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훈 SK증권 연구위원.
[월간수소경제] 우리나라에서 ‘수소경제(Hydrogen Economy)’가 본격적으로 언급된 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수소경제’를 언급한 것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정부가 부족한 현실성을 이유로 주저하던 ‘수소경제’라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1997년 12월 교토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의 힘이 컸다. 그로부터 약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수소연료전지는 현실이 되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오는 2020년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협약’이 실제적으로 작동된다. 이번에는 과거 상황과 조금 다르다. 협약에 참여하는 195개 당사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에너지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과 유럽 내 가장 많은 수소 인프라를 갖춘 독일, 그리고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도시 구축 실험이 한창인 미국, 친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수소 관련 시장 1위 등극을 노리는 중국,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우리나라까지 ‘수소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점을 2020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높은 발전 효율에 비해 비싼 단가가 흠이었던 연료전지는 발전 단가가 조금씩 하락하면서 어느덧 ‘실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저 실험용·시판용으로만 치부되던 수소전기차는 올해 3월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생각보다 수소경제를 향한 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한전 및 발전자회사, 연료전지 투자 확대할 듯
연료전지 발전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아래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2006년 포항에 국내 처음으로 연료전지 발전소가 가동된 이후로 현재까지 설치된 총 용량은 233MW를 넘어섰다.

특히 발전자회사들의 투자가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수원이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까지 총 220MW의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계획을 밝혔다. 장기 유지보수 계약까지 감안하면 2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전 및 발전자회사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법이 개정돼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그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석탄화력이 주력이면서 풍력, 태양광에 적극적이었던 다른 발전자회사들의 연료전지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향후 건립예정이거나 사업이 구체화된 연료전지 프로젝트는 400MW를 넘어서고 있다.

REC비율의 가중치 상향이 검토되고 설치비용이 하락하고 있어 연료전지 발전프로젝트의 추진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발전시스템.

2020년 기점으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예상
2020년 우리는 주위에서 파란 번호판을 부착한 수소전기차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이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수소전기차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편리한 충전방식과 긴 주행거리를 자랑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수소전기차 양산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한편  수소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확대도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이동수단의 패권을 놓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전기차의 완승에 가깝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는 지난 2016년 한 해에만 75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투싼ix’는 240대,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Mirai)’는 1,000여대 판매에 그쳤다.

▲ 수소전기차 글로벌 판매 대수 전망(자료: Information Trends, SK증권).

하지만 향후 수소전기차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소전기차는 짧은 충전시간과 우수한 연비, 지속가능한 주행거리를 강점으로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 시 약 20~30분이 소요되는 반면 수소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3~5분이 소요된다. 또 연료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kg당 약 5,000~6,000원 수준인 수소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약 25,000~30,000원의 연료비만으로 약 500~600km 주행이 가능하다.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2020~2025년을 목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수소 인프라 확충에 나설 예정이고 이에 앞서 올해부터는 현대차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체들의 수소전기차 양산이 시작돼 친환경차량 시장에서 수소전기차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볼 때 관련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은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이다.

▲ 일진복합소재의 수소전기차용 수소저장용기.

투자자 관점 수소경제 유망 종목은 ‘두산·일진복합소재’
투자자의 관점에서 수소경제와 관련해 가장 유망한 종목은 연료전지 발전의 ㈜두산, 수소탱크 전문기업 일진복합소재이다.

연료전지 분야에서 두산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의 선두사업자였던 포스코에너지의 수주역량이 약해지면서 최근 국내에서 발주되고 있는 대형 연료전지 발전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의 투자확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연료전지 보급 확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부의 안정적인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료전지라는 성장 동력이 실적 개선추세를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자회사의 실적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선이 예상된다. 자체사업 강화로 인한 현금창출 능력의 향상은 배당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복합재료 고압탱크 전문 생산기업 ‘일진복합소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진다이아가 지분 82.8%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일진복합소재는 CNG버스 및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저장탱크 등을 생산해 현대차에 납품 중이다.

현대차가 올해 3월부터 3,000대 규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양산 계획을 밝힘에 따라 수소저장탱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에는 기존 ‘투싼ix’ 모델과 달리 수소저장탱크가 하나 더 탑재된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탑재되는 탱크 수의 증가와 양산 대수의 증가가 맞물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이 외에도 수소스테이션 개질기를 국산화한 ‘제이엔케이히터’, 수소센서 국산화에 이어 중국 수출에 성공한 ‘세종공업’, 수소전기차의 소형공기압축기를 생산하는 ‘뉴로스’, PTC히터 등 공조장치 전문기업인 ‘우리산업’도 투자자의 관심이 요구되는 핵심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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