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획3그룹 박사.
[월간수소경제] 현재 세계적으로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저탄소 청정에너지원으로서 수소에너지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수소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수소경제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하고, 수소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수소 밸류체인별 R&D 실증 및 생산거점 구축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이용하는 신에너지로 전기·열·연료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수소는 재생에너지, 화석에너지, 폐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대규모 에너지 저장매체 기능도 수행한다. 또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며 이때 배출된 물을 다시 활용함으로써 자원순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즉 수소에너지는 에너지 캐리어와 전력 생산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외 에너지 환경 변화를 살펴보면 선진국 선도하에 에너지 전환이 본격 진행되고 있으며, 석탄과 원전의 비중은 감소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방향에 대한 권고안(2018년 11월)에 따르면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정책에서 에너지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17년 7.6%에서 2030년 20%, 2040년 25~40%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라 국가에너지 수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에너지 수요 증가 및 에너지 안보 대비 에너지 자립화, 중소규모 분산발전 및 지역 간 에너지 교환 대응,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대책 등 친환경 도시 구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탈원전 및 화력발전소 규제에 따른 에너지 확보와 향후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잠재에너지 수요 대응 등이 필요하다. 국민의 91.8%가 도시에 거주하는 국내 여건을 감안해 도시 차원의 에너지 전환 모델 역시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 수소에너지 플랫폼 구현을 위한 인프라 시설.

이런 에너지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경제사회를 수소경제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설립이다.

수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수소경제 규모는 2조 5,000억 달러(약 2,670조 원), 수소가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 18%, 이산화탄소 저감 연간 6Gt(60억 톤)이 가능하고 일자리에서도 3,000만 명의 새로운 일터가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미국, EU, 일본 등도 수소사회 대비를 위한 지원을 정부 주도 및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소사회 전환을 주도하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수소사회 전환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수소산업 및 시장 선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발전 기술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수소도시인가?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구현 및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이송·저장·활용 등 전주기 수소생태계의 육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친환경 수송수단 확대 정책과 수소경제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대용량 수소생산 및 이송·저장 인프라 확충, 도시기반의 대량 수소활용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수송수단(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도시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소화해 도시 내 수소생태계 조성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발굴 및 기술개발 추진이 중요하다. 특히 수소의 안전성 확보와 시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결정적 요인이다. 수소의 공급가격을 낮추어 탄소연료(휘발유, 경유 등) 대비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 도시거점 수소메가스테이션 운용 개념도.

수소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앞서 추진되고 있는 해외사례를 살펴본다. 덴마크는 Nakskov에서 수소를 생산, Vestenskov로 공급해 수소를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연료전지 모듈(마이크로 수소열병합발전소)을 각 가정(2008년 4가구, 2009년 35가구)에 설치한 후 이들 가정에 수소 파이프로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소타운을 운영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신일본 야하타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키타큐슈시 시가지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일반가정, 상업시설, 공공시설에 수소를 공급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공급에 관한 검증뿐만 아니라 1kW급, 100kW급 연료전지를 여러 대 설치해 수소이용 시스템으로서의 평가와 계량시스템, 탈취장치, 원격집중관리시스템 등의 주변기술도 시험한 사례가 있다.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리즈시를 세계 최초로 ‘수소도시’로 전환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이용해 수소를 공급하고 천연가스를 100% 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위한 프로젝트를 지난 2016년 7월에 착수했다. 리즈시는 인구 80만 명의 도시이며 이미 1966~1977년까지 도시가스에 수소를 50% 함유해 천연가스를 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적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또한 주변 소금동굴을 활용해 수소를 저장하는 방법 등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으로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도시가스 그리드를 수소로 전환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소 경제도시’를 목표로 ‘Netherlands Hystock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1MW 용량(1만 2,500개의 태양광패널 설치)의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연 27만 톤)시설 구축과 해상풍력발전, 천연가스 개질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수소를 대량 생산해 kg당 2~3유로로 수소를 공급하는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를 통해 기술개발부터 수소의 생산, 활용, 수출을 위한 가격경쟁력 등을 포함한 수소로드맵을 지난 2018년 9월에 발표했으며, 1억 5,000만 달러(1,683억 원) 규모의 신재생 기술기금을 활용해 2020년 수소생산 및 2040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수소 수출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생산과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2025년부터 생산된 수소를 액화해 일본에 수출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수소도시 지정 타당성 조사 수행 및 시범도시 지정 사업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울산 온산읍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주거타운(울산 수소타운)을 운영하고 있으며 산업단지 부생수소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140가구(1kW급 140대), 체육관 및 기숙사(10kW급 1대, 5kW급 6대), 읍사무소(5kW급 2대), 홍보관(5kW급 1대) 등에 공급하고 있다.

▲ 도시 내 수소 공유 플랫폼 기본단위.

