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전경.

[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2018년부터 새롭게 연재 중인 ‘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기획의 두 번째 연구소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다. 그 중 KIER의 수소연구실은 수소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국내 유일의 수소전문 연구부서다.

특히 수소연구실이 소속된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는 올해 확대·개편돼 향후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연구실은 주로 수소의 생산과 저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내용은 △수소충전소용 고순도 수소제조 기술 △천연가스 연료개질기 △메탄올 연료개질기 △개질기용 촉매 △수전해 수소생산 △광화학 수소생산 △수소저장시스템 등이 있다.

수소충전소용 고순도 수소제조 기술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은 이동 가능한 패키지 형태(스키드 유닛)의 미니 수소생산 플랜트로서 △전처리 탈황·리포밍 모듈(수증기개질+수성가스 전이) △PSA 모듈(고순도 수소분리) △버너 모듈(흡열반응열 공급)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소형화 기술은 규모 감소에 따른 열·물질전달 속도가 재현되지 않음으로써 유발되는 전달저항에 따른 효율저하가 일어날 수 있으며, 동시에 제한된 공간에 설치해야 하므로 최소화(압축)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고효율·최소화를 위한 단순화 및 모듈화 기반의 ‘열·시스템 통합 설계 기술’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각 단위공정에 사용되는 촉매의 국산화 설계 및 양산 기술 역시 중요한데 이러한 두 가지 이슈에 전략적인 타깃전략을 수립해 해결해야 스키드 유닛의 초기 설비 투자비 및 수소제조가격 저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자발적 시장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KIER 수소연구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 목표는 시장보급형 ‘가압형 고순도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 개발로 수소생산 용량이 500kg/day이며, 이 때 개질효율 75% HHV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또한 생산된 수소의 순도는 99.999% 이상이어야 하며 불순물로 포함된 CO(일산화탄소)의 농도는 1ppm 이하로 유지되도록 정제과정을 거치게 된다.

핵심 반응기는 탈황, 수증기 개질, 수성가스 전이, Pressure Swing Adsorption(PSA)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반응기와 사용되는 흡착제 및 촉매의 국산화 설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수의 프로토타입(검증을 위한 기본모델) 제작을 통해 열 및 시스템 통합 스키드 유닛의 완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국산화 기술로 개발된 엔지니어링 설계 패키지 확보가 목적이다.

▲ 5kW급 고효율 컴팩트 천연가스 연료개질기 시제품.

▲ 3kW급 메탄올 연료개질기 및 성능 평가장치.

천연가스 연료개질기
천연가스와 물을 600℃ 이상의 고온에서 촉매반응 시키면 수소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를 천연가스 연료개질기라고 한다. 수성가스전이반응기 및 선택적산화반응기를 추가하면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용 수소공급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의 기술개발과 더불어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으며 개질효율, 연료개질기 소형화와 관련된 연구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역시 가격문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스택과 연료개질기의 가격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KIER 수소연구실에서는 1kW급 용량을 시작으로 다양한 용량의 천연가스 연료개질기를 개발했으며, 건물용 연료전지의 도입과 더불어 대용량 연료개질기 개발도 수행했다. 현재는 1, 3, 5, 10, 20, 50kW급 연료개질기 설계 기술을 보유 중이다.

특히 5kW급 이상 연료개질기는 유지보수 측면을 강화, 이를 위해 3종의 촉매반응기의 분리와 교체를 용이하게 하고 반응기 구조의 단순화와 연료전지 시스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열교환기를 통합해 모듈(module)화 했다.

