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청 전경.

[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충청남도 홍성·예산 일대 내포신도시에 집단에너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고형폐기물연료(SRF: Solid Refuse Fuel) 열병합발전소의 연료가 청정에너지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LNG(액화천연가스)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경우 이미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내포그린에너지), 산업통상자원부가 3자 협상을 진행했다.

열병합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발전 과정에서 생성된 폐열을 이용해 고압증기와 온수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온수는 주로 가정용 지역난방에 사용되며, 사실상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이용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주거지역 인근에 건설되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등 가스 연료를 사용한다. 

RPF 사용 문제로 지역주민과 갈등 시작
66MW급 내포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10년 롯데건설이 고형연료 1기, 목재펠릿 3기로 최초 허가를 받았다.

3년 후인 2013년에는 고형연료 2기, 목재펠릿 1기로 변경허가를 받은 데 이어 또 다시 같은 해 RPF(폐플라스틱 고형연료)로 변경허가를 받았으며, 2014년엔 롯데건설에서 SPC(특수목적법인)인 내포그린에너지(롯데건설, 한국남부발전 등 투자)로 집단에너지시설 사업양도가 이뤄졌다.

내포열병합발전소 건설 논란의 시작은 RPF로 변경허가를 받으면서부터다.

지역주민들은 환경오염 등을 우려해 100% LNG 연료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고, 내포지역 환경단체는 집단에너지시설 문제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다루기 위한 ‘집단에너지시설 공론화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그 후 주민여론 등을 의식해 2015년 2월 충남도 주최로 정책간담회가 열렸지만 전문가 자문 결과 SRF 외 대안마련이 쉽지 않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그 해 3월 내포그린에너지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산업부의 집단에너지시설 변경허가(RPF연료시설 2기, LNG 1기, LNG열전용보일러 4기 등)를 승인받은 뒤,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환경오염 방지시설 강화)하고 이듬해인 2016년 예산군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승인받았다.

내포그린에너지가 열병합발전소에 LNG설비를 도입키로 했지만 RPF연료시설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은 지속돼 왔다.

▲ 충남도가 지난해 5월11일 도청 문예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건설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충남도)

민간사업자와 주민들 간 갈등을 조정·해소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역주민·전문가·환경단체·사업자·군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2014년 10월)를 구성, 집단에너지 사업계획에 대한 시설 규모의 적정성과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문가 검증 절차까지 거쳤지만 결국 RPF를 대체할 대안은 없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지난 2014년 롯데건설에서 내포그린에너지로 집단에너지시설 사업양도가 이뤄진 뒤 1년이 넘게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총 6,116억원을 들여 2018년 말까지 건설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임을 감안한다면 늦어도 2014년 하반기에는 착공했어야 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홍성군 홍북면 신경 1·2리 주민들은 지난 2016년 말 성명서를 통해 SRF가 LNG에 비해 이산화질소, 비산먼지 등 일반대기오염 물질과 중금속, 다이옥신, 휘발성유기화합물, 탄화수소 등 유해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암과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토지를 오염시켜 먹거리까지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계획변경을 촉구했다.

▲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중흥S-클래스 아파트단지.

내포그린에너지는 환경영향평가와 그간 주민공청회 등을 이유로 충분히 요구사항을 반영해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당시 이와 관련 “배출가스에 대한 기준과 관리를 위해 검증과 점검을 해왔다”며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연료 변경 검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김석환 홍성군수가 중재에 나섰다. 김 군수는 지난해 5월 22일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재검토를 거쳐 사업의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해 줄 것을 제안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를 만나 발전소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공개와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지난해 7월 18일 충남도는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갈등 해소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포상생협력기획단을 출범시켜 중심추 역할은 물론 주민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약 3년 만에 충남도가 팔을 걷고 나섰지만 주민들의 기대를 모으기에는 부족했다. 우선 주민들의 주장은 100% LNG(기존 사업승인: LNG 78%, SRF 22%)에 국한돼 있었으며, 설령 주민협의가 이뤄지더라도 합의내용에 계획 변경 권한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의체에 사업시행자인 내포그린에너지는 참여하지 않아 막상 협의안이 도출되더라도 내포그린에너지와 추가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내포그린에너지가 SRF 방식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점을 감안할 때 협의체의 논의결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 공사가 중단된 내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 공사가 중단된 내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충남도, SRF 사용 계획 철회 방안 추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충남도는 지난해 8월 SRF 사용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제3의 대안을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산업부 장관을 만나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충남도의 입장을 전달, 산업부와 협의된 내용을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들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충남도가 SRF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하자 내포그린에너지는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절기 열에너지 제한공급 또는 중단조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산업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산업부에 신청한 열병합발전소 전체 공사계획 승인·인가를 적정한 시기에 받아내지 못해 투자자가 자본금을 빼며 철수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주민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 김석환 홍성군수와 충남도·홍성군 의원들이 참석한 이 토론회에서 주민들은 내포그린에너지 측과 매몰비용을 놓고 입장차를 드러냈다.

주민들은 경제성보다는 건강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충남도와 산업부의 행정력 부재가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열병합발전소의 위치를 놓고 연료 변경을 넘어 사실상 발전소 건설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대안으로 ‘수소연료전지발전’ 급부상
마침표를 찍은 건 충남도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주민 대토론회로부터 7일 후인 지난해 12월 2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포 내·외측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LNG와 함께 수소연료로 대체하는 방법에 대해 (신규)제안 사업자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에 기반을 둔 집단에너지 공급 시설이 유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또 “기존 사업자(내포그린에너지)도 국가 정책의 전환에 따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더 높은 수준의 친환경에너지 시설 완비를 위해 전향적으로 임해 주길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안 지사는 특히 “수소연료전지는 굉장히 좋은 이점을 갖고 있고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의 이슈에서도 개선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논리적으로 가장 뛰어난 대안 시스템”이라며 일부 주민들의 집단에너지시설 이전 요구에 대해서는 “내포신도시 도시계획은 이미 확정돼 있어 그 기본 틀까지 원점으로 돌리는 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지난해 11월1일 충남 공주 아트센터 고마에서 열린 ‘제2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월간수소경제>와의 통화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규 사업자와 기존사업자(내포그린에너지)가 산업부와 함께 1회 만남을 가진 것이고, LNG와 수소연료전지 중 어떤 연료를 택하게 될지는 정해진 게 없다”며 “(충남도와 관계없이) 산업부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규사업자를) 별도로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소연료전지뿐만 아니라 LNG 신규사업자 물색도 함께 하고 있지만 만남이 없었을 뿐”이라며 “수소연료전지 신규사업자만 만남을 가졌다고 LNG를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집단에너지시설 건설 전면 재검토는 사실상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서는 “당초 주민들은 LNG 전환을 요구했고, 열공급 혜택이 없는 지역의 일부 주민들로부터 발전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며 “반대대책위원회에서도 발전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전해 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상 허승욱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가 주민토론회에서 연료변경 등을 포함한 대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하자 집단에너지시설 원점 재검토 요구가 추가로 나온 것”이라며 “전해 듣기로는 신규사업자 후보가 될 수도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발전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고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지사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 검토 발언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NG와 수소연료전지 모두 발전과정에서 백연이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소연료전지가 연기가 적어 주민들에게 시각적으로 더 친환경에 가까워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결국 사업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포그린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산업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 시설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도, 신규사업자, 내포그린에너지의 3자 협상이 이뤄지면 주민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공사가 중단된 내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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