수소도시(H2-City) 구상
수소도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 문헌은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정의를 내린다면 수소도시는 기존 에너지 공급을 전기와 수소만으로 가능하도록 실현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소도시는 수소경제의 한 축으로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소에너지 활용을 도시 차원으로 확대해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신도시 모델 창출의 역할’과 ‘도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도시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시티(Smart City)가 똑똑한 도시라면 수소도시(H2-City)는 건강하고 깨끗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도시 내에서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이송-저장-활용까지 전주기 수소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며, 수소에너지 플랫폼 구현을 위한 인프라로서 대규모 수소생산·액화 플랜트, 수소이송 파이프 등의 수소 그리드, 수소 메가스테이션, 수소공급 및 거래가 가능한 운영 플랫폼이 필요하다.

수소의 생산은 방법에 따라서 천연가스 개질,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도시 내에서 대량의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생산 플랜트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천연가스 개질 생산방식의 경우 인천, 평택, 삼척, 통영 등 LNG 인수기지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 수소생산 플랜트를 구축할 수 있으며, 수전해 생산방식의 경우 강원권과 제주권의 풍력발전과 새만금 태양광 발전을 통해 대량 수소생산 플랜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수소생산 플랜트 지역과 울산, 여수, 당진 등 부생수소 생산 지역, 내륙물류기지의 연결망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수소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전 국토의 수소그리드망 구축도 가능하다. 반드시 수소 전용 그리드망이 아니더라도 국내 도시가스 관로를 활용할 시 개질시설 보급 및 구축에 따라 전 국토의 수소 보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생산된 수소는 근거리에서 기체상태로 활용 시 수소이송 파이프 구축이 필요한 반면 생산지에서 거리가 멀다면 생산된 수소를 액화하기 위한 액화 플랜트 구축과 액체수소의 이송·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체수소를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는 액체수소로 변환 시 부피가 1/800로 감소하므로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수소액화기술이 필요하다. 수소의 사용량이 많아져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할 경우에도 액화 또는 액상시설이 필요하고, 대규모 수소비축기지(1~2개월 사용량)에서 대량의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라도 수소액화기술이 요구된다.

수소의 활용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인프라는 수소전기차를 충전하는 수소충전소, 주택보급용 수소연료전지 그리고 수소연료전지발전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송수단과 발전만으로 수소경제를 끌고 갈 수 있을까.

▲ 대심도 지하공간 활용 수소도시 모델(자료=한국가스안전공사)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주거 비중이 75%로 개별주택에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는 방식보다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수소연료전지를 보급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 주변 버스차고지(수소전기버스용) 또는 물류기지(수소화물트럭용)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수소전기버스나 수소전기트럭 충전용 충전소로 사용하면서 주변 공동주택 단지와 상업지역에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의 ‘도시 내 수소 공유 플랫폼 구축’과 이를 통한 수소에너지 공급·거래 운영시스템 검증, 안전성 및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수소 공유 플랫폼을 확장하고 분산발전 시스템을 적용하면 도시 내 수소공급, 수소↔전기 전환 및 저장, 수소충전소 기능을 포함한 수소 메가스테이션을 도시 내 거점으로 구축할 수 있다. 수소 메가스테이션은 도심 주변의 버스차고지, 물류기지 등에 구축해 수소전기버스 및 수소전기화물차 충전과 주변 건물, 공동주택에 수소·열·전기를 공급하는 인프라로 활용이 가능한 융·복합 시설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수소기반 시범도시 3개소를 오는 2022년까지 조성하고, 수소충전소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또 수소경제 활성화 및 수소의 안전한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수소경제법’과 ‘수소안전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추가로 수소도시 계획수립, 수소도시 국가 시범사업 실시 및 건설사업 시행, 규제특례 등을 포함한 ‘수소도시법 제정’과 함께 향후 도시 규모, 수소생산 지역과의 거리, 수소 생산방식 및 기술 확보 단계에 따라 단기·중기·장기의 단계별 수소시범도시를 조성해 수소의 안전성 및 수용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정부는 수소도시에 대해 신도시형(수소에너지 자급자족 도시)과 기존 중소도시형을 각각 조성해 여러 가지 수소도시의 모델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수소도시 보급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수소생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도 2025년부터 호주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으며 호주의 갈탄과 높은 일조량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 등으로 수소를 생산해 수입(kg당 2.5달러로 2025년부터 일본 수출 예정)할 예정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호주에서 수소를 수입할 수 있겠으나,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수소생산지를 우리 기술로 개발해 수입하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 기술로 UAE 태양광 발전(kWh당 35원)을 구축해 수소를 생산하고 수입(kg당 2달러로 수소생산 시 국내 기술 적용 가능)한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해외건설 시장까지 점유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사한 모델을 우리에게 적용할 경우 호주보다는 북한의 갈탄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북한의 갈탄 매장량은 약 160억 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38년간 수소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수소경제는 단순한 산업육성이나 일자리 만들기에 국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수소경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국가에너지 체계의 전환으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폭넓고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에 갇혀 있는 기존 에너지 정책과 패러다임의 틀을 깨고 석유나 석탄과 같은 탄소에너지 자원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의 대량생산, 대량활용 등의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주도의 투자가 산업육성에 기여하겠지만 단순한 보조금보다는 중장기적인 연구개발과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 민간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민간의 관심과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향후 민관의 협력하에 성공적인 수소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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