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택 강릉수소충전소 소장이 수소전기버스에 충전을 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김동용 기자] 지난달 25일 지구촌 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모토로 개최된 이번 올림픽은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함께 선수단,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 등의 노력이 모아져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차세대 수소전기차 및 3세대 수소전기버스가 투입돼 올림픽 성공개최를 지원하는 동시에 수소전기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수소전기차에 수소가스를 공급하는 수소충전소도 안정적으로 운영돼 올림픽 성공개최에 일조했다. 이는 현장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숨은 주역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이번 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지원한 현장의 얼굴을 소개한다.

이엠솔루션 ‘평창·강릉 수소충전소’
현대차는 올림픽 기간 중 70여대의 수소차를 투입했다. 수소차가 운행되기 위해선 충전인프라인 수소충전소가 필수다. 이를 위해 평창과 강릉 2곳에 수소충전소가 구축됐다. 이엠솔루션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로 린데코리아와 협력해 구축한 충전소다.

지난달 13일 오전 8시30분경 횡계면사무소 주차장에서 임한진 이엠솔루션 과장을 만났다.  임 과장과 함께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자 올림픽 행사 차량 차고지 부지에 자리 잡은 평창수소충전소에 다다랐다.

평창과 강릉 수소충전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평창 충전소 제어실에 들어가니 송주현 이엠솔루션 대리가 충전소 운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임 과장은 강릉 충전소, 송 대리는 평창 충전소에 각각 상주하며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임 과장은 수시로 평창과 강릉을 오간다.

▲ 송주현 이엠솔루션 대리가 평창수소충전소에서 수소전기차 ‘넥쏘’에 충전을 하고 있다.

임 과장과 송 대리의 하루 업무는 충전소 설비 육안점검으로부터 시작한다. 점검 후에는 수시로 들어오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충전작업이 시작된다. 또 제어실 안에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상징후가 없는 지, 수소가스 잔량 등을 체크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지나면 마지막으로 설비 점검 후 하루가 마무리된다. 

임 과장은 “충전소 설비에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알람이 울리고 모든 시스템의 작동이 중단된다”며 “특히 이엠솔루션은 국내에 구축한 모든 수소충전소를 본사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충전소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화염감지기, 가스검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평창과 강릉충전소에는 의무설치는 아니지만 안전에 보다 신경을 쓰기 위해 역화방지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임 과장은 “올림픽 기간 중 충전소 운영의 최대 목표는 안전을 유지하고 공급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차량에 수소가스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가스(부생가스)는 덕양과 계약을 맺고 튜브트레일러로 대산에서 들여온다. 튜브트레일러는 한 번에 300kg 정도를 운송한다. 평창은 5일, 강릉은 1.5일~2일에 한 번 부생가스를 주문한다.    

평창충전소에는 오전 10시~10시30분, 오후 5시 정도에 충전하기 위한 차량들이 몰린다. 기온이 낮은 시간대다. 이날도 평창의 온도는 영하 15도 내외로 무척 추운 날씨였다. 충전하는 동안 강추위와 싸울 수밖에 없다.

오전 10시 무렵 수소전기차 넥쏘 한 대가 충전소로 들어왔다. 송 대리가 뛰어나가 차량에 충전을 했다. 충전시간은 약 3~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송 대리는 “하루에 평균 10~13대 정도가 충전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평창충전소는 승용차용, 강릉충전소는 버스용으로 구축됐지만 모두 승용차 및 버스 충전이 가능하다.

▲ 임한진 이엠솔루션 과장이 충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평창충전소는 2대 동시 충전이 가능한 국내 최초 충전소다. 강릉충전소는 시간당 버스 2대를 충전할 수 있다. 이 역시 국내 최초 버스 전용 충전소다.

언론에서도 수소충전소에 관심을 보였다. 임 과장은 “어제 MBC에서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동계올림픽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평창충전소를 취재하러 왔는데 오상진 아나운서를 만났다”며 빙그레 웃었다.  

