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 위치한 한전 전력연구원 전경.(사진=전력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전력·에너지 분야 양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체 로드맵을 마련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가스공사는 지난 4월 말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 원을 신규 투자해 수소생산·유통망을 구축, 국가 전체 수소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전도 전력·에너지 분야에서 수소 핵심기술 고도화 및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R&D 방안을 모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결과 그린수소의 생산부터 활용 분야까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중장기 연구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한전은 지난 6월 ‘KEPCO H2 R&D 비전로드맵’을 통해 국내 유틸리티 최초로 그린수소 연구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게 됐다.

가스공사의 로드맵은 천연가스 추출 수소생산과 사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전의 로드맵은 재생에너지 활용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전의 ‘KEPCO H2 R&D 비전로드맵’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Curtailment)을 활용한 대용량 그린수소 생산 △MG(전력망)에 고효율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용 연료전지 △기존 복합화력에 수소 혼소를 위한 수소터빈 발전 △지역 가스망과 연계를 위한 메탄화를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정부와 전력사, 산업계에 한전의 구체적인 기술개발 마일스톤을 제시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는 2019년 6월호 ‘수소산업 초기 견인, 가스공사 역할 커진다’ 제하의 기획기사로 가스공사의 수소사업 로드맵을 심층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번 9월호에는 한전의 수소 기술개발 비전로드맵을 소개한다.

▲ 한전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한 대용량 수소생산을 위해 PEMEC와 알칼라인(Alkaline) 수전해 기술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H2 R&D 로드맵’ 수립 배경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의 후속으로 올 하반기 중으로 상세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정통부, 기재부, 환경부, 국토부, 해수부 등 6개 부처는 지난 3월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상세 기술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수소에너지 기술을 크게 △생산 △저장·운송 △활용(수송) △활용(발전·산업) △안전·환경·인프라 등 5개 분야로 분류하고, 10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은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수소기술 확보 전략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 FCH(수소·연료전지 추진위원회)는 ‘Hydrogen Road’ 미국 DOE(에너지부)는 ‘National Hydrogen Scenario’, 호주 CSIRO(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는 ‘National Hydrogen Roadmap’, 일본 NEDO는 ‘Hydrogen Strategy’을 각각 수립·발표했다. 

또한 수소는 에너지원으로서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생산의 다양성, 넓은 활용성, 높은 효율성, 환경 친화성 등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 한전은 ‘발전용 가스터빈의 저열량가스 적용 연소기술 개발(2016~2019)’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단기적으로 기존 복합화력의 혼소(수소 50%) 발전,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소터빈 발전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P2G(Power To Gas), 석탄 가스화(Gasification), 액화천연가스 추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 수소발전 등을 활용한 분산에너지 발전시스템에서 발전용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효율이 90%(전기 60%, 열효율 30%)로 매우 높다.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과정에서 물만 배출되며 유해한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생산 기술의 향상과 연료전지 고효율화로 기존의 탄소 기반 경제체제에서 지속가능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확대(2030년까지 63.8GW: 2017년 15.1GW 대비 320% 증가),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전은 세계적인 연구·컨설팅 기관과 수소위원회의 수소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수소 시장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다. 

맥킨지 & 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발전·수송·건물·산업 및 산업용 원료 부문의 수소 기반 경제로의 이동을 통해 2050년 국내 기준 70조 원의 경제효과 발생 및 약 6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전망했다.

또 2030년에는 발전·수송·분산전원 등에 550~650만 개의 연료전지 동력이 공급돼 연간 약 500~700만 톤 규모의 수소 시장이 조성되는 한편 수전해 수소생산 증설로 CO2가 약 4억4,0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는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대가 예상되고, 운송·산업 및 전력저장의 케리어로서 전력망·가스·기타 산업을 연계할 것이라는게 맥킨지 & 컴퍼니의 전망이다.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2050년 글로벌 수소산업이 연간 약 2,800조 원의 부가가치와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후지 경제연구소는 일본의 수소 관련 시장이 2030년 한화로 약 6조 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국내외 전력·에너지 분야 환경변화에 따라 한전은 수소경제 전주기 기술에 대한 한전의 역할을 정립하고, 수소생산 및 활용 핵심기술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이를 통한 선택과 집중의 R&BD를 구축하기 위해 2030년까지의 ‘수소 R&D 비전로드맵’을 수립했다.  



한전의 수소 비전 및 추진전략
한전은 ‘KEPCO - GREEN H2 Energy Leader’를 비전으로 삼고,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그린수소 P2G·2P 4대 핵심기술(수전해, 연료전지, 수소터빈, 메탄화) 고도화’ 추진전략을 정했다. P2G·2P(Power To Gas To Power)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장주기 에너지저장용 수소생산부터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전력생산 체계를 말한다.

추진목표로는 수소생산 부문은 수전해를 통해 현재의 2kg/hr에서 2022년 40kg/hr, 2030년 1톤/hr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수소 활용 부문에서는 연료전지(SOFC)를 현재의 20kW수준에서 2022년 200kW, 2030년 1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터빈의 경우 2022년 기존 가스터빈을 활용한 혼소발전, 2030년 1MW급 수소 전소 터빈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메탄화는 현재의 0.1kg/hr에서 2022년 20kg/hr, 2030년 1톤/hr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러한 전략과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KEPCO 수소경제 활성화 H2PC’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H2PC(Hydrogen and Power Chain)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주도하는 수소경제 관련 R&D 기획, 실행 및 사업화 제고를 위한 에너지·전력 분야 협의체이다.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을 추진위원장으로 하고, 산하에 기술기획, 연구개발, 사업화, 협력 등 4개 분과를 배치할 방침이다.



