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는 지난달 6일, ‘2018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에 ‘수소경제 전시관’을 마련했다. 임경태 케이세라셀 대표가 박람회에서 수소 및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케이세라셀)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케이세라셀은 지난 2010년,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한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의 ‘SOFC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국내 최초의 SOFC 소재 및 부품 전문 벤처기업으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2013년에는 대한민국 창조혁신기업 녹색성장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SOFC 단전지 제조기술로 녹색기술인증을 받았다. 2014년에는 포스코가 주최한 8회 IMP(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SOFC 소재 및 셀과 관련해 다양한 국가 과제를 수행했으며 대부분 상품화로 연결했다.

케이세라셀은 충청남도 금산군에 소재지를 두고 SOFC 소재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 부설연구소에서는 SOFC 셀 및 스택 개발과 시제품 제조를 진행 중이다.

SOFC 핵심 소재 개발
케이세라셀은 SOFC 셀 제조에 쓰이는 전극 및 전해질 소재, 금속분리판 코팅 소재, 개질기 촉매 소재를 개발 및 제조하고 있다. SOFC 스택 중 글라스 밀봉재를 제외한 모든 세라믹 소재를 개발·제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셀 제작에 쓰이는 세라믹 소재.(사진=케이세라셀)

셀의 단면은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극에 해당하는 공기극과 연료극, 그리고 전해질이다. 공기극(cathode)에서는 산소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생성된 산소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연료극(anode)으로 이동하면 수소산화반응이 발생한다. 케이세라셀은 공기극과 연료극, 전해질 소재 모두 개발 및 제조가 가능하다.

특히 전해질 소재와 관련해서는 6Yb4ScSZ, 10Sc0.5Gd,  0.5CeSZ, LSGMZ, GYBC 등 다양한 신소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ZrO2계, CeO2계, LaGaO3계 전 품목에 대해 세계 최초로 특허 신소재를 확보 중이기도 하다.

스택은 셀과 금속분리판을 교대로 적층하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SOFC는 750℃ 상당의 고온에서 작동하므로 산소와 접촉하는 금속 부분이 산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산화를 막기 위해 금속분리판에 전도성 소재를 코팅한다. 케이세라셀에서는 해당 전도성 소재에 대한 개발 및 연구 역시 진행하고 있다.

SOFC 셀 & 스택 개발
케이세라셀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다양한 신소재를 이용해 SOFC 셀 및 스택을 개발 중이다. 특히 연료극 지지체에 벌집구조의 프레임을 적용한 SOFC 평판형 셀은 강성이 높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이 기대된다. 벌집구조의 프레임을 적용한 셀은 일반 셀과 달리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다.

▲ 케이세라셀의 대표 제품들. 왼쪽부터 셀 프레임, 연료극 서포트 셀, 금속분리판.

자동차에서의 모노코크(monocoque) 바디와 프레임 바디 간의 차이를 떠올리면 된다. 모노코크 바디는 프레임과 차체가 일체형을 이루고 있어 차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지만 높은 강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프레임 바디는 튼튼한 뼈대 위에 파워 트레인과 차체를 올리는 방식이다. 견고하면서도 강성이 높아 SUV나 트럭 등에 적용된다. 벌집구조의 프레임을 적용한 셀은 프레임 바디 타입의 자동차와 비슷하다. 내구도와 강성이 높아 자동차나 무인항공기 등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 SOFC 셀 개발 업체들은 전해질 막의 두께를 줄이는 추세다. 전해질에서 저항이 가장 크므로 전해질 막의 두께를 줄이면 셀의 출력 손실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셀의 내구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케이세라셀은 반대로 셀의 내구도를 높이기 위해 전해질 막의 두께를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출력 손실은 앞서 설명한 신소재 기술을 이용해 보완한다.

SOFC 셀 개발은 자본과 설비, 인력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대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임경태 케이세라셀 대표는 SOFC 셀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케이세라셀이 여타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으로 ‘장인정신’을 꼽았다.

▲ 자체 개발 장비를 이용해 셀을 검수하는 모습.

