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가온셀 본사 전경.

[월간수소경제 김정윤 기자]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열차, 드론, 건설기계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고, 국내에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건설기계 분야 수소연료전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건설기계를 포함해 수소건설기계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의 수소건설기계 보급 로드맵에 따라 산학연과 지자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6일 건설기계 분야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 60여 개 기관·기업이 참여하는 수소건설기계발전포럼이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울산시와 전라북도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온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연료전지를 개발해온 가온셀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세계 최고 DMFC 기술 보유
가온셀은 건설 현장 및 물류기지 등에 사용하는 지게차에 탑재하는 수소연료전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1994년에 설립된 가온셀은 원래 휴대폰 배터리팩 생산 업체였다. 리튬배터리 개발에 남다른 기술력을 보이며 한때 모토로라에 연간 최대 350만 개 규모의 배터리팩을 공급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장의 변화를 예견하고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배터리팩 생산공장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전주과학산업연구단지 내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돌입했다.

가온셀은 현재 연료전지 스택 제작기술, 2차 전지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동력발생장치 등 국내외 주요 특허 38건, 디자인 6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 가온셀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가온셀이 만드는 연료전지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이하 ‘DMFC’)와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이하 ‘PEMFC’) 2가지다.

PEMFC는 LNG, 수소가스 등을 연료로 하여 주로 수송용 및 정치형으로 쓰이는 발전시스템이다. 반면 DMFC는 기체가 아닌 메탄올 액체를 연료로 사용한다. 연료인 메탄올과 물, 공기 중의 산소가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스템으로 주로 휴대용, 이동형, 정치형으로 사용된다. 

DMFC는 수소충전소로 갈 필요가 없고, 보관과 저장이 간편한 액체 메탄올을 주입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메탄올만 계속 공급해주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가온셀은 연료전지 중에서 특히 DMFC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물 97%와 메탄올 3%를 연료로 사용하는 DMFC 방식의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지난 2009년에는 DMFC와 리튬배터리의 장점을 각각 결합한 DMFC 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가온셀은 지난 2012년 ‘실내 물류운반차용 연료전지 파워팩 상용화 기술개발’ R&D 공모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한 차원 더 높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16년까지 4년간 80억여 원을 지원받아 핵심부품 개발과 시스템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PEMFC, DMFC 파워팩을 개발하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DMFC 분야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는 등 DMFC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DMF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가온셀의 공장 안에 있는 연료전지 지게차 생산로봇.


DMFC 인증기준 마련으로 상용화 ‘눈앞’
하지만 그동안 가온셀의 핵심 기술인 DMFC 방식의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국내 인증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독일의 한 업체는 가온셀의 연료전지 지게차 파워팩 1대를 선구매한 후 우수성이 확인되면 추가로 200~300대의 물량을 구매하겠다고 알려왔다. 대량의 해외 수출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인증 체계가 부재해 추가 구매 건은 좌절되고 말았다.

전력 사정이 열악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DMFC가 전기 공급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같은 이유로 수출 시도는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이러한 어려움은 올해 깔끔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8일 그동안 PEMFC 방식에 한해서만 적용된 수소연료전지 산업 표준에 DMFC 방식도 포함시킨 ‘연료전지 한국산업표준(KS C 8569)’이 개정·고시됐다. DMFC 시스템 적용 범위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 스택을 사용하고 케이스에 들어 있는 이동형, 산업용, 전동트럭용, 독립형 또는 계통연계형 연료전지발전 시스템으로 정격전기출력은 5㎾ 이하 시스템’으로 규정됐다.

이번에 KS 인증기준이 마련됐지만 아직 KS 인증을 심사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상태이다.

황상문 가온셀 전무는 “조속히 KS 인증 심사기준이 마련되어야 시험평가를 받고 인증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온셀이 KS 인증을 취득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가온셀의 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고,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외 수요처에서 제품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성용 가온셀 대표는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연료전지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KS인증 획득 시 해외시장 판로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가온셀은 지난 6월 11일 양산 시스템 마련을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사업 본격화
가온셀은 KS 인증을 받으면 우선 지자체의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3월 29일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사업’을 위해 완주군, 가온셀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도 사업비 총 7억5,000만 원(도 3억3,000만 원, 군 3억3,000만 원, 자부담 9,000만 원)을 투자해 완주군 지역을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파워팩) 10대를 시범 보급하는 사업이다.

울산광역시는 지난 3월 27일 울산산업단지 내 지게차 운영 사업장 50개사를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황 전무는 “일단 전라북도와 완주군의 지원금을 받아 시행하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사업에 올해 말까지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그 외 지자체들의 지원도 이끌어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의 시범보급사업을 확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시범보급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부품·소재 산업 기업과 지게차 사용기업 간 상생 협력을 통해 운영기업은 지게차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제조 기업은 기업 인프라 활용으로 제품 가격 저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 전무에 따르면 기존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전동지게차는 충전 시간에 비해 운영 시간이 매우 짧은(7~8시간 충전, 2~3시간 운영) 단점이 있는 반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는 1회 연료충전 시(3분) 8시간 이상 연속 운영이 가능하다.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물류기지 내에서도 매연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물류센터에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의 수요가 특히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30개 이상 사업장에서 수소지게차 2만5,000여 대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공항 등 대규모 물류 여객 운송시설에 수소지게차 시범도입을 늘리는 중이다.

이처럼 환경친화적이면서 비용 절감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해외 유수 기업에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 가온셀의 공장 내부에 진열돼 있는 수소연료전지 이륜스쿠터와 카트.


연료전지 적용 분야 확대 추진
가온셀은 지게차에만 그치지 않고 연료전지 적용 분야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미 연료전지 이륜스쿠터 및 카트 등의 제품들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황 상무는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받아 기술개발에 성공한 연료전지 이륜스쿠터, 교통약자용 연료전지 카트 등의 제품들이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빠져 있어 해당 제품들을 수소경제 로드맵에 추가하는 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면 이륜스쿠터나 카트 등도 정부 지원을 받아 시범보급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초기 시장을 열어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사의 양산 시스템 마련을 위해 추가 투자를 유치해 내부적인 양산 능력 강화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가온셀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 6월 11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소재의 가온셀 본사에서 기관 펀드매니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진행해오던 해외의 기업들과도 수출을 위한 협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 장성용 가온셀 대표.


‘가온셀’로 사명 바꾸며 새 도약 다짐
가온셀은 지난 2월 재무적 투자자였던 장성용 대표가 직접 대표이사 취임하면서 사명을 ‘프로파워’에서 ‘가온셀’로 바꿨다. ‘가온’은 순우리말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아우르는 단어 ‘셀(cell)’을 합쳤다. ‘세상의 중심이 되는 전지’로 세계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회사명에 담았다.

장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경쟁력 있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보급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친환경 이동수단 도입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인 전국 시도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가온셀의 수소연료전지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오지에도 유용하며, 전력 문제뿐만 아니라 온난화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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