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의 CNG+수소 복합충전소(동곡 수소충전소)에 수소전기차 ‘넥쏘’가 정차해 있는 모습.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경제사회의 주류 에너지가 될 ‘수소’는 ‘생산·저장·운송·공급·이용’이라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최종적으로 수소를 이용하기 위한 첫 단계인 ‘수소 생산’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수소생산 방법은 크게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물 전기분해(수전해) 등 세 가지가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가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부생수소 생산·공급에 한계가 많아 점차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한국수소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수소 생산량은 연간 171만톤(울산 49%, 여수 34%, 대산 11%, 기타 6%)으로, 이 중 14%인 24만톤의 부생수소가 외부로 판매되고 있다. 부생수소는 울산과 여수 각 42%, 대산 14%, 기타 2% 순으로 생산된다.

박진남 경일대학교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소전기차 충전용 및 연료전지발전용으로 공급이 가능한 부생수소는 연간 5~10만톤으로 추산되며, 이 중 울산 지역 부생수소는 최대 2만2,000톤 정도다.
수소전기차 1대의 연간 수소 소비량이 200kg(연간 주행 거리 1만5,000km, 연비 75km/kg) 정도임을 감안할 때 수소전기차 10만대가 운행하려면 수소 2만톤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년 간 수소차 충전용으로 부생수소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풍부하다는 얘기다.

또 수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부생수소라는 점에서 현재 운영 중이거나 구축 중인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부생수소를 사용한다.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해 부생수소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식(off-site)이다.

▲ 해양도시가스가 운영하는 광산 CNG충전소. 이 충전소 부지에 구축된 동곡 수소충전소는 향후 CNG 개질기를 설치해 충전소 현지에서 수소를 생산·공급하게 된다.

부생수소, 수소차·연료전지용 커버 ‘한계’
하지만 부생수소를 수소차 및 연료전지발전용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정유공장 및 나프타분해 공장 등에서 다량의 수소가 생산되지만 이는 자체적으로 모두 소비되고 부족분은 외부에서 구매할 만큼 기존 산업에서의 수소 활용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수소차 및 연료전지발전용으로 무한정 부생수소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셈이다. 현재로서는 수소차용 및 연료전지발전용으로 공급이 가능한 부생수소가 연간 5~10만톤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특히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발전소의 경우 1MW 발전 시 연간 550톤(700Nm³/h) 정도의 수소가 필요하다. 대산그린에너지(한화에너지, 두산, 동서발전, SK증권)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50MW급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대산산업단지 내)에는 단순 계산으로 연간 2만7,500톤 정도의 부생수소가 필요하다. 이 같은 양은 수소차 10만대가 운행할 수 있는 양(수소 2만톤)을 넘는 수치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수소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부생수소 공급이 곤란한 지역도 있다.

이처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생수소가 국내 수소충전소 및 연료전지발전소용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2015년 12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3차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서도 석유화학단지 200km 이내 지역은 ‘부생수소’, 부생수소 미 생산지역(CNG충전소 설치지역)은 ‘도시가스(CNG) 수소 개질’,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은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충전소에서 사용될 수소공급이 경제성이 높다고 언급된 바 있다.

궁극의 친환경 수소생산 방식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전해는 현재로선 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개발과 실증이 필요해 수전해가 활성화 되기 전까지는 천연가스 수소 개질이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천연가스 수소 개질이 수전해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제조장치(수소개질기).

천연가스 개질 수소생산 ‘대세’
천연가스, LPG, 석탄, 석유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생산 방식으로는 천연가스 수소 개질 방식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도 천연가스 개질이 48%로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으로 부생수소 30%, 수전해 18%, 석탄 개질 4% 순이다.

국내의 천연가스 개질 수소생산 여건은 최상이다. 전국에 천연가스 배관망(2017년 12월 기준 총 4,790km)과 400여 개소의 공급관리소가 설치돼 있고, 현재 운영 중인 CNG충전소도 200여 개소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연료전지발전소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수소충전소는 이제 막 도입 단계다.   

박진남 경일대학교 교수는 “수소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부생수소 공급이 곤란한 지역에는 천연가스 개질 또는 수전해와 같은 온-사이트(on-site) 수소충전소 보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 천연가스 개질반응에는 수증기 개질 반응(SMR), 부분산화 개질반응(POM), 자열 개질반응(ATR), CO2 개질반응(DRM)이 있다. 이 중 수소 생산량이 많은 수증기 개질 반응(CH4 + 2H2O ↔ 4H2 + CO2)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수성가스 전환반응(흡열반응)은 평형반응으로 CO의 완전제거는 불가능하다. 국내 수소충전소용 개질기술은 모두 수증기 개질반응을 적용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와 같이 대용량의 수소 정제를 위해서는 압력순환흡착(PSA) 공정이 적합하다. 

가정용 연료전지와 같이 수소 생산량이 소량일 경우에는 선택적 산화반응(PROX 공정)을 사용한다. 이는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공존하는 조건에서 산소 또는 공기를 선택적으로 일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미량의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공정(CO 농도 10ppm 이하 저감 가능)이다.

▲ 일본의 한 CNG충전소 부지에 구축된 수소충전소의 CNG 개질 수소제조장치 설치도.

