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봉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에너지소재표준센터장.
[백운봉 객원기자]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특별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1900년~2100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5.8℃, 해수면은 88cm~90cm 각각 상승하고 이러한 기후변화는 기상이변, 강수량 변화 등을 초래해 식량공급, 수자원공급, 인간건강 등 생태계와 사회경제적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 환경 회의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택됐다. 그 이행사항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한 결과 1997년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2000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스는 CO2로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이 전체 CO2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경.

美·日·유럽,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예산 지원
이와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수송부문에서 CO2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1992년, 현대자동차는 1998년부터 공식적으로 CO2 Zero인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도요타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2013년 전 세계 최초 양산체제를 갖추고 수소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수소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소공급,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가 완비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은 ‘차세대 자동차 프로젝트 계획’에 근거해 2030년까지 전국에 약 5,000개소의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계획을 수립했으며 ‘에너지기본계획’ 개정(2013년)을 통해 2020년까지 수소사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 이후 대규모 수소 공급 시스템 구축을 통한 본격적인 수소발전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H2 USA(2013)’에 근거해 미국 전역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 ‘FCEV 상용화 로드맵 개정안’을 통해 이 지역에 2023년까지 123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에너지부(DOE) 주도로 2013년부터 예산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방폭형 수소에너지 안전측정 시험동.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방폭형 수소에너지 안전측정 시험동 구조.

독일은 수소충전소 구축에 2조1,000억원을 투입해 2023년 4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 ‘수소기술개발 로드맵(2014)’을 추진 중이며 수소연료전지 기술 및 인프라 확충에 14조5,000억원, 수소생산·저장 인프라에 약 3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서 수소에너지를 민간에 보급하기 위한 협의체 및 기구를 구성해 공공 수소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는 글로벌 선진 기업이 요소 기술 및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기술 역량 및 규격·표준 대응 부족으로 해외진출이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수소가 금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등을 국가(NEDO: 신에너지종합개발기구) 주도로 2006년부터 공업기술원(AIST)를 통해 시작했다. 2단계로 2013년 큐슈대학에 ‘HYDROGENIUS’라는 조직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대했다. 연구테마의 대부분은 안전과 신뢰성이 중심에 놓여 있다. 

일본은 수소전기차 양산은 늦었지만 2016년 말 기준 수소충전소는 100여개 정도를 확보했다. 짧은 기간 인프라 구축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인 준비가 사전에 진행됐고 안전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술적인 지원이란 안전과 관련된 측정장비, 기술 신뢰성, 표준화 등이다.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개발 착수
이러한 해외 사례를 볼 때 국내에서도 신뢰성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수소스테이션 인프라 구축 확대와 공공안전성 확보와 관련된 기술 국산화 및 신뢰성 평가가 가능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에너지융합측정센터는 수소가스 환경에서 금속 소재가 수소취화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2008년부터 ‘수소에너지 안전 측정 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방폭형 수소 안전동 건물을 건설해 고압수소가스 환경에서 재료의 사용적합성을 측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압력 105MPa 수소가스 환경에서 스테인레스강의 수소취화 발생여부를 확인하고 스테인레스강이 수소취성에 강하다는 기존 속설의 허점을 밝혀낸 바 있다. 

