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환, 이채익, 이원욱 의원은 지난달 17일, 수소 3법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최근 많은 사람들이 수소사회로의 이행에 대해 공감하면서 수소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만 수소 관련 법률 제정안이 다섯 개나 발의됐다. 법률개정안까지 합하면 더 많은 법안에서 수소경제를 논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경제법’ 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5월 23일에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수소경제활성화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과 제1야당 소속 의원이 ‘닮은꼴’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수소사회의 필요성을 깊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후 지난 8월 6일에는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발의된 ‘수소경제법’, ‘수소경제활성화법’ 제정안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세 개의 제정안을 ‘수소 3법’으로 묶기도 한다. 실제로도 논의와 보완을 거쳐 하나의 법안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16일 ‘수소연료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다음날인 8월 17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에너지 관련 법안 세 개를 동시에 발의했다.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가스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총 3개다. 이 중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 제정안은 전현희 의원의 ‘수소연료 안전관리 및 사업법’과 내용면에서 일부 유사하다.

수소경제로의 이행…세계적 추세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경제로부터 탈피하려는 패러다임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수소경제’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이며, 연소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왼쪽부터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인 양웅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베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 수소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기후행동회의(GCAS)와 연계해 ‘제3차 수소위원회 총회’를 개최했다.(사진=수소위원회)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신설되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수소전기차 비율이 2030년 1.8%에서 2050년에는 17.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수소전기차 비율을 27%로, 독일은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발표한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소사회 실현을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러한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은 수소산업 육성에 관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수소분야 사업자의 수소산업 관련 기술개발 및 사업수행을 뒷받침한다.

지난 2016년 10월 이원욱·전현희 의원을 대표로 한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이 창립된 바 있다. 포럼은 지난해 2월 ‘수소경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같은 해 4월부터 수소경제 관련 법안 도출을 위한 워킹그룹(WG)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물이 지난 4월 이원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소경제법’ 제정안이다.

한편 김규환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미래연료전지발전포럼’을 창립했다. 지난 4월부터는 수소산업 관련 법안 도출을 위한 워킹그룹 운영을 시작해 8월에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수소 3법, 어떻게 다른가
‘수소경제법안’과 ‘수소경제활성화법안’,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수소경제사회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과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다만 김규환 의원의 ‘수소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앞서 발의된 두 법안과 달리 ‘수소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외 시장 진출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채익 의원의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은 유일하게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수소 3법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한다’는 대목은 세 법안 모두 동일하다. 다만 ‘수소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인력자원의 개발, 국제 협력, 수출, 연구개발 및 기술거래 지원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수소전문기업에 대해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해 자금이나 설비 등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 법안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수소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수소분야 R&D를 주로 하는 수소혁신 전문기업 인증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대한 우대나 조세 특례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소이용시설(연료전지)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수소경제법안’은 수소연료공급시설(충전소)을 주축으로 하고, 수소이용시설은 특수목적 단지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소경제활성화법안’에서는 연료전지를 공공분야, 민간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충전소와 연료전지를 포괄해 ‘수소이용시설’로 정의하고 주택용 연료전지 설비 이용에 대한 지원을 추가로 제시했다.

수소경제 형성을 위한 기반 조성과 관련해서는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이 유일하게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을 언급하고 있다.

이외에 세 법안은 수소연료공급시설을 통해 수소를 판매하는 사업자는 그 판매가격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하고, 공개 및 표시하도록 했다.

