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학원동 전경.(사진=DGIST)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2004년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2011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2014년 학부 과정을 개설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학사부와 연구부가 같은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어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DGIST의 경우 ‘에너지공학전공’을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 분야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공학전공에서는 고성능 에너지 변환 및 저장 신소재 개발과 이를 시스템으로 디자인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 중이다.

광촉매 개발 및 연료전지 촉매 내구성 향상
유종성 교수가 이끄는 ‘Light, Salts and Water Research Group’에서는 PEMFC(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와 이차전지, 슈퍼 커패시터, 광촉매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수소 생산량의 95% 이상이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개질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 투입 시 물만을 배출하는 친환경 대체에너지지만, 생산 과정까지 고려하면 완전한 무배출(zero-emission)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태양광에 기반한 광촉매로 물을 분해하는 방법이 있다. 광촉매의 소재로는 안정적이면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이산화타이타늄(TiO₂)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타이타늄은 자외선 영역에서만 활성이 우수하고, 태양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시광 영역에서는 활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수소 생산 효율이 낮다. 이에 질소, 유황, 인 등의 이종 원소를 광촉매에 도핑하거나 새로운 광촉매를 합성하는 등 가시광 영역에서도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광촉매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 유종성 교수의 ‘Light, Salts and Water Research Group’ 연구실.

유종성 교수 연구실은 마그네슘 하이드리드(MgH₂)를 이용해 이산화타이타늄으로 된 광촉매 표면에 산소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수소를 채워 넣음으로써 수소 원자가 도핑된 새로운 광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광촉매는 밴드 갭(Band Gap)을 3.2eV에서 2.17eV로 줄여 약 4배 더 높은 활성도를 70일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광촉매와 달리 가시광 영역(~570nm)의 빛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유종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광촉매는 기존의 광촉매에 비해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합성법 또한 매우 간단해 향후 수소에너지 상용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후속연구를 통해 광촉매의 효율과 경제성을 개선해 안정적인 수소 생산 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종성 교수 연구실은 최근 새로운 광촉매 합성법을 개발 및 발표했지만, 사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연구 분야는 PEMFC다. 현재 연구실에서는 PEMFC 촉매의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연료전지의 단일 셀을 테스트 중이다.

촉매 및 전해질 막 개발
상가라주 샨무감(Sangaraju Shanmugam) 교수가 지도하는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 연구실(Advanced Energy Materials Lab)’에서는 연료전지 촉매 및 전해질 막, 수전해 시스템과 그 촉매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촉매와 전해질 막은 하나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샨무감 교수 연구실이 촉매와 전해질 막이 사용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샨무감 교수 연구실은 값비싼 백금 촉매를 대체하기 위해 황화니켈코발트(NiCo₂S₄) 화합물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촉매는 3차원 그물망 니켈폼 위에 형성된 나노와이어 구조의 황화니켈코발트 화합물 촉매로, 10mA/cm²의 수소생산 전류밀도에서 산소발생반응을 위한 260mV의 낮은 과전압과 수소발생반응을 위한 210mV의 낮은 과전압만 필요로 해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특히 나노와이어 구조의 황화니켈코발트 화합물 촉매는 양극과 음극 모두에서 수소발생반응성이 높아 양극 산소발생반응 촉매뿐만 아니라 음극 수소발생반응 촉매로도 활용할 수 있는 양기능성 촉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샨무감 교수는 “수전해 과정에 있어 값비싼 귀금속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태양전지를 이용한 수전해 장치에 황화니켈코발트 화합물 촉매를 활용해 수소 대량 생산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 연구실’의 상가라주 샨무감(Sangaraju Shanmugam) 교수.(사진=DGIST)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 연구실에서는 PEM 타입의 연료전지를 다루고 있다. PEMFC는 자가발전용 소형 및 중형 발전기나 자동차와 같은 이동수단에 주로 쓰이는 등 활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연료전지 중에서도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PEMFC에 주로 사용되는 나피온(Nafion) 교환막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고온에서 사용하기가 힘들다. 전해질 막이 제대로 동작하려면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어야 하는데, 온도가 높아지면 건조해지므로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샨무감 교수 연구실에서는 메탈옥사이드를 섞은 복합 전해질 막을 개발했다. 해당 전해질 막은 메탈옥사이드 나노 튜브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 고온에서도 건조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타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나피온 교환막은 가격이 비싸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는 힘들다. 이에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것이 탄화수소계 교환막이다. 해당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다른 연구팀에서 개발한 탄화수소계 교환막을 메탈옥사이드를 이용해 개량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최근에는 효율적인 수전해를 위해 경제성이 낮은 귀금속 산화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코어-쉘 나노 구조의 전기화학적 촉매(Core-shell Co@NC)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촉매는 나노 구조가 촉매 표면의 얇은 탄소층을 보호하고 초고속 전자 이동을 가능하게 해 촉매의 전기화학적 활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샨무감 교수는 “해당 촉매를 수전해 장치에 활용함으로써 수소의 대량 생산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OFC의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
이강택 교수의 ‘첨단에너지변환저장 연구실(Advanced Energy Conversion Storage Lab)’에서는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구동 온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SOFC는 고체 세라믹을 전해질로 하며, 850℃ 가량의 고온에서 작동한다. 다른 연료전지와 비교해 발전효율이 높으며 융복합을 통한 확장성이 좋지만 구동 온도가 높아 주변 장비가 비싸고 사용처가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SOFC의 구동 온도가 낮아지면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격을 저감할 수 있으며, 연료전지 부품들의 내구성이 높아져 상용화에 필요한 경제성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SOFC는 구동 온도가 낮을수록 연료전지의 출력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강택 교수 연구실에서는 700℃ 이하의 온도에서도 높은 이온전도성을 갖는 차세대 고체 이온전도체를 개발 중이다.