그 후속으로 2012년부터 ‘수소의 전환·저장·이용을 위한 안전측정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금속에 인위적으로 수소가스를 주입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금속에 내재된 수소가스를 측정하는 장비와 실험가스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술 및 절차 등을 개발했다. 그동안 미국의 샌디아 연구소, 일본의 AIST 연구소와 큐슈대학, 프랑스 CEA 연구소 등과 기술 교류를 하면서 연구소 역량을 키워왔으며 국제적으로 상호 비교실험을 통해 대등한 연구역량을 인정받게 됐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와 경험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산업체 지원이 가능한 연구를 위해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개발사업(2017~2025년)’을 기획해 지난해 1월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그동안 금속분야에만 국한된 연구 영역을 비금속(고무, 고분자)분야로 확대하는 한편 수소충전소 보급 시 이슈가 될 수소가스 유량계의 측정 소급성, 연료전지 수명과 직결된 수소가스 순도측정분야를 포함함으로써 수소충전소의 전반적인 신뢰성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측정표준(유량, 순도)과 기술기준(수소용 금속 및 비금속 재료 선정)을 능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수소가스 대중화 단계에서 맞이할 수 있는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오해와 수소충전소 신뢰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를 위해 표준과학연구원은 3개의 위탁기관(신발피혁연구원, 국립안동대, 조선대), 5곳의 해외기관(SNL, NIST, AIST, HYDROGENIUS, Zhejiang Univ.)과 국제 공조체제를 갖추고 2개의 협의체(KHIA, H2KOREA)와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연구 결과물은 2곳의 정부기관(KGS, TS)과 여러 기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현대차그룹의 국내 최초 수소융합스테이션 전경.

수소 인프라 핵심부품·소재 신뢰성 확보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 개발’ 사업의 목표는 수소에너지의 민간보급과 안전한 수소사회 건설을 위해 수소융복합스테이션의 핵심 부품·소재 신뢰성 확보를 위한 측정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주요 연구 내용으로는 첫째, 고압 수소가스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속개발을 위한 금속의 수소취성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각종 측정시스템 및 측정기술 개발, 고압 수소가스에서의 사용제품 설계를 위한 기술기준 개발, 수소취화소재의 각종 역학특성 측정 시스템 및 측정기술 개발이 포함된다.

둘째, 수소스테이션용 부품의 고분자·고무 개발을 위한 열물성, 전기적 특성, 역학특성 등 다양한 물성 측정을 위한 시스템 개발과 측정기술 개발이다.

마지막으로 수소전기차에 공급되는 수소가스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술과 유량측정 기술 및 표준화를 개발하고자 한다.

즉 3단계로 나눠 총 9년간 기술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이 착수된 지난 1년간은 선진국의 연구사례를 살펴보고 각종 측정시스템을 구축했다. 시판되는 금속소재에 대해 고압 수소가스 상온 환경 하에서의 수소취성 측정을 위해 역학물성 실험을 실시하고 수소가스 환경 하에서 사용재질의 사용 적합성평가를 수행했다. 전자 현미경(SEM) 속에서 수소가 함유된 금속의 인장시험을 통해 수소취성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기초 연구도 진행했다.

또한 순수 수소가스에서 불순물을 혼합해 수소가스 순도 분석 장치용 표준가스를 개발, 등록하고 수소가스 유량계의 실태를 파악해 고압 기체유량 표준시스템에서 교정한 기준유량계(터빈유량계)와 국내 수소스테이션 디스펜서에 설치된 코리올리스 질량유량계의 유량편차(%)에 대한 실험도 수행했다.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개발 기대효과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 개발’ 사업은 수소스테이션 및 수소인프라 부문의 기계·금속 기반 부품·소재 기술 및 핵심 부품 시험·평가·인증센터 구축과 같은 수소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향후 수소전기차의 보급 확대를 꾀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술개발부터 인증, 표준에 이르기까지 수소인프라 분야 전주기 대응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수소에너지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번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진은 고압수소가스 부품·소재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연구진이다. 미국보다 40년, 일본보다는 20년 늦게 연구를 시작했지만 금속분야에서는 지난 7년간 선진국 수준으로 측정장비와 측정기술을 확보했다.

그 결과  우리도 전 세계 수소전기차 기술기준을 제정하기 위한 ‘UN-GTRs 13’에 참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전기차의 해외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연구사업은 금속분야를 필두로 고분자 재료와 계량분야까지 포괄함으로써 수소 및 충전인프라는 물론 제조업 기반의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부품·소재 아이템 및 관련 기술 개발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스산업, 가스발전, 원자력발전, 국방기술, 항공기술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에 사업화 적용이 가능해 향후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진다면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미래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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