수소 3법을 둘러싼 ‘말말말’
국회는 지난 8월 23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원욱 의원의 ‘수소경제법안’과 이채익 의원의 ‘수소경제활성화법안’ 등에 대한 검토 및 토론을 진행했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실은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소경제사회를 대비한 정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수소경제사회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입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지난달 17일 개최된 수소 3법 입법 공청회에서는 수소 3법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다만 수석전문위원실에서 지적한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경제자유구역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수소연료공급시설 및 연료전지를 설치하도록 한다(제19조)’는 대목이다. 수석전문위원실은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시설 운영자에게 강제할 경우 경영상의 부담을 주게 되어 과도한 규제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이외에도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심사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수소경제법안’과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은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9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한민국 新성장동력!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수소 3법의 내용을 비교 및 분석하고, 여러 수소분야 관계자들로부터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소 3법은 주요 내용 등에 있어 서로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이들 수소 3법을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 및 보완하는 것이 수소경제법 도입을 촉진하고 완결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영 중앙대학교 교수는 수소경제법 논의 과정에서 수소산업 육성이나 수소경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기금이나 특별예산으로 마련하는 것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향후 한국수소산업진흥원이 설치될 경우, 수소산업 정책과 관련해 높은 전문성을 갖춘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을 승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수소 3법 중 ‘수소경제법안’과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은 ‘수소연료공급시설’이라는 용어를 통해 수소충전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수소의 활용성을 고려해 다양한 융복합 사례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융복합 사례의 예시로서 독일의 신재생 하이브리드 시범사업인 ‘H2BER 프로젝트’를 꼽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를 이용한 열병합발전, 전기분해를 하이브리드해 전기를 공급하고 수소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와 연계해 베를린 공항에서 수소충전소 및 전기차 충전소를 운용하는 융복합 단지를 실증 운용 중이다.

▲ 지난 8월 13일 개최된 제5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수소경제’가 3대 전략투자 대상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사진=기획재정부)

수소로드맵과 수소경제법 간의 관계
정부는 지난 8월 13일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통해 플랫폼 경제 구현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 데이터, AI 분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3대 전략투자 분야에 대해서는 5개년 로드맵을 마련하고, 2019년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수소경제 로드맵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2일, 수소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으로 ‘수소경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 방안’을 주제로 1차 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올해 12월까지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의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소 3법을 포함한 수소 관련 법률 제정안 모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법 제정 이전에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수소경제 로드맵과 법 제정 이후의 ‘수소산업기본계획’ 간 방향성 일치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법률 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소특화단지 지정’과 ‘전문 인력 양성 및 수소제품 표준화 사업’, ‘수소혁신 전문기업에 대한 혜택’ 등의 내용은 수소경제 로드맵에 일정 정도 반영돼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압수소’와 ‘수전해’
현재 고압으로 수소를 제조·충전·저장하거나 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생수소와 같이 저압으로 운송되는 경우,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연료전지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기준 통합고시’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수소를 직접 투입하는 방식의 연료전지나 수전해 수소생산설비는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사각지대는 앞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간 융복합 사업이 대두될 경우 커다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을 대표 발의한 전현희 의원.

이에 따라 지난 8월 16일 전현희 의원, 다음날인 8월 17일 박영선 의원이 각각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과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매년 5년간 수소의 수급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2년마다 수소 이용 및 보급 시책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또한 수소충전 및 운송사업, 수소용품 제조사업, 수소 수출입업을 하려는 자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품질검사와 안전 점검 등을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수소의 제조시설, 충전시설, 저장시설 또는 사용시설을 시공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라 가스시설공업의 등록을 완료해야 하며, 수소 관련 사업장에서 시설이나 제품과 관련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그 원인과 경위 등 사고에 관한 조사를 수행한다.

지난달 6일 개최된 ‘수소연료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정 공청회’에서는 법안 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제정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주로 제기되었다.

이날 이희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 과장은 “이번 제정안은 저압 수소 시설이나 직접 수소를 사용할 때의 안전기준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다만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산업육성보다는 수소안전관리의 성격이 강하고,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중복되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희원 과장에 따르면 일본, 독일 등 수소에너지 분야 선진국 역시 별도 법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수소연료도 ‘고압가스보안법’에 따른 안전관리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수소 등 고압가스시설은 환경 법령 등 여러 관계 법령을 적용 중이다.

허영택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준처장은 이번 제정안이 전체적으로 LPG의 유통체계에 맞춰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급되는 수소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 처장은 “이번 제정안이 수소사회 실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며 “법안의 효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전현희 의원은 지난달 6일, ‘수소연료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정 공청회’를 주최했다.

수소 법안, 수소경제로의 이행에 속도 붙일 것
현재 수소 3법과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 모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수소경제법안’과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은 지난 8월 23일 전체회의를 거쳐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수소 3법의 경우, ‘수소경제사회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과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내용 역시 유사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상호 유사성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와 법률적 구성 내용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거쳐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법률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과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의 경우, 안전관리법의 특성상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수소산업 현장의 의견 수렴을 통해 보다 더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의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드러나지 않아 기업들도 수소분야에 대한 투자를 망설였다”며 “수소경제로의 이행과 관련해 법률이 제정될 경우 기업들에게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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