임 대표는 “SOFC 셀 개발과 관련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를 3년간 추진하다 결국 손을 놓고 만 적이 있다. SOFC 셀 개발은 도자기를 빚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소재가 ‘세라믹’으로 동일하기도 하지만, 두 분야 모두 단시간에 기술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해외의 고성능 셀을 가져다 분석한다 해도 똑같이 재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연료 SOFC 시스템 개발
SOFC는 여타 연료전지에 비해 사용 가능한 연료의 폭이 넓다. 산소와 반응하는 연료라면 발전에 쓰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SOFC의 연료로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2016년 6월, 바이오에탄올을 투입해 SOFC에서 전기를 생산,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의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현재 양산 중인 수소전기차는 고압의 수소가스를 투입하면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연료전지 스택 내에서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량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닛산자동차에서 선보인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은 액상 바이오에탄올(에탄올 100% 혹은 에탄올 혼합액)을 투입 후 SOFC 시스템 내 개질기를 거쳐 수소가 생산된다. 이후 수소와 산소 간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 배터리를 충전하는 구조다. 30L 가량의 바이오에탄올을 충전하면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 셀의 공기극을 코팅하는 모습.

이처럼 SOFC를 자동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구도’라는 이름의 산을 넘어야 한다. 케이세라셀은 소재 및 셀 구조 차별화를 통해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 가능한 SOFC 셀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국내 개질기 기업들과 액상 바이오연료 개질기 개발과 관련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가을부터는 터키 기업과 손을 잡고 무인항공기용 연료전지 셀 개발을 추진한다. 최근 항공분야에서는 배터리 등을 이용한 무인항공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비행 가능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은 SOFC 시스템과 배터리를 탑재한 LPG 투입 방식의 연료전지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기존 배터리 무인항공기에 비해 비행시간을 3배(4시간→12시간) 가량 늘렸다. 케이세라셀은 터키 기업과 이 같은 연료전지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있어 연료전지 셀 개발을 전담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독립전원용 바이오가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통합발전 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16년부터 추진 중인 해당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 힘든 도서지방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바이오가스 SOFC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시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로 SOFC 소재부터 셀, 스택, 시스템까지 일괄 제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니인터뷰 | 임경태 케이세라셀 대표>

신소재 개발과 셀 구조 다양화 통해 차별화 나설 것
“우리나라, 미래 기술 투자 망설이는 경향 바꿔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2011년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덴마크왕립공과대학(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DTU) 연구소, 독일 프라운호퍼 IKTS 연구소와 NDA를 체결했으며, 지난해에는 GE에서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GE에서 금산군에 위치한 본사를 방문하러 올 정도로 논의가 진전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올해 가을부터는 터키 기업과 협력해 무인항공기용 연료전지 셀 개발에 나선다.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면 제품도 제품이지만 학벌이나 인맥, 기업 규모 등 제품 외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한다. 하지만 해외 기업은 인맥보다는 내실을 따지는 경향이 크다. 기술력만 갖추고 있으면 중소기업이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미국에서는 초기 자본이 없어도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를 받아 성공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힘든 점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제품 외적인 요소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의 임기가 대부분 3년 내외다 보니 투자에 대한 이익을 3년 내로 회수하기를 원한다. 만약 3년 내로 이익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후임자가 지금까지 닦아놓은 길을 없애버린다. 국가사업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포스코에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진행하는 내부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에 참가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에는 외부 멘토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이가 세계적인 IT 전문가인 김문주 박사였다.

마주 앉자마자 “힘들지?”하고 물어보더라. 벤처기업 차려서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솔직히 털어놓으니 한국에서는 힘들 거라며 미국 가자고 하더라.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한국에 남는 길을 택했지만, 대한민국의 벤처기업 생태계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마다 그분의 조언이 떠오른다.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 확산을 위해 제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SOFC를 비롯한 연료전지 기술에 대해 뛰어난 기술이라고 인정은 하면서도 경제성 논리를 이유로 투자를 망설인다. 암에 걸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나 따지고 있는 것과 같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이 쓰고 있는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건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환경 및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 법률 제정, 연구개발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폭넓은 작동온도에 대응 가능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SOFC 셀 및 스택 제품을 제품화하고자 한다. 또한 언급한 것과 같이 다양한 바이오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SOFC 응용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대부분 SOFC 기업들이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의 현황을 고려하면 곁눈질을 할 틈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케이세라셀은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려 자동차나 무인항공기 등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SOFC 적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호흡을 맞춰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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