, 개질 효율은 79.5%, 수소 회수율은 90.2%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최종 목표치를 달성한 수치다. 지난해는 수소생산시스템 효율이 83%까지 나오기도 했다.   

추출수소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가스의 수소추출기 ‘HYSERVE’의 수소생산시스템 효율이 79%인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연의 수소추출기가 해외 선도기업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미 제이오, 현대자동차, 한국가스기술공사, 광신기계공업, 정우산기 등의 기업들이 200kg/day급 수소생산 유닛 실증현장을 방문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한 A 기업의 관계자는 “에너지연이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국내 기업들이 구성요소 제품들을 제작해 실증 운전에서 해외 선진기술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에너지연은 500kg/day급의 프로토타입 설계·제작을 완료하고, 현장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말까지 시운전 및 공정개선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에는 500kg/day급의 스키드 유닛을 위한 3D-설계, 공정 성능 및 안정성 관련 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500kg/day급 스키드 유닛을 실증함으로써 기술이전 및 산업화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500kg/day급 프로토타입 수소생산 유닛이 연구원 내에 설치 중인 모습.

고활성·고내구성 촉매 개발 힘써
에너지연은 수소추출기에 적용하는 핵심 촉매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저가화·고활성·고내구성을 목표로 리포밍, WGS, 탈황 촉매의 고유 레시피(Recipe)와 양산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대학교와 협업해 고효율 촉매 제조를 위해 펠렛을 이용해 상용 촉매와 크기가 같은 합성 지지체를 성형한 촉매를 개발했다. 지지체의 시험 생산 및 성능평가 결과 상용 촉매보다 우수한 촉매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학교와는 저온 반응성이 강화된 고활성·고내구성의 일단 수성가스전이(WGS) 촉매 국산화 설계기술을 개발 중이다. 에너지연은 희성촉매와 협업해 올해 안으로 양산 촉매 100kg을 제조해 원통형 펠렛으로 성형한 후 성형 촉매 특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황화합물 제거용 흡착제 성형 및 흡착성능 시험평가를 진행한 결과 분말 형태와 작은 펠렛에서 상업용 흡착제보다 좋은 흡착 성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나아가 황화합물 흡착제 펠렛을 이용한 장기 흡착 테스트(20시간, 흡착제 양 1.73g) 결과 바인더를 이용한 펠렛의 TBM 흡착 실험을 제외하고는 20시간 동안 황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펠렛 모양과 성형 방식에 따라 흡착 성능에 차이를 보이는 것도 확인했다.

에너지연은 바인더의 양을 최소화하면서 펠렛 성형이 가능한 최적 비율을 탐색하고, 흡착시간을 증대할 수 있는 성형방법, 모양, 크기 등의 최적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THT와 TBM 혼합 가스에 대한 장기운전 데이터를 확보해 문제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충남대와는 세공 구조 능동제어가 가능한 촉매 지지체 국산화 설계를 개발 중이다. 2차 연구연도까지는 상용촉매 대비 동일 수준의 CH4 전환율 및 높은 코크(coke) 침적 저항성을 확보했다.

▲ 가압형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을 개발 중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의 윤왕래 박사(왼쪽)와 서동주 박사.

윤왕래 에너지연 박사는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신뢰성 있는 품질 데이터(효율·제어 안정성) 구축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나간 후 설계·제작 노하우를 엔지니어링 회사에 이전해 시장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연은 이미 시장 진입을 위한 가격 경쟁력 확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실증용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 구성 실소요 금액을 보니 200kg/day급(비 방폭)은 약 8억3,000만 원, 500kg/day급(방폭)은 약 12억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500kg/day급도 10억 원 이하로 낮추는 게 에너지연의 최종 목표다. 

윤 박사는 “미국 DOE의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 사무국’이 분석한 수소비용 자료에 의하면 ‘천연가스 개질 현장생산형 고순도 수소제조장치’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다”라며 “하지만 국내산업화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초기시설투자비가 현재 가격수준의 1/3 이하(약 10억 원)로 낮아져야 하는 동시에 시스템 효율 80% 이상, 제어 안정성, 시동특성 4시간 이하, 내구성 1,000시간 이상 등의 성능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연은 지난달 4~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H2WORLD 2019’ 전시회에 참가해 이번 개발 제품을 소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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