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베 시 포트아일랜드에 위치한 수소CGS 실증 현장 전경.(사진=가와사키중공업)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일본은 지난해 7월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수소사회 실현을 향한 의지를 대내외 천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5대 수준인 도쿄 내 수소전기버스를 2020년까지 100대로 늘리고, 2019년 10월 완공 예정인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 Fukushima Hydrogen Energy Research Field)’에서 생산한 수소를 올림픽에서 활용하게 된다. FH2R는 기존 전력계통과 인근 태양광발전소의 전기를 이용해 연간 최대 900톤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소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해외의 미이용 자원을 수소로 전환해 일본으로 수입함으로써 대규모 수소 공급 및 소비 시스템을 확립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수소CGS(Co-Generation System) 활용 스마트 커뮤니티 기술개발사업’과 ‘미이용 갈탄 유래 수소 대규모 해상운송 서플라이 체인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가스터빈 이용한 대량 발전
<월간수소경제>는 수소 가스터빈으로 생산한 전기 및 열에너지를 주변 공공시설에 공급하는 ‘수소CGS 에너지 센터’를 찾아갔다. 센터는 고베 시 포트아일랜드에 위치해 있다. 간사이(関西) 지역에 위치한 고베(神戸) 시는 일본의 3대 항구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베 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34%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수소 스마트시티 고베 계획(Hydrogen Smart City Kobe Initiative)’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우선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인 ‘에너팜(Ene-farm)’과 수소전기차, 수소충전소 등을 보급해 수소 이용을 확대한다. 고베 시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약 1만 대, 수소충전소 7개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CGS 에너지 센터’는 고베국제전시장, 스포츠센터, 중앙시민병원 등의 공공시설과 인접해 있으며 고베공항과는 전철로 10분 거리다.

▲ 아시카가 미츠구 가와사키중공업 수소체인개발센터 프로젝트관리부 부부장이 수소CGS 시스템의 전체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과 일본의 건설업체인 오바야시구미(大林組)는 ‘수소CGS 활용 스마트 커뮤니티 기술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 가스터빈을 이용해 시내 여러 공공시설에 전기 및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시도다.

해당 사업은 수소와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1MW급 가스터빈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전기 및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CGS 기술개발 및 실증’과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을 위한 ‘통합형 EMS(Energy Management System) 기술개발 및 실증’으로 구성된다. NEDO가 자금을 지원하고 가와사키중공업은 수소CGS 시스템 개발 및 실증을, 오바야시구미는 통합형 EMS와 쌍방향 증기 공급 기술의 개발 및 실증을 담당한다.

공동연구처인 오사카대학은 오바야시구미와 함께 쌍방향 증기 공급 기술을 연구한다. 이외에도 고베 시, 간사이전력, 이와타니산업, 간사이에너지솔루션(KENES)이 협력한다. 고베 시는 실증 장소를 제공하며, 이와타니산업은 수소 가스터빈의 연료가 되는 액화수소를 공급한다.

2015년 11월부터 추진된 해당 사업은 오는 2월 종료된다. 계절에 따른 성능 변화를 검증하기 위해 실증 운전은 지난해 2월부터 진행해 왔다.

100% 수소 이용한 가스터빈 발전에 성공
에너지 센터로 들어서자 높다랗게 선 액화수소 탱크가 맨 먼저 눈에 띄었다. 에너지 센터는 간사이국제공항 수소충전소와 마찬가지로 사카이(堺) 시에 위치한 하이드로엣지(HydroEdge)의 액화수소 제조 플랜트에서 공급받는다. 이후 기화기를 거쳐 가스 형태로 변환된 수소는 17bar의 압력으로 연료혼합 유닛에 투입된다. 한편 천연가스는 기존의 상업용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고 있다. 수소가스와 천연가스는 연료혼합 유닛에서 혼합되는데, 천연가스 혹은 수소가스만을 이용한 연소도 가능하다.