메탄올 연료개질기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라 계통 전원의 불안정성이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전 및 재난 상황에서 비상용 전기 공급을 위한 백업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백업전원은 납축전지 및 디젤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납축전지는 대기시간 경과에 따라 자연 방전된 전지의 교체가 필요해 유지비용이, 디젤 발전기는 소음, 매연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고분자연료전지 시스템은 고효율 전력 공급 장치로서 작동온도가 낮고 빠른 시동이 가능해 적절한 수소공급 장치와 연계한다면 유력한 백업 전원용 설비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므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수소 공급 방식이 필요한데, 메탄올 개질에 의한 수소 공급식 연료전지 백업 전원은 이러한 문제 해결이 가능해 장기간 운용 시 납축전지를 이용한 기존 시스템에 비해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ER 수소연구실에서는 향후 백업용 연료전지 시장의 확대를 예상해 물과 메탄올을 원료로 수소를 제조하는 고효율 컴팩트 메탄올 개질기를 개발하고 있다. 메탄올에서 수소 생산 시 촉매 반응을 이용하므로 메탄올·수증기 개질촉매, CO 선택적 산화촉매, 연소 촉매의 국산화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1kW급 백업전원 연료전지 수소공급용 메탄올 연료개질기를 개발했으며, 79%(LHV) 이상의 높은 개질효율을 달성했다.

또한 일산화탄소에 취약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에 적용하기 위해 생산가스 내 CO 농도를 10ppm 이하로 저감해 연료전지와 연계 시 문제가 없도록 했다. 향후 1kW급 메탄올 개질기와 1kW급 연료전지를 연계한 백업전원용 시스템을 구축해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 광촉매를 이용한 광화학적 수소 제조.

개질기용 촉매
수소 및 합성가스 생산용 개질 촉매 설계·양산기술은 개질 촉매의 주요 해결 과제인 코크 침적 및 촉매 입자 소결에 의한 비활성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활성·고내구성의 Ni계 개질촉매 recipe 설계와 이를 적용한 촉매 성형 및 대량제조 기법 국산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천연가스 및 이산화탄소로부터 청정 합성오일을 생산하기 위한 GTL(gas-to-liquid) 공정의 피셔-트롭시 액화반응을 위한 합성가스(H2/CO = 2) 생산용 개질촉매(Ni-Ce/MgAl2O4, Ni-La/MgAl2O4)를 자체 설계 개발했다.

또한 디젤로부터 수소 생산용 예비개질(pre-reforming) 촉매(Ni/MgO-Al2O3)를 비롯해 제철소의 부생가스인 코크오븐 가스(COG)와 CO2를 재자원화하기 위한 기술로 환원가스(CO 및 수소)를 생산하는 개질 촉매(Ni-Ca/MgAl2O4)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 원료로부터 수소 및 합성가스 생산을 위한 개질촉매 recipe 국산화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

금속 구조체 촉매 요소기술은 금속 표면에 촉매층을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코팅하기 위해 금속 표면 전처리 기술과 촉매를 고분산 균일 코팅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 연료개질기용 촉매 성능 평가장치.

금속 표면 전처리 기술은 금속 재질과 형상에 구애 받지 않고 매끄러운 금속 표면에 금속 산화물층을 균일하게 형성시켜 촉매층과의 결합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존의 촉매 코팅 기술인 ‘워시코팅’에 비해 소량의 고가의 귀금속을 얇고 균일하게 코팅할 수 있는 독자적인 KIER 코팅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펠릿 촉매의 1/10수준인 소량의 귀금속 촉매(Ru)를 금속 구조체 표면에 균일 코팅해 펠릿 촉매와 동등한 성능을 구현, KIER 연료개질기 5kW급 시스템에 적용해 구성(1,000h) 평가를 통해 촉매의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이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KIER의 독자적인 촉매 코팅 기술을 다양한 촉매 반응에 적용해 구조체 촉매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구조체 촉매에 특화된 촉매 반응기 설계 기술을 국산화 할 계획이다.

▲ 수소 생산을 위한 고효율 수전해 전극 제조.

수전해 수소생산
수전해 기술은 물을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해 수소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고온 수전해 △고분자 전해질 수전해 △알카라인 수전해로 분류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전해질과 작동 온도가 다르다.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으로는 단주기로 배터리에 저장하는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기술과 장주기로 HESS(Hydrogen energy storage system) 기술이 있다.

HESS 기술은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한 전기에너지를 물을 분해하는데 사용, 수소로 전환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생산된 수소는 화학에너지, 전기에너지, 산업원료 등으로 전환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KIER 수소연구실에서는 수전해 기술의 핵심 요소인 전극 및 전해질을 포함한 고효율의 스택을 개발하고 있다.