또한 연료전지의 전기화학반응인 산소환원반응과 수소산화반응은 ‘삼상계면’이라는 특정 구역에서만 일어난다. 따라서 전극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최적화된 구조를 개발해야 한다. 이에 이강택 교수 연구실에서는 나노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나노구조 전극 신물질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첨단에너지변환저장 연구실은 미국 메릴랜드대학 에릭 왁스만(Eric Wachsman)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SOFC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나노구조 전극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습식화학(wet-chemical) 합성 공정을 개발해 란타넘(La)-망간(Mn) 산화물과 안정화 비스무트(Bi) 산화물을 80nm 이하로 연결한 나노복합 전극 소재를 300℃ 이하의 저온에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나노복합 전극 소재는 상용 란타넘-망간 산화물과 안정화 지르코늄(Zr) 산화물 복합 전극에 비해 성능이 140배 향상되었다. 또한 해당 전극을 SOFC에 적용한 결과, 중저온 영역에서도 2W/cm²에 이르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강택 교수는 “지금까지의 중저온형 SOFC 전극 개발이 안정성이 약한 코발트 산화물을 기반으로 이뤄진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나노복합 전극은 코발트 산화물 없이도 기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 향상을 이룰 수 있다”며 “해당 나노복합 전극 소재를 통해 높은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는 중저온형 SOFC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고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 유종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마그네슘 하이드리드 이용한 촉매, 수소생산 효율 높일 것
“연료전지 촉매 내구성 문제 해결 실마리 잡았다”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는 어떤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나.

단일 셀 및 연료전지의 개발이나 분석, 해석, 활성 테스트 등 연료전지 분야 연구개발은 에너지공학전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신물질과학전공 중 일부 연구실에서는 연료전지의 산소환원반응을 연구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양극(anode)에서 수소산화반응이, 음극(cathode)에서 산소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두 반응 모두 연구하는 곳도 있고 하나의 반응만 연구하는 곳도 있다. DGIST는 학사부와 연구부가 같은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어, 대학원에서 발견한 소재를 연구부에 전달해 개발을 진전시키기도 한다.

최근 가시광 영역의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 합성에 성공했는데. 해당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

기존의 흰색 이산화타이타늄은 밴드 갭이 넓어 가시광 영역을 포함한 긴 파장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었다. 연구실에서는 마그네슘 하이드리드 환원법을 이용한 산소결함유도 및 수소도핑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이에 따라 570nm 파장의 태양광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수소 생산의 효율이 높아졌다.

마그네슘 하이드리드를 이용한 환원법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이산화타이타늄뿐만 아니라 지르코니아(Zr), 아연(Zn), 철(Fe) 등 다른 원소로 이뤄진 산화물에도 적용해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으며 광촉매, 이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새로운 광촉매의 상용화까지 남은 과정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은 단순한 고상 반응으로 산화-환원 반응 시 아르곤 또는 질소 가스만 공급해 주면 되므로 관련 설비와 공정 체계만 갖춘다면 금방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촉매 개발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연료전지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촉매 소재는 백금이다. 하지만 백금은 가격이 매우 비쌀 뿐만 아니라 매장량이 많지 않다. 모든 국가에서 채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백금을 적게 쓰고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촉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대부분 활성도를 극대화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내구성’에 대해 물어보면 묵묵부답이다. 활성도가 높을수록 내구성은 더욱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소전기차 등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분야의 상용화는 벽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연구실에서는 높은 수준의 활성도를 유지하면서도 내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은 상태다. 앞으로도 해당 연구를 발전시켜 실용화 가능한 결과로 내놓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