천연가스 개질 기술개발 현황
이미 국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천연가스 개질 수소충전소 운영이 시도됐다. 지난 2006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대전(유성)에 NG, 2007년엔 GS칼텍스가 서울(신촌)에 납사·NG, SK에너지(2007년)가 대전(유성)에 LPG·NG 개질 수소충전소를 각각 구축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폐기된 상태다. 다만 한국가스공사가 2007년 인천 송도에 구축한 NG개질 수소충전소(65kg/일)가 유일하게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천연가스(도시가스) 개질 수소충전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가스 개질 수소충전소에는 핵심설비 중 하나로 수소제조장치(수소개질기)가 설치된다. 국내에서는 한국가스공사, SK에너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제이엔케이히터가 수소개질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가스공사, SK에너지,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수소개질기는 20~30Nm³/h급 소용량으로 하루 10~20대 차량(수소승용차)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전력연구원의 수소개질기는 100Nm³/h급으로 중형급에 속하지만 수소충전소용이 아닌 연료전지(MCFC)용 외부개질기로 개발됐다. 민간기업인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해 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로 유일하게 300Nm³/h 중형급을 개발했다.

▲ 수소충전소 전문기업 소나무가 수입할 예정인 일본 오사카가스의 수소제조장치 ‘HYSERVE’(300Nm³/h급).

수소충전소 전문기업 소나무는 일본 오사카가스의 수소제조장치 ‘HYSERVE’를 국내에 들여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은 도시에 설치된 기존 CNG·LPG 충전소를 활용한 수소복합충전소 설치가 진행돼 왔다. 이러한 충전소에 적용되는 수소제조장치로는 오사카가스의 ‘HYSERVE’가 대표적이다. 30Nm³/h, 100Nm³/h, 300Nm³/h급 세 가지 모델이 있으며, 수증기 개질반응 방식으로 작동된다. 

도시가스 개질 수소충전소 늘어날 듯
이러한 개질기술 개발과 함께 이제는 안정적인 천연가스 개질 수소충전소 보급을 위한 실증 및 상용화 작업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5일 확정·공고한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는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2019년까지 ‘천연가스 기반 수소제조·공급 실증센터’를 구축해 수소전기차 등에 대한 안정적인 수소공급 체계를 실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수소충전소 최적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수소개질기술을 실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원시가 지난해 10월 착수해 2020년 12월까지 3년간 추진하는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HECS) 실증사업’에서도 천연가스 개질 수소충전소 실증이 진행된다. 1단계로 올해 9월  CNG+수소 복합충전소를 준공하고, 2단계로 내년 10월까지 CNG 수소개질플랜트 설치 완료 후 실증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3단계로 내년 10월까지 이산화탄소 재처리시스템 설치 완료 후 CNG 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재처리에 대한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CNG 수소개질 실증에는 제이엔케이히터가 참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에기평과 ‘수소충전소용 대용량(500kg/day) 수소제조장치 개발’ 과제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개발한 대용량 수소제조장치를 실증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하루 100대 이상의 차량(수소승용차)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또한 이번 과제에서 퓨리텍은 제이엔케이히터와 함께 500kg/day급 수소정제장치(PSA)의 설계 및 기술 개발에 나선다.

▲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배관.

도시가스 개질 수소충전소는 충전소 현지에서 수소를 생산·저장·공급할 수 있는 최적화 된 온-사이트 충전소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존 CNG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수소 복합충전소 설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NG+수소 복합충전소는 충전소 구축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11월 공식 출범할 예정인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도 CNG·LPG+수소 복합충전소 설치를 활성화 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 개질 충전소는 풍부한 도시가스 배관 인프라로 인해 기존 CNG 충전소 및 도심 인근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소의 판매가격을 고려할 때 도시가스 개질 같은 현지 수소생산 방식(온-사이트)의 수소충전소가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해 장거리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중앙공급방식(오프-사이트)의 수소충전소보다 원가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게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27일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준공식을 가진 동곡 수소복합충전소(국내 1호 CNG+수소 복합충전소)는 튜브트레일러 수소공급 방식으로 출발했지만 향후 충전 수요가 늘어나면 CNG 개질 방식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해양도시가스가 운영하는 광산 CNG충전소 부지에 세워진 이 수소충전소 옆에 CNG 개질기를 설치하게 된다. CNG 개질기는 제이엔케이히터가 공급한다.   

자동차부품연구원도 정부 과제인 ‘수소차·전기차 융합 스테이션 국산화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해 광주 진곡산업단지 내에 구축하는 수소융합스테이션에 천연가스 개질 수소제조장치도 설치해 실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실증에도 제이엔케이히터가 한국가스공사와 공동으로 참여한다.

▲ 한국가스공사의 공급관리소.

특히 올해 5월부터 울산 정규노선에서 시범운행하는 수소전기버스가 실증을 마치고 본격 상용화 되면 CNG 개질 충전소 수요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도시가스 개질 방식은 수소 생산량이 100~300Nm³/h 이상인 중·대형급 수소충전소에서 그 활용도가 큰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수소버스는 수소승용차보다 주행거리가 길어 대량의 수소를 소비한다. 수소버스 8대가 보급되면 수소충전소의 가동률(250kg/일)이 100%(10시간 운영 기준) 가까이 상승해 수소승용차 대비 50배 이상의 수소연료 소비 촉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전소 당 수소버스 8대 충전 시 수소승용차 455대를 충전하는 규모와 같은 셈이다. 

전국에 천연가스 배관망과 400여 곳의 공급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가스배관과 연결된 공급관리소를 수소충전소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도 긍정적이다.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개최된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후 기자 간담회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수소충전소 설치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설립에 참여키로 한 점은 그 가능성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에 개질장치와 수전해장치 설치 시 추가비용에 대한 보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도시가스사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CNG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시가스사들이 수소경제사회 구축의 한 일원으로 참여해 도시가스 판매 확대 차원에서라도 도시가스 개질 수소충전소 구축에 대한 관심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도시가스 개질 수소생산은 수소와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수소에너지 부정론자들의 주장에 직면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 하는 방식과 같이 친환경적인 천연가스 개질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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