또 제품의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저가형 수전해 전극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고효율 수전해 전극 제조 기술 개발 △분리막 개발 △부하변동 대응 내구성 향상기술 △시스템 대형화를 위한 전극 대면적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 계획 중 단기적으로는 10Nm3/hr급 고효율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확장, 수소충전소용 300Nm3/hr급 수전해 시스템과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연계를 통한 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 구조체 촉매 성능 평가장치.

광화학 수소생산
광화학 수소생산 기술은 빛에 의해 활성을 띠는 광촉매의 화학반응을 통해 물을 분해,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의 반응에 필요한 빛에너지를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청정에너지 생산 기술로 알려져 있다.

KIER 수소연구실에서는 그간 광촉매를 개질하기 위해 △나노튜브 구조 광촉매 개발 △나노튜브 광촉매의 고정화 및 전극화를 위한 연구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또한 귀금속의 사용을 줄이면서 수소제조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광촉매에 엔자임(Enzyme : 생체 내 생성되는 일종의 촉매, 단백질이 주체)을 결합한 광·바이오 물분해 수소제조 연구도 수행했다.

이와 함께 수소제조용 전해질의 다변화를 위해 해수로부터 유용한 성분을 분리·농축해 활용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개발된 광촉매는 환경정화용 소재로 응용도 가능해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처리용 고도산화 광화학반응을 수행했고, 현재도 수소제조와 환경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들을 통해 KIER 수소연구실은 다양한 형태의 나노구조 광촉매를 설계할 수 있으며, 이를 수소제조 및 수처리용 광반응기에 활용할 수 있고 스케일-업(scale up)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광화학수소제조에 있어 광-바이오 엔자임 활용 기술과 다양한 전해질을 이용하고 일체화된 셀에서 수소제조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양광을 활용한 고도 산화 광화학 반응기를 개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수소제조용 광촉매의 효율 향상을 위한 촉매 개질 연구와 CO2를 전환용 복합 광촉매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등이 있다.

▲ 수소생산량 50Nm3/h급 수소충전소용 가압형 수소 제조장치.

수소전기차용 수소저장 시스템 
수소전기차용 수소저장 시스템에서 고압기체저장 시스템의 부피는 약 230L에 이른다. 이에 내부공간 활용에 큰 제약이 있으며, 압탱크의 압력을 높여 부피를 줄이는 것도 물리적 한계가 있어 수소에 대한 부피저장밀도가 높은 고체수소저장 시스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KIER 수소연구실은 금속착수소화물의 작동 온도를 낮추고 수소 흡방출 속도를 높여 사이클 특성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실차 적용을 고려해 소재 대량 생산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금속착수소화물 중에서 100℃ 부근의 작동 온도에서 이론 무게저장밀도가 5wt% 이상인 NaAlH4와 Mg(NH2)2-LiH 복합소재를 유력한 후보 소재로 판단하고 있다.

금속착수소화물계 고체수소저장소재의 온도에 따른 수소 분압 변화를 예측하고 이론 저장용량(수소 무게저장밀도) 5wt% 이상, 작동 온도 120℃ 정도의 최적 기본 조성 확립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확립된 NaAlH4와 Mg(NH2)2-LiH의 조성을 바탕으로 500g/batch으로 생산하는 합성 공정기술을 확보했다.

열전도계수탐침(thermal conductivity probe)의 선열원(line-heat-source)을 사용한 비정상(Unsteady)측정방법을 바탕으로 유효열전도도, 밀도 및 비열 등 소재의 동적 열물성(물체 고유의 열적 성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구축했다.

특히 소재의 내구성 확인 및 향상을 위한 싸이클 특성 평가와 열교환기 개념설계안을 제시하고 후보물질에 적합한 수소저장시스템을 설계하는 부분은 중요한 연구분야다.

또한 저장용기·내부열교환기 구조 및 열·물질전달을 고려한 수치모사 결과와 수소저장 시스템(프로토타입)의 성능을 비교함으로써 개선사항을 도출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의 박석희 연료전지연구실장(왼쪽)과 정운호 수소연구실장.

