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지필로스 사옥 전경.

[월간수소경제 최형주 기자]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궁극의 CO2 free인 ‘그린 수소’ 생산·공급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 상용화가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 개발 및 100MW급 실증, 수전해 수소의 대용량(MWh 이상급) 장기 저장기술 개발, 수전해 효율 향상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등에 나서게 된다.     

연료전지·P2G 핵심 장치 ‘전력변환기’ 

재생에너지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력변환기’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풍력,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는 직류(DC)에너지다. 이를 실생활에 사용 가능하도록 송전하기 위해서는 교류(AC)로 바꿔줘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전력변환기이다. 

또한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전력변환기가 필요하다. 정부가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을 시작하던 2009년, 연료전지를 활용해 사용이 가능한 전기를 만드는 ‘전력변환기’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도 가격이 비싼 탓에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전력변환기의 국산화를 실현하고, 중량·가격경쟁력 등에서 혁신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보여주며 전력변환장치 전문기업으로 거듭난 회사가 있다. 연료전지 및 재생에너지용 전력변환기 전문기업 지필로스다. 

전력변환기의 혁신적 국산화

지필로스는 전력변환기의 국산화 개발을 통해 현재 연료전지 PCS(전력제어시스템)의 인버터(600W~500kW) 제조사 중 최다인 30여 종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말 실리콘(Si) 계열 전력반도체가 아닌 차세대 반도체라 일컬어지는 질화갈륨(GaN) 소자를 이용한 연료전지 인버터를 세계 최초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

지필로스는 현재 현대제철, 효성, POSCO, LG, 삼성, STX 등에 1kW, 5kW, 10kW, 50kW, 160kW급 연료전지 전력변환장치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도 진출 중이다. 

지필로스는 PCS 기술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연료전지 PCS 기술의 발전(사이즈 60% 축소, 원가절감, 효율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를 이어오며 지게차·포크레인 등의 건설장비와 군수·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 제품을 연구 중인 박가우 대표와 직원들.

박 대표는 “지필로스는 연료전지용 스택의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설계로 고효율화, 소형화를 이룬 특화된 기술력을 갖췄다”라며 “이제 해외 제품을 밀어내고 우리가 제조한 전력변환기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필로스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태양광 발전장치 연계형 전력공급장치 및 그 작동방법’ 등에 대한 특허 8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장시스템과 수전해장치용 풍력발전의 전력제어 및 풍력발전 기반 수소변환시스템’에 관한 특허출원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및 연료전지 전력변환기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500kW급 차세대 전력변환기 선두주자

특히 지필로스가 주목되는 이유는 차세대 500kW급 전력변환기의 국산화 개발에도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실시한 ‘도시철도 역사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해 500kW급 국산화를 실현한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배터리 저장형 회생에너지 활용시스템’의 개발이다. 

▲ 수락산역에서 실증이 완료된 지필로스의 회생에너지 컨버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철도기술연구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동차 정차 시, 10여 초 내외의 시간 동안 매우 큰 전력(최대 약 500kW)이 발생한다. 이는 일종의 ‘잉여전력’이며, 이 에너지를 재사용하는 기존의 회생에너지 기술들은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고전압·대전력의 에너지를 전력변환장치를 통해 단순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기존 전력변환장치는 최대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와 동일한 용량(500kW급)으로 설계돼 한계가 있었고, 에너지 저장매체도 가격이 매우 고가인 수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 콘덴서를 사용했다.

지필로스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대용량의 전력을 저전력으로 완충시켜 저장하는 방식의 전력변환기를 설계했다. 이를 위해 회생컨버터 회로는 모듈화해 직렬로 구성함으로써 고전압이 각각의 모듈에 분배되도록 설계했다. 

대용량의 전력 또한 각각의 모듈화된 회생컨버터의 출력을 병렬로 구성함으로써 낮은 전력으로 충전되도록 했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각각의 모듈에 분배되는 전압과 전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밸런싱(Balancing) 제어 기술’이 사용됐다.  

또 기존기술이 적용하고 있는 고가의 수퍼 커패시터 콘덴서를 대신해 저가의 필름 커패시터(Film Capacitor) 콘덴서를 활용하는 커패시터 뱅크(Capacitor Bank)를 구성·적용했다. 대전력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리튬배터리로 구성된 대용량의 배터리를 적용했다.

사업 최종보고서의 기술 평가에 따르면 “회생에너지 시스템의 비용을 1억6,900여만 원 정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 효율은 기존 대비 10% 이상 상승하고 저장매체와 전력변환 장치의 크기를 약 50% 이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지필로스가 고압소자 대신 저압소자 여러 대를 사용해 만든 전력변환기가 비용절감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이 부분을 모듈화해 직렬·병렬·멀티 구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확장성까지 증대된 것으로 평가됐다. 

박가우 대표는 이 연구에 대해 “효율 측면에서 많은 발전은 없었지만, 크기를 50% 이상 줄이고 원가를 절감했다”며 “무엇보다 ‘잉여전력’을 추적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 박가우 대표가 제주도에 실증 중인 P2G 플랜트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P2G 기술의 핵심 장치 ‘500KW급 전력변환기’

지필로스가 국산화한 500kW급 전력변환기는 제주도 상명풍력발전소 P2G(Power To Gas, 수전해 기술의 총칭) 시스템 실증 사업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P2G 기술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이송하는 기술로 최근 독일 등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실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잉여전력이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며 잉여전력에 대한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전력은 전부 소비되지 못했고, 전력계통은 넘쳐나는 전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발전소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시스템적 이상을 막기 위해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달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국제수소포럼 2019’에서 연사로 나선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이 10% 이상을 넘어가면 ‘미활용전력’이 대량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전력량을 넘어설 때 생기는 이른바 ‘잉여전력’이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창희 박사에 따르면 실제 제주도에는 잉여전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2.9%이고, 미활용전력은 1,347MWh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에는 제주도의 이러한 미활용전력이 18만76M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 상명풍력발전소의 경우 2016년 한 해에만 13번의 출력제한 등이 발생하며 9,0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제주도 상명풍력발전소에 P2G시스템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 제주도 상명풍력 P2G 실증 플랜트 구상도.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오는 12월 실증 설비 설치가 완료돼 2020년 1월부터 6개월 간 실증을 위한 운영에 들어간다. 이 사업에는 풍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중부발전,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수소에너젠과 아크로랩스, 수소를 저장·압축하는 기술을 가진 두진, 그리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가스공사, 제주대, 창원대 등 민·관·학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필로스는 이번 실증 사업의 주관사로서 500kW급 전력변환기 제작·공급을 맡고 있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전력변환기는 전기로 변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계통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포착할 수 있는 지필로스의 컨트롤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제주도 상명풍력 P2G 실증 플랜트에 사용될 지필로스의 전력변환 모듈.

박 대표는 제주도 P2G 실증 사업에 투입될 지필로스의 500kW급 전력변환기와 이에 탑재되는 전력품질솔루션, 전력제어 및 모니터링 시스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정부의 목표대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0GW 수준에 이르고, 이는 60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구축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생겨나는 잉여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기술의 핵심은 당연히 전기를 다루는 고효율의 ‘전력변환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잉여전기로 수소를 만들게 되면 결국 전기의 가격은 0에 수렴하게 된다”며 “아직은 분명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IT와 융·복합된다면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수소가 지필로스의 고효율 전력변환기를 통해 에너지로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지난 4월 진행된 신사옥 준공식에서 박가우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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