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빅데이터, IoT, AI 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데이터의 양은 방대해지고, 그 생성 주기 또한 짧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수의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선택한 답안은 ‘연료전지’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에 있어 선도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솔리드파워(SOLIDpower)와 손을 잡고 시애틀에 위치한 자사 데이터센터에 수십kW 규모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했다.

1.5kW급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을 주력 사업으로 하던 솔리드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대형 연료전지 시장으로의 진입을 알렸다. 이후 양사는 200MW 규모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보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9년 하반기부터 수MW 규모의 제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같은 수요시장 변화와 관련해 솔리드파워로서는 시스템 대형화 기술과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 노하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때마침 솔리드파워는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국내 연료전지 전문가이자 최근 SOFC 전문기업 FCI(Fuel Cell Innovations)를 설립한 이태원 대표를 만난 것.

대형 BOP 설계와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 O&M(Operation & Maintenance)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대형 SOFC 시스템’을 개발하려던 FCI에게도 솔리드파워는 기술 협력 대상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업이었다.

지난 2월, 솔리드파워와 FCI가 합작회사(Joint Venture) 설립에 동의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후 FCI는 국내 제도와 안전기준, 정부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한 ‘한국형 SOFC’를 100%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2020년부터 50MW급 연료전지 부품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태원 FCI 대표를 찾아가 솔리드파워와 기술제휴를 맺게 된 과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이태원 FCI 대표이사.

‘솔리드파워’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 달라.

솔리드파워는 2000년 독일 기업인 HT세라믹스(HTceramics)에서 독립(spin-off)된 SOFC 전문 기업으로, 현재는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호주 등에 연구소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에는 셀 설계 및 스택 효율성 향상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호주 기업 CFC(Ceramic Fuel Cells)와 M&A를 체결했다. M&A 과정에서 솔리드파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서로가 가진 기술을 정직하게 공유하고 각 기업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는 것.

그 덕분에 M&A 이후 재생산에 돌입한 솔리드파워의 대표 제품 ‘BlueGEN’은 M&A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안정성’이 대폭 개선되었다. 기존 제품도 5년 이상 고장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안정성 면에서 뛰어났지만, M&A 이후 보급된 제품들은 3만 시간 이상의 MTBF(Mean-Time Between Failure)를 기록하며 상용제품으로서의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받았다.

▲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 지역에 위치한 솔리드파워 본사 내 생산현장.(사진=FCI)

솔리드파워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현재 얼마나 보급되어 있나.

솔리드파워는 지난 5년간 1.5kW급 열병합 가정용 연료전지를 전 세계 1,000기 이상 보급해 60% 가량의 발전효율과 98%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또한 솔리드파워 제품은 상용제품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최대 75%의 출력변동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연료전지 대형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수십kW 규모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해 제품의 신뢰성과 경제성을 입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MW 이상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솔리드파워는 앞으로 해당 사업 모델을 다른 IT 기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0월 정상 가동을 예정한 50MW 규모의 연료전지 대량 생산 공장이 이탈리아에 건설되고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아멜란트(Ameland)에서는 바이오가스로 연료전지를 구동해 이산화탄소를 중성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해당 프로젝트에 45기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해 4년 이상 운전 중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솔리드파워의 연료전지 시스템.(사진=FCI)

기술제휴의 대상으로 솔리드파워를 선택한 이유는.

솔리드파워의 경영진을 여러 번 만나고 생산 공장을 방문하면서 그들이 가진 ‘발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보급하는 데 있어 관건은 ‘가격’이다. 당연히 기술 개발 역시 연료전지의 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가격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 방향으로는 크게 ‘대량 생산’과 ‘설계 변경’이 있다. 솔리드파워는 두 가지 방향 모두에 대해 충분한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다.