물류운반 및 정치형 수소저장 시스템
물류운반용으로 사용되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의 경우 300bar 이상의 고압수소저장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동일 체적에 30bar 이하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고체 수소저장 물질을 이용한 수소저장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체 수소저장 물질의 수소 저장·방출 특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체 수소저장물질의 활성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기상변화물질(phase change material)의 활용을 통한 수소저장 시스템의 열관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수소저장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수소저장 시스템의 열전달 특성 향상 및 입자 미분화 억제 기술 개발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십 bar 이상의 압력에서 수십 시간이 소요되지만 향후 저비용 물리적 활성화 기술을 개발해 초기 수소충전 시 10bar 이하에서의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게 목표다.

특히 열전달 특성이 10배 이상 향상된 수소저장 composite compact 개발을 통해 수소 충·방전 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하고 반복 사용 시에도 고체수소저장 물질의 미립화가 억제돼 미립자의 비산 유동에 의한 기계적 결함 및 화재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정운호 KIER 수소연구실 실장>

▲ 정운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 수소연구실장.

<미니인터뷰 정운호 KIER 수소연구실 실장>


수소연구실, 국내 수소경제 중심 연구기관 도약
“수소에너지 연구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이 목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 수소연구실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국내에서 부서명에 수소만 들어있는 유일한 전문연구실이다. 그만큼 수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부서로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에 속해 있다.

한때 연료전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수소연료전지연구실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때가 있었지만 다시 수소연구실과 연료전지연구실로 분리됐다.

수소의 생산, 이송, 표준화 등 포괄적인 연구를 하고 있으나 주로 생산 분야에 집중해왔다. 최근엔 저장 분야 연구도 집중하고 있으며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서 추진 중인 수소산업전주기실증센터와 관련해 대전광역시와 협업을 계획 중이다.

그간 연구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과거 현대하이스코(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자동차용 강판 및 고부가 파이프 제품을 생산하던 철강업체, 2015년 7월1일 현대제철에 흡수·합병됨)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과 연료전지연구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취합해 기술이전을 한 경험이 있다.

2011년으로 기억한다. 상용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당시 연료전지 개질기는 대부분 일본에서 라이센스(license)를 받아 사용하던 시기였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산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뿌듯했다.

하지만 1kW급(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결과가 아쉬웠다. 일본만큼 시장이 활성화됐다면 아주 좋은 케이스가 됐을 것 같다.

정부정책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수소사회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과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수소사회나 수소경제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 일본만큼 없었다고 본다.

연구를 수행하던 중 연구범위가 줄어드는 게 아닌 연구가 단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도 차량용 연료전지의 경우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꾸준히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면서 연료전지 스택에 집중한 결과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

다만 복잡한 엔지니어링과 단가 절감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연료전지 스택 가격이 떨어져도 수소전기차의 큰 가격저감으로 이어지기 어렵게 됐다. 연료전지 스택에 포커스가 집중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슈가 되거나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만 연구·개발이 집중돼 왔다. 주변 기술과 수소전기차 개발 기술이 속도를 맞춰왔다면 수소충전소 구축과 수소전기차 보급도 엇박자가 나진 않았을 것 같다.

해외 수소연구 및 산업과 국내 상황을 비교했을 때 차이점과 개선해야 할 점은.
외국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신생업체들이 어느 순간 눈에 확 띄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문연구를 통한 기업의 성장이 드물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되겠지만,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는 있다. 외국도 특정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도 연구를 통해 상용화하고 기업화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한 것 같다.

향후 비전에 대해 들려달라.
(수소)연구실의 연구소 승격이 검토 중이기 때문에 향후 역할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진행될 연구를 통틀어 국내 수소경제의 중심이 되고픈 마음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수소연구의 중심적인 연구기관이 되는 게 비전이다. 수소와 관련된 연구는 결국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의 중심에 수소연구실이 서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수소사회를 맞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은.
국민들이 수소에너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태양광, 풍력은 자연에너지, 재생에너지로 인식되지만 수소에너지는 아직 생소하다. 수용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공익적인 광고 등을 통해 밑바닥부터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수소전기차를 모르는 분들도 현대차의 광고를 보면 알게 되듯이 가장 쉬운 방법은 매체를 통한 광고다. 재생에너지만큼 수소경제도 함께 가야 할 역할이다. 수소경제로 가려면 비단 연구자들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뀔수록 관련 연구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 수소연구실 연구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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