임 과장과 강릉 수소충전소로 이동했다. 강릉 수소충전소에는 린데의 엔지니어 1명도 상주하고 있었다. 강릉충전소는 기본적으로 3세대 수소전기버스 5대(시내버스 4대, 고속버스 1대)를 충전한다. 

강릉충전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경. 도착한지 30분이 지나 수소전기버스 1대가 충전하기 위해 들어왔다. 임 과장과 오형택 소장이 버스 충전을 담당했다. 버스 충전시간은 약 10분 내외다.

오 소장은 디스펜서에 있는 압력게이지를 가리키며 “압력게이지가 700bar에 도달하면 충전이 완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전기버스 충전이 끝난 후 40분 정도가 지나자 넥쏘 1대가 들어왔다. 충전을 마치고 제어실에 들어온 임 과장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바라보며 수소가스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임 과장은 “수소가스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수소가스를 주문해야 공급중단 없이 수소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며 덕양 측에 전화를 걸어 부생가스를 주문했다.

임 과장은 평창·강릉 수소충전소 건설부터 상주했다. 주말과 설연휴도 없었다. 석 달이라는 기간 동안 2번 정도 창원에 있는 집에 내려갔을 뿐이다. 올림픽 개최 전 충전소 건설을 마무리하고 제 때 오픈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잘 이겨냈다.

충전소 오픈 후에는 강추위와 싸워야 했고 올림픽 기간 중에도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국내 최초(평창: 두 대 동시 충전, 강릉: 버스 전용)의 평창·강릉 충전소를 운영하며 지구촌 축제인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 수소전기버스가 운행을 위해 차고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수소전기버스 운행

지난달 12일 ‘넥쏘’ 시승행사장 취재를 마치고 향한 곳은 강릉역에 위치한 올림픽파크 셔틀버스 차고지였다. 이 곳에 주차된 수많은 차량 중 수소전기버스는 총 5대로 그 중 고속도로 전용차량 1대를 제외한 4대가 이번 평창올림픽, 평창패럴림픽 기간 동안 셔틀버스로 운행된다.

오후 2시가 되자 오전 주행조였던 운전기사들과 오후 주행조인 운전기사들의 교대가 이뤄졌다. 실제운행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고정된 운행시간표에 따르면 첫 운행은 오전 6시5분에 시작된다.

1호~4호차 중 어떤 버스가 첫 운행을 시작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번 왕복 주행시간은 20분이지만 ‘교통약자우선탑승’이라는 취지에 맞게 승객들의 승·하차 시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 약간의 여유시간을 포함해 운행시간표가 짜여졌다.

차량 점검을 맡은 6명의 관계자들도 오후 2시 버스기사들의 첫 교대가 이뤄질 때 차량 점검에 들어갔다. 고장여부 뿐 아니라 시스템·성능 등을 면밀히 관찰한다. 아직 시범차량이기 때문에 연구 목적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수소전기셔틀버스 운행에 투입된 운전기사는 총 9명이다. 1명이 휴무, 8명이 1호차~4호차, 총 4대의 버스를 2교대로 운행하는 시스템이다.

▲ 수소전기버스 오후조 운전기사가 교대일지를 확인하는 모습(위)과 수소충전소에서 일일 차량충전명단에 서명하는 운전기사.

오전 6시5분 첫 주행을 마친 운전기사는 약 1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한다. 시간표에 따르면 이 기사는 오전 7시25분 두 번 째 운행을 시작하게 된다. 식사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식당에서 한다.

