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년차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에너지 분야에서 원전과 석탄화력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에너지전환을 천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높이기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서 ‘신에너지(수소연료전지)’가 빠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수소에너지가 소외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수소전기차 시승을 계기로 수소전기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수소전기차 ‘넥쏘’는 예약판매 3일만에 1,000대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정부는 이러한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계획’도 내놨다. 

<월간수소경제>는 지난달 수소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의 그간 수소에너지 정책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소에너지 관심도 및 총괄 정책 평가
가장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에너지(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관심도를 물었다. 국가 수장의 인식과 관심도에 따라 정책 방향이 좌우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질문에 ‘매우 많은 것 같다’ 20%, ‘많은 것 같다’ 32%로 총 52%가 문 대통령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평가했다. ‘(매우)부족한 것 같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들어 수소전기차를 직접 시승해보고 수소전기버스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확인하는 모습이 강인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업무용 차량으로 수소전기차를 구매한 점도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일본처럼 수소사회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능할 것이다’ 50%, ‘불가능할 것이다’는 22%로 나타났다. 앞선 질문에서 문 대통령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 만큼 문 대통령이 관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소사회 비전을 천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수소에너지 정책에 대한 점수를 묻는 질문에서는 10점 만점에 평균 6.3점으로 나왔다.
현 정부가 최근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방향을 발표하는 등 문 대통령 집권 2년차에 들어 ‘혁신성장’과 ‘수소경제’를 언급하며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난 1년 여간의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해 이같은 점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세부 정책 평가 및 만족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정책 두 가지만 적어달라는 질문(주관식)에서는 응답자 83명 중 ‘일반인 대상 수소차 구매보조금 지원’이 3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수소충전소 구축 본격화’(28명), ‘민간사업자에 대한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 지원’(20명), ‘연료전지 RPS 가중치(2.0) 유지’(17명), ‘수소충전소 설치 관련 규제 개선’(17명),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추진’(12명) 순으로 응답했다.

이밖에 ‘관계부처 합동 수소차 보급 확산 정책방향 발표’, ‘2022년까지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 계획(총 2조 6,000억 원) 발표’, ‘기획재정부 내 혁신성장본부 신설을 통한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사업 추진’, ‘수소승용차 이외의 수소버스 보급 추진’ 등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및 법인을 중심으로 수소차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다가 수소전기차 ‘넥쏘’ 출시를 계기로 올해부터 일반인에게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소차가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때까지는 보조금을 유지하되 가격 격차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두번째로 많이 응답한 ‘수소충전소 구축 본격화’는 그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고속도로 휴게소 수소충전소가 올해 처음으로 8기가 구축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 지원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으로 민간주도의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아쉬운 부분 두 가지만 적어달라는 질문(주관식)에서는 응답자 83명 중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신에너지(수소연료전지) 배제’가 30명으로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서 ‘수소사회 구축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전략·로드맵 부재’(20명), ‘연료전지산업 활성화 방안 부족’(18명), ‘수소산업 전문 인력 육성책 부재’(15명), ‘수소충전소 운영보조금 지원 부재’(1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수소경제법안 입법 지연, 철도 교통 부문의 수소화 관심 부족, 수소연료전지 원료용 도시가스 도매가격 제도 부재,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 수소에너지에 대한 이해 부족, 수소에너지 정책의 더딘 이행, 전기차 우선 정책 등으로 조사됐다. 

한 응답자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신에너지가 배제된 것에 대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문제 등 재생에너지의 여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신에너지인데 이에 대한 전략과 이행계획이 빠져 있어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8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25일 ‘산업혁신 2020 플랫폼’ 2차회의에서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총 2조 6,000억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번 정책 발표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7%, ‘만족스럽다’가 46%로 총 53%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매우)만족스럽다’고 응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민관 협력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돼 있어 기대감이 높다’, ‘세부이행계획은 아니지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 응답자는 “수소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2022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2조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로서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재원 투입에만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전략과 관리가 필요하며, 특정기업이나 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적인 관점의 수소사회로의 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수소사회 진입 방안들이 도출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매우)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변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친환경에너지 산업과의 밸런스 미흡 및 지원정책 간의 불균형’,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너무 늦었다’, ‘수소차에 편향돼 있으며, 수소산업 및 수소경제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대부분 민간기업의 투자로 이뤄지며, 정부의 확고한 투자 의지나 로드맵은 여전히 부족하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 6,000대(수소승용차 1만 5,000대, 수소버스 1,000대), 수소충전소 310개소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적절하다’가 44%로 가장 많았으며, 총 40%(높여야 한다 29%, 대폭 높여야 한다 11%)가 ‘(대폭)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질문은 객관식이었지만 3명의 응답자는 견해까지 간략 서술하는 의지를 보였다.

A 응답자는 “보급 목표 수치의 많고 적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수소사회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졌는가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라며 “목표 수치가 작더라도 핵심을 잘 관리하면 산업의 성장과 체력을 강건하게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소사회로 전환해 나갈 것이고, 목표 수치가 많더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해외 기술에 의존하면) 국내 기반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그리고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국가적 철학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B 응답자는 “수소충전소 1기당 수소전기차 비율을 고려했을 때 차량 대수를 늘리든지 충전소보급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C 응답자도 “수소전기차는 높여야 하고, 수소충전소는 낮추어도 된다”고 밝혔다.


가장 기대되는 정책과 시급한 과제
정부가 발표한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과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계획’에서 가장 기대되는 정책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3개 중복 응답) 97명 중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내용 반영 및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확충’이 5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2022년까지 수소버스 1,000대 보급’(39명), ‘수소승용차 차량가격 및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저감, 수소충전소 국산화율 제고(40%→80%), 수소차 모델 다양화 등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35명), ‘개발제한구역·연구개발특구내 수소충전소 설치, 이동식 충전소 및 융복합 충전소 설치 허용, 준주거·상업지역 내 수소충전소 입지제한 완화 검토 등 수소충전 인프라 규제 개선’(34명),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가스전력화(Power-to-Gas: P2G)시스템 실증사업 추진’(24명),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2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앞으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2~3개 중복 응답) 97명 중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반영 및 수소사회 로드맵 마련,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확충’이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수소유통체계 확립, 수소충전소 설치 규제개선 등)’(57명), ‘연료전지 전용요금제 신설 등을 통한 연료전지산업 활성화’(32명), ‘수소전기차 구매 활성화 유도(보조금 예산 확대, 차량가격 인하, 적정 수소가격 설정 등)’(31명),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핵심기술 개발 지원(성능 향상 및 가격 저감 유도, 수소차 모델 다양화, CNG·LPG 개질 기술 등)’(27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수소에너지 보급 확대의 저해요인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 97명 중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미흡’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적 수용성 부족’(24명), ‘복잡한 인·허가 및 까다로운 규제’(17명), ‘수소에너지 안전성 우려’(14명) 순으로 응답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수소충전소 부족’, ‘민간이 주도해야 성공한다고 본다’, ‘정부의 수소에너지 이해 부족’, ‘경제성 부족’, ‘사업 초기에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 의지 및 실행력 부족’, ‘수소에너지 교육 및 홍보 부족’, ‘범정부 차원의 수소에너지 컨트롤 기관 부재’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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