▲ 액화수소 저장 탱크. 실증 현장에서는 액화수소를 가스 형태로 변환한 다음 17bar의 압력으로 압축해 연료혼합 유닛으로 공급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기존의 발전용 가스터빈 관련 기술 노하우를 살려 이번 수소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가스터빈 본체는 변경하지 않고, 수소용 연소기를 별도로 개발함으로써 수소 연소에 대응했다. 실증 운전을 통해 천연가스 및 수소가스 전소는 물론, 연료 가스의 혼합 비율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가스터빈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에너지 센터 인근에 위치한 국제전시장, 스포츠센터, 하수처리장으로 공급된다. 열에너지는 배열회수보일러로 들어가 물을 데워 증기를 발생시킨다.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온수가 65℃ 가량인데 비해, 가스터빈은 100℃ 이상의 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 열에너지는 시민병원에는 증기로서, 스포츠센터에는 고온수로서 공급된다.

지난해 4월 19일부터 이틀간 에너지 센터는 100% 수소가스만을 연소해 전기 및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9,800Nm³의 수소가 사용되었다. 이틀간 4개 시설 전력 소비량의 약 40%, 2개 시설 소비 열량의 약 19%를 공급했다.

▲ 가와사키중공업에서 개발한 수소 가스터빈.

현재 에너지 센터에서는 수소가스와 천연가스를 임의 비율로 혼합해 가스터빈에 투입하고 있다. 아직은 수소의 가격이 비싸고, 충분한 양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요코모토 카츠미(横本克巳) NEDO 차세대전지·수소부 연료전지·수소그룹 주임연구원은 “현재는 경제적이면서도 환경 부하가 적은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검증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수소 가스터빈을 이용한 대량 발전은 연료전지 발전에 비해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스터빈 발전의 장점은 무엇일까. 아시카가 미츠구(足利貢) 가와사키중공업 기술개발본부 수소체인개발센터 프로젝트관리부 부부장은 “가스터빈의 발전효율은 약 30%로 연료전지 시스템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유닛 비용과 발전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크기가 커질수록 효율이 높아지므로 대량 발전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 카지키 모리야(梶木盛也) 오바야시구미 스마트시티추진실 부장이 쌍방향 증기 공급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적의 수소혼합연소율 결정하는 통합형 EMS
증기가 흐르는 배관을 살펴보면, 망치로 배관을 두드리는 듯 ‘깡깡’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이는 수격현상(water hammer)으로, 배관을 흐르던 증기의 압력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배관에 고여 있던 응축수가 부딪혀 관 안에서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배관에 균배를 만들어 응축수를 배출하면 수격현상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증기가 역방향으로 흐를 경우, 오히려 응축수의 배출을 막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증기를 쌍방향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관을 두 개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오바야시구미와 오사카대학은 배관에 수평으로 응축수 팟(pod)을 설치해, 하나의 배관으로도 쌍방향 증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 하나의 증기관으로 쌍방향 증기 공급을 가능케 하는 응축수 팟(pod). 여기에 모인 응축수를 트랩으로 배출함으로써 수격현상을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오바야시구미는 통합형 EMS의 개발 및 실증도 도맡고 있다. 수소 가격이 비싼 현재로서는 수소가스의 비율이 낮을수록 가스터빈 발전의 IRR(Internal Rate of Return)이 높아진다.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가스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사업성과 환경성을 모두 얻기 위해 에너지 센터 내 EMS가 매일 변화하는 수소 및 천연가스의 가격을 고려해 최적의 출력 및 수소혼합연소율을 결정한다. 클라우드 서버 상의 EMS는 시민병원, 스포츠센터 등 시설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모으고, 행사 일정이나 일기예보 등을 기반으로 각 시설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해 수소CGS 운전 계획을 작성한다.

‘수소CGS 활용 스마트 커뮤니티 기술개발사업’은 오는 2월 종료된다. 이후 계획에 대해 요코모토 주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실증 운전에서는 20%의 수소혼합연소율을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는 발전량과 수소 가격, 환경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수소혼합연소율을 찾아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에너지 센터의 효율적인 활용과 관련해서도 일본 경제산업성과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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