충전은 매일 1회 실시된다. 취재일인 지난달 13일엔 오전 9시 45분, 10시 45분, 오후 3시 5분, 4시 5분 각각 수소충전이 이뤄졌다. 충전장소는 강원테크노파크 인근에 위치한 이엠솔루션 강릉수소충전소다. 충전시간은 보통 10~15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운행을 총괄하는 업체 담당자는 “매일 1회 충전으로 운행에 지장은 없다”며 “승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교통약자우선탑승이라는 취지에 맞게 휠체어가 탑승할 자리가 3곳이나 마련돼 있다”며 “물론 올림픽기간에도 많은 승객이 찾아오겠지만 패럴림픽 기간엔 더욱 많은 승객들이 이용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수소전기버스 점검 담당자들이 차량 내외부를 검사하고 있다.

현대차 ‘넥쏘’ 시승 체험 현장
지난달 12일 방문한 현대자동차 ‘넥쏘’ 시승행사장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밝은 모습이었다.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 위치한 이 시승장에서 안내를 맡은 이들은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시승하려는 방문객들의 시승예약 및 관련 서류 작성, 안전수칙 설명 등을 맡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접수담당자와 시승안내자들은 휴식, 식사와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조가 구성돼 있다. 고정된 2교대의 개념은 아니지만 한 접수 담당자와 몇몇의 안내 담당자들이 근처 식당이나 휴식공간을 이용할 때 다른 접수담당자와 안내담당자들이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시승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지만 이들은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업무준비를 시작한다.

시승은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짜여져 있다. 접수담당자는 온라인 예약 시승고객일 경우 신원을 확인하고 현장예약인 경우엔 직접 예약을 돕는다. 시승 전 이용동의서 작성에 관한 내용도 설명한다.

▲ 수소전기차 시승 체험 현장(평창) 직원들이 수소전기차가 ‘최고’라며 엄지척을 내보이고 있다.

시승안내자는 차량 시승 전 ‘넥쏘’의 기능과 시승주행구간,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한다. 간혹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운전을 하면서 설명하거나 조수석에 함께 동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시승고객들은 혼자 탑승 후 네비게이션에 저장된 경로대로 운전해 돌아오게 된다.

한 시승안내자는 “날씨가 많이 춥지만 ‘넥쏘’를 시승한 고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수소전기차를 칭찬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기회에 수소전기차의 장점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이리움산업의 이동식 액화수소 스테이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9일 대관령환승주차장에서 만난 하이리움산업 관계자들의 눈에는 열정이 넘쳤다. 이날 하이리움산업의 이동식 수소차충전소 ‘액화수소스테이션’이 국내 최초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하이리움산업의 액화수소스테이션이 현장 열기가 뜨거운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으로 오는 길은 험난했다. 각국의 선수단, 방문객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크고 작은 다양한 집회, 행사들이 열려 길목마다 교통통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도로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이리움의 액화수소스테이션도 평창올림픽파크로 들어오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교통통제로 인해 잠시 정차한 대관령환승주차장에서 월간수소경제 기자를 맞은 하이리움산업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개회식인 2월9일부터 11일까지 올림픽 방문객들에게 액화수소스테이션을 홍보하기 위한 일정으로 방문했다”라며 “액화수소스테이션의 홍보와 더불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수소에너지를 더 널리 알리고자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 하이리움산업 직원들이 이동식 액화수소 스테이션을 홍보하고 있다.

하이리움산업의 액화수소스테이션은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 중인 고압수소가스 방식의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비해 수소 저장 효율성과 안전성이 뛰어나다. 액화수소펌프, 기화기, 디스펜서 등 충전설비를 탑재한 5톤 트럭의 모습으로, 1,500~2,000L까지 99.995% 이상의 고순도 액화수소를 저압으로 운반해 700bar 압력으로 시간당 4대, 하루 최대 100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수소업계로부터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국내에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연료 주입 활동 등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홍보활동은 이동식차량과 내부 장치 공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민정기 하이리움산업 이사는 “날씨가 춥지만 가능한 하이리움산업의 액화수소스테이션을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관련 법령이 없어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좋은 기술이 상용화되는데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많은 방문객들이 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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