4대 핵심기술 개발 로드맵
한전은 수전해, 연료전지, 수소터빈, 메탄화 등 4대 핵심기술의 고도화를 통한 세계적 최고 수준의 P2G·2P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수전해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한 대용량 수소생산을 위해 PEMEC와 알칼라인(Alkaline) 수전해 기술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수전해 시스템(2022년 1MW급, 2030년 10MW급)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PEMEC는 한전이 개발해 실증 중이며, 알칼라인은 이미 국내에 상용화돼 있어 이 두 기술을 조합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재생 하이브리드 수소생산·저장·이용 기술개발 및 실증’ 과제를 진행 중이다. 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연계 P2G 정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선진기술과의 협력을 통해 SOFC 셀·스택 제조기술을 개발해 1MW급 SOFC 국산화 및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10MW 전력생산 및 전기+열 병합 연계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고효율 발전시스템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한전은 5kW급 PEMFC(2016~2019년) 및 120kW MCFC 개발(1993~2010년)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용 SOFC’에 기술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미 중소형 20kW급 SOFC 발전시스템을 개발(2015~2018년)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한전은 SOFC 핵심부품 중 셀·스택, 연료변환기 및 BOP, 전자장치를 개발한 상태다. 시스템 제작 및 운영기술은 높지만 셀·스택 제조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판단이다. 선진 SOFC 기술과의 융복합·협력을 추진하려는 이유다.

수소터빈은 단기적으로 기존 복합화력의 혼소(수소 50%) 발전,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소터빈 발전(전소용 고온부품 설계)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전은 현재 ‘발전용 가스터빈의 저열량가스 적용 연소기술 개발(2016~2019)’ 과제를 수행 중이다. 또 천연가스 터빈과 합성가스 터빈 실증설비를 구축해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메탄화는 발전용 연료전지의 원료(CH4)로 변환 및 지역 가스망과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미생물을 활용한 전환율 96% 이상의 2톤/day급 대량 제조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CO2의 BEM(Bio-Electrical Methanation)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수소의 메탄화 공정 모듈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경제성 확보 방안
한전은 장기적(2030년)으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확대와 수전해 설비 이용률 증가에 따라 수전해 수소생산의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2019년) 수전해 생산비용은 6,413원/kg으로 가스화 4,886원/kg, 개질 2,064원/kg과 비교했을 때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3~7TWh로 추정했을 때 전력 구입비를 대체함으로써 수전해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구입비가 50%인 경우 수전해는 2,907원/kg으로, 개질(1,712원/kg)보다는 비싸지만 가스화(3,631원/kg)보다 저렴해진다. 전력 구입비가 20%로 더 낮아질 경우 수전해는 1,744원/kg으로, 개질(1,712원/kg) 수준과 비슷해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수전해 설비 이용율을 높이고 전력 구입비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전이 분석한 결과 설비 이용률이 40%p 감소(50% → 10%) 시 수전해 비용은 kg당 6,413(단기 기준)원에서 1만1,881원으로 무려 5,468원이나 오른다. 반면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만 100% 사용해 전력 구입비가 0원일 경우에는 수전해 비용은 kg당 6,413원에서 1,367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한전은 연료전지의 경우 정부 정책인 REC(Rene-wable Energy Credit) 제도 등에 의해 경제성이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료전지를 8.4MW SOFC(분당복합발전처) 기준(이용률 90%)으로 하고, 연료비는 LNG 표준단가 578원/Nm³으로 산정했을 경우 연료전지는 kWh당 175원으로, 여기에 REC 보조가 이뤄지면 131원으로 낮아진다.

연료전지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선 연료전지 설비 이용률을 높이고, 연료비 가격 인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판단이다. 설비 이용률이 40%p 감소 시(90% → 50%) kWh당 175원에서 280원으로 오른다. 연료가격 하락으로 연료 구입비가 40% 감소 시 kWh당 175원에서 138원으로 떨어진다. 

수소저장의 경우 ‘압축·암모니아’, 장거리 수송은 ‘메탄화’가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온액화는 kg당 2,284원, 압축저장·암모니아는 250원으로 분석돼 압축·암모니아가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200km) 이송 시에는 트레일러가 kg당 555원, 메탄화·가스망이 240원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수소 활용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트레일러보다는 생산지역에서의 소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 한전 전력연구원은 올해 1월 미생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메탄화 설비’를 국내 최초로 전력연구원 내에 구축해 실증에 들어갔다. 이산화탄소 메탄화 기술은 전력가스화(P2G, Power to Gas)의 핵심기술이다.(사진=전력연구원)

장애 요인 및 법·제도적 필요사항
그러나 한전은 현재 전력 판매사업에만 한정돼 있고, 수소경제의 사업화(수소 및 메탄 공급, 수소 활용 발전 등)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우선으로 한전의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전기사업법 개정 등 그린수소 직접 투자 및 사업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R&D 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전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으로, 수소 핵심기술 고도화 및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생산에 대한 REC 등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을 신설하고, 안정적인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장기적(20년) 고정 연료가격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린수소 생산·활용과 관련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한전의 마지막 입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한 P2G 운영이 가능하도록 발전·판매 사업에 대한 규제를 해소해야만 그린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한전의 비사업 영역(수소 및 메탄 공급, 수소 활용 발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기술개발, R&D 등)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환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은 ‘KEPCO H2 R&D 비전로드맵’ 발간사를 통해 “정부 차원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행 등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번 로드맵이 다양한 수소산업 분야에서 활용되어 국가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그린수소 조기 확산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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