또 기술이 매우 안정적이다. CEO, CTO를 비롯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기술자들이 20년 전부터 함께 일해 온 초기 멤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앞서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우리들의 주안점이기도 하다. 솔리드파워의 강점은 성숙도 높은 대량 생산 기술과 셀 및 스택에 대한 원천 기술이다. FCI는 대형 BOP 설계와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의 O&M 역량을 갖추고 있다. 양사의 장점을 합치면 ‘한국형 연료전지’ 제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행히 솔리드파워 측에서도 양사가 힘을 합쳤을 때 발생할 시너지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솔리드파워와 FCI는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우리는 이후 기술을 상호 공유키로 하고 지난 2월 합작회사 설립에 동의했다.

앞서 ‘한국형 연료전지(SOFC)’를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의미와 사업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선 ‘한국형 연료전지’는 국내 제도 및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 아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변동부하 운전과 같이 에너지신산업에 효용성이 있는 기능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연료전지 시스템이 주로 도심에 설치된다는 점을 고려해 옥내·외, 옥상 등 설치 장소에 대한 제약이 없어야 하고 설치 면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FCI는 2021년 하반기부터 ‘한국형 연료전지’를 100% 국내에서 생산해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단계로 구성된 로드맵을 기획 및 추진 중이다.

우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설치 및 운전 실적을 쌓기 위해 2019년 말까지 국내 조립 공장에서 30~120kW급 모듈을 생산해 소형 발전소에 적용한다. 해당 모듈에는 수입 부품과 일부 국산화된 BOP가 탑재될 예정이다.

2020년부터는 셀, 스택, 핫박스를 생산하는 50MW 규모의 연료전지 부품 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는 2021년 중반까지는 완전히 국산화된 BOP와 수입 핫박스를 적용한 250~500kW급 제품을 출시해 MW급 대형 발전 사업에 진입할 것이다.

이후 공장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는 2021년 하반기부터는 연료전지 내 모든 부품이 국내에서 생산될 것이다. 100% 국산화된 제품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고, 이와 동시에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보급형 저가 연료전지를 국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 이태원 FCI 대표이사.

솔리드파워가 지금까지 1.5kW 가정용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데 비해, FCI는 ‘대용량 발전 시스템’ 위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 이유는.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사업 모델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의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FCI는 대형 BOP 설계 기술과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의 O&M 경험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대용량 발전 시스템 위주의 개발 및 사업 추진은 우리가 가진 강점을 살리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가정용 연료전지를 보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50MW급 연료전지 부품 공장 가동이 본궤도에 올라 부품의 국산화가 실현된 이후에는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이, 단순히 정부의 설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최대한 많이 팔기만 한다는 식의 사업 모델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그런 식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연료전지 제품을 팔기만 해서는 전체 연료전지 시장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앞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리스 사업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해 보급을 진행할 것이다.

▲ 솔리드파워의 SOFC 시스템 ‘BlueGEN’(사진=FCI)

2020년부터 국내에 50MW 규모의 연료전지 부품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발전용 대형 연료전지 시장의 전망은 오히려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RPS 의무 비율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시설 가운데 대표적인 태양광 발전의 경우, 최근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산업부가 산림 태양광에 대한 REC 가중치를 현행 1.2에서 0.7로 축소하고 산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20년 후에는 시설 철거와 산림 원상복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자연히 도심에도 설치 가능한 연료전지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실 공장 규모는 50MW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100MW급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연료전지가 한 번 판매한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스택은 5년마다 교체해 줘야 한다. 따라서 100MW 규모의 연료전지를 보급하면 이후 20년 동안은 20MW 스택 생산이 꾸준히 이뤄진다.

시장 규모 확대로 인해 보급 대수가 누적돼 200~300MW를 보급하게 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 기존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유지·보수하는 데만도 50~60MW의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 등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기 때문에 100MW급 공장 설립을 염두에 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연관 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연료전지에 대해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벌어다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인 금전적 지원이나 강제적인 설치 규정보다는 ‘실질적인 기여도’에 따른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혹은 마이크로